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따지냐?

 

 

 

1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박이문 선생님이 쓰신 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감히 선생님께 맞덤비자는 것은 아니지만, syo라는 인간의 머릿속에도 철학적 개념이라는 것이 들긴 들었는지, 도무지 선생님의 말씀이 턱턱 걸려서 진도를 빼기가 힘들다.




ⓖ 한국 사람은 얼굴빛이 노랗다.

ⓗ 한국 사람은 마음이 착하다.

ⓘ 우주는 하느님이 만드셨다.

ⓙ 처녀는 결혼하지 않았다.

ⓚ 아름다운 처녀는 마음을 끈다.

ⓛ 금송아지는 금으로 되어 있다.

 

가 사실인가 아닌가를 알려면 실제로 한국 사람의 얼굴빛을 조사해봐야 하며한국 사람들의 마음씨를 경험을 통해서만 알아봐야 할 것이다그 이외에는 알 도리가 없다이 반면에 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알아볼 아무것도 없다다만 그 진술에 쓰인 언어의 의미를 분석하면 결정될 수 있다전자의 예가 종합적 진술에 속하고 후자의 예는 분석적 진술에 속한다.

박이문철학이란 무엇인가』 54 


선생님은 명제, “아름다운 처녀는 마음을 끈다라는 문장을 분석적 진술, 그러니까 그 진술에 쓰인 언어 속에 이미 그 진술의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에 아무런 새로운 지식을 보태주지 않는 진술로 보고 계신데,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는 뭐였을까?

 

심지어 수학에서 보면 아예 명제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저 문장이 분석명제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처녀라는 단어의 정의에 마음을 끈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처녀에게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의 예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처녀에 마음이 끌리는 것이 당연한 주체는 보편 주체가 아니라 특정 주체다. 박이문 선생님이 무엇을 당연시하면서 무엇을 백안시하는지가 선명히 드러나는 지점은 아닐까.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박이문 선생님이 유학하던 1960년대, 한국이라는 제3세계 끄트머리 국가 출신의 동양인이 세계 학문의 중심지에서 그야말로 변방인으로서 느껴야만 했던 비애가 있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의 학문, 그들의 언어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들의 학문과 언어를 배우며 일었던 소회 같은 것이 없을 수 있었을까. ‘인간이 당연히 서구의 백인(그리고 남성)을 지칭하는 언어로 이루어진 학문 체계 속에서 겪어야 했을 배제의 경험을 우리는 상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디폴트 인간에 대해 좀 더 첨예한 비판의 관점을 지니게 될 거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근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2

 

칸트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명제를 종합 명제분석 명제로 구분하는 그 이분법은 너무 기계적이다. 양극단 사이에서 언어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색깔들을 무시하고 무지개를 빨강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로 보이게 한다. 예를 들어, “처녀는 결혼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처녀라는 단어 속에 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분석명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문장의 분석명제성이랄지, 분석명제력이랄지, 분석명제점수랄지 뭐 그런 것이 과연 금송아지는 금으로 되어 있다라는 문장의 그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처녀라는 단어와 금송아지라는 단어를 뒤흔들 수 있는 사태의 집합은 그 크기가 다르다. 다시 말하면 처녀=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는 공식은 금송아지=금으로 만든 송아지라는 공식과 엄밀성의 정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더 간단히, 금송아지라는 단어가 초콜릿이라면 처녀라는 단어는 핫초코라고 할까.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20세 여성을 처녀라고 칭하는 사람의 수와, 결혼하지 않고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을 키우는 40세 여성을 처녀라고 칭하는 사람의 수가 과연 동일할까? 그게 다르다면, '처녀'라는 단어에 합의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사용자가 동의해야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언어가 언어사용자들의 관념에 영향을 받는 걸쭉한 수프 같은 형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처녀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문장과 금송아지는 금으로 되어 있다는 문장을 분석명제라는 집합 속에 밀어 넣을 때 칸트가 상정한 언어는 언어가 아니라 언어의 박제였다.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답습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이문 선생님은 줄곧, 언어의 세계(의미차원)와 존재의 세계(존재차원)의 이분법을 강조하신다. 베르그송이나 하이데거 같은 대철학자들과, 데리다 같은 젊은’(!) 철학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그 두 가지 세계를 자꾸 버무리는 데서 발생한다고 한탄하신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제시한다.

 

하나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우리는 바닷속의 어류와 그것을 잡기 위해 만든 어망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우리는 흔히 필요에 따라새우를 잡느냐 오징어를 잡느냐에 따라 일정한 모양의 어망을 뜬다알맞은 어망을 사용할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물고기를 잡게 된다말하자면 그물에 고기가 걸려든다이런 의미에서 물고기와 어망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그러나 사실상 어망과 물고기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물고기는 존재하는 물체로서 그것대로 어떤 질서 속에 그것대로의 질서를 갖고 있으며어망은 물고기나 그것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는 아무 관계 없이 어망이라는 조직으로 있다물고기나 그것들이 살고 있는 환경은 우리의 뜻대로 바꿀 수 없는 자연에 속하지만어망은 우리가 우리의 꾀대로 만들 수 있는 문화즉 사고의 체계에 속한다이러한 사고의 체계즉 어망은 물고기 잡는 일물고기 자체와 아무 상관 없이 여러 가지로 짜여질 수 있다그러나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때에 따라 물고기와 직접 관계없는 어망도 물고기를 얽어 잡아낼 수 있다.

  여기서 물고기는 사물에 해당되어 존재차원에 비유되고어망은 언어에 해당되어 의미차원에 비유된다.

같은 책, 63-64

 

그러나 선생님의 비유야말로, 언어와 존재 사이의 막강한 상관성을 증명한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기 위한 어망은 다른 작은 물고기들이 그물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성기게 만든다. 어망이 고기의 크기를 반영하는 것이고, 돌려 말하면 목표 물고기가 어망의 특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어망으로 어부들이 오랫동안 그 바다에서 물고기를 분별없이 잡다 보면, 커다란 물고기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게 되고, 같은 종이지만 덩치가 조금 더 작다 보니 그 어망 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는 녀석들이 생존 경쟁에서 유리하여 상대적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그 어종의 지배적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어망의 특성이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이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으로 물고기의 특성을 바꾸는 상황이다. 거칠게 말해서, 어망이 고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선생님 역시, 칸트와 마찬가지로 특정 시점에 정지된 상태의 언어와 존재를 분석하시기 때문에 비슷한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면은 분석하기 좋고 아름다워서,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면 시간이 가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인지.

 

 

 

3

 

따지지 않고 읽으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아서, 누르고 누르다 한 번 대든다. 그리고 또 누르고 누르러 간다.

 

 

 

--- 읽은 ---


 

226. ,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 / 2020

 

읽으면서는 발췌를 위해 캡쳐를 좀 해놨는데, 막상 옮겨 적으며 다시 읽는 과정에서 이건 안 옮겨도 되겠군, 이것도, 이것도, 이렇게 하나하나 자르다 보니 몇 문장 남지 않았다. 장강명의 소설이나 소설가로서의 장강명을 아끼는 마음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이래저래 나하고는 맞지 않아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그려봐도 그다지 설레지 않아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독서는 그냥 무심한 마음으로 끝났다. 시종 강조하는 말하고 듣는 인간읽고 쓰는 인간의 대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쓰는 인간 방향으로 가까이 갈 필요가 있는 듯하다. 내가 서 있는 해발고도에서는 그가 보는 풍경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227. 마주 보기

장자크 상페 지음 / 배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18

 

아무리 차가운 풍경을 그려도 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말재간 진짜 어마어마하다.

 

 

 


228.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


책 속의 한 대목을 책 생긴 그대로 옮겨본다.

 

직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친정엄마 도움을 받아야 했던 나는

결혼 5년 동안은

친정이 있는 강동구 언저리에 있어야 했다.

친정 가까운 곳에서

내가 가진 돈에 맞는 집은

 

시도 아닌데, 대체 이런 편집 왜지?

 

그렇다고 대단히 아름다운 에세이도 아니며, 대단히 특별한 이야기도 없다. 이 책으로 syo의 마음은 하나도 충전되지 않았습니다.

 

 

 

--- 읽는 ---

성의 역사 1 / 미셸 푸코

철학이란 무엇인가 / 박이문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 이규리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짐 홀트

스무 살 / 김연수

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오닐

반부패의 세계사 / 김정수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1-3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지려고 읽는 거니 열심히 따지며 읽으십시다. 저거 친정엄마 나 시인 줄 알고 몰입해서 읽었는데...그런 의도의 편집인 거죠. (그리고 심지어 타겟에게는 먹히는 컨텐츠...)

반유행열반인 2020-11-30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진 돈에 맞는 집은
하고 딱 끊어서 절묘했나 보네요 ㅋㅋ

syo 2020-11-30 08: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실제로 보면 와 sns화면 캡쳐했나 싶은 정돈데요....

단발머리 2020-11-3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책을 이렇게 야무지게 꼭꼭 읽어주는 쇼님이 있어서 난 철학책 안 읽고 쇼님 글 읽을래요!! 룰루랄라~~~

syo 2020-12-03 21:28   좋아요 0 | URL
날로 먹으면 체해요. 인간은 불을 사용할 줄 아는 동물입니다....

stella.K 2020-11-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이문 교수는 철학을 에세이 같이 써서 이분 책은 읽어줘야겠구나
했는데 약간 뻘쭘하게 되네요.

syo 2020-12-03 21: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관점의 차이에 가깝지 않을까요?
읽어줘야겠다 하신 책이라면 읽기를 권합니다.

syo에게도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전 기뻤습니다 ㅋㅋㅋ

2020-12-03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3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3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ntact us

 

 

 

1


확진자 수가 500을 돌파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syo는 연말까지 사실상 스케쥴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한적한 인생. 좋은 친구 만나서 수다 떨면 그렇게 좋은데,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꼴 안 보려고 온갖 종류의 참신한 박해를 생각해내는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syo가 세상의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에게 작은 난관을 제공하려는 절대자의 의지가 세상에 역병을 돌게 만든 것처럼 읽힌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 너는 원오브뎀오브빅뎀오브그레이트뎀오브올일 뿐이야. 이렇게 자꾸자꾸 현실을 주입시켜줘야 한다. 사람 얼굴을 발견할 기회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말고는 없는 하루를 이어나가다 보면, 어쩌면 내가 세상이라는 연극무대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극은 아무래도 <고도를 기다리며> 인 듯. 일단 재미없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온다.


  

나는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우리는 절망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고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이따금 한순간 희망의 바람에 실려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부정으로 대답하고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실로 뭉클한 광경이다.

미셸 우엘벡세로토닌

 

그러다 그녀 이름으로 서명이 된 전보가 ― 난 그녀를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 왔다. '라피도 5호 차월요일 오후에 와요.' 전보는 유고슬라비아의 루블라냐에서 온 것이었다.

  나는 기차역으로 마중을 갔다뒤에 가방을 든 짐꾼을 달고 플랫폼을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어떤 것들은 그저 처음에만 좋지만 그녀를 보는 건 늘 처음 같았다나는 그녀가 "자기야,"라고 말하리라는 걸 알았다나는 내가 "경애하옵나이다"라고 말하리라는 걸 알았다.

제임스 설터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스피노자는 인간의 주체적 오만을 질타하면서도역설적으로 인간의 주체적 자각을 촉구하기도 한다너를 끌어당기는 맹목적 충동의 주어는 네가 아니다인간의 의지는 신에게서 비롯한다그러나 꽃이 피는 현상이 봄의 의지인 동시에 꽃의 의지이기도 한 것처럼인간에게 투영된 신의 의지는 항상 인간의 주체적인 결단으로 실현된다스피노자의 명제를 따르자면신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나 욕망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금지하지 않는다결국 만물의 의지가 실현된 그 모든 현상들이 신의 뜻이라는신의 절대성과 인간의 주체성을 모두 끌어안은 전복의 신학은 훗날 현대 철학의 거장 들뢰즈에 의해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라는 숭고한 지위로 추존된다즉 철학의 신약은 스피노자부터이다.

민이언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2

 

얼마 안 읽었지만, 스밀라는 아무래도 여간내기가 아닌 것 같다.


 

그건 단지 사소한 질문이다그렇지만 세상은 어쩌다 독신에다가 방패막이 하나 없는 여자가 내 나이대에 이르렀으면서도 결혼해서 귀여운 아기 둘을 기르면서 살고 있지 않은 건지 궁금해한다시간이 흐르면그런 질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페터 회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스밀라는 나보다 어리겠는데,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잘은 몰라도 뭔가 특별한 능력도 있어 보인다. 우리가 닮은 거라곤 주변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뿐인 듯하다. 하지만 그걸 묻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 거예요. 그리고 조용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겠죠. 이 개똥같은 세상 엿먹으라고 하고 우리 힘차게 살아봐요. 그리고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요. 서재에 댓글 남겨요. 커피 한 잔 사줄게요. 저 스벅 벚꽃 피크닉 세트쿠폰 못 쓰고 가지고 있거든요. 벚꽃 필 때 받은 건데. 심지어 그 벚꽃 2019 벚꽃……. 아무튼 연락해요!

 

, 물론 거리 두기 1단계 되면요…….

 

 


3

 

책 읽는 사람이라면 독서량, 독서 방식에 관해서 저마다의 세계관이 있는 법이라, 다른 이들의 독서관이 내 관점을 침략하려 들 때, 독서가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책 두어 권 들면 후들거리는 그 여리여리한 팔뚝을 드러내며 종주먹을 휘두르게 마련이다. 관련하여 장강명 작가님도 언짢은 일을 몇 번 당하신 건지, 아닌 듯 하지만 말씀에 날이 섰다.


사실 내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고웬만하면 전자책으로 읽으려 한다는 말을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꽤 많다어딘가 비석에 '진지한 독서가=종이책 애호가'라는 등식이라도 적혀 있는 모양이다.

  독서가들 중에는 손끝에 닿는 책장의 느낌이니 종이 냄새니 하면서 종이책의 물성에 대한 애정을 호들갑스럽게 과시하는 이들이 있는데나는 그게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의심한다책은 정보를 담는 매체지 시각이나 촉각을 만족시키려고 만든 기호품이 아닌데.

장강명이게 뭐라고

 

syo는 새 책을 사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 숨어들어 문을 잠근 다음, 몸 안에 있는 숨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방출한 후, 책을 펼쳐 코를 박고 다시 할 수 있는 데까지 숨을 들이켜는 의식을 치른다. 그냥 평범하게 책 냄새를 킁킁 맡는 일도 자주 있고, 그런 간단한 정도는 남들 앞에서도 하곤 하지만, 저런 의식은 좀 남들 봬 주기가 아무래도 좀 그렇지. 하지만 이런 행동까지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하긴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장강명 작가님의 저 말을 물성파 입장에서 들으면 부당하게 가혹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긴 해도, 사실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보면 저런 마음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냄새 맡는 syo’쓰다듬는 누군가를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만, 판권 페이지를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핥는 사람을 이해하긴 좀처럼 어렵고, 가장 야한 대목이 나오는 페이지에 페니스를 끼우고 책을 흔드는 방식으로 자위해서 30초 만에 사정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대로 저 ㅅㄲ를 패고 시원하게 영창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물성이란 진짜 무엇이며, 인간이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동물인가.

 

사람들이 전자책의 장점이라고 하는 다른 특징들은나는 잘 모르겠다멀티미디어 기능이라든가 읽어주기 기능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이용하지도 않는다색인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든가궁금한 점을 하이퍼링크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든가 하는 특징도 마찬가지다.

  사실 하이퍼링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다하이퍼링크는 단행본의 형식을 무너뜨리고 독서를 방해한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종이책의 물성이 아니라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와 그 매체를 제대로 소화하는 단 한 가지 방식인 독서라는 행위다세상에는 그 매체를 장식품장신구장난감부적팬클럽 회원증후원금 영수증 등으로 소비하는 이들도 있다그것은 소비자의 자유겠으나그런 소비를 독서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같은 책

 

그럼에도 장강명 작가님의 책과 독서에 관한 관점은 일견 협소하다 싶을 만큼 꼿꼿한 데가 있어서, 뒤이어 이런 대목을 쓰셨으니 말씀드리고 싶긴 하다. 독서라는 행위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게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의심받으실 수 있음을.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 다르다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김이나보통의 언어들

 

 

 

 

--- 읽은 ---


 

223. 상대성 이론은 처음이지?

곽영직 지음 / 북멘토 / 2019

 

처음 아녜요.


수식이라는 게 하는 일이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면 저 과학자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수식으로 작업을 할 리가 없다. 수식은 이해를 도울뿐더러 수식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잔뜩 있다. 단지 그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을 따로 배워야 한다는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

 

상대성이론을 수식 없이 설명하려는 과학책을 많이 봤다. 생각보다 잘하는 책도 있었고, ‘설명하려면 수식을 써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더 깊게 설명하지 않겠지만하는 식의 주객전도가 이루어진 책도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언어는 수식보다 정밀하기 어렵다. 이과 나온 분들께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224. 나의 첫 미술공부

최연욱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

 

미술에 대해서 공부해 봐야지 하고 덤벼들었는데 막상 책이 진짜 공부시킬 듯이 덤벼드니까 덤비지 않을게 덤비지 마라 싶다. ‘공부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다. 나는 진심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것으로.

 

 

 

 

225. 피그말리온

조지 버나드 쇼 지음 / 김소임 옮김 / 열린책들 / 2011

 

syo는 버나드 쇼의 그 쇼인지를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그 쇼는 Shaw이므로 당연히 그럴 리가 없을뿐더러, syoShaw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는 상태여서 아주 간단히 아닙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었다. syo는 그간 Shaw에 대해서, 영국의 극작가이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고, 끝내주는 독설로 무장한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그의 글이라고는 그 유명한 한 줄짜리 묘비명 말고는 도무지 아는 바가 없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본 결과, 역시 극본이라는 건 뭔가 글로 보면 매력이 반감되는 걸 피할 길이 없다는 느낌과, 남자가 이런 멘트를 치면 여자가 왜 그렇게 대꾸하고 그 대꾸를 들은 남자는 또 왜 저렇게 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느낌과, 그래도 고도에 비하면 레알 삼백 배쯤은 재미있구나 싶은 느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앞으로 한동안은 극문학을 읽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 등등이 휘몰아쳤다. , 복잡한 독서였다.

 

 

 

 

--- 읽는 ---

다시 미분 적분 / 나가노 히로유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 신규진

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라이언 노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0-11-2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세로토닌, 재밌어요? 우엘벡이 모 아니면 도라서 말입지요. ^^;;
그리고... 흠흠흠.... 좀 야한가요? ㅋㅋㅋ

syo 2020-11-26 21:18   좋아요 0 | URL
전 모든 우엘벡이 다 개걸이어서..... 이번에도 개걸 느낌이에요.
그리고... 흠흠흠... 저는 어떤 기대치가 있어서 읽는 순서도 새치기 시켜줬거든요.
......아 괜한 짓을 했더라구요ㅋㅋㅋㅋ

초란공 2020-11-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 생일이 24일이더라고요^^ 코로나/감기 조심하시기를~!! ^^

syo 2020-11-26 23:29   좋아요 0 | URL
코로나의 마수로부터 안전한 연말/겨울 되시기를!

반유행열반인 2020-11-26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로움은 하다하다 책 속 스밀라한테 추근덕거리게 만드는 것이로군요....

syo 2020-11-26 23:30   좋아요 2 | URL
그치만 당연히 연락 안 오겠죠? -_ㅠ

반유행열반인 2020-11-27 07:04   좋아요 0 | URL
저 아래 비밀 댓글 달리면 스밀라인 줄 알겠습니다 ㅋㅋㅋ

syo 2020-11-27 19:28   좋아요 1 | URL
안 달리는군요. ㅎㅎㅎㅎ 스밀라여.....

han22598 2020-11-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식이 더 정밀할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어의 심오함을 대신할 수 없기에...그리고 (저도 이과생으로서) 나야 수식으로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언어를 사용해야기에 ㅠㅠ(글서, 수식없이 설명잘하는 것이 능력) 그저 애를 쓰며 언어사용 능력을 키워갑니다. (끙)

syo 2020-11-27 19:27   좋아요 0 | URL
훌륭한 이과생이시다.... han님의 분투를 응원합니다.
저는 타인을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못된 이과생이다..

2020-11-27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11-29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종이책도 전자책도 좋아하는 제 입장으로서, 종이책과 전자책은 읽는 쾌감의 비율과 효용이 다양하고 미세하게 다르다는 거예요.
전자책은 무엇보다 휴대성이 최고죠. 벽돌책도 내 손 안에😋, 배송 안 기다리고 읽고 싶은 즉시 사서 바로 읽을 수 있고, 다른 행위 중에도 귀로 들을 수 있는 멀티테스킹(때론 반강제ㅋ 들을 수 밖에 없뜸ㅋ)의 편의성, 가물가물한 부분을 키워드 단어 몇 개로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 등등.
종이책 경우 강한 물성의 매력으로 독서 분위기를 충만하게 해주고, 읽는 과정 속 충족감, 읽은 후의 여운을 깊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냥 다 좋아하면 안 되나. 종이책 vs 전자책 얘기 나올 때마다 좌우 진영들이 흔히 ˝당신은 틀렸어!˝ 전제로 하는 말씨름 같아 저는 늘 좀 그래요^^;

syo 2020-11-29 23:22   좋아요 0 | URL
‘취향‘을 가지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즐거움 중에 가장 자극적이어서 도망치기 쉽지 않은 것이 또 ‘다른 취향 가진 사람들 비웃기‘ 잖아요. 차라리 ‘부먹/찍먹‘처럼 겉으로는 서로를 오랑캐취급하는 척 운동회를 즐기지만 실제로는 상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비웃지는 않는 그런 귀여운 취향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빠삐냥 2020-11-2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맞아요 고도는 재미가 없죠. 아무리 읽어도 재미가 없었어요! (←오늘 드디어 중고서점에 고도를 버리고 온 사람) 피그말리온 역시 글로 읽었을 땐 무덤덤했고 극으로는 본 적이 없지만,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명작 영화를 낳았으니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페레 보셨나요 마페레 좋아요.

syo 2020-11-29 23:23   좋아요 0 | URL
저도 지난 번 중고서점 방문시 고도를 버렸는데, 고도를 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은지 균일가 취급을 받더라구요. 이제 아무도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군요. 대신 고도가 사람들을 기다리네요.

추천하신 영화는 꼭 볼게요! 감사합니다 빠삐냥님~^-^
 

 

우리는 늘 보충수업이 필요해요

 

 

 

제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능을 주지 않으시려거든, 별것 아닌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별것 아닌 생각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지금보다 더 많이 읽다 보면, 얼핏 똑똑하고 있어 보이는 그따위 말이 실은 백 년 천 년 전부터 세상에 나와 있었고 그래서 그동안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사람이 백만은 족히 헤아릴 흔하디흔한 구절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챌 수도 있겠으니, 더 많이 읽을 수 있는 시간과 끈기를 주세요. 아니면 제발 그럴 때마다 남들 모르는 뭐라도 깨달은 인간 마냥 호기롭게 나불대지 않을 수 있는 염치라도 좀 주세요.

 

제일 먼저 저한테 주시고, 되도록 잔뜩 주시고, 혹시 남겠거든 여기저기 좀 주세요.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어느 날에 저 사람들이 저처럼 쪽팔리지 않도록, 좀 도와주세요.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 읽은 ---

 


220. 카카오프렌즈 동네산책 : 서울

안또이 지음 / 시루 그림 / 대원앤북 / 2020

 

내용 자체는 거의 쓸모 없다시피한데, 제길, 애들이 너무 귀여워……. 이런 책 나오면 그냥 못 지나치고 참다 참다 결국 들춰보는 나도 좀 귀여워…….

 

 



221. 습관의 말들

김은경 지음 / 유유 / 2020

 

습관이 사람을 만드는 건데 사람이 습관을 만드는 거라서 습관을 만드는 사람은 습관을 만드는 습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습관을 만드는 습관 역시 사람이 만드는 거고 그 사람은 습관이 만든다. 따라서 습관을 만드는 습관을 만드는 사람은 습관을 만드는 습관을 만드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닭-달걀 회로마냥 그저 어이없는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습관을 만들고 나를 만드는 일이 대충 그렇다. 어지럽다.

 

결심이 필요하다. 습관-사람-습관-사람-습관-사람의 연쇄 사이의 어느 순간에 단절점을 만들고, 거기서 새로 시작하는 액션이 필요하다. 여기 그 단절점을 놓기 위한 말 말뚝이 잔뜩 있다. 그중 하나라도 내 쇠고랑에 맞아 들어간다면, 그래서 만들어진 습관이나 만들어진 인간 둘 중 하나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면, 그건 꽤 남는 장사겠다.

 

 

 


222. 문장부호의 기원 : ? ! . ,

이병주 이음 / 큐니버시티 / 2019

 

제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과잉입니다.

 

 

 

--- 읽는 ---

, 이게 뭐라고 / 장강명

리듬분석 / 앙리 르페브르

상대성 이론은 처음이지? / 곽영직

나의 첫 미술공부 / 최연욱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피그말리온 / 조지 버나드 쇼

잘 버리면 살아나요 / 손영혜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1-24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0-11-2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과 이번의 syo님의 글은 저를 많이 각성하게 만드네요~~
왜이리 양심이 찔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가 두려워집니다 ㅠㅠ

syo 2020-11-26 20:14   좋아요 1 | URL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누구 보라고 쓴 글은 아니고, 실은 써놓고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했는데요.
보통 이런 거 보고 찔리는 사람은 안 찔려도 될 사람이고, 안 찔리는 사람은 찔려야 할 사람이라는 게 난점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5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주세요.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syo 2020-11-26 20:14   좋아요 1 | URL
나눠 먹어요.

모운 2020-11-25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 못해 안해 돌아가

syo 2020-11-26 20:15   좋아요 0 | URL
혹시... 토끼의 신이세요?

잠자냥 2020-11-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산책> 같은 책은 누가 읽나 했는데 syo 님 처럼 귀여운 분이 읽는 것이었군요!

syo 2020-11-26 20:16   좋아요 0 | URL
읽으면 귀여운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게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북깨비 2020-11-2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Syo님 좀 많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 😂😂😂

syo 2020-11-26 20:17   좋아요 1 | URL
저는 귀엽다는 말을 순도 100%의 칭찬으로 받는 흔치 않는 성인남성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문제집

 

 

1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선명하게 쓰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글을 갖고 싶다. 하지만 그건 능력보다는 태도에 가까워서,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처럼 쉽지 않고, 그렇게 사는 사람은 너무 쉬워서 말을 않는다. 아는 것이 부족해서 모르는 것의 경계를 슬쩍 타 넘는 습관이 생긴 거라면 많이 읽어서 고치면 되겠지만,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몰라서 이러는 거라면 길고 고된 길이 기다리고 있겠다.

 

 

 

2

 

먹고 사는 일과 관련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공부를 드디어 시작했다. 며칠 되지 않았다. 혼자 공부를 하다 보면 24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느끼게 되고, 여럿이 공부를 하다 보면 24시간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깨닫게 된다. 읽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3

 

검은 책을 들고 있으면 어쩐지 지성이 깊어 보이고 검은 옷을 입으면 사람이 날씬해 보여서 좋지만 검은 컵을 사용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콜라도 한 잔 했나, 그러고 한 삼십 분쯤 뒀다가 보면 꼭 컵 주둥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들이 도포되어 있다. 빙 둘러가며 꼼꼼히도 발라놔서 다음 한 잔은 어디에 입을 대고 마셔야 할지 도무지 각이 안 선다. 나라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불결한 인간이었나 싶다. 이제 키스 같은 거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게 생겼다.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4

 

갑자기 겨울이다. 당국은 방역체계의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바탕화면은 5분 단위로 바뀌면서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보여준다. 마스크를 쓰지 않던 시절의 풍경이다. 그곳으로 쉽게 돌아갈 순 없을 것이다.

 

오늘은 구청에서 점심을 먹는다. 전 직장에 방문하는 기분은 오묘하다. 너희는 그 안에서 오늘도 힘든 일상을 보내겠지만, 그것조차 나한테는 좋았던 추억일 뿐이야- 하는 마음이랄까. 제대 후 부대에 놀러간 것도 세 번쯤 된다. 애기들이 작대기 하나씩 늘어서 어른인 척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귀여웠다. 관두기 전에 서고에 잔뜩 쌓아놓았던 마스크들, 이제는 다 뿌려졌는지 보고 오겠구나.

 

 

 

--- 읽은 ---

 


217.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다다 쇼 지음 / 이지호 옮김 / 정완상 감수 / 한즈미디어 / 2019

 

핵이라는 게 어마어마하게 복잡할 것 같지만 원리 자체는 간단한 모양이다. 그저 그 원리를 확인하거나 최적의 이용 상태를 찾아내기 위한 실험이 위험하고 비싸서 그렇지. 그러니까 이 귀여운 책을 통해 그 원리를 차곡차곡 쉽게 이해했다고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이 핵무기를 만들 수는 없겠다. , 이참에 소소하게 누클리어봠 하나 만들어보려고 그랬는데. 까비.

 

 

 


218.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

 

읽은 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읽을 책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장르가 있다. 내 마음 때문에 내가 고생하는 일이라도 있지 않고서는, 고집쟁이들은 심리학책 보는 게 아니다. 많이는 아니어도 잊을 만하면 읽어주는 장르인데도, 덕 봤다 싶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멘탈이 그만큼 건강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건 참 뜻밖인데?

 

 


 

219.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존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2020

 

부동산이니 뭐니 깝치지 말고 연금저축펀드 들고 주식이나 하라는 이야기다.

 

 

 

--- 읽는 ---

진실에 복무하다 / 권태선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 정승규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생물학지식 50 / J. V. 샤마리

쇼펜하우어 평전 / 헬런 짐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11-23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직 시작한 게 아니었군요 ..... 홧팅..! 그나저나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어쩔 ...ㅋㅋ

syo 2020-11-24 23:28   좋아요 1 | URL
시작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양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라고 할 만한 정도가 아니었어서,
이제는 그 정도가 되었습니다.


안 하겠다는 건 아니라는 것은 하겠다는 뜻입니다!
하겠어요. 후후.

반유행열반인 2020-11-23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재테크책 에비 지지 버려ㅋㅋㅋ

syo 2020-11-24 23:29   좋아요 1 | URL
하도 붐이길래 한 번 읽어봤는데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 책 한 권으로 성인 연간 평균 독서량을 달성했으니 올해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겠다- 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추풍오장원 2020-11-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시작하셨군요^^ 합격같은 가시적 결과를 내는것이 필요한 공부가 사실 별 도움은 안되지만, 재미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syo 2020-11-24 23:30   좋아요 1 | URL
네... 사실 시작한지는 좀 되었사온데, 했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어서 그냥 입다물고 마냥 노는 척 하고 있었습니다.....

2020-11-23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디자인 오브 까치

 

 

 

1

 

비나 바다에 관해 쓰는 것은 채산이 잘 맞는 일이었다. 비와 바다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나 남길 만한 추억 하나쯤 있는 법이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나에겐 더욱 그래서, 비라는 것은, 그리고 바다라는 것은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액자 같았다. 물기가 부족한 날에 걸어두면 좋은 그림이 마음 안에 언제나 잔뜩이고, 비라고, 바다라고 적는 것만으로 내 좁은 영역은 촉촉과 축축 사이의 어느 지점을 단숨에 돌파해버린다. 그래서 아무래도 저 어휘들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비 오는 날에도 비를 찾고, 바다 앞에서도 바다를 그리워하다가 조용히 조용해질 운명이다.

 



  이러다가는 내일도

  바다가 나를 채갈 겁니다

  자꾸 울면

  내 눈에만 보이던 게

  내 눈에만 안 보일 겁니다

이원하, <나는 바다가 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부분 


 

 

2

 

아침이 웃음소리로 요란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골목 너머 앞집에 사람이 잔뜩 들었다. 생신 각이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재롱둥이손주들 잔뜩 모여 아침부터 분주하다. 반면, 도움닫기만 제대로 하면 두 집 창문을 연속으로 통과해 우리 안방까지 다이렉트로 날아들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이 집에서는, 기모 자리 위의 기모 이불 속에서 기모 자켓을 입은 기모 인간 이 뒹굴며 핸드폰을 만지는 기묘하고 기모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 그는 최근 주식으로 벌어먹었던 돈을 최근 주식으로 말아먹었다며 겁나 씁쓸한 표정을 하더니만, 잠시 후에는 또 단타로 치고 빠져서 금방 6만 원을 벌었다며 거실로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애가 방에서 나올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그득하길래 무슨 말을 하려나 했는데, 곧바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어쩐지 속물 같아 보일까 봐 걱정이라도 한 건지, 아무 이유없이 싱크대를 30초 가량 내려다보며 시간을 끌다가 더는 못참겠다는 듯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6만 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 중에 입꼬리는 저기 입인가 귀인가 싶을 만큼 치솟아 있었고.

 

저렇게 일희일비하는 거 보면, 쟨 역시 커서 인물 되긴 글렀다. 저거 까딱 잘못하면 주식으로 탈모 오겠구나…….

 

 

 

3

 

성의 역사는 힘이 빠졌다. 푸코도 모를 소리를 하고, 그 모를 소리를 알아들을 만한 소리로 바꿔보겠다고 아등바등한 syo조차도 결국 모를 소리나 보태고 마는 거라면, 모를 소리를 위한 모를 소리만 늘리는 것보다 이미 있는, 거장의 모를 소리 하나만 유지하는 게 오히려 세상을 위해 이롭지 않나 싶기도 해서. 두어 페이지 틱 넘겨보다 턱 덮어놓고 다른 책으로 손을 뻗치게 된다.

 

올해 들어 스스로 자주 묻고 끝내 답을 낸 질문 가운데 하나는 나는 쓰기 위해 읽는가, 읽기 위해 쓰는가였다. 읽기와 쓰기가 한몸이며, 나선형으로 성장한다는 말은 쌀로 밥 짓고 배추로 김치 만드는 소리다. 아름답고 있어 보이는 두루뭉술한 말들은 산 중턱쯤 오른 사람들이 거기까지 오른 자신의 멋진 모습을 사랑하는 데 쓰기 좋게끔 만들어져 있어서 등산객의 발목을 잡아챈다. , 여기까지 올라와 보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느껴진다- 하는 감각은 잠깐 즐기고 말아야지, 아직 거기까지 오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말을 해주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오래 머물다가는 이번생은 그냥 거기 그 중턱에서 대충 묏자리 봐야 하는 꼴이 생긴다.

 

오래, 세심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보인다. 모든 사람은 쓰기 위해 읽거나, 읽기 위해 쓰는 둘 중 하나다. 세상에 50cm짜리 물건이 있다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다. 50.00000001이나 49.99999999나 우리 눈엔 대충 50으로 보인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60이나 4050으로 보는 무딘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확실히 읽기 위해 쓰는 사람이고, 내 쓰기의 최대 수혜자이자 유일한 수혜자는 나인 것 같다. 그저 내가 다음 책을 읽기 위해 내가 써야 한다.


 

 

생각건대 내 안에는 글쓰기가 다른 일보다 훌륭한 일이라는 믿음이 늘 잠복해 있었던 것 같다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결국에는 글쓰기가 더 훌륭하다는 게 입증되리라는 믿음이미망이라 해도 상관없지만나의 내면에는 우리가 했던 모든 것이그러니까 우리 입 밖으로 나온 말들맞이한 새벽들지냈던 도시들살았던 삶을 모두가 한데 끌려들어가 책의 페이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고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그건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존재한 적도 없게 되고 만다는 위험에 처할 테니까만사가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오면오직 글쓰기로 보존된 것들만이 현실로 남아 있을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제임스 설터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천변에 물은 흐르지 않았다나는 움직이는 물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언제 이렇게 다 얼었는지언 물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단단할지 궁금했다행여 발이 빠진다 해도 다시 나올 수 있을 테니이상한 모험심이 들었다나는 잠깐 올라서보기로 했다.

  밟고 올라서자마자 발바닥에 우지끈함이 느껴졌다깨지지는 않았다.

  이왕 물에 올라서봤으니그 위를 아주 걷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물이 충분히 얼지 않은 것 같았지만나는 해결하고 싶었다순간의 충동설명되지 않는 고집하잘것없는 마음을충분히 지루해질 때까지 물 위를 걷고 싶었다나는 좀 지루할 필요가 있었다더 느리게더 늘어지고 싶었다.

김엄지폭죽무덤


 

 

4

 

까치라는 출판사는 더없이 좋은 책들에 더없이 구린 표지를 입혀서 세상에 내놓는 곳으로 유명했다. 아직도 클리셰처럼 떠도는 사람은 외모 보고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라는 충고 말씀과 엮어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사람은 책이다, 책은 사람이다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올곧은 출판사라 하겠다. 다 소싯적 이야기다. 지금 어떤 평을 듣는지는 모르겠다. 2020년 새로 출판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표지는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지만 일단 내 눈에 구판보다는 나아 보인다. 고작 2년 전인 20181월에 개역되어 나온 같은 작가의 나를 부르는 숲이 조금도 나를 부르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서, 2년 사이에 출판사에 뭔가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다.



그런 까치에서 까치 책 표지 100개를 그대로 축소한 엽서 100장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와정말갖고싶어요

 

이렇게 써 놓으면 비웃는 것 같겠지만, 막상 이벤트 창을 열어보면 (놀랍게도) 귀여워 보이는 애들이 꽤 있다! 그간 내가 알고 있던 나와 오늘의 내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꾸 배우게 되는 요즘이다. 이참에 근대세계체제랄지, 지중해랄지 이런 애들 갖춰볼까? 어쨌든 정말 좋은 책들을 꾸준히 번역해 내놓는 든든한 출판사임은 틀림없으니까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를 부르는 숲만큼은 피하고 싶다. 숲에 미친 빼빼 마른 안경잽이 식물학자가 밀짚 모자에다가 똥색 반팔셔츠와 반바지를 갖춰 입고(곤충채집망도 들었을 것이다) 숲으로 들어가 3년쯤 무단거주하다가 숲의 지배자 갈색곰한테 들통나 마지못해 쫓겨나오면서 기록한 회고록 같이 생겼다. 아아, 아임 쏘리 엉클 빌…….

 

 

 

--- 읽은 ---

 


214. 고양이 사용 설명서

미스캣 지음 / 임지영 옮김 / 재미주의 / 2017

 

표지가 귀여워서 한 번 읽어봤다. 아이 귀여워 아이 귀여워 아이 귀여워 이러다가 끝났다. 귀엽고 허망한 시간이었다.

 


 

215.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

 

재독이다.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될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10만 부를 넘겨 스페셜한 에디션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나타났다. 1회독 감상을 뭐라고 적어놨는지 가보겠다. 2년 전이었고, 미술 공부의 문을 작품보다 화가로 열어나가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는 떨떠름하면서 우호적인 평을 남겨 놓았군.

 

이번이라고 딱히 다른 말을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화가들의 인생사 에피소드에 관한 기억이 그나마 오래 살아남았다가 또 얼마 못 가 사라지겠지.

 


 

 

216. 말장난

유병재 지음 / arte / 2020

 

말 잘하는 사람 중 글도 잘 쓰는 사람과, 글 잘 쓰는 사람 중 말도 잘하는 사람의 비율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클까? 뭔가를 끄적거리는 라이프를 오래 유지하다 보면, 아무래도 후자 쪽을 더 후하게 쳐주는 쪽으로 마음의 편향이 생겨나는 듯. 그러니까 전자의 유형에게는 말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글도 잘 쓰네?’ 하는 어쩐지 얕잡는 식의 칭찬을 하고, 후자에다가는 저 말하는 것 좀 봐봐, 글솜씨 어디 가겠어?’ 하는 당연하다는 식의 칭찬을 한달지.

 

말을 다루는 뛰어난 능력 때문에 오히려 글솜씨가 묻히는 느낌. 이 사람은 조만간 에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딱 떠오르는 그런 유형의 에세이를 들고 돌아올 것 같다. 그치만, 이 함량으로 16,000원은 조금…….

 

 

 

--- 읽는 ---


성의 역사 1 / 미셸 푸코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 유은정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 다다 쇼

존 리의 부자되기 습관 / 존 리

니체 / 정동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아주 친밀한 폭력 / 정희진

불교는 왜 그래? / 장웅연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7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1-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오늘의 재잘재잘은 왠일인지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푸코를 몇 장 읽으시다 던져버리셔서? ㅋㅋㅋ저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옛날 표지판 가지고 있는데 아, 생은 다른 곳에 까치판 표지 생각보다 괜찮은데! ㅋㅋㅋ

syo 2020-11-23 02:26   좋아요 1 | URL
까치라는 출판사의 갈짓자 행보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군요.....
옛날 거 중에서 제가 봐도 괜찮아뵈는 것도 좀 있긴 합니다.

잘잘라 2020-11-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치 출판사 표지 얘기 읽다가 뿜, 뿜, 뿜이 멈추질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아이고.. 아직도 크헐럴.. 큰 웃음 주신 syo님께 큰 감사 드립니다.

syo 2020-11-23 02: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다행입니다.
까치에서 이 글을 볼 리는 없겠지만, 본다고 해도 잘잘라님처럼 웃고 넘기셨으면 좋겠네요.....

stella.K 2020-11-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그러네요. 220쪽 밖에 안 되는데 10% 디씨해도 쫌....
조만간 중고샵에서 후려칠거라서 미리부터 높게 책정한 거겠죠?
1,6천원대라면 예전 같으면 350쪽대는 됐는데...
아무리 중고샵 가격이라도 후달거려 못 사는 책도 더러는 있더군요.
딱 반가격이면 사겠는데 싶은. 30% 이하로는 절대 안 팔겠다는 서점.
허거 참...

syo 2020-11-23 02:28   좋아요 0 | URL
쪽수의 문제라기보다, 뭐랄까, 한 페이지에 삼행시 하나 들어가 있는 분량이라서요.....
후룩후룩 후두둑- 했더니 다 읽고 말았어요.

2020-11-2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3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11-2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츄천해주신 사라밀스의 푸코책 160페이지 무렵에가면 드디어 몸권력이 나와요. 으하하, 전 푸코가 너무 즐거워요. 어려운 남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것과 맞닿아 와닿는 이야기인데, 이게 생각을 하는 방식 자체를 따져물으니까 말이 어렵네. 모를 소리라고 치부하지 말아요. 저 도움됐다구용! 푸코 너무 중요해. 왜 우리는 자발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건지 알려준다구.

syo 2020-11-23 02:31   좋아요 1 | URL
저도 푸코를 처음 읽을 때, 그렇게 느꼈습니다. 철학 계보도 잘 모르고 이런 저런 책들 뒤적거리던 꼬꼬마 시절이었는데, 철학책 중에 대놓고 사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될 말씀을 때려넣어준다는 느낌을 받은 경우는 스피노자 이후로 푸코가 처음이었어요.

AgalmA 2020-11-2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치 빌 브라이슨 새 커버는 까치출판사 맞나 싶게 깔끔하게 뽑은 거 같아요. 저도 까치출판사 엽서 갖고 싶어서 뭘 사나 하고 있어요ㅋㅋㅜ

syo 2020-11-29 23: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렇게 깠지만, 이상하게 그 엽서는 또 갖고 싶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희한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