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31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깊이 읽기

 

피터 브라운 글.그림 / 서애경 옮김

 

2014 보스턴글로브 혼 북 상 수상
2014 골튼카이트 어워드 상 수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

 

 

 

칼데콧 수상작가 피터 브라운의 신작 _세상의 모든 호랑이들에게 바치는 유쾌한 그림책

첫 장면, 뚱한 표정의 호랑이가 눈에 띕니다. 실크해트에 나비넥타이, 테일러드 코트까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완벽한 신사입니다. ‘호랑이’보다는 ‘호랑이 씨’가 어울리겠군요. 정장을 갖춰 입은 것은 호랑이 씨 주변의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말쑥한 차림을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닙니다. 한껏 점잖 빼는 표정을 하고요. 아무래도 이 동물들 사이에서는 예의와 체면, 품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모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호랑이 씨는 왜 그렇게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요?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자, 존재의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 피터 브라운은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호랑이 씨는 틀에 갇힌 도시에서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뭔가 좀 재미있게, 삐딱하게, 마음대로 살고 싶었지요. 어느 날 호랑이 씨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네 발로 걷기! 들짐승처럼 구는 것을 수치라 여기는 친구들은 손가락질하지만, 호랑이 씨는 개의치 않습니다. 아무데서나 펄쩍 펄쩍 뛰어다니고 ‘어흥!’ 포효하더니 급기야 옷까지 전부 벗어 버리고는 야생의 숲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호랑이 씨는 혼자였고, 곧 집과 친구들이 그리워집니다. 결국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지요. 그런데 도시의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정장 대신 편한 옷을 입은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네 발로 걷는 모습들도 눈에 띕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호랑이 씨가 떠나 있는 동안 무언가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 변화의 씨앗은 바로 호랑이 씨였지요!

 

이제 호랑이 씨는 숲에서나 도시에서나, 옷을 벗고 있거나 입고 있거나 상관없이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되었지요. 만약 호랑이 씨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야생으로 떠난 호랑이 씨의 모험담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호랑이 씨는 자신뿐 아니라 친구들의 삶까지 변화시키고, 비로소 자기도 ‘함께’ 자유로워집니다.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도 닿아 있지요. 그래서 호랑이 씨와 친구들이 함께 숲속을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가슴이 트이는 해방감과 더불어 즐거운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피터 브라운은 책마다 다양한 그림 스타일을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이 책은 잉크와 수채물감, 색연필, 구아슈로 그린 뒤 컴퓨터로 마무리했습니다. 선이 단순하고 여백이 많은 그림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곳곳에 숨겨진 의미와 요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초반, 호랑이 씨는 ‘유일하게 눈을 뜨고 있는 존재’입니다. 나머지 동물들은 다 눈을 감고 있지요. 호랑이 씨가 처음 네 발로 걷는 장면에서는 호랑이 씨를 뺀 모든 동물들, 심지어 건물까지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한편 호랑이 씨는 땅과 ‘수평’을 유지하며 걸어갑니다. 이러한 대비는 호랑이 씨의 유별난 행동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장면은 후반부의 달라진 도시와도 완벽한 대비를 이룹니다. 앞에 나왔던 동물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세요. 중반 즈음, 어른과 어린 동물들의 표정 차이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글 양이 많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한 장면에 한두 문장 정도로 금세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로 출간하는 이유는 주제가 지닌 무게와 깊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호랑이 씨는 멋진 안내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훗날 호랑이 씨처럼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 이제 우리들 안의 호랑이 씨를 만나러 가 볼까요?

 

글.그림 / 피터 브라운
피터 브라운은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2005년 첫 그림책을 출간한 뒤, 해마다 한 권씩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터 브라운의 그림책은 특유의 유머와 독특한 발상, 완벽한 미장센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출간한 책의 대부분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칠드런스초이스어워드 선정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상,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 상 등을 받았습니다. TV쇼를 패러디한 신선한 구성이 돋보인 『오싹오싹 당근』으로 2013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고,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로 2014 보스턴글로브 혼 북 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 밖에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호기심 정원』, 『하늘을 나는 도도』, 『넌 내 친구가 될 거야!』, 『차우더』 등이 있습니다.

 

번역 / 서애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린이책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빈터의 서커스』, 『길거리 가수 새미』, 『채마밭의 공주님』, 『크리스마스 휴전』,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 『내가 영웅이라고?』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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