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8 <비밀의 강> 깊이 읽기

 

마저리 키넌 롤링스 글 /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김영욱 옮김

 

순수한 동심을 통해 드러난 대자연의 얼굴

『비밀의 강』은 2012년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에서 명예상을 받았습니다. 주목할 만한 그림책이라고 인정받은 이 그림책의 원고는 아주 오래 전에 우연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글을 쓴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미국의 유명 작가로 1953년에 생을 다했습니다. 『비밀의 강』은 작가가 생전에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작품으로, 책 출간을 준비하다가 편집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궁에 빠져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묻혀 버릴 뻔한 원고는 작가 사후에 서류 뭉치 사이에서 발견되었고, 1955년에 유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판본을 그린 레너드 웨이즈가드는 커피색 종이를 사용하여, 흑인 아이의 얼굴색을 종이색으로 감추는 방법을 썼습니다. 우회적으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지요. 이 판본은 미국 어린이 문학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으며, 1956년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습니다.


쉽게 풀어쓴 문장은 나이 어린 독자들을 충분히 아우르며,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반세기가 지나도 작품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2011년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는 환상적인 그림으로 글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야기는 플로리다 숲속 마을에 사는 칼포니아라는 여자아이를 따라갑니다. 칼포니아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입니다. 그런데 숲속 마을에 물고기가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면서, 마을은 곤궁하고 어려운 때를 겪게 됩니다. 칼포니아는 어려움에 처한 아빠를 돕기 위해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섭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적 배경을 접목해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이 된 플로리다는 일 년 내내 따뜻한 곳입니다. 숲이 울창하고 주변에서 쉽게 호수와 습지를 볼 수 있지요. 이런 곳에서라면 주인공 칼포니아처럼 미지의 강을 찾아내는 일이 있을 법합니다. 시간적 배경으로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공황 시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힘겹게 살아갈 때였습니다.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숲속 마을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칼포니아의 어린이다운 순수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칼포니아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낚시하기 좋은 곳에 대한 조언을 구합니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비밀의 강을 찾아가 보라고 일러 주는데, 코끝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참으로 단순하다 못해 희한한 방법이지요. 그런데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겠다고 길을 나서자 모든 것들이 우연찮게 해결이 됩니다. 갑작스레 토끼나 파란 어치가 나타나 시선을 돌리고 보면, 그게 코끝이 향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코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밀의 강에 도달하게 됩니다. 마침 강둑에 매여 있는 배를 타고 메기를 낚을 수 있었고, 뻣뻣한 실유카 이파리를 찾아서 잡은 메기를 낚싯대에 꿸 수도 있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지요. 마치 칼포니아를 둘러싼 대자연이 칼포니아의 순수한 열망을 알고, 도와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우연이 더할수록 독자는 실제로 대자연이 칼포니아를,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도와주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칼포니아를 통해 신비롭게 드러나는 대자연의 비밀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나무들은 그때그때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 줍니다. 칼포니아가 낚시 생각을 하며 기댄 나무를 보면, 가지와 잎 사이에서 물고기 형태가 보입니다. 또한 비밀의 강에서 칼포니아가 앉은 삼나무의 주름 사이로는 인자한 얼굴이 엿보입니다. 칼포니아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비밀스러운 느낌이 한층 더 고양됩니다. 배고픈 부엉이를 그린 장면에서는 부엉이의 깃털 하나하나에서 부엉이 얼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둠이 깔린 나무들은 각기 얼굴을 가지고 있고, 나뭇가지는 사람 팔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장면에서 자연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전해 주는 장면을 접하게 됩니다. 마치,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자연에 더 많은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다운 순수함으로 대자연의 도움을 이끌어 낸 칼포니아는 또한 아낌없이 나누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칼포니아는 배고픈 짐승들을 만납니다. 부엉이, 곰, 표범까지. 그때마다 칼포니아는 가장 싱싱한 메기를 대접합니다. 자연이 아무런 조건 없이 내어준 것이기에, 칼포니아도 조건 없이 나누는 것입니다. 배고픈 짐승들과 메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어쩌면 칼포니아는 어두운 숲길을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다음 날 나눔은 칼포니아 아빠에게로 이어집니다. 아빠는 생선 값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외상으로 내어 줍니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고 힘을 내고, 일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지요. 결국 마을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고 마을은 어려운 때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야기 끝에서 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다시 찾아 나섭니다. 독자 또한 비밀의 강의 존재가 궁금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밀의 강은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습니다. 작가가 알버타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서 말한 대로 '비밀의 강'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지요. 풍요로운 '비밀의 강'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이뤄 낸 자연의 선물일 테니까요. 자연은 아무 때나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필요할 때, 정말로 순수하게 바랄 때,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아낌없이 나눌 때, '비밀의 강'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덮고 우리도 칼포니아처럼 눈을 감아 보면 어떨까요? 자연의 신비를 조용히 느껴보고,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 / 마저리 키넌 롤링스(1896~1953)

플로리다에 정착해서 일생의 대부분을 살았으며, 오렌지 과수원을 가꾼 자신의 경험과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193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아기 사슴 플랙(The Yearling)』이 있다.

 

그림 /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이다. 대표작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가 있다.

 

번역 / 김영욱

어린이책 칼럼니스트, 작가, 번역가,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마녀의 그림책 작가 앨범'이라는 코너를 썼다. 쓴 책으로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 『책벌레 대소동』, 『신기한 베개』 등이 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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