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열린교육 독서문화정보개발원 연구원 박주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파블로와 두 할아버지>의 추천글입니다.
대자연과 가족들 속에서
파블로는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사는, 아직은 글도 모르는 소년입니다. 파블로의 집은 읍내 사람들처럼 풍요롭지는 않지만, 어떤 집보다도 사랑과 행복이 넘쳤지요. 파블로의 아빠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작은 수확도 감사히 여기는,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었고, 엄마는 이런 남편과 든든한 파블로, 귀여운 호세피나와 곧 태어날 아기 생각에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파블로는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들고 나타난 실반 할아버지를 따라 읍내로 갑니다. 글을 배워 편지를 읽기 위해서요. 이제 파블로는 당나귀 앙헬리토와 부모님이 정성껏 짜준 세라피에 의지하여 길을 떠납니다.
두 할아버지를 변화시킨 파블로
파블로는 읍내에서 실반 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실반 할아버지가 허풍쟁이에 가난하지만 언제나 낙천적인 사람이라면,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는 유명한 시인이고 부자였지만 아이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괴팍한 사람입니다. 두 할아버지의 모습은 파블로의 고향집과 읍내의 풍경만큼이나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두 할아버지는 파블로를 통해 변화합니다.
그 변화는 바로 파블로 덕분입니다. 아직 어린, 글도 모르는 아이지만, 파블로는 실반 할아버지의 악의 없는 진실한 마음과 낙천적인 모습을 볼 줄 알았고,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그처럼 현명하고 정직하며 사랑스러운 파블로의 모습이 두 할아버지의 마음을 연 것입니다. 파블로와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어린이
파블로를 이처럼 훌륭하게 성장시킨 것은 다름 아닌 대자연입니다. 눈부신 햇살과 동물들, 나무들과 선인장,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 모두가 파블로에게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한 책이었고 선생님이었습니다. 작가는 파블로의 입을 빌려 “책은 좋은 것이지만, 별들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를 읽는 법을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합니다. 책과 TV, 휴대폰, 컴퓨터에 파묻혀 더 이상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 시대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과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게으르고 거짓말쟁이인 실반 할아버지도, 괴팍하고 우울한 성격의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도 모두 누군가의 믿음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믿음은 결국 등장인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열쇠입니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자연’은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이자 인간이 지닌 선한 본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자연’을 간직한 아이, 파블로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세요. 어느덧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박주영(한우리열린교육 독서문화정보개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