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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가면 가을이고, 아래도 꽤 서늘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여기는 대구다. 어젯밤 11시 기온이 27도였다. 그래도 오늘밤은 살 만하다.
내가 대구는 덥니 뜨겁니 할때마다 사람들은 나한테 더위부심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위고 더위부심이고, 전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세요. 가져가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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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나 모레 쯤 하순에 읽은 책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올라오겠지만, 8월은 이러구러 100권을 채워 읽게 될 것 같다. 사실 그럴려고 악을 쓴 감이 있다. 20일까지 읽은 책이 66권에 이르지 못하자, 21일부터는 얇고 작은 책을 골라 양을 채우는 책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권모와 술수를 부린 결과라 해도, 100권이라는 것은 자못 무식한 양이 아닐 수가 없다.
장르의 편식도 심했다. 읽기/쓰기와 문학 부문이 파이를 와구와구 잡아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엄하게 찬밥 취급 받은 아이가 페미니즘이다..... 나는 도서관 3곳을 이용하면서 항상 12-15권을 대출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문학 장르는 먼저 소비되서 빠져나가고 자꾸 페미니즘 책들이 쌓이는 것이다. 심지어 구매한 책들까지 있는 마당이라 열나흘 안에는 다 읽어줘야 할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지금 7권이나 내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해서 얼추 2500페이지쯤 되니까, 하루 178.5714285714쪽씩 읽으면 되겠네? 와, 열라 쉽군? 자, 그럼 7권의 사무라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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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 제일 먼저 읽고 반납해야 할 책인데, 한 50쪽 읽은 상태다. 이론서가 아니기 때문에 착착 넘어갈 것을 기대하였으나, 이게 또 부분 부분 재미 있었다가 없었다가 하는 바람에 캄캄하다. 기약이 없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이민경
: 이전에 읽은 경험이 있다. 게다가 7권의 사무라이 가운데서 가장 말랑말랑하므로 숨통을 좀 틔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권김현영 외
: 많은 독자들이 읽고 인류애 상실을 호소하는 악명 높은 책이다. syo 역시 분노하는 남자이므로, 분량에 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심지어 팔랑팔랑 넘겨 봤더니 본격 학술서. 아아.....
젠더와 사회 / 한국여성연구소
: 말 다했다. 가장 방대한 양. 최고의 난적. 명실공히 얘가 두목. 두 챕터를 읽은 상황이나, 다시 봐도 처음 본 것 같을 것이다. 그나마 내 책이라 반납 기한 같은 것이 없으므로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룰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페미니즘의 개념들 /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 이것은 사전이다. 사전은 모름지기 발췌독이지. 중학교 국어시간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사전을 한 장 한 장 다 읽고 있다는 말을 했던 아이는 칭찬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오랑캐 조선말 배우냐, 그걸 다 읽고 앉았게. 오랑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 리베카 솔닛
: 사실은 제일 기대하고 있는 책이지만 그리 촉박한 느낌이 아니라 뒤에 읽으려 했다. 그런데, 조만간 학교 앞으로 방을 구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동생이 자꾸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 좋은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긴 한데, 이대로 손놓고 내줄 수는 없는 일이지. 무려 리베카 솔닛 신작인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 그래서 이 책이 전작이므로 반드시 이것부터 읽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뻥을 쳤다. 잘도 낚인다. 나는 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으므로 여유롭다. 동생은 책 읽는 속도가 느리므로, 이 책을 다 읽고 오라버니의 신묘한 계략에 걸려들었음을 깨달을 때쯤이면 넌 이미 나가 있고 난 이미 신작을 다 읽었을 것이다. 하하하, 넌 그렇게 또 당하는 거고, 앞으로도 영원히 당하는 거란다, 이 무지렁이야.
아, 저 무지막지한 사무라이들과 syo의 대결, 과연 승부의 결과는 어찌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