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1 : 역사의 트라우마) - 전3권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노랑무늬영원 한강을 읽는 한 해 1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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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외 독서 커뮤니티에 올렸던 후기를 재게시합니다. 운영방침상 평어(예의있는 반말)로 적혔습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를 결국 완독하는데 한 2년이 걸렸어. 반쯤 읽은 상태로 2023년 말 작가님 북토크를 들으러 갔고, 그 때 들은 이야기에 힘입어 2024년 4월에는 끝까지 읽어냈어.

힘들게 읽은 책이니까 후기를 올려야지,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밑도 끝도 없이 사적인 문장이 튀어나오는 거야. 줄거리도 해석도 평가도 제친, 아무도 묻지 않은 내 이야기. 마치 인선의 세번째 영화 같은, 흰 벽에 그림자가 일렁이는, 포장 없는 혼잣말.

정말 좋은 소설이라고, 읽어보기를 권하는 글을 쓰고는 싶은데 내가 쓴 솔직한 후기를 다 올리면 그건 내 이야기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너무 길어서) 한 토막만 잘라왔어.


*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아프고 괴로운 역사가 매섭게 몰아친다. 그건 흔히 '그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로 정렬되는 정보값이다. 그리고 사실 이미 아는 이야기다. 역사교과서의 몇 줄, 어딘가의 다큐멘터리 스틸컷, 제주도에서 경산에서 몇백이 몇만이 죽었다는 도표로.

우리 역사라서, 알아야 하니까, 가르치니까 배우는 이야기를, '필요 이상으로' 아프고 괴롭게 받아들이기 위해, 경하와 함께 어두운 밤 길고 긴 눈길을 따라 걸었다. 책의 초반은 외롭고 초조한데 느리다. 몰입을 위한 시간이다.

몰입을 향해 걸어가는 지루함을 상쇄하는 장치는 눈이다. 눈이 계속 내리고, 몸은 자꾸 차가워진다. 눈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는데 눈은 아름답고, 시체의 얼굴을 덮는 눈도 있고 산 자의 살갗에서 물로 녹아내리는 눈도 있다. 경하는 자꾸 눈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는 자꾸 차가워진다.

글의 초반은 인선의 마지막 영화를 닮았다. 화면에 반쯤만 나왔다 사라지는 화자의 질문 없는 대답들. 슬프지만 시도 애도도 아닌 것들. 한 개인의 외로운 독백에 공감했다면, 어느 참혹한 역사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공감할 수 있다. 개인의 삶으로 보기에는 너무 끔찍한 삶일지라도, 어쨌든 모든 학살과 고문은 개인에게 벌어졌으니까.

사랑해서 아파하는 마음에는 적당히가 없어서, 전달하기 위해서 편집하는 순간 그건 진짜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고통은 일대일로, 너에게서 나로 전해진다. 촛불 하나가 꺼질 때까지만 이어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작별하지 않아서 계속 아파하는 이야기.

*


지난달 책을 완독하고는 작년 12월 작별하지 않는다 북토크 후기를 오랜만에 꺼내 봤는데, 질답 시간에 '최애'에 대해 답변하신 말이 새삼 와닿더라. 소설은 참 좋은 건데 (감정의) 밀도가 높아서 아플 때는 읽을 수가 없었다고. 아픈 게 나았을 때야 다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소설은 참 좋은 거라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정말로 좋은 소설이야. 서두를 필요 없이 각자의 속도로, 읽을 수 있을 때 읽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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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여행자 - 여행, 멈출 수 없다면 바꿔야 한다
임영신 지음 / 열매하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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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이란 억제하고 포기하는 것뿐인지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책입니다.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각과 배움을 얻고 돌아오는 과정이겠죠. 실천을 위한 지침서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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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디카페인 날개 - 35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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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마실 수 있는 커피! 건강을 챙기면서 커피의 맛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디카페인 콜드브루 정말 좋아해요~ 아주 무난하고 맛있습니다. 병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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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신들의 사생활 2 - 상상 그 이상의 신神 세계! 그리스 로마 신화 : 신들의 사생활 2
<그리스 로마 신화 - 신들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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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활 책 같아서 읽고 얘기해 보고 싶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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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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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로 가제본 상태의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완성본이 궁금해 간 서점에서 심완선 작가의 후기/서평을 읽고는 1.5배쯤 더 좋아졌다:)

작가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또는 아무도 모르더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래는 인스타에 가제본 이벤트로 올렸던 글이다. (책 말미에 수록된 정식 서평과 비교하려니 이렇게 조악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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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과정은 거의 언제나 다른 작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장 흔한 경로는 다양한 작가의 글을 엮어 낸 모음집이다. 좋아하는 글을 통해 다른 글을 좋아하게 되는 곳. 이번 여정의 계기가 된 이름은 연여름이다. 작년 <리시안셔스>를 시작으로 사랑하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곽재식-구병모-천선란 또한 좋아하는, 알고 있는 이름들이다. 문학과지성사의 -보다 시리즈 역시 그러하다.

결국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을 것이다.

1.

아는 작가의 글을 보면 아, 이 작가의 글은 이렇지, 싶은 때가 많은데 곽재식 작가의 글이 대개 그렇다. <얼어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 공기업 또는 공적 기관 또는 공적 업무의 사주를 받는 조직의 일원이고, 대개 이런 주인공이 그러듯 어처구니없는 사내정치에 휘말려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체로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순문학과 sf의 장르적 경계는 문맥을 해독하는 독자의 마음에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얼음 땡! 외쳐야 할 것 같은 이야기.

비슷하지만 다르게, 구병모의 글의 dna는 소재보다는 문장과 이미지로 발현한다. <채빙>의 나는 냉동인간으로, 해동되지 못한 채 바깥을 주시하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그 상태로 나는 나름대로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판단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외부에서 정의되는 '나'이기에 모든 희비극은 내 안에서만 시작하고 수렴한다. 얼음 속 무언가 조용히 들끓는 듯한 이야기.

남유하는 내게 새로운 작가인데, 나는 그를 사랑하는 이의 시체를 먹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맞선과 달리 합의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매번 신기하고 조금은 당황스러운 것이다. <얼음을 씹다>는 서늘하지만 서글프지는 않았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고드름을 닮은 어린아이의 손가락을 부수어 씹는 허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귓속의 세입자>는 말 그대로 귀에 잠시 들어와 사는 외계생명체를 반사판 삼아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내용이다. 이런 쪽의 소재를 보면 언제나 메이어의 <더 호스트>가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특히 더 그랬다. 이런, 인간이라는 종의 온기와 열정, 치열함을 특정짓는 글을 볼 때마다 더욱 치열하고 열정적이며 온도 높은 생명체를 상상한다. 세입자의 종족이 붙어 살던 시절이, 한기가 아닌 온기를 추구하던 때가 궁금했다. 미지근한 물 같은 이야기.

연여름의 <차가운 파수꾼>은 가장 좋았던 이야기. 짧은 이야기 속 피어나고 퇴장하는 등장인물을 아끼기란 힘든 일인데, 이제트와 노이와 선샤인은 단편의 구성물이 아니라 각자의 사고와 서사가 있는 존재라 마음이 간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생각하고 회의하고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연여름의 등장인물은 글 몇 줄을 통해 내 마음에서 사람이 된다. 난 이 작가가 정말로 좋다.

모음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천선란의 <운조를 위한>으로, 운조는 낮에는 소를 죽이고 밤에는 고양이를 얼리는 수의사다. 동물에 대한 사랑은 수의사가 되기 위한 기본요건일까 탈락 요소일까. 수의사가 아닌 입장에서야 당연히 전자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의견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마음으로 저주하고자 하는 수의사가 있다.)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죽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차갑지 못한 마음은 녹아서 흩어진다.

2.

꾸밈 없이 하얗고 밋밋한 가제본이라 좋았다. 잔인하거나 담담하거나 슬프거나 올곧은 이야기들은 얼음 같기도, 물 같기도, 빙하 아래 아래 아래에도 흐르는 마그마 같기도 하다.

#SF보다 #SF보다_얼음 #SF보다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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