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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빡친다. 네이버를 들락날락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에이, 벌레 같은 놈,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하도 그런 일이 잦다보니, 그때 나는 과연 무슨 벌레를 생각하고 있었나 오늘 한 번 곰곰 추적해보았지만, 욕에 동원되는 벌레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벌레의 이데아 같은 것인가?

 

벌레 벌레 하지만 사실 이름 아는 벌레 몇 안 되는 것도 참 벌레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파리, 모기, 개미, 벌, 바퀴벌레..... 그러나 우리 주위의 개미도 잘 살펴보면 몇 종류의 다른 개미고, 모기도 크기나 색깔이 천차만별인걸 보면, "황 산벌"이랄지 "Mark WheelBug"랄지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네들만의 이름이 있을진대, 파리야, 모기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야이 벌레야, 하고 부르는 것은 너무 폭력적이다. syo도 누군가 에라이 인간아, 황인종아, 하고 부르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벌레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얘들아, 미안하다. 벌레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너희들의 고귀한 이데아에 치명타를 입히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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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일은 아니지만, 내일은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하루 전에 미리 집계해 본다.

 

 

 

170821-170830 40권

 

읽기 / 쓰기 / 책  10권

 

 

 

 

 

1.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의 서평을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게 있어 그는 책에 관해서라면 항상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2. 평생공부 가이드

: 학문의 분류와 체계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하는데 너무 집요해서 약간 무섭다. 분류덕후. 그런데 이런 분류법을 어떻게 평생공부의 가이드로 삼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분류만 할 뿐. 원래 덕후란 그런 것이다.

 

3. 필사의 기초

: 나는 유유 출판사가 좋다. 별 것 아닌 듯 보여도 삶의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잔기술"들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온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4.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일과 일 이외의 삶 사이의 간격은 넓어야 할까, 좁아야 할까? 내가 사는 모양과 방식을 일터에서도 계속 관철해나갈 수 있는 삶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세상이 70억개가 되고 있다.

 

5. 서서비행

: 잊을 만하면 읽어줘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이미테이션 서평가 금정역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며.

 

6.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 '동네서점'이라는 단어는 발음해보면 어쩐지 설레는 울림을 빚는다. 그 울림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동네 서점'을 갖고 싶게 한다. 더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은 급기야 '나의 동네 서점'을 연다. 우리에게는 그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작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렇게 되었으면.

 

7. 어린이책 읽는 법

: 책도 정말 너무 좋지만, 인간 복제 기술의 상용화가 시급하다. 저자분 좀 복제해서 아이들 있는 곳곳에 배치하게.....

 

8. 공부책

: 구구절절 옳은 말을 하지만, 이 책이 대상으로 삼은 우리나라 독자들은 대부분 "공부책"을 "성적책"이라고 생각하고 손에 들었을 것이므로 아마도 크나큰 실망이 뒤따르겠다. 슬픈 일이다.

 

9.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외국어 공부에 불을 붙인다. 첫날은 온 세상을 다 집어삼킬 정도로 크고 뜨거우나, 일주일만 지나면 감자도 못 익혀 먹을 그런 조루 같은 불을.....

 

10. 책 먹는 법

: 독서카드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궁금했는데 도움이 된다. 원전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견해가 좀 다른데, 원전을 읽는 것이 물론 좋겠지만, 책 먹는 법을 몰라 "책 먹는 법"을 읽는 독자들에게 대뜸 해설서는 읽어봐야 타인의 해석을 먹는 것 뿐이니 원전을 읽으라고 말하면 좀 곤란하다. 지금 날더러『존재와 시간』을 읽으라굽쇼? 이가 나지 않은 아이는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야채 생뿌리를 씹어 먹을 수가 없는 법이다. 통촉하시옵소서.

 

 

문학  11권

 

 

 

 

 

11. 한 번 해도 될까요?

: 페미니즘 책으로 분류해도 완전히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로 성 담론을 둘러싸고 여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 잘 녹아있다. 솔직히 좀 야했고, 땡큐.

 

12.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

: 이 양반의 개그욕심과 끈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개그 코드는 나와 맞춤했다. 아주 시종일관 집중을 못하고 이야기가 산발되는 것이 마치 syo의 리뷰같다. 200년 전에 나도 있고 알라딘도 있었다면, 이 책은 아마 이 서재에 연재됐을 것이다.

 

13.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내가 시인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미 그 사람이 세상에 없었다. 그가 100권의 시집을 냈다면 시는 꼭 100권만큼 낮고 따뜻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는 단 한 권의 시집만이 남았다.

 

14. 숲 속의 빈터

: 최윤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지만, 최소한 99년의 최윤은 나와 잘 안 맞다. 다른 작품을 읽어 볼 의지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나저나, 단편 하나를 7000원에?

 

15.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부에 대한 열망과 항상 허망함을 낳는 부의 종점에 관해서, 피츠제럴드보다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16.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군대 놈들...... 이런 벌ㄹ, 아차, 또또.

 

17. 한 여자

: 이미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세상에 남겨놓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글쓰기를 택할 수 있을까. 그녀의 글은 "움직이는 정물"같다. 이 책은 그런 색깔로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18. 남자의 자리

: 같은 작가의 비슷한 글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번역의 차이일까,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대상의 차이일까. 나는 이쪽이 더 좋은데, 그것은 우리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내 아버지의 죽음을 그린다고 하면 위의 책보다 이 책처럼 하고 싶기 때문이겠다.

 

19. 애도 일기

: 롤랑 바르트의 독자적인 아픔의 리듬이야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겠지만, 슬픔이 그저 슬퍼함으로써 시간을 채우다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20.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 이것도 일종의 애도일 것이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누구보다 페소아를 사랑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미 60년 전에 죽은 이를 위해서 세상에서 자기밖에 할 수 없는 애도를 바친 셈이 되었다.

 

21. 전락

: 역시 거장은 거장이로구만. 이렇게 매끈한 문장이라니. 세 줄이면 요약될 줄거리로 요런 이야기를 만들다니. 이 대놓고 섹시함은 이 작품의 척추일까, 아니면 머리카락 같은 것일까. 뭐가 됐든 땡큐.

 

 

철학 / 인문일반  7권

 

 

 

 

22. 인간이라는 직업

: 과연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다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줄줄 이어진다.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책이 쉽지가 않다.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지만 번역자의 스펙이 짱짱한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23.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 뼛속까지 양반이라 몸은 상놈이나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타이즈를 입히고 러닝화를 신기는 책이다. 효과, 있다. 비록 뼈대는 상놈이나 마음만은 정승판서인 syo조차도 설득당했다.....

 

24. 행복한 시지푸스의 사색

: 내 생각에 아마 이 책은 하이데거 입문서 중에서는 가장 쉬운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은 쉽다. 어려운 것은 하이데거다. 어쩐지 그런 말이 생각난다. "치킨은 살 안쪄요. 내가 살쪄요."

 

25. 노력은 외롭지 않아

: 이걸 어디 분류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노오오오오오력이 괜찮은 충고로 유통된단 말인가?

 

26. 모든 사람은 혼자다

: 밑줄 치는 대신 옮겨 적었는데 하고 나니 필사.

 

27. 울트라소셜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어쩐지 하나의 큰 물줄기처럼 읽혀서 참 좋았다. 이 책 역시 기대하고 읽었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들었다기보다는 사전을 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28. How To Read 하이데거

: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어렵고, 하이데거라서 더 어렵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용어를 대단히 현실적인 상황에 대입해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치 / 사회 / 젠더  6권

 

 

 

 

29.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되는가

: 지젝은 참 요망해. 그의 글은 폭풍이고 내 정치적 관점은 그 앞에서 종잇장처럼 팔랑거리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식견이 얕아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참 멋있다, 저 연쇄살인곰처럼 생긴 남자는.

 

30. 디아스포라의 눈

: 서경식의 문장은 자체가 명문은 아니지만 그 안에 피가 돌고, 아름다운 수식어는 없어도 묵직한 실체감이 있다. 서경식이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주제가 분명히 있다.

 

31.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 됐다. 이제 원전들을 읽으면 된다...... 아아......

 

32.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무조건 다 알아야 하는 내용. 북플에 읽은 책으로 등록할 당시, 나보다 먼저 7명이 읽은 흔적을 남겼는데 모두가 별 다섯 개를 매겼다. 나도 그렇다.

 

33.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 나는 ~라는 책에서 ~라고 말했다. ~라는 말은 나도 xx년도에 생각했었는데- 뭐 이런 식의 말을 많이 쓰는 책이고, 많이 써야만 겨우 책이 되는 그런 책이다. 피상적이며, 독창적인 분석 같은 것도 찾기 힘들다.

 

34.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두 번 읽었는데, 솔직히 아무리 봐도 이 책은 위대한 수준이다. 페미니즘 분야의『코스모스』라 하겠다. 1도 모르지만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 고민 없이 권할 수 있는.

 

 

예술  1권

 

 

35. 기억극장

: 문장이 감정을 끌고 어디 멀리 다녀왔다. 돌아온 감정은 슬쩍 젖어 있었고, 나는 책을 덮었지만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자연 / 환경  2권

 

 

 

36.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사실 내 생활패턴도 환경파괴자에 가까우면서, 망해가는 생태계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고 어떨 땐 눈물도 좀 난다. 이게 다 가식일까? 그렇다면 그 가식을 진심으로 바꾸기 위해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37. 서울 사는 나무

: 사진은 좋은 것은 좋았다가 아닌 것은 말았다가 하는데, 글은 시종일관 맑고 아련하다. 글 공부를 해야겠다. 장세이 작가의 다른 글도 찾아봐야겠다. 그 글을 더 읽고 싶다.

 

 

미분류  3권

 

 

 

38. 시사IN 518

 

39. 염소의 맛

 

40. 시사IN 519

 

 

1년에 읽는 책의 절반을 7, 8월에 몰아읽는 것은 몇 년째 치르고 있는 연례행사다. 어느덧 8월이 끝났다. 올해의 수확도 거의 다 끝난 셈이다. 하루 하루 서늘해지고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온다. 살은 빈둥거려야 찐다. 놀기 좋은 계절이다. 8월에는 36+26+40=102권을 읽은 셈인데, 목표치를 달성했으니 이제 좀 놀아야겠다. 하루에 7권씩 읽는 사람도 어딘가엔 있다지만, 아무리 얇은 책이라도 나 같은 필부필부에게 두 달에 근 200권이면 이건 미친 놈 춤추는 거랑 비슷하다. 이제 책은 줄이고, 영어 공부를 좀 할까 싶다. 마음은 그렇다. 그러나 중독이라는 것이 또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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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저는 저 책들 중 세 권밖에 못읽었군요^^
이제 많이 읽었고....하늘은 높아지고 있으니 어디 훌쩍 바람을 쐬고 오시죠!!
그리고 영어와 함께 다시 박차를!!!

syo 2017-08-30 20:16   좋아요 0 | URL
그럴까봐요!! 양산에는 훌쩍 가볼만한 곳이 있을까요?

책읽는나무 2017-08-30 20:36   좋아요 0 | URL
양산엔 양산은 없지만....통도사 절이 유명합니다^^
사찰을 좋아하신다면 고즈넉하게 산책로를 따라 걸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을무렵 억새축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신불산 위에 올라 내려다 보는 풍경이 그럴 듯합니다.근데 산 타기는 무척 힘드니까 차를 끌고 어느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더라구요?
근데 1박2일에서 다녀간후 해마다 그 높은 산위에도 단풍색깔 같은 등산잠바 입으신 줄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참 법기 수원지 라는 곳도 제법 가볼만 할꺼에요.계속 일제시대부터 출입제한이 되었다가 5년 전인가?일부 약간만? 개방하였는데 공기가 제법 좋습니다.
그곳은 버스나 교통편이 그닥 안좋아 차를 가져가셔야 할껍니다.
봄엔 원동 매화마을에 매화축제때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그래도 무궁화 기차가 지나가는 강가근처에 할리스 커피숖이 생겨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 꽤 운치는 있을 듯 합니다^^
둘러볼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중소도시라 당장 생각나는 곳은 요정도밖에 없네요ㅜ
요렇게 대충 둘러보시다가 성에 안차면 바로 부산이나 울산 또는 경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30분에서 40분거리의 인근이거든요^^

syo 2017-08-30 20:43   좋아요 1 | URL
사찰은 사랑입니다.
그러고보니 통도사도 한 번을 가본 적이 없네요. 이러고서야.... 진짜 한 번 다녀와야겠네요.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가이드신줄^^

다락방 2017-08-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

syo 2017-08-30 22: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7-08-3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의 이데아. 마음만은 정승판서. 연쇄살인곰...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syo님 덕에 웃고 갑니다. 더불어 언제 읽을지 기약도 없이 쌓여만 가는 보관함 속 책들도 훌쩍 늘어났군요..
지난번 syo의 s는 무엇인가- 에 관한 글도 잘 읽었는데, y편은 언제 나오나요? 마감 앞둔 편집자처럼 독촉해봅니다. 유유는 syo님을 여전히 지켜보고 있을 겝니다(번뜩)

syo 2017-08-30 22:32   좋아요 0 | URL
아아.... y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사실 syo의 s가 ˝saeng각없다˝의 s라서...

그나저나 유유 관련 페이퍼를 올리고 며칠 뒤 ˝유유˝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으로부터 친구 신청이 들어와서 흠칫한 일이 있었습니다..

라로 2017-08-31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을 8월 21일에서 30일 사이에 다 읽으신 건가요??? 지가 님의 서재에서 읽은 글이 몇 안 되는지라 상황 파악이 안 되서요. ^😅알려주심 이런 질문 안 하겠습니다. 😳

syo 2017-08-31 06:50   좋아요 0 | URL
음, 다 읽고 덮은 날을 기준으로 기록하다보니 21일 이전에 읽기 시작한 책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

sprenown 2017-09-0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많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쓰다니 놀랍습니다. 독보적이네요..몸에 이상이 없을런지 걱정되기도 하고요.(감 한박스 보내드려야 하나? ㅎㅎ) 근데 벌레 이야기가 나와서 평소 궁금했던게 생각나네요.. 벌레와 곤충의 차이가 뭔지. 같은 건가? 곤충이 더 큰 개념인가? 아님 벌레가 그런가? 이 벌레같은 놈아.는 욕이지만 이 곤충같은 놈아 라고 는 잘 쓰지 않죠. 단순히 일상어와 학술어의 차이 일까요?

syo 2017-08-31 10:30   좋아요 0 | URL
서평이라 하기 부끄럽습니다. 100자도 안되는 것을요.

벌레와 곤충의 차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추 생각하기로 벌레는 우리가 일상 감각으로 보고 분류하는 범주가 아닐까요. 거미는 곤충은 아닌데도 벌레라고 느끼고, 지렁이도 애벌레처럼 벌레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하니까요. 정의는 잘 모르겠지만 벌레와 곤충의 용례는 완전히 겹쳐지거나 포함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7-08-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아픈데,괜히 쓰잘데기 없는 말을 했군요.. 곤충과 벌레가 뭐라고.. 좋은 곳에 힐링하시면서 혹사시킨 눈과 뇌를 편하게 쉬게 해주시고, 재충전한 후 더 좋은 책소개와 멋진 글 부탁드립니다!

syo 2017-08-31 10:32   좋아요 0 | URL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과 재충전과 책 소개는 장담드릴 수 있으나 ˝더 좋은˝과 ˝멋진 글˝은 뭐라고 미리 말씀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시이소오 2017-08-3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도적입니다. 두달에 200권이라니. 거기다 100자평까지. 아. 따라잡고 싶은데 이건 뭐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독서법‘ 이시니 감히 엄두가나지 않네요. 올해 몇권을 뽀개실지 기대됩니다. ^^

syo 2017-08-31 22:01   좋아요 0 | URL
그만 달릴겁니다 올해는 ㅎㅎㅎㅎ
그나저나 시이소오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아직까지도 알라딘을 휩쓸던 시이소오님의 무용담이 다 식지도 않았는데....

막시무스 2017-08-3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syo 2017-08-31 22:02   좋아요 0 | URL
아이고 무슨 그렇게까지나요;;
하는 것이 읽는 것밖에 없는 사람치고는 부족합니다....

2017-09-04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5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식 2017-09-0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읽다가 님 블로그를 들어와보게 되었는데 재밌는 글이 많네요. 특히 서평이 간결하고 재밌습니다. 서평 남겨주신 책들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문 서평가로 활동은 않으시는지요? 유유출판사에서 책 한 권 내시면 어떨까요. [책 읽는 법] 이런 걸로요. 앞으로도 좋은 책 나쁜 책 많이 읽고 재밌는 서평 많이 남겨주시길 바라며 댓글 남깁니다.

syo 2017-09-05 14:04   좋아요 0 | URL
어마어마하한 과찬이십니다. 알라딘에는 저보다 서평 잘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서평의 퀄리티 순서로 책을 낸다면 제 책은 아마 3017년쯤에 나오겠습니다....

루카님이 읽으시기에 재밌으셨다면, 그걸로 제 글은 역량 이상의 결과를 낸 것이므로 만족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유유에 적자를 안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5-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 읽었네요 지의 거장이십니다 북플은 저에게 늘 도전을 주는군요! Syo님 감사요!

syo 2018-05-07 08:31   좋아요 1 | URL
지의 거장이요? 아마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더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칭찬이네요 ㅎㅎㅎㅎㅎㅎ
karl21님 반갑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시네요.^-^

카알벨루치 2018-05-0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도전을 주세요 저도 가랭이 찔어질정도로 한번 도전해볼께요! Karl이란 이름/성이 참 좋더라구요 전 “자본론”을 대학때 펴들었다가 포기했는데, 작년에 만화로 읽었는데 그래도 마르크스의 심지는 굵던대요! 아직도 햇병아리에 불과한 독서걸음입니다 ㅎ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애들이 아직 안 일어나니 온 천지가 평온 그 자체네요 우아 이런 날도 있네 곧 깨지겠지만

syo 2018-05-07 09: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미친 독서 폭풍을 기원합니다. karl님도 즐거운 휴일 보내시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6-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syo는 정말 독서가가 직업이군요. 예나 지금이나. 책에 관한 책이라도 언능 써요. 네?? 이런 주문 혹 부담 돼요?? 그럼 안하고.^^;; <내방여행> 기웃하다 반가운 이름 있어 댓글 남김;

syo 2021-06-17 18: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먼먼 과거의 syo를 발견하셨군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철없고 발랄하던 시절의.....
부담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 말씀의 다른 버전일 텐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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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가면 가을이고, 아래도 꽤 서늘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여기는 대구다. 어젯밤 11시 기온이 27도였다. 그래도 오늘밤은 살 만하다. 

 

 

 

내가 대구는 덥니 뜨겁니 할때마다 사람들은 나한테 더위부심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위고 더위부심이고, 전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세요. 가져가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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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나 모레 쯤 하순에 읽은 책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올라오겠지만, 8월은 이러구러 100권을 채워 읽게 될 것 같다. 사실 그럴려고 악을 쓴 감이 있다. 20일까지 읽은 책이 66권에 이르지 못하자, 21일부터는 얇고 작은 책을 골라 양을 채우는 책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권모와 술수를 부린 결과라 해도, 100권이라는 것은 자못 무식한 양이 아닐 수가 없다.

 

장르의 편식도 심했다. 읽기/쓰기와 문학 부문이 파이를 와구와구 잡아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엄하게 찬밥 취급 받은 아이가 페미니즘이다..... 나는 도서관 3곳을 이용하면서 항상 12-15권을 대출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문학 장르는 먼저 소비되서 빠져나가고 자꾸 페미니즘 책들이 쌓이는 것이다. 심지어 구매한 책들까지 있는 마당이라 열나흘 안에는 다 읽어줘야 할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지금 7권이나 내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해서 얼추 2500페이지쯤 되니까, 하루 178.5714285714쪽씩 읽으면 되겠네? 와, 열라 쉽군? 자, 그럼 7권의 사무라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3

 

   

 

 

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 제일 먼저 읽고 반납해야 할 책인데, 한 50쪽 읽은 상태다. 이론서가 아니기 때문에 착착 넘어갈 것을 기대하였으나, 이게 또 부분 부분 재미 있었다가 없었다가 하는 바람에 캄캄하다. 기약이 없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이민경

: 이전에 읽은 경험이 있다. 게다가 7권의 사무라이 가운데서 가장 말랑말랑하므로 숨통을 좀 틔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권김현영 외

: 많은 독자들이 읽고 인류애 상실을 호소하는 악명 높은 책이다. syo 역시 분노하는 남자이므로, 분량에 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심지어 팔랑팔랑 넘겨 봤더니 본격 학술서. 아아.....

 

젠더와 사회 / 한국여성연구소

: 말 다했다. 가장 방대한 양. 최고의 난적. 명실공히 얘가 두목. 두 챕터를 읽은 상황이나, 다시 봐도 처음 본 것 같을 것이다. 그나마 내 책이라 반납 기한 같은 것이 없으므로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룰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페미니즘의 개념들 /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 이것은 사전이다. 사전은 모름지기 발췌독이지. 중학교 국어시간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사전을 한 장 한 장 다 읽고 있다는 말을 했던 아이는 칭찬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오랑캐 조선말 배우냐, 그걸 다 읽고 앉았게. 오랑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 리베카 솔닛

: 사실은 제일 기대하고 있는 책이지만 그리 촉박한 느낌이 아니라 뒤에 읽으려 했다. 그런데, 조만간 학교 앞으로 방을 구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동생이 자꾸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 좋은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긴 한데, 이대로 손놓고 내줄 수는 없는 일이지. 무려 리베카 솔닛 신작인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 그래서 이 책이 전작이므로 반드시 이것부터 읽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뻥을 쳤다. 잘도 낚인다. 나는 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으므로 여유롭다. 동생은 책 읽는 속도가 느리므로, 이 책을 다 읽고 오라버니의 신묘한 계략에 걸려들었음을 깨달을 때쯤이면 넌 이미 나가 있고 난 이미 신작을 다 읽었을 것이다. 하하하, 넌 그렇게 또 당하는 거고, 앞으로도 영원히 당하는 거란다, 이 무지렁이야.    

 

아, 저 무지막지한 사무라이들과 syo의 대결, 과연 승부의 결과는 어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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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08-3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다독가 시네요... 부럽습니다.

syo 2017-08-30 13:05   좋아요 0 | URL
아.... 제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데다가 얇고 쉬운 책을 주로 고른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전 그리 다독가도 아닙니다....

sprenown 2017-08-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사무라이들과 syo의 대결결과는 syo의 승! 이 확실하네요.

syo 2017-08-30 13:52   좋아요 0 | URL
syo가 감사를 전합니다!
제일 작은 놈으로 한 놈 격추시킨 상황입니다.

cyrus 2017-08-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느 분의 리뷰에서 리베카 솔닛이 남성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을 봤어요. 저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만 읽었어요. 그 책을 읽은지 오래 돼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는데, 솔닛이 책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를 공격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어제 자꾸 그 내용이 마음에 걸러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yo 2017-08-30 14:2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아직은 이런들 저런들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내로 두 권 다 읽게 되겠네요. 저도 한 번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08-3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 위의 인생> 부분 부분 재미 있었다가 없었다가~~ 에서 박수 칩니다.
저도 그래서 다 읽지 못 하고 반납을... ㅠㅠ

사무라이들과의 대결에서 꼭 승리하시길^^

syo 2017-08-30 15:0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이기지 못한 무시무시한 사무라이가, 이제 겨우 25%만을 보여줬을 뿐인데 벌써 힘이 부쳐하는 조무라기라며 저를 도발하고 있습니다...
 

 

1

 

 홍시

 

 아버지가

 감을 보내셨다

 바쁘게 다니다

 이제서야 열어 보았더니

 물크러진 붉은 얼굴이다

 어디서 본 듯도 하다

 어느 늙은 마음이

 조용히 바람 맞는 언덕에서

 내게 온 얼굴이다

 익은 그리움이다

 말간 놈으로 몇을 골라

 방 나누어 쓰는 친구 건네고 나는

 무른 놈

 짓무른 데부터

 혀를 대 본다

 술맛이 난다

 노인이 술을 즐겨 자셨다

- 2010. 11. 24

 

 

2

 

아직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일이다. 가을이면 아버지는 감을 보내오곤 했다. 먼 길을 밟아 온 감은 꼭 어딘가 터져 있었다. 어차피 터져서 절반은 못 먹게 되니 이런 거 그만 보내라고 말을 하면 아버지는 절반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됐다며 고집을 피웠다. 늙어도 고집은 늙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도 두 번 거절하지 않았다. 저 시를 쓰게 된 건,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이 글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버지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이제 감밖에는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랬다. 다 물크러진 감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 아버지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하지만, 내 마지막 선물이 저 시가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될 줄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3

 

아버지는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가정조사서류에는 꼭 고졸이라고 적는, 기왕 하는 거짓말이라면 통 크게 대졸이라 속일 수도 있었을텐데도 고졸이라고 써 넣고는 마치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기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어리숙한 사람이었다. 아들의 교육에는 관심이 없었고, 책을 적게 사 주는 무심한 사람이었다. 고집이 세 당신 한 몸은 당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 사람이었지만, 당신을 닮아 고집 센 아들의 팔목을 비틀어 법대를 보내지는 못한 허술한 사람이었다. 딸처럼 키운 조카가 기대에 썩 못미치는 신랑감을 데려와 결혼을 통보했을 때, 안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한 시간을 목놓아 울어 놓고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에서 나와 부은 눈으로 결혼을 허락한 사람이었지만, 정작 당신 딸은 그 남자 친구 한 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성미 급한 사람이기도 했다. 암으로 간의 절반을 떼어내 놓고도 끝내 술을 버리지 못해 아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모질고 모자란 사람이었다.  

 

 

4

 

처음 병실에 들어선 날을 기억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싯누런 미소를 처음 마주한 순간, 아들은 이미 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곧 괜찮아 질거라는 허튼 말로 아들을 맞았지만 그 말은 지금 당신이 괜찮지 않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잠이 많아졌다. 바늘처럼 가느다래진 그 초라한 생명의 옆에 앉아서 아들은 감을 생각했다. 물러터진 감의 달면서도 시큼한 맛을 떠올렸다. 그리고 옆에 누워있는, 저 금방이라도 흐물흐물 터져 병실 바닥으로 쏟아질 것 같은 누런 감의 빈약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조금 울 수 있었다. 울음의 냄새를 맡은 아버지가 일어나 말없이 웃었다.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가 다시 미워졌다. 미우므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버지, 나는 당신이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습니다. 나는 애도를 시작했습니다. 의사가 당신의 눈을 감기며 어떤 시간을 불러줄 때, 눈동자를 흔들지 않고 당신이 식어가는 모습을 또렷이 바라볼 겁니다. 당신의 영정 옆에 서면 곡을 하겠으나, 영전에 향을 바치는 이가 나의 오랜 친구라면 나는 괜찮다, 슬쩍 미소를 보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하얀 베옷을 입고 재가 되기 위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때쯤에 나는 아마도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될 겁니다. 당신께는 퍽 야속하겠으나 이 모든 것이, 지금 당신이 그 얼굴에 칠해 놓은 누런 분장을 지우며, 이게 다 재밌는 농담이었다고, 그 좋아하는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며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벌어질 일들입니다.  

 

 

5

 

아버지는 겨울에 떠났지만 아들은 가을이 오면 기일처럼 아버지를 생각한다. 여름의 뒷모습이 보인다. 오늘 우연히 세 권의 책을 읽다가 가을이면 감을 보내주던 사람을 생각했다. 다시는 배송되지 않을 감을 한번 더 생각했다. 애도는 옛날에 끝났고, 가을이 와도 더는 슬프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한 박스의 감을 생각한다. 절반이 아니라 전부가 터져나갔더라도, 한 상자의 감을 다시 받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감은 누런 색이어도 밉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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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8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8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8-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와도 더는 슬프지 않다는 말이 마음아파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를 먹고 사람들의 빈 자리를 만나게 되더라구요.;;

syo 2017-08-29 06:50   좋아요 1 | URL
제가 죽음에 대해 뭔가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을 겪어나간 방식이 앞으로 또 다른 죽음들을 맞아 애도하는 방식을 결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버지를 여읜 적이 있어서 쇼 님의 애도가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syo 2017-08-29 11:42   좋아요 0 | URL
어느 정도는 본질적으로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거군요...

sprenown 2017-08-3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라는 시가 생각나네요...늦었지만 삼가 명복을 빕니다. 주소 알려주신다면 감 한박스 보내드리고 싶네요..주황색으로 밝으시레하면서 물컹한 놈으로.

syo 2017-08-30 15:04   좋아요 1 | URL
하하하, 감사합니다.
문태준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시인이지요.
감은 말씀만으로도 먹은 기분입니다. ˝밝으시레하다˝는 표현은 살면서 첨 듣는데, 어쩐지 말맛이 있습니다.

sprenown 2017-08-3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그스레하다˝가 옳은 표현이네요..철자법도 제대로 모르고 엄벙덤벙 적었네요.

syo 2017-08-31 15:03   좋아요 0 | URL
어차피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데 굳이 옳은 표현에 집착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발그스레하다˝는 말은 빨갛다는 느낌이 들지만 ˝밝으시레하다˝고 쓰니까 밝다는 느낌이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AgalmA 2017-09-0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이상하게 절절입니다! 절절맨다 그거 말고요.

syo 2017-09-02 18:44   좋아요 0 | URL
절절맨다 그것도 매력적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0-0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자의 자리>읽고 난 한 어머니가 남편의 부재의 슬픔에 잠겨 펑펑 울었다해서 읽고싶은데 품절이고. 근데 syo님 글 읽으니 가슴이 쒜 해지고 코끝은 시큼해지고 눈은 퀭해지네요~마음이...^^

syo 2018-10-05 20:36   좋아요 0 | URL
대출을 이용해서 한 번 읽어 보세요 ㅎㅎㅎ 아니 에르노는 뭘 읽어도 좋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0-05 21:12   좋아요 0 | URL
아니 에르노 <한 여자>읽으면서 가슴이 갑자기 멍했지요! 그런 느낌은 ‘벌거벗은 글쓰기’의 아니 에르노만이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syo님 굿뜨!

공쟝쟝 2019-03-2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 동....ㅠㅠㅠㅠ

syo 2019-03-27 09: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뭘 또 이렇게까지 ㅎㅎㅎ
 

 

 

 

 

 

 

치사하게 굴지 말자.

 

그들이 동성애가 소수라고 여기고 짓누를 때, 그들은 문화나 가치관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 섭리, 진리, 도덕, 인간 따위의 거대하고 추상적인 말을 시위에 매겨 소수자를 겨냥한다. 동성애는 문화나 가치관의 문제로 다뤄지지만 근본은 그 중의 무엇도 아니다. 향유하기 위해서 집단 문화나 개인적 가치관이라는 보조자의 힘을 빌려올 필요가 없는 타고난 권리일 뿐이다. 동성애자들은 그들을 향해,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 동성애를 하지 않을래? 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대로 그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며 구역질한다. 당사자도 이해관계자도 아니면서 자신들에게 허락하거나 금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말들이 자신들에게 그런 자격을 부여한다고 믿는다. 추상적인 말의 화살을 계속 날린다. 소수자들은 문화나 가치관이라는 얇고 허약한 방패라도 빌려와 스스로를 지키고 싶지만, 그들은 들어주지 않는다. 자연, 섭리, 진리, 도덕, 인간. 거대한 단어를 투석기에 실어 계속 날릴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역전의 순간이 온다. 항상 그랬다. 그것은 추세다. 우리가 오늘날 노예나 신민이 아닌 것은, 처음에는 소수자였던 사람들이 자연, 섭리, 진리, 도덕을 제것마냥 휘두르던 다수자들로부터 다양한 자유들을 하나씩 찾아와 품에 안고 마침내 스스로 다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도 노예거나 신민이라 해도, 같은 방식으로 언젠가 해방은 올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그랬듯 자연, 섭리, 진리, 도덕, 인간과 같은 말들이 지금 소수자인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다수자로 만들어 줄 때, 오늘의 다수자였던 그날의 소수자들은 문화나 가치관이라는 얄팍한 말 말고는 손에 들 수 있는 것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발 오늘 치사하게 굴지 말자. 거대하고 실체가 없는 말 말고는 상대를 때릴 수 있는 무기가 없을 때, 그건 지금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인간은 신에 의해 자기를 해명할 수 없다. 오히려 신이 인간에 의해 해명된다. 신의 부름이 들리는 것은 사람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인간이 거기에 응답하는 것은 철저하게 인간적인 기획에 의해서이다. 그러므로 만일 신이 실존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초월성을 인도하기에는 너무나 무력하다. 인간은 오직 다른 인간들로 이루어진 상황 속에 놓여 있을 뿐이다.

_ 시몬 드 보부아르,『모든 사람은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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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책 / 폴 서루 /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여행기를 읽지 않는다. 남이 다녀 온 남의 땅 이야기를 읽어 어디다 쓸 것이냐는 이유였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즐기는 이야기는 남의 책 남이 읽은 이야기였다! 순간 정체성에 구멍나는 소리가 들렸다. 비밀이지만 syo의 s는 사실 "si종일관"의 s이므로, 나는 급히 일관성을 보수하러 나섰다. 평소 의지하는 멘토께 여행책 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라는 책을 권해왔다. 웃음기 싹 빼고 진지하게 권했다. 심지어 검색해보니 책 표지에 적힌 제목도 진지한 명조체였다. 심지어 빨강색이라서 궁서체와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진지함. 나는 침을 삼켰다. 신중히 리액션을 고르는 내게, 그분은 자신이 그 책을 읽고(손에 들고) 혼자서 훌훌 베트남에 국수를 먹으러 갔다온 여행기를 링크해 주셨다. 메인플롯을 "책-국수-원 비어-국수-침대-원나잇좌절-스테이크-설사-버스아저씨"라고 요약할 수 있는 그 이야기는 정말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그만 여행기를 읽고 싶은 내 욕망을 증발시켜버렸다! 결국 어느 나라를 다녀온 책을 읽어야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굉장히 포괄적인 제목의 책을 뽑아 들었다. 그랬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bad friends중 한 명인 이 여행기의 대가는 20페이지부터 대뜸 나를 아연하게 만든 것이다.

 

어떤 곳이 낙원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면 이내 지옥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공리에 가깝다.(20)     

 

 

 

어린이책 읽는 법 / 김소영 / 유유

 

이럴 줄 알았으면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거였다. 인간 복제 기술을 완성하는 거였다. 그랬다면 나는 아마 차별, 범죄, 국론분열을 비롯해 우리 나라에 산적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저자인 김소영 선생님을 복제해서 각급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배치함으로써.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메시아고, 알고보니 나는 독서만능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땅의 평화와 밝은 미래는 말과 말이 통하는 사회가 도래하느냐 마느냐에 달렸으므로, 지금이라도 책쌤10만양병설을 주장해 본다. syo의 s는 알고보면 'sip만양병'의 s이므로.

 

아차, 그리고 꼭 인용하고 싶은 부분.

 

이런 책들(저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내가 볼 떄 이건 분명 이지성과 그 워너비들이 싸놓은 종이뭉치들을 의미한다!)을 읽으면서 나는 어른이 아이의 독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조를 본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어린이도 역시 '독자'라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가르칠 대상으로만 보는 것, 어린이의 생활과 개성을 무시하고 책 읽기를 최우선 가치로만 여기는 것이 과연 어린이와 책 사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나는 안 든다.) (24)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 김욱동 외 옮김 / 민음사

 

'짜장면vs.짬뽕', '엄마vs.아빠', '부먹vs.찍먹'이 같은 수준의 질문이라고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명망있는 연구진의 오랜 연구 끝에 드러나길, 저 세가지 질문은 작동하는 방식이 천지차이다. '짜장면vs.짬뽕'은 기호와 기분과 기억의 문제다. 결정은 내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오늘은 어쩐지 어느 쪽이 더 끌리는가, 최근에 먹은 것은 어느 쪽인가를 두루 고려해서 내려지므로 유동적이면서 내부적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엄마vs.아빠'의 경우, 이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함은 물론, 엄마 아빠의 현 위치, 그들과의 거리, 그들의 기분 상태 등등을 두루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동적이지만 내부와 외부를 모두 고려하는 결정이 되겠다. 마지막 '부먹vs.찍먹'의 경우는 극단적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배제와 추방, 독점, 그리고 학살의 문제다! 탕수육은 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먹인데 당신이 찍먹이라면 우리는 기어이 피를 봐야 한다. 양보란 없다! 타협도, 변화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많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은 봤어도 부먹에서 찍먹으로 개종하는 사례는 정말 한 차례도 목격한 바가 없다.

 

나는 피츠제럴드를 사랑한다. 물론 syo의 s는 'Scott Fitzgerald'의 s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와, 그의 문장과, 그의 문장이 겨냥하는 그것들을, 한꺼풀 벗기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망한 그것들과, 그래도 기어이 그것들을 겨냥하는 그의 문장과, 그런 문장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스스로 그런 자신을 비참하게 생각했던 잘고 약한 남자 피츠제럴드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게 '도스토옙스키vs.톨스토이'는 '짜장면vs.짬뽕'에 가까운 질문이더라도, '피츠제럴드vs.헤밍웨이'는 '부먹vs.찍먹'에 가깝다. 나도 평소에는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의아해하다가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또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문장들 때문일까.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해메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팔의 근육이 저려올 때까지 그녀를 꼭 껴안을 수도 있었다. 그녀야말로 갖고 싶은 고귀한 그 무엇이었고, 분투한 끝에 마침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옛날 어스름 속에서나 산들바람 살랑거리던 밤에 주고받은 그 속삭임은 이제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_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분별 있는 일'」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김태정 / 창비

 

보부아르가 그런 말을 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편에 서 있는 한 지식인은 결코 프롤레타리아가 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곁에 서 있는 지식인일 뿐이다." 나는 프롤레타리아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닌 한낱 룸펜 나부랭이지만, 부끄러움의 크기는 작지 않다. 읽기 때문이고, 읽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는 또 이렇게 말한다.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울게 하고 웃게 한다.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 그 모든 것들을 실천해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건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내가'해야 하는 일이다."

 

자기네들이 물대포라고 주장하는 그 미친 대포를 얻어맞으며 백남기 농민이 바닥에 나뒹굴던 순간, 나는 그곳으로부터 걸어서 한 시간 거리도 떨어져 있지 않은 내 작은 방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처음에도 그럴 수 있었고, 나중에도 그럴 수 있었다. 모든 국면에서 가능했던 나의 걸음을 잡은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두려움? 귀찮음? 부질없음? 백남기 농민은 대학로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고, 병원 길에 세워져 있는 농성텐트 앞을 나는 바닥을 뚫을 듯 깊이 고개를 숙인 채로 지나가야 했다. 그 감정은 또 무엇이었을까? 미안함? 죄책감? 부끄러움? syo의 s는 그저 'so시민'의 s였을 뿐이었다. 

 

김태정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자신이 노래했던 시 속의 모든 인물의 옆에 앉아 보았다. 그녀는 들었고, 이야기는 그녀의 약한 몸을 몇 바퀴 깊이 돌다 시가 되어 나왔다. 겪은 것들을 시로 썼고, 시로 쓴 것을 겪었다. 그렇지만 김태정은 끝없이 부끄러워했다. 겪고도 쓰지 못한 것과, 쓰고도 겪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다가, 쓰다가, 다시 부끄러워하다가, 쓰다가, 김태정은 떠났다.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내가 그녀의 존재를 알았을 때 그녀는 이미 존재를 비웠다. 그래서 나는 한 권의 시집을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이 한 권의 시집은 너무 무거워 나는 읽어도 읽어도 다 읽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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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8-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 와 o 도 궁금해집니다. ㅎㅎ^^

syo 2017-08-24 2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회 닿으면 한 번 잘 갖다붙여 보겠습니다. 뭔들 못 만들까요, 어차피 멋대로 지어내는건데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8-2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쇼님 부지런히 읽고 쓰네요. 전 오늘도 술 마시느라 읽고 쓰기 패쓰...(시무룩) 쇼님은 성큼성큼 자꾸 앞으로 나아갑니다.

syo 2017-08-24 23:52   좋아요 0 | URL
저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휴무입니다 ㅎㅎ

다락방 2017-08-25 07:12   좋아요 0 | URL
왜요왜? 어디 놀러가나요?

syo 2017-08-25 07:23   좋아요 0 | URL
서울나들이갑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17-08-25 07:26   좋아요 0 | URL
우앙 서울에서 뭐할건데요? @.@

syo 2017-08-25 07:27   좋아요 0 | URL
친구 결혼식가서 축가부릅니당 ㅎ

다락방 2017-08-25 07:28   좋아요 0 | URL
우앗 축가라구요????!!!!!!!!

syo 2017-08-25 07:3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그래서 오늘 저녁은 축하 연습, 내일은 결혼식, 모레는 원기회복 차원에서 휴뮤입니다

다락방 2017-08-25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제가 빠뜨렸는데요, 저도 피츠제럴드를 정말 사랑해요. 정말로요. 혹시 그의 단편 <컷 글라스 보울>을 읽어봤나요? 진짜 어매이징한 작품이에요. 짱임요!

syo 2017-08-25 08:16   좋아요 0 | URL
읽어봤을 것이나 언제나 그랬듯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단발머리 2017-08-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어린이책 읽는 법>의 어린이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마음에 와닿네요.
읽어야할 책의 범위가 방대한 경우 필독도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들 필독도서를 읽히지 않는 엄마의 의견),
모든 필독도서를 읽어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구요. 어린이들의 ‘감‘을 믿어봐야 한다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스스로의 감으로 책을 고른 아이들이 오래 오래 책읽을 수 있고, 책 자체를 좋아하는 진정한 독자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구요.

아름다운 축가 부르시고요(알라딘에 음성 파일 올려주는 센스^^)
즐거운 서울 나들이 되시길요~~

북깨비 2020-06-12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남의 책 남이 읽은 이야기 저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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