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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나가 후미는 소위 야오이라 불리는 보이스 러브 계열 만화작가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이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이라는 불후의 명작(?)으로 몇 년 전에는 국내 만화 판매순위 1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었다. 간간히 '아이의 체온'과 같은 따뜻한 가족물을 발표하기도 했었지만, 슬램덩크 패러디를 통한 동인 활동을 시작으로 십여년간 계속 보이스 러브 쪽에서만 활동해왔기에, 이렇게 본격적으로 '여자'를 제목에 그리고 내용에 끌어들인 책은 처음인 것이다.

늘 남자들을 주체로 그들만의 세계를 다뤄온 작가가 왜, 무슨 마음으로 여자를 직접 다루고자 했을까?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길래? 요시나가 후미와 매치되지 않는 이 제목이 너무 낯설어, 사놓고 몇 달 동안 포장도 뜯지 못했다. 사실 난 여자가 많이 아프다. 그리고 무섭다. 내가 본 너무 많은 소설과 만화, 드라마 속에서 여자는 주체이기보다 객체였고, 승자 아닌 패자였으며,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쪽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은 실제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내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늘 남자 얘기만 하던 작가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진지하게 여자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간다니 겁이 난다. 이 좋아하던 작가한테 실망할게 될까봐? 아니, 그런 것보다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영향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내가, 그녀의 독설에 또 상처받을까봐 겁났다. 그래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이제서야 조심스레 비닐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결론은?
역시 내가 사랑하는 요시나가 후미. 가능만 하다면 별점의 별을 열 개라도 주고 싶다.
물론 예상했던 대로 심하게 상처받고 아파하고 심지어 자기에게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결핍된 인간들, 여자들이 잔뜩 나오지만 문제는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어떤 손길로 어루만져주는가였다. 모두가 누군가의 딸인 우리, 그런 딸들끼리의 어울림과 사귐, 할머니-어머니-딸-손녀로 이어지는 혈연과 여성성,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닮아가는 사람들, 그러면서 또 달라지는 사람들.

딸보다 나이 어린 남자와 결혼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소재도 동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주변에서 밤낮으로 보는 바로 우리와 우리 친구들이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던 소녀 시절의 당당한 포부를 잊은 채 세상사에 치이다 그저 누군가의 아내 자리에 만족하는 나, 맞벌이인데 왜 늘 여자가 더 많은 집안일을 감당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노라 말하면서도 그런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나, 내가 포기했던 꿈을 끝까지 간직하며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에 작게 위로받는 나.. 너무 내 얘기고 네 얘기여서 읽고 난 후에도 이 책에 달라붙은 감정을 떼내기가 힘들었다.

요시나가 후미의 그림체는 가늘고 차가운 편이다. 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는 짓이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알고 보면 상처와 그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충 봐서는 굉장히 메마르고 버석버석한 얘기를 하는 작가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는 선과 대사를 놓치지 않고 쭉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샘물을 찾을 수 있다. 눈물의 샘, 또 더 크게는 인간애의 샘을.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성공한 사람이든 인생의 낙오자든, 그의 만화 안에서는 모두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어떻게든 상처를 다독거려 주려 애쓴다. 그래서 그의 주인공들은 실컷 울고 난 다음날 아침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케이크를 팔러 갈 수 있고, 서로 실컷 상처만 주던 엄마와 딸이 말없이 따뜻하게 포옹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요시나가 후미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대사 없이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내용들이다. 그녀의 책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몇 컷 혹은 몇 페이지에 걸쳐 주인공들이 아주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으로만 말하는 대목이 있다. 대사가 없으니 그냥 휘리릭 책장을 넘겨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입가에 어린 작은 미소나 살짝 올라간 눈꼬리, 얼굴 위로 지나가는 그림자, 작게 뻗친 머리카락 하나가 때로는 어떤 비명이나 신음성, 의성어, 의태어보다 더 강한 의미를 큰 소리로 전달해준다. 이런 게 진짜 만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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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9-04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1등부터..!

대사없는 그림이라...제가 만화를 그렇게 진지하게 본 게 언제 있었나싶게 반성되는 글입니다. 느끼질 못했죠. 힘들게 그려진 배경을 보면서도 픽 웃고는 지나가버렸고, 그저 대사에만 집중했던 철없던 그리고 여전히 철없는 시절들. (대사가 하도 많아 이은혜씨 만화를 한때 참 미워하기도 했답니당-0- 또 그 분 대사가 워낙 낯간지럽잖슴까..;;)
여자들 이야기라, 여자들 이야기...순간 마성의 게이가 휙휙 눈 앞을 지나가는데, 궁금해지네요. 한동안 만화방과 각방을 좀 썼는데, 이제 다시 합방해야할 때가 온 것같애요.

별다방은 원앙금침은 안파나요? 대여두 좋은디...ㅜ_ㅜ

starrysky 2004-09-0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별 열 개와 함께 강추여요! 꼭 보세요!!
이 책 읽은 지 사실 좀 됐는데 그 날은 바빠서 리뷰 못 쓰면서도 꼭 써야지, 꼭 써야지 다짐했던 책이거든요. 드디어 써서 후련하네요.. 읽고 나서 바로 썼음 좀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들고요. 호호.
저도 이은혜씨 만화 안 좋아해요. Jump Tree A+에서부터 맛이 가서 Blue에서 기냥 냅다 내동댕이쳐버렸습니다. ^^;; 근지러운 대사도 대사지만 자기 작품 마무리를 할 줄 모르는 작가라니, 자격이 없다 싶어서요. 물론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오직 독자 입장에서 보면 말이여요.
만화와의 합방에 필요한 원앙금침이라면 제가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어도 드려요!! >_< (무, 물론 눕다가 허리에 대바늘이 푹- 찔리는 건 책임 못 지죠..;;)

미완성 2004-09-0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별 10개..!!
그 후련함, 저 알 거같애요. 저도 그랬그든요. 분명 별총총님의 지금 리뷰도 멋져서 추천까지 했지만, 읽고난 뒤 바로 쓰는 리뷰처럼 쓰는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것도 없지요. 뭐랄까, 갓 짜낸 우유의 진한 맛? 방금 뽑아낸 커피를 처음 맛보는 기쁨?
하지만 잘 삭은 된장으로 찌개를 끓였을 때의 구수함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요 흥흥.
다시물도 오래 끓여주면 진한 맛이 나잖우- 참, 다시마는 빨리 꺼내야 되는데...
별총총님 댓글을 보고 나니 저도 블루를 기냥 냅..;; 험험.

플레져 2004-09-04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의 따뜻한 코멘트쓰기의 힘이 어디서 부터 시작됐는 지 알 것 같아요.
만화의 섬세한 터치까지 보는 아름다운 시선때문이었군요...!
추천합니다! 만화를 잘 모르는 (안보기도 했고, 보고 싶은데 무엇을 봐야할 지 모르는 ㅠㅠ) 저에게 만화책 추천도 해주시면 좋겠어요. ^^ (시간 나실 때 추천해주세요...ㅎㅎ) 아, 요건 볼게요~

starrysky 2004-09-04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한밤중에 그렇게 맛있는 비유를 들어버리면 배고픈 스타리는 컴터를 확 꺼버려야 한다구요. ㅠㅠ 사실 사과님도 배고푸죠? 그죠? 그래서 저렇게 먹는 비유만 잔뜩 드신 거죠?
움.. 전 우유 안 마시니까 갓 짜낸 우유는 모두 사과님 드릴게요. 커피는 반씩 노나 마셔요. (나눠보다 노나가 더 정답지 않나요? 훗훗) 그리고 사과님이 잘 삭힌 된장으로 보골보골 찌개를 끓이시는 동안 저는 옆에서 시금치를 맛있게 무치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기름진 고등어를 숯불에 구울게요. 구수한 김이 올라오는 까만 콩 송송 박힌 하얀 쌀밥과 함께 배불리 먹고.. 먹고는.. 기냥 냅다 자버리자고요! >_<

플레져님, 만화가 펜 터치가 이렇네 저렇네 하면서 아는 척 하는 건요, 뭐 따뜻함이니 아름다움이니 하는 멋진 말이랑은 쩐~혀 상관없고요, 그냥 책 읽는 속도가 느리고 덩달아 만화 보는 속도까지 느리다 보니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거여요. 한마디로 병이죠, 병. ^^
아름답고 지적인 우리 플레져님께 어울릴 만한 만화라.. 음,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한 번 리스트로 만들어 볼게요. 나중에 올리면 봐주세요. ^-^
참, 두 분 추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올린 리뷰라 추천 받으니까 기뻐요~ 헤헤.

ceylontea 2004-09-04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꼭 볼께요.. ^^
단편이군요..

로드무비 2004-09-0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야 하는 딸들> 정말 너무 재밌게 봤어요.
저는 리뷰 안 쓰면서 누가 좀 안 써주나...했죠.
역시 스타리 스카이님.^^

mira95 2004-09-0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보고 싶어요^^

superfrog 2004-09-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랑해야 하는 딸들> 강추죠..^^ 연재될 때는 각각의 이야기로 보였는데 단행본으로 나오니 에피소드 전체가 꽉 맞물려서 샐 틈이 없더군요. 너무 멋진 요시나가 후미님!

진/우맘 2004-09-0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스타리님, 미리 쏘세요. 제가 볼 때는 이주의 리뷰 당선감입니다!!!
예전에 금붕어님이랑 여러 분이 말씀하실 때부터 궁금했는데, 저도 꼭 구해서 봐야겠네요.

부리 2004-09-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작가 요시나가는 스타리님을 모델로 만화를 그렸답니다<-----썰렁한 거 알아요. 흐흑.

panda78 2004-09-0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나가 후미 만쉐이! >ㅂ< 후미 여사님 책 중엔 실망스러운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게는요. 으흐흐- 너무 좋아요-
그리고 마이 달링? 달링은 어쩜 이렇게 멋진 리뷰를 쓰나요- 물론 추천하고 가요-
이 달의 마이리뷰도 함 노려보자구요, 우리. ^ㅂ^

starrysky 2004-09-0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이 책 안에 서로 약간씩 연결되는 단편이 4~5편쯤 들어 있답니다. 기회 되시면 꼬옥 보세요. 어느 분이나 다 좋아하실 만한 내용이라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호, 홈쇼핑 같다..;;)

로드무비님, 역시 벌써 보셨군요. 로드무비님께서 리뷰 써주셨으면 판매 지수가 훨씬 올라갔을 텐데.. 나중에라도 부탁드려요. ^^ 이렇게 좋은 만화에 아직 리뷰가 3개밖에 안 달려 있는 걸 보고 분연히 키보드를 두드렸습지요. 제 못난 리뷰라도 보시고 책 찾아 읽으시는 분들이 좀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미라님, 님께서 좋아하시는 최유기나 카우보이 비밥과는 분위기가 많이~ 상당히 많이 틀리지만 그래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요시나가 후미는 사실 소재를 가리지 않고 스토리 텔링에 굉장히 강한 작가라 SF, 팬터지, 전설, 설화 같은 것도 작품에 차용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죄다 보이스 러브 계열인지라 함부로 권해드리기가 무엇하다는..;;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랑 '아이의 체온'은 보세요. ^^

금붕어님~ 역시 요시나가 후미는 말이 필요없는 작가죠? 읽을까 말까 한참이나 망설이던 제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금붕어님께서 페이퍼를 통해 여러 번 추천하셨던 걸 기억해서 당연히 리뷰도 쓰셨겠거니 했는데 안 쓰신 걸 보고 좀 놀랐어요. ^^
전 '오후'를 안 봤기 때문에 단행본으로 처음 봤는데요, 단행본으로 보면서도 처음에는 주인공간에 연결점이 있다는 걸 눈치를 못 챘답니다. 흐흐. 바부바부~

starrysky 2004-09-0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이주의 리뷰라뇨, 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ㅠㅠ 지난번 리뷰 올린 이후 자그마치 3달만에 손 부들부들 떨며 쓴 리뷰를 많이들 읽어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니 그저 감읍할 뿐인 걸요..
이 책은 꼬옥꼬옥 보세요. 워낙 유명한 작가니까 근처 대여점 가시면 다 있을 거예요. 읽고 감상 들려주세요. ^^

부리님, 저를 모델로 요시나가 후미님(!)이 그림을 그려주신다는 건 감히 꿈도 못 꿀 광영이지만, 말씀만으로도 넘치게 기쁘고 감사하네요. ^^ 전 게이가 꿈꿀 수 있는 가장 멋진 여자친구(이게 어디 나오는 대사였드라..)가 되는 게 꿈이예요.

판다님, 저도 그래요. 아주아주 초기작부터 동인지 작품까지 제가 구해서 읽은 모든 게 제 맘에 쏘옥쏘옥 들었어요. 최근 동인지도 구하고 싶은데, 요즘 건 좀 힘드네요. 차차 구해지겠죠..
근데.. 추천은 무지무지 고맙지만 이달의 리뷰라뇨.. 누가 볼까 무섭습니다. 흑흑. 제발 지워주세요. 다른 님들께서 비웃고 욕하다 못해 아예 즐찾을 빼버린다구요~ ^^;;

새벽별님, 네, 금붕어님 말씀이 '오후'에 연재됐던 거라 하시네요. 제가 그 잡지랑 별로 안 친해서 연재될 때는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저만 빼고 다들 '오후' 구독자셨나 봐요..;;
그리고 제발 판다님 장난에 동조하고 그러지 마세욧!!! ㅠ_ㅠ 앞으로 혼자 홍소갈비 안 먹을게요. 엉엉.

sooninara 2004-09-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요..우리동네 대여점엔 없는듯...사서 봐야할듯...

sayonara 2004-10-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어보고 싶도록 리뷰를 쓰셨군요.

마음속책갈피 2004-11-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파파 톨드 미 Papa told me 27
하루노 나나에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만화를 처음 보게 된 것은 만화잡지 '윙크'의 한 칼럼 때문이었다. 어버이날 특집이었던가..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만화들을 소개하는 칼럼이었는데 낯선 영어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Papa Told Me. 제목도 왠지 옛날이야기 속의 한 대목인 양 포근한 느낌이었고 아주 작은 사진을 통해 본 표지 그림도 따스한 새피아 빛깔로 정감 있어 보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Papa Told Me도 벌써 27권째.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던 치세는 훌쩍 자라 전보다 더 성숙한, 그래서 조금은 낯설기도 한 표정을 짓게 되었고, 스물 일곱 권 분량만큼의 많디 많은 만남을 통해 생각의 폭도 말의 느낌도 더 깊어졌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아빠와의 관계,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 정의롭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감, 주변의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무한히 나누어줄 수 있는 다정함 등은 여전하다.

이번에 치세는 어린왕자님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안드로메다 대성운 M31에서부터 '기만과 폭력이 넘치고 원숭이에서 거의 진화하지 않은 인간들이 진실을 외면한 채 형이하학적인 계획에 시간을 허비하는' 이 지저분한 별로 날아온 어린왕자. 

나이는 기껏해야 너댓살밖에 안 됐지만 어느 어른보다도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아이. 그러나 오로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나이를 모든 것의 기준으로 삼는 어른들은, 나이답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꾸짖고, 너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르냐며 힐난해서 작은 아이의 어깨를 더욱 작게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외로움과 답답함에 시들어가던 어린왕자님은 어느날 치세를 만나 말라붙었던 가슴을 적셔줄 다정한 한 마디, '너를 믿는다'는 그 한 마디를 듣는다.

이렇게 작디작은 아이까지도 외로움에 떨게 만드는 사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으로서는 감히 이해할 수 없었던 모순된 어른들의 모습과, 남들과 다른 가치관은 무조건 짓밟고 무시해 버리는 이 사회의 모습을, 그 아이들이 더 커서 어른이 되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래도 Papa Told Me는 꿈을 꾸는 수많은 어른들의 모습도 비추어준다. 비록 이 사회의 억압적인 구조를 온몸으로 꺠달아 버렸기에 어렸을 떄처럼 그렇게 겉으로 드러내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구석 순진하던 그 시절의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더 크게 넓게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사회. 그런 세상에서라면 아직은 꿈꾸어볼 만한 거 아니냐고 작게 속삭이는 듯한 만화.

Papa Told Me의 에피소드에는 이렇다 할 큰 사건도 없고 격렬한 감정적 기복도 없다. 그냥 흐르는 물 위에 던져진  작은 풀잎처럼 조용조용히 흘러만 간다. 그래서 이 책을 재미없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외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 잔잔한 흐름 하나하나가 우리가 지닌 수많은 모습 중의 일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내면 깊이 꼭꼭 숨겨뒀던 꿈과 좌절과 남아 있는 기대를 비쳐주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예전에 스치듯 보고 지나갔던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까지도 다시 소중히 되짚어보게 된다.

여기 등장하는 치세와 아빠, 그리고 그 주변의 단역 한 명, 소품 하나까지 다 맘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앨리스 까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작은 골동품 가게 겸 까페. 누구도 찾지 않을 듯한 쓸데없는 물건들로만 가득 찬 골동품 상점 같지만, 알고 보면 진짜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신비로 가득찬 까페다(비록 아무도, 치세조차도 그 진짜 모습을 눈치채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먹고 마실 수 있는 맛난 스콘과 홍차도 파는 곳. 이런 가게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저 멀리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앨리스의 토끼를 기다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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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 좋아해요. 작년 겨울에 시험 끝나고 강남 교보에서 이 책 사서 돌아오면서 읽던 때가 생각나네요. 묘하게 그 날과 이 만화가 꽤나 잘 어울렸던,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눈물이 돌았던 기억...... 치세같은 여동생이 딸이 있다면 나도 그 아버지만큼이나 이 아이를 이해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거듭 드는 만화였어요. 그런데 역시 starry sky님은 어떤 리뷰를 쓰셔도 매력적이군요. 본받을께요. -그냥 흐르는 물 위에 던져진 작은 풀잎처럼 조용조용히 흘러만 간다.- 이 말씀에 동감하며, 추천합니다~^^

starrysky 2004-06-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들이지요? 저는 치세가 너무 빨리 자라버릴까봐 살짝 걱정도 든답니다. ^^ 이 아이같은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권에는 '내가 너무 많은 행복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세상의 다른 아이들이 그만큼 불행해질까봐 걱정이예요. 모두가 똑같이 행복을 나눠가질 수는 없을까요? 그런 소원을 빌고 싶어요'라고 말하지요. 예쁜 치세.. ^^
그런데 로렌초님은 언제나 너무 과찬을 해주시니 진짜진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늘 감사해요.

panda78 2004-06-2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꼬박꼬박 읽는데, 왜 이런 리뷰를 못쓸까요. ㅡ.,ㅡ 아 샘나- 샘난다-
좀 너무 예쁘고 좋은 것만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림체도 마음에 들고.. 갖고 싶은 만화책 중 하나입니다. ^^

starrysky 2004-06-2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은 책을 너무 많이 읽으셔서 리뷰 쓰실 시간이 없는 것이옵니다. 책을 원체 안 읽는 저는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 못해 이렇게 만화책 리뷰로 리뷰란을 때우고 있는 것이고요. 어흑, 슬프다..
Papa Told Me는 예쁘고 하늘하늘한 꽃동산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우울하게 가라앉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몽상적이고 꿈꾸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면서 잔잔하지요. 그림체도 선이 똑 부러지는 펜화라기보다는 파스텔화처럼 약간 번지는 느낌이고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지만 마음에 드는 만화예요. ^-^

파란여우 2004-06-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입니다...^^

starrysky 2004-06-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女宇님, 추, 추천씩이나.. 아이고, 감사하고 또 부끄럽습니다. ^//^ 전 어제 파란女宇님 서재에서 뵌 님의 미모에 어지러워져서 책상 위에 있던 거울을 엎어버렸답니다. 아잉, 부러워요 정말. ^^

로드무비 2004-07-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파 톨드 미> 드디어 샀습니다.
제목이 진작에 끌렸었는데 미적거리던 중 님의 리뷰 읽고 사버렸습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공짜로 리뷰 읽고 그림 감상하고 음악 듣고 노닐 작정이었는데
책값이 솔찮이 드네요.^^;;;


starrysky 2004-07-1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녕하세요? ^^
제 보잘것없는 리뷰를 읽으시고 <파파 톨드 미>를 구입하셨다니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엉? 웬 홈쇼핑 호스트 톤..;;) ^^
저도 알라딘 서재 생활하면서 책 구입비가 왕창 늘어났다니까요. 알라딘은 서재 아주 잘 만든 거예요. 암요~ ^-^ 앞으로 종종 뵐게요.

2004-07-21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21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8-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만해도 저도 사 모아야겠어요. 불끈!

starrysky 2004-08-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사실은요 판다님.. 저도 아직 이거 안 샀어요. 이렇게 덩치 큰 시리즈를 놓아둘 데가 이제 정말정말 없거든요. 동생 결혼해서 걔 방이 비고 나면 그때 사려고요. ^-^

panda78 2004-08-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 아직 안 사셨어요- @ㅁ@ 그랬구나! 몰랐셔요. 제가 사 모을 테니, 스따리님은 그저 가만 계시면 되겠네요.쿄쿄쿄 ^m^

2004-08-2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깨비 2006-07-10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싸게 몽땅 전집으로 구입했는데 이제 막 다읽고 28권을 사러 들어왔더니 27권이 2004년에 나오고 안나온겁니까? 혹시 스태리님은 언제 또 나오는지 아시는지..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헌책방이 있다. 마크스 & Co.라는 작은 헌책방. 아니 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지금은 사라지고 이 곳에 한때 그런 이름의 서점이 존재했었노라고 알려주는 작은 동판만이 남아 있다니까...

세월의 더께가 묻고 수많은 전주인들의 흔적이 책갈피마다 배어 있는 고서들이 천장까지 하늘까지 쌓여 있는 작은 헌책방. 영국인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값싼 양서를 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책벌레들이 채링크로스 84번지로 편지를 띄운다. 가난하지만 책과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희곡 작가 헬렌 한프도 채링크로스 84번지에서 일하는 FPD(프랭크 도엘)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꿈에 그리던 책들을 하나하나 손에 넣는다.

헌책방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은 편지 묶음. 그러니 이 책은 사실 사고자 하는 책 목록과 청구서의 숫자들만 나열되어 있어야 마땅할 듯하다. 그러나 저자의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마음씀씀이와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헌책방 직원의 정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합쳐져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관계가 싹트면서 책의 내용, 즉 오고간 서신 내용도 놀랍도록 풍성해진다.

이들이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1949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화에 휩싸였던 모든 나라들이 복구에 한창일 무렵이었다. 그러나 연합군 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며 국토의 많은 부분이 손상된 영국은 적국인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서도 원조를 제대로 받지 못해, 국민들이 최소한의 배급만으로 어렵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헬렌은 단순히 책을 주문하는 고객의 입장을 넘어서, 미국을 대표해 영국인들에게 따뜻한 원조의 손길을 베푸는 친구의 역할을 자청한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주급 40달러의 대본교정 일을 하는 젊은 아가씨, 새 책이나 비싼 책을 사볼 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어 헌 책을 찾는 이 아가씨가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단순한 도서 주문 목록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헬렌이 편지에 언제나 정다운 얘기만 쓰는 건 아니다. 때로는 주문한 책을 빨리 보내주지 않는다고 앵앵거리며 독촉하기도 하고, 원하던 책이 아닌 엉뚱한 책이 오면 화를 내면서 항의도 한다. (이런 대목에서 나와 알라딘과의 관계가 오버랩되기도.. 사사건건 따지는 고객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서점 직원;)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불평은 어디까지나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 기반하여 '좋은' 책을 '빨리' 손에 넣고자 하는 책벌레들의 공통된 소망 때문인 것을 서점에서도 잘 알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그녀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때로는 몇 년에 걸쳐 영국 전역을 뒤져서라도 원하는 책을 찾아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이 책 속에는 내가 학창시절 이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존 던, 애디슨, 키츠 등의 이름이 등장해서 반가움을 일게 하고, '부드러운 고급 피지와 뽀얀 상앗빛 책장',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 '금박 누른 가죽 장정에 금띠 두른 마구리' 등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장정된 책을 묘사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나와서 애서가들을 한없는 부러움과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책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애를 매개로 해서 이어진 20년간의 우정. 도엘의 때이른 죽음으로 아쉽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렇게 둘이 함께 나눈 편지가 책으로 묶여 나와 그 시대적 분위기와 코끝까지 찡하게 하는 고서의 향기를 온 세계의 책벌레들이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좋아하고, 원하는 책을 찾아 수없이 발품을 팔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들과 십분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내용과 책을 읽는 동안의 기쁨만 생각한다면 별 다섯 개를 줘야 마땅하지만, 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살린 편집과 그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별 하나 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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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읽고 싶은데.. 너무 비쌉니다. ㅡ..ㅡ

로렌초의시종 2004-06-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어~무 예쁘죠^^; 크기도 적당하고 내용도 정말...... 전 나오자마자 도서상품권 있던 걸로 냉큼 사놓고도 아직 아끼고 못읽고 있습니다 ^^a 그런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저도 스타리(아 이 이름의 숨겨진 의미란~^^;;;)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추천할께요. 님의 리뷰도 이 책만큼이나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네요. 저도 이런 리뷰를 한번 쓰고 싶은데......

starrysky 2004-06-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저 책이 제 소유였다면 냉큼 판다님께 드렸을 텐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지라.. 죄송합니다. ㅠㅠ
로렌초님. 책은 정말 이뻐요. 내용은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그야말로 황홀하지요. 근데 그런 황홀함을 오래 음미할 새도 없이 너무 짧습니다. 원래 재미난 책들은 아무리 두꺼워도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 책은 물리적으로도 상당히 짧지요. 중간중간 빠진 편지들도 있던데 편지를 분실해서 못 실은 건지.. 참 안타까워요. 추천 감사합니다. ^-^

starrysky 2004-06-2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여름에 분위기가 뜨끈뜨끈하면 곤난합니다. 쿨~해야지요. 흐흐.
여백의 미가 상당히 심하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탐나는 책임에는 틀림없죠. 아참,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는데 앤서니 홉킨스랑 앤 밴크로프트가 주연이래요. 너무 재미있겠죠?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밀키웨이 2004-06-23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6년도 작품이네요..와~~ 최근 디비디로 출시되었네요.

전 왠지 책보다 영화를 더 먼저 보고 싶어지는데 어쩌죠?

앤서니 아저씨가 얼마나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을지 궁금해죽겠습니다.

근데 스타리님 리뷰는 정말 작품이라니깐요 ^^

그러니 제발 많이 좀 써주세요~~ 자주자주~~^^

 


반딧불,, 2004-06-2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이지...싫다...

이런 리뷰 보면...나는 리뷰도 아녀..싶은 것이..
그려도 꿋꿋한 대한의 아줌마^^;;

panda78 2004-06-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비됴방은 분명 저 영화 안 갖다 놓을 테고.. 어쩐다...

starrysky 2004-06-24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못난 리뷰에 따뜻한 격려말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저보다 훨씬 멋진 글들 쓰시는 분들이시라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쁘네요. ^^
제가 리뷰를 자주 쓰지 못하는 건,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읽자마자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런 내용 없는 감상문을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이지만요..
어쨌든 이 책 내용처럼 낯모르는 사람에 대한 호의와 박애정신이 절실히 그리운 오늘입니다.

soyo12 2004-06-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은 읽지 않고, 다만 영화를 봤어요.
정말 의외의 호화 캐스팅이었지요.
안소니 홉킨슨, 그리고 저 아주머니, 그리고 안소니 홉킨슨 부인 역으로는 주니 덴치가 나왔답니다. 뭐라고 할까? 정말 고급스러운 영어의 향연이었답니다. ^.~

starrysky 2004-06-2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yo12님의 말씀을 들으니 어떻게 해서든 꼬옥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DVD를 사야 하나..

superfrog 2004-06-2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님 이주의 리뷰에 뽑히셨어요!! 추카드립니다.. 좋은 책 많이 사세요.. 에구 부러워라..^^

starrysky 2004-06-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너무 기쁘지만 이렇게 허접한 리뷰가 뽑히다니 낯이 매우 뜨거우면서, 마태우스님이 뉴스레터에 쓰신 것과는 달리 지난주에 리뷰 쓰신 분이 굉~장히 적었구나 하는 확신도 들면서.. 아, 횡설수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금붕어님. ^^ 훨씬 멋진 리뷰 쓰신 금붕어님을 제치고 제가 뽑혀 심히 송구스럽습니다. (_ _)

nrim 2004-06-2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뽑히신거 축하드려요~~~~~~

starrysky 2004-06-2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느림님!!!! ^^ (다, 다들 소식 듣고 오셨군요.. 빠르기도 하시지.. 음료수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접대가 소홀해서야 원..;;;)

superfrog 2004-06-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기냥 마구마구 신나라 하세요.. 잘 쓰셨으니 뽑힌거죠.. 추카!!

로렌초의시종 2004-06-2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리러 아픈 몸을 이끌고 왔습니다. 생각할 수록 적합한 사람에게 적합한 상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군요. 적립금으로 채링크로스...DVD보시고 또 리뷰 올려주세요......^^

starrysky 2004-06-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다시 한번 캄사. 혼자 자축의 춤을 덩실덩실~~ ^^
로렌초님. 고통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예까지 오셔서 축하인사 해주시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그리고 저는 적합한 사람이 절대 아니어요.. 다른 글 잘 쓰시는 리뷰의 달인님들께 죄송스럽네요.. 채링크로스 84번지와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인사 드립니다. (굽신)

2004-06-29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4-06-3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에 이 기쁜 소식을 알게 되다니... 축하드려요....^^

starrysky 2004-06-3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방명록에 써주신 축하글도 지우시기 전에 살짜기 읽었답니다. 답글 올리고 있는데 없어져 버려서.. ^^;; 저도 안목을 좀더 높여서 님처럼 좋은 책 사보겠습니다. ^^
라이카님. 이렇게 늦은 밤에 주무시지 않고 축하인사 건네주시다니 죄송하고 또 너무 감사합니다. 잘 살게요~ ^^ (응?)

책읽는나무 2004-06-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닉넴을 많이 뵈었는데...축하글로 첫멘트를 올리게 되네요^^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책방이나...책에 대한 이야기에 솔깃해지곤 하는데....정말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리뷰 좋으네요...^^

starrysky 2004-06-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안녕하세요.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책나무님을 여기저기서 많이 뵈었는데 먼저 인사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미적대고 있었네요. 앞으로 님의 서재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starrysky 2004-07-01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4번가의 극비문서'라고요? 꽈당!!! 이 무슨 스파이영화스러운.. 책 내용이랑 너무너무 안 어울려요. 까르르~ ^^ 아마 영화 홍보사에서 내용이 너무 밋밋하다 싶으니까 자극적인 제목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려고 했었나 보지요? 꺄하하, 정말 재미있네요.
희귀비디오테잎 영화제라니 굉장히 재미있었겠어요. 저도 그런 데 가보고 싶네요.
이 책은 딱딱한 겉껍데기 안에 몰캉하고 향그러운 얘기들이 숨어 있답니다. 기회 되면 꼬옥 읽어보세요. ^^

마태우스 2004-07-0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게 왔지요? 축하드립니다. 제 좋은 벗인 스타리님이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히셨다니, 제 일인 것처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님에게 잘보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는군요^^

starrysky 2004-07-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님께 돌아가야 마땅할 리뷰상이 제게 잘못 오는 바람에 삐지신 줄 알고.. 쿠쿠, 농담인 거 아시죠? ^^ 저와 함께 기뻐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야말로 앞으로 님께 더 잘하겠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
 
내가 읽은 책과 그림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대개 평론가라는 부류를 싫어한다. 몇 년에 걸쳐 피땀 흘려 쓰거나 작곡하거나 만들어낸 것을 단 몇 시간 또는 몇 분 동안 읽거나 듣거나 일별한 후에 써내는 몇 줄의 글로, 공들여 쌓아온 그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는 사람. 누가 그런 사람을 반기겠는가? 아니, 물론 눈앞에서는 반기며 미소지어야겠지. 내 작품에 대한 보다 나은 평을 위하여. 그러나 뒤돌아서서는 모두들 욕하고 되도록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며 겁내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평론가 중의 한 사람이다. 현대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노평론가. 게다가 평론가답게 그 독설이 장난 아니라 하니 독일 문학계 전체가 그의 날카로운 눈초리 앞에서 몇 십년 동안 바르르 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나 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아무래도 자기가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작가들을 선별했기 때문인지 날카로운 비평 속에서도 한가닥 애정이 묻어나고, 현재에 와서 잊혀져버린 먼 시대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애타는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한다.

제목처럼 이 책 속의 글들은 한 장의 그림, 즉 작가들의 초상화를 기본 소재로 해서 얘기를 풀어나간다. 초상화 주인공에 대한 일화나 그의 작품세계, 초상화를 손에 넣은 과정, 그에 담긴 추억 등등 그림과 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나오면서, 근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 문학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일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실 외국의 문학작품이라 봐야 아주 유명한 작가들의 책 이외에는 제대로 번역 출간되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 상당수의 작품명은 커녕 이름조차 낯설기만 하다. 독일문학 전공자나 되어야 고개를 끄덕이며 반가이 읽을 수 있을까.. 그러나 비록 모르는 작가더라도 이렇게 짧은 글을 통해서나마 익혀뒀다가 언젠가 진짜 그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작가들을 분류하는 한 가지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유태인 작가냐 아니냐' 하는 것. 저자 라니츠키 본인이 유태인으로서 나치 치하의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야 했고 부모 형제를 수용소에서 잃은 처참한 기억을 갖고 있으니 이 문제가 그의 골수 깊이 각인되어 있으리란 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유태인 작가를 거론하면서는 그의 유태인으로서의 행적, 사회로부터 받은 핍박, 그에 대한 대처, 문학 속에 나타나는 유태인 정체성 등을 주로 논하고 있다. 좀 집요하다 싶을 정도이긴 하지만 요사이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계하여 생각하면 더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잘 모르는 작가에 대한 글까지 끈기 있게 다 읽고 나면, 아직 페이지 수가 꽤 많이 남았는데 벌써 역자후기와 편집후기나 나온다. 아니 그럼 남은 페이지는 뭘까 싶어 들쳐 보면 약 50페이지에 걸쳐 빼곡히 적혀 있는 '인명해설'. 오, 이런 기대 이상의 자상함이라니.. 위에 말한 대로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는 본문의 특성상 독자들의 독서 편의를 위해 편집자가 공을 들여 마련한 섹션인 것이다. 목차에 등장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본문 내용에 잠깐 스치듯이 언급된 인물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달아두었다. 또 거명된 작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저서명과 출판사, 출판년도, 번역자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고..

이런 부분을 봤을 때 독자들은 감동하면서 이 책은 '정말 잘 만든 책'이라고 일컫게 된다. 이렇게, 잘 팔리는 책보다는 잘 만든 책에 대한 편집자들의 욕심을 기대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지난번 이 출판사(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나왔던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에 대한 실망감을 씻고 세 번째 '책에 대한 책'을 기다려본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문장 하나. 안톤 체호프에 대한 글 중 일부인데, "고골리가 사회를 고발한 고소인이었다면, 톨스토이는 재판관이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 피고인을 자처하였던 반면, 체호프는 그저 증인의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러시아 4대 문호에 대한 독일 최고 평론가의 짧지만 직관적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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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이런 리뷰를 쓰고 싶어요. 책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자신의 느낌을 생생히 전해주는... 님의 리뷰를 자주 읽다보면 그렇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저자라고 평론가를 다 싫어하는 건 아닐 듯 싶습니다. 제가 저자라면, 평론가가 자기 책에 대해 한줄이라도 언급해 주기를 바랄 것 같아요. 유명한 평론가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superfrog 2004-06-1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도 님 리뷰를 읽다보면 멋진 리뷰를 쓸 수 있겠죠..? ^^

반딧불,, 2004-06-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동감합니다.
외투^^전 소름이 끼쳤었지요.

starrysky 2004-06-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런 과찬의 말씀은 부디 삼가주시옵소서. 님이시야말로 남들 다 아는 리뷰의 귀재이신데 다만 알라딘 관계자라는 이유로 인해 리뷰상을 못 타시는 것 뿐 아닙니까. 저는 늘 님의 리뷰를 프린트해놓고 하루 12번씩 되풀이 읽으며 공부하고 있사옵니다.. 싸부님!!! ^-^ (살짝 과장;) 그리고 평론가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는 물론 저도 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다만 너무나 막강한 힘을 가진 평론가에 의해 휘둘려버리는 힘없는 신인 예술가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가끔..
물장구치는금붕어님. 님까지 이러시깁니까? ㅠㅠ 역대 마이리뷰 당선자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 저를 땅에 묻고 흙까지 꽉꽉 밟아 다져주시는 격이옵니다. 흐흑.. (눈물 닦고) 네, 칭찬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켁. 음악캠프 1등 수상 소감을 말하는 듯한..;)
반딧불님. 마지막 문장 멋지죠? 책 내용 중에서 제일 와닿더라구요. 제가 많이 무식해서 저렇게 쉽게 비유를 해줘야 아항 그렇구나~ 하면서 알아듣거든요. ^^

플레져 2004-06-1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쿨한~ 달콤한~ 쌉싸름한~ 리뷰여요!
감동 먹었음...
스타리님 믿고 당장 책 주문 하겠습니당 ^^*

starrysky 2004-06-18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 감동씩이나.. 부끄럽사옵니다 플레져님.. ^///^
근데요.. 리뷰에 쓴 것처럼 워낙에 모르는 작가들이 많이 나와서 어느 정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실 수도 있다는 점, 꼬옥 염두에 두셔요.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온화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요리책도 좋아하고 꼭 요리책이 아니더라고 음식과 관련된 모든 책들, 또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류의 책에 가끔씩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도 두루 좋아한다. 덕분에 이 책도 오랫동안 내 '미래독서목록'에 올라 있었고 얼마 전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책은 읽기 전에 예상했던 그 어떤 부분도 완전히 만족시켜주지를 못했다. 괴테의 글 속에 나타난 음식들을 독일 최고의 요리사가 직접 요리해서, 괴테의 팬들이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자신의 우상이 먹던 음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괴테의 글 쪽에 중점을 뒀다고 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인 글들만이 나열되어 있고 요리에 중점을 뒀다고 하기에는 소개된 요리의 가짓수가 너무 적은데다가 그나마 괴테 시대의 요리법도 아니다.

괴테의 글은 시와 여러 여자들(애인, 부인, 며느리 등)에게 보낸 편지글, 기행문 등이 섞여 있는데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고 어떤 특정한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라 산만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내용이 너무 단편적이라서 마치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된 발췌문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음식과 관련된 글들만 따로 뽑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뭔가 일정한 기준을 두고 정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편집자의 정성이 아쉽다.

또 요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요리사가 맡았는데, 독일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정쩡하고 내가 보기에는 이탈리아식과 프랑스식이 섞인 요리법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괴테의 글에 맞춰 장만한 요리라고 하면 최소한 독일식이거나 아니면 괴테가 살던 당대의 요리법을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요리의 주재료만 괴테의 글 중에 언급된 것을 썼을 뿐 나머지는 요리사 마음대로다. 한마디로 책의 기획 의도와 사뭇 다르게, 글과 사진이 서로 어울리기는 커녕 삐걱거리며 겉돌고 있다.

물론 글내용과 요리를 따로 두고 본다면 둘 다 상당한 수준들이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안 이뤄졌기에 내용도 빈약하고 볼거리도 없는 평범한 책이 되어버렸다. 이왕 이런 기획을 한 바에야 좀더 공을 들여서 괴테의 팬들도 만족스럽고 나같은 요리책 팬들도 만족스러운 책을 내줬더라면 좋았을 걸, 결국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졸작이 되어버려 아쉽다. 큰 기대를 걸지 않은 사람만이 후회 없이 책장을 덮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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