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덕초등학교 교사 심지영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1>의 추천글입니다.


"OO야, TV 끄고 공부해야지?", "얼른 숙제해.", "공부는 다 했니?" 

아마도 부모와 자녀 간에 흔히 볼 수 있는 대화일 것입니다. 그런데

"OO야, 엄마랑 같이 공부할까? 함께 만들어 볼까?"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실제로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교육은 여러 객관적인 사례에서 그 중요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함께 만들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자녀와 부모의 애착 관계가 증진되며, 사회성과 자신감도 향상되어 학습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서 세 번째 단계인 '구체적 조작기'는 6~7세부터 11~12세까지 계속되는데, 이 단계의 특징은 아이가 구체적인 물건을 직접 만지고 느껴 보고 조작하면서 생각이 생겨나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그 다음 단계인 '형식적 조작기(11세 이후)'에서는 구체적인 조작물이 없어도 추상적으로 판단하고 인지하는 능력이 아이에게 생겨난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와 함께 구체적인 조작물을 활용해 수학과 친해지는 활동을 한다면, 자녀의 인지 발달은 왕성하게 이루어 질 것입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보면 모든 수학 수업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 보는 활동으로 진행하기에는 여러 한계에 부딪힙니다. 실제로 입체도형을 여러 방향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단면을 알아보려고 수수깡을 이용하고, 찰흙으로 입체도형을 만든 후에 칼로 잘라서 단면을 말해 보게도 하였지요. 전개도 수업에서는 교과서 붙임딱지를 이용하고, 쌓기나무를 나누어 준 다음 여러 방향에서 보이는 모양을 찾아보게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냥 수업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열심히 참여해서 뿌듯했지만, 모든 학생이 성공적인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모든 도형 수업의 차시를 이렇게 지도한다면 재료나 시간뿐만 아니라 진도에서도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연산 영역 수업은 남아서 따로 지도하고 반복해서 계산하게 하면 어느 정도는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형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지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더군다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입체적으로 추리하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많은데, 그래서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지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시리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모와 함께 전개도를 자르고 입체도형으로 만들면서 공부할 수 있고, 자녀의 인지 발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아이 스스로 만든 친숙한 입체도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입체도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반복적인 조작 학습을 통해 평면에 그려진 입체도형을 추리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엄마, 같이 공부해요." 비록 처음에는 엄마와 '같이' 하는 공부가 되겠지만, 자녀가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 그것이 자발적인 학습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억지로 끄집어내고 상상해야 하는 입체 수업이 아니라 만들어 보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구상하고 사고할 수 있다면 자녀가 느끼는 만족감은 어른이 생각하는 기쁨 이상이 될 것입니다. - 심지영(서울청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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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 교사 박소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의 추천글입니다.


공주가 되고 싶어요

열 살 희진이는 공주가 되고 싶다. 왈가닥 말괄량이 소녀라 말과 행동은 전혀 공주답지 않지만 마냥 공주가 좋다. 공주가 아니라 심각한 공주병일 뿐이라는 친구의 핀잔에도 희진이는 꿋꿋하게 공주를 꿈꾼다. 그러나 늠름한 왕자님의 청혼을 받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달콤한 꿈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은 평범함 그 자체이다. 동화책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 아이의 열 살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누나가 돼 가지고서는, 쯧쯧

희진이에게는 엄마, 아빠, 두 남동생이 있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새엄마, 새아빠가 아닐까 하는 식의 엉뚱한 상상에 빠지곤 하는 희진이. 이런 희진이에게 엄마는 삼 학년 밖에 안 된 애가 별소릴 다 한다고 야단치고, 아빠는 삼 학년이면 어른이나 마찬가지라며 혼낸다. 게다가 어린 두 남동생은 누나를 무시하고 놀리기 바쁜데... 그러나 희진이는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누나가 돼 가지고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 오늘도 꾹 참는다. 아, 누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 참 힘들어!


방귀쟁이 신사와 야속한 친구들

희진이의 학교생활도 좌충우돌이다. 우선, 영화 속에 나오는 신사처럼 잘생기고 친절한 종익이. 그런 종익이와 짝꿍이 된 건 온 여학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종익이에게는 짝꿍 희진이만이 알 수 있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소리는 내지 않고 냄새만 솔솔 나는 방귀를 뀐다는 것! 그리고 친구들은 또 어떤가. 희진이의 말을 오해한 친구들이 희진이네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희진이는 정말 속상하고 억울하다. 악마의 장난인 걸까? 뒤죽박죽, 콩닥콩닥, 오락가락 – 정신없는 내 인생~


누가 열 살을 어리다고 했는가?

엉뚱하고 유쾌한 희진이의 모습에 킥킥거리며,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진지한 희진이의 인생에 놀라기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열 살 - 그 단순하고도 오묘한 인생에 동참하는 동안 참 즐거웠다. 아이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신비한 탐험을 한 기분이기도 하고, 벌써 오래 전 일인 나의 열 살을 추억하는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기도 하다. 벌써 사는 게 뭔지 다 알 것 같다는 희진이처럼, 정말'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가 아닐까? 적어도 이 책의 경우에는'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듯하다. 열 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고민과 행복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중 "솔직히 열 살 정도 아이가 굽이굽이 세상의 깊이와 어려움, 복잡함을 얼마나 알까요? 그러나 그 나이답게 나름대로 고민하고, 아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내 이야기 같아!'라고 미소 짓거나, 위로받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요."라는 부분이 울림을 준다. 아이들 곁에서 나날이 더 지독한 잔소리쟁이가 되어 가는 나 같은 어른들에게는 미로 같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찬찬히 따라갈 수 있는 지도가 되어 주는 책이고, 자기 나름의 세상 속에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 열 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자신과 꼭 닮은 자화상 같은 책이다. - 박소영(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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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트리 마법의 게임>은 <매직트리>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매직트리>는 마법의 힘을 갖게 된 참나무로 만들어진 갖가지 나무 제품들이 마법을 부린다는 내용으로 유럽에서 방영 된 어린이 드라마이다. 유럽 어린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는 ‘에미상 어린이 프로그램 부문’을 수상했고, 다시 동명의 제목 <매직트리>라는 어린이 동화로 출간되어 유럽 언론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저자인 안제이 말레슈카가 내한하여 한국 어린이들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시리즈에 들어가면 재미있을 아이디어를 직접 얻기도 했다. 그는 <매직트리> 시리즈를 통해서 마법의 세계란 언제, 어디든지 있을 수 있는 멋진 곳이며, 우리의 인생 자체가 마법의 세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법의 빨간 의자는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 개구쟁이 불루벡이 마법으로 게임 속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불러내고 만다. 괴물은 아이들의 학교도 파괴하고, 빨간 의자도 불태워 버린다. 엉망진창이 된 모든 것을 다시 되돌릴 새로운 마법의 물건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마법의 물건은 호랑이가 지키는 꿈의 집, 444호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서 마법의 물건을 찾으러 가는 여행이 험난하기만 하다.  과연 마법의 물건은 무엇이고, 쿠키와 친구들은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매직트리 마법의 게임>은 어린이들이 꿈꾸는 신기한 마법들이 등장하여 큰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단지 독자를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선과 악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생각하게 한다 - 「IBBY 국제아동도서협의회」


믿기 어려운 모험과 위험, 유머와 마법! 세 명의 아이들과 마법의 빨간 의자가 펼치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 「ABC 위클리」


저자는 에미상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제의 수상 경력을 가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유럽 최고의 아동 문학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 「폴란드 포모제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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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의 미술평론가 최석태 님 추천글입니다.


사기그릇에 이가 나갔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가 나간 그릇은 잘 쓰지 않습니다. 물건을 아껴 써야 한다고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가 나갔다고 사기그릇을 버리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왜 우리만 그럴까요? 천 년 넘게 도자기를 만들어 써 와서 사기그릇이 익숙하고 흔한 물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릇에 대해 좀 안다는 나라 밖 사람들은 우리 조상들이 도자기 역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했고, 나아가 얼마나 멋진 그릇을 만들어 냈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도자기에는 선조들의 고고한 정신과 문화가 스며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의 보물이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꼭 알게 되길 바랍니다. - 최석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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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하종강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의 추천글입니다.


 

학교 교육이 감당하지 않는 어린이 노동교육의 결정판

2011년 12월 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실습 나온 고등학생 김모 군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군은 주야간 맞교대와 잔업, 특근을 했고, 근로기준법상 기준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시대에 주당 68~72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다. 기아차 노조 및 관계자들은 이러한 무리한 노동에 따른 과로가 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사건 뒤 1년이 거의 다 되가는 현재까지도 김 군은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석에 누워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원인들 중 하나는, 한국 제도권 교육에서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노동인권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노동자가 되고나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선진국들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노동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모의단체교섭이 일상화된 특별활동으로 자리 잡혀 있어, 1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모의노사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단체교섭 과정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항의문건·펼침막·벽보 등을 제작하고, 노조 간부가 언론매체와 인터뷰하고,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 등에 대해서까지 다루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밀접한 청소년 실업에 관한 내용을 29쪽에 걸쳐 설명한 중등 교과서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사회 과목에서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에 관한 내용을 전체 교과서의 3분의 1 정도의 비중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노동자 편향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장의 한계'도 다루지만 '공권력 개입의 전제 조건'도 다룬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넌드 케인스, 칼 폴라니와 함께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슘페터 같은 자유주의 학자들의 경제사회 관점도 함께 소개한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자와 그 가족인 사회에서 일찍이 제도권 교육에서부터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노동문제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고 노동자가 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 이러한 교육을 받고 경영자가 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노동문제를 이해하는 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2012년 3월, 언론사 <오마이뉴스>가 2012년 1학기 시중에 출판된 사회교과목 교과서 62권을 모두 조사해 한국 노동교육의 현 주소를 확인한 결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언급한 교과서는 단 5권뿐이었다. 통계청의 발표로도 600만 명이 넘고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1000만 명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고등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등 청소년 노동은 대부분 비정규 형태이고, 신규 취업자의 80%가 비정규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이 노동시장에 내몰린다.


제도권 교육에서 전혀 감당하지 않고 있는 노동교육을 대체하기 위한 각 분야의 노력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시도됐다.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는 그동안 축적된 비정규직 분야 어린이 노동교육의 결정판이다.


막연히 '비정규직'이라고만 이야기할 뿐, 많은 노동문제 전문가들조차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 형태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그 실체를 잘 모른다. 방대한 문서 자료를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이 책은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준다.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의 첫 장 "운동회가 열렸다!"를 넘기면서부터 오래 전 우리 집 일이 생각나 마음이 찡했다. 우리 집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3-4학년쯤이었을 때, 운동회날 일기의 한 대목이다.


운동회 날이다. 아침에 선생님이 "집에서 식구들이 온 사람은 운동장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아무도 안 온 사람은 그냥 교실에서 먹어라"고 말씀하셨다. 점심시간에 나는 교실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밥을 먹는데 자꾸 눈물이 나왔다. 밥을 다 먹고 도시락을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나는 울었다.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최지훈이 자기가 먹던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더니 나랑 같이 먹자고 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하는데 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는 하품하는 시늉을 하며 "아, 졸리다. 왜 이렇게 졸리지?"라고 말했다. 엄마도 내 말을 듣고 "마음이 참 안 좋다"고 하셨다. 나는 최지훈이 고맙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다가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때 우리 부부는 가까운 이웃 학부모에게 "점심시간에 우리 집 아이도 좀 챙겨달라"는 간단한 부탁조차 하지 못했던 부모의 무심함에 대해 오랫동안 자책하며 반성했다. 맞벌이 부부만이 아니라, 부부가 모두 비정규직 활동가이거나 어느 한 쪽이 감옥에 가 있는 부모의 아이들도 이런 일을 숱하게 겪으며 자란다.


비정규직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간병인, 방송작가, 시간강사, 오페라합창단원, 할인마트 노동자, 편의점 알바, 화물노동자, 편집디자이너... 등의 무수한 형태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일한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 속에 스며있는 아픔들을 일기, 만화, 동화, 신문, 사전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백과사전처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어둡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매우 섬세한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게 접근하기 위한 작가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 흔적이 보여 애틋하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이렇게 다양한 형식으로, 그것도 19명의 작가들이 호흡을 맞춰 만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작가들이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게 그린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품기를 바란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책의 인세 전액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에 기부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섬세하게 그리는 작업을 이 책의 다음 작업으로 기대한다. 그 작업에는 나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 하종강(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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