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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릴 처칠 지음, 이지훈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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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복제 인간 문제을 다루면서 그 안에서 사라진 여성의 역할(임신과 출산, 양육, 돌봄)도 질문한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 카릴 처칠의 절판된 다른 희곡 <클라우드 나인>과 <최고의 여성들> 재출간도 해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지금이 다시 나올 최적의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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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9 1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이제 이 핑크만 봐도찜인데 잠자냥님이니 찜찜입니다~ㅋㅋ♡

잠자냥 2021-06-19 18:02   좋아요 4 | URL
네 이 작가 희곡은 현대 연극계에서 핫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 번역작이 드물거나 번역되었던 것도 절판이네요.

새파랑 2021-06-19 14: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희곡 시리즈 인가 보네요. 표지가 너무 예쁘네요. 저도 찜!

잠자냥 2021-06-19 18:03   좋아요 3 | URL
지만지 드라마 시리즈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희곡 작품 많이 나오고 있어요. 단 가격이 좀 비싸다는 흠이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1-06-19 14: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희곡!
잘 못 읽는다고 북플에 쓴 다음부터 계속 올라오는건 우연일까요? 계시?^^
문턱을 낮추는 💕....?

잠자냥 2021-06-19 18:04   좋아요 4 | URL
ㅎㅎㅎ 계시입니다! 따르십시오!

붕붕툐툐 2021-06-19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이 다시 나올 최적의 때 맞습니다~ 잠자냥님이 희곡의 바람을 일으키셨으니까요!!ㅎㅎ

잠자냥 2021-06-19 22: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카릴 처칠은 페미니즘극의 대모라고 불리는 작가라 요즘 나오면 예전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파랑 님의 최근 <밤으로의 긴 여로> 리뷰에 달린 붕붕툐툐 님의 댓글 희곡이라니 무조건 담습니다. 요즘 희곡이 넘나 당깁니다!ㅎㅎ를 보고, 또 그에 이은 새파랑 님의 댓글 툐툐님의 희곡 추천이 기대되네요^^”를 보고 미천한 제가 희곡 몇 작품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극은 좋아하지 않는데도 희곡은 좋아해서 이래저래 챙겨 읽다 보니 어느덧 북플에서 제가 일곱 번째 희곡마니아라고 알려주더군요. 물론 저 위에 폴스타프 님은 희곡마니아 세 번째라고 하니, 그분 앞에서야 조족지혈이지만 아무튼 제가 읽은 희곡들 가운데 너무 난해하지도 않고(: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같은 부조리극), 너무 오래되지도 않고(: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 그리스비극), 너무 유명하지도(: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체호프 희곡,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않은 작품들 가운데 살아있는 동안 이건 꼭 한 번 읽어보십쇼 하는 것들로 추천해봅니다.

 

카렐 차페크, <곤충극장>

새파랑 님이 최근 이 책을 사신 것 같아, 이 작품부터 소개합니다. 체코의 천재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카렐 차페크는 희곡도 많이 남겼는데(: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도 희곡입니다. 이 작품도 괜찮습니다), 그중 <곤충 극장>은 그의 희곡 3편을 맛볼 수 있는 알짜 구성입니다. 세 편 모두 100쪽 남짓으로 짧지만 강렬합니다.... 아 이제부터 늘 하던대로 걍 반말하겠습니다. 첫 희곡인 곤충 극장은 한 편의 우화에 가깝다. 인간인 여행자가 곤충들의 세계를 엿보게 되는데, 그 곤충들의 삶이 볼수록 인간의 삶과 다름없다. 나비들은 암컷수컷 할 것 없이 짝짓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곧 다른 짝한테 추파를 던지는 꼴불견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쇠똥구리는 또 어떠한가? 똥 덩어리를 끌고 다니면서 그것이 마치 숭고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광적으로 집착한다. 쇠똥구리가 똥 덩어리를 대단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이 집착하는 돈, 성공, 명예, 권력 같은 것들이 어쩌면 저렇게 하나의 똥 덩어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싶어져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가족 사이의 징글징글한 이야기. 가족에게 상처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 누가 이 고전에 공감하지 않으리. 인간이 혈혈단신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가끔 가족은 너무나도 큰 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유진 오닐의 자전적 이야기인 <밤으로의 긴 여로>는 그 굴레 같은, 멍에 같은 가족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엔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한 아일랜드 이민자의 집이지만, 어머니는 모르핀 중독, 아버지는 오로지 관심사라고는 돈, 형은 변변한 직업 없이 술과 여자에 빠져 살며, 유진 오닐 자신의 분신인 막내 에드먼드는 폐병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다. 이토록 우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왜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유진 오닐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어 했던 과거이자 자신의 전부를 만든 비극적인 가족사를 로 써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이 모든 비극적인 가족사, 비극의 원인이 되는 사건, 그래서 현재 이 가족의 붕괴된 모습을 단 하루! 오전- 점심- 저녁 -자정 안에 완벽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유진 오닐의 또 다른 희곡 중 <시인의 기질>도 더불어 추천한다.


 

테네시 윌리암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암스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데, 사실 나는 이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을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여기 실린 <유리 동물원>때문인데, 이 작품 또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처럼 가족이야기, 그것도 테네시 윌리암스의 자전적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테네시 윌리암스 쪽이 조금 더 시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래서 난 <밤으로의 긴 여로>보다 <유리 동물원>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테네시 윌리암스는 가족 안에서 행복했던 적은 그다지 없던 듯하다. 아버지는 떠돌이 외판원이었으며 어머니는 아름답지만 히스테릭한 사람이었다. 모계로부터 정신 병력이 이어져내려 왔고 그의 하나 뿐인 누나에게서 정신 분열이 발명한다(물론 윌리암스에게도 이런 정신 병력은 나타난다). 윌리암스에게는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그의 성적 취향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깨닫고 평생 동성애자로 살았다. <유리 동물원>은 윌리암스가 벗어나고자 했던, 그러나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바탕으로 삼고 있다. 정신병을 가진 누나는 <유리 동물원>에서 절름발이 누나로 등장하며, 히스테릭한 어머니는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다분히 허영기 가득한 어머니로 표현된다. 그리고 외판원이었던 윌리암스의 아버지는 <유리 동물원>에서 아예 집을 나가버린, 부재중인 아버지로 그려진다. <유리 동물원>의 화자이자 극 전개자인 은 윌리암스 자신으로 읽힌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공장에서 일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밤마다 극장으로 도피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남자, 가족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결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남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또한 가족 간의 이야기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거대한 유산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큰 아들 내외와 그들의 다섯 아이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좌절, 위선, 소통의 단절, 불협화음이 극의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동성애자로서의 테네시 윌리암스의 고통이 드러나기도 한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뒤렌마트 희곡선>

폴스타프 님 덕분에 읽게 된 작가. 뒤렌마트는 희곡이 아닌 작품도 재미있지만, 역시 이 희곡이 명불허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노부인의 방문>, <물리학자들> 두 편이 실려있는데, <노부인의 방문>은 진짜 웃기고 재미나면서 해학과 풍자가 쩌는 작품이다. 몰락한 소도시 귈렌에 평소에는 정차하지 않는 특급 열차가 멈춰 선다. 이유는 오직 하나 노부인 클레어 자하나시안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온 세계가 주목하는 대부호이다. 이 노부인이 왜 이 마을을 찾았느냐고? 사실 귈렌은 그녀가 태어나고 10대 시절을 보낸 곳으로 45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은 것이다. 파산 직전의 귈렌 시 사람들은 이 노부인으로부터 한몫 단단히 챙기길 바라고, 노부인은 그들의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인간의 속됨이 낱낱이 까발려지는데……. 뒤렌마트는 거액의 돈과 정의 실현이라는 발칙한 제안으로 인간성과 공동체, 정의와 자본의 문제를 날카롭게 묻는다. <뒤렌마트 희곡선>에 실린 두 작품은 모두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 흥미롭게 읽힌다. 그로테스크한 설정 때문에 저게 말이 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폭주하는 자본과 과학 앞에서 개인의 양심과 정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 빛나는 작품들은 보여준다.

 


헨리크 입센,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입센의 희곡도 유명하다. 물론 그중 원탑은 <인형의 집>일 것이다. 입센을 읽어본 적 없는 이들이라면 먼저 <인형의 집>을 추천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입센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썼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인 늙은 조각가 루베크의 모습에서 입센 그 자신의 모습이 종종 엿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인형의 집>의 노라와 비슷한 여인이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이레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노라와 아주 닮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남성으로 인해 삶이 부서지고, 그 사실을 깨닫고는 그를 거침없이 떠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나 할까. <인형의 집>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나는 입센의 이런 여성주의적 관점이 꽤 존경스럽다(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쓰인 작품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같은 제목의 에이드리언 리치의 에세이집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입센의 이 작품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헨리크 입센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남성 예술가이자 사상가가우리가 아는 대로문화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과 작품 속에 여성들을 이용하고,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이 이용당했음을 서서히 깨닫고 투쟁하는 서사에 대한 희곡이다.”(에이드리언 리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5). 이런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루베크와 울프헤임 두 남자, 이레네와 마야 두 여자, 남과 여의 대비뿐만 아니라 루베크와 이레네로 상징되는 예술과 정신적인 삶, 울프헤임과 마야로 상징할 수 있는 육체적이면서도 세속적인 삶, 산 정상과 산 아래의 삶 등의 대비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문제(대상으로서 종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여인들의 삶), 예술과 세속적 삶,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깊이 있게 통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이레나와 마야 두 여인이 루베크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 둘은 결국 루베크와 함께 하면서 어떤 의미로든 균열을 발견하고, 그 기만된 삶을 깨닫고는 그의 곁을 스스로 떠난다. 버림받는 것도 아닌, 자기 발로 루베크를 떠나는 것이다. 입센을 이르러 현대극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까닭에는 아마도 이런 시대를 앞선 사상도 한몫 했을 것이다.

 


루이지 피란델로,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

어느 마을에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장모와 사위, 딸 셋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한 집에 살지 않는다. 사위와 딸은 함께 사는데, 장모는 그들의 집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혼자 기거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딸 부부와 함께 사는 게 서로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딸과 장모, 그러니까 이 두 모녀는 서로 만날 수가 없다. 장모가 딸네 집을 찾아가더라도 집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사는 딸을 엄마가 부르면 딸은 테라스로 얼굴을 내밀고 몇 마디 나눌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그 높은 곳에서 비추는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딸은 단 한 번도 엄마가 사는 집에 온 적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위는 날마다 장모가 사는 집에 찾아와서 장모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간다. 다정하기 짝이 없다. 대체 이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마을 사람들의 궁금함, 호기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마침내 진실을 밝히고자 그들은 발 벗고 나선다. , 과연 그 가족의 진실은 무엇일까? 루이지 피란델로의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는 이런 모습을 그리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진실이라는 게 얼마나 덧없는지,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진실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거짓이 될 수도 있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나간다.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라는 제목이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을 본다는 것, 그리고 자기가 보고 받아들인 대로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는 것, 하지만 그게 과연 진실일지, 진실이라고 판단한 근거 자체가 모래성과 같다면 그 진실은 또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질문한다.

 


후안 마요르가, <맨 끝줄 소년>

<맨 끝줄 소년>은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한때 작가를 꿈꾸던, 그러나 이제는 고등학교에서 형편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헤르만은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 과제를 채점하느라 고통스럽다. 글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형편없는 문장의 나열을 보며 아내인 후아나에게 투덜투덜 학생들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한 학생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주말 친구인 라파네 집을 방문해서 그들 가족을 관찰하고 쓴 글인데, 그것을 아내에게 읽어주던 헤르만의 눈이 빛나기 시작하고 잠자코 듣던 후아나도 귀를 기울인다. 그 글을 쓴 학생의 이름은 클라우디오’. ‘맨 끝줄이란 아무도 거기는 보지 못하는데, 거기서는 모두를 볼 수 있는장소이다. 클라우디오와 헤르만은 둘 다 그 자리에서 앉아본 경험이 있고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작가가 되기를 꿈꿔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겠다면서 개인지도를 하게 되고, 클라우디오는 헤르만의 가르침을 받으며 글을 써나가는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교사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게 된다. 게다가 처음에는 교사이자 편집자나 마찬가지인 헤르만의 말을 유순하게 듣는 것 같던 클라우디오는 어느 순간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깨닫고는 헤르만과 그 아내 후아나까지 갖고 노는 경지에 이른다. 이 작품이 매력적인 까닭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관객 또는 독자가 보는 대로 언제든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오가 쓴 이야기는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부분은 허구일까? 이 모든 이야기 자체가 맨 끝줄 소년클라우디오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까? 이야기의 현실과 상상, 그 경계의 구분을 어떻게 독자가 설정하는가에 따라 <맨 끝줄 소년>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조금씩 달라진다. 이 작품은 그렇게 활짝 열린 상상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유진 오닐, <느릅나무 아래 욕망>

또 유진 오닐이다. ‘느릅나무 아래 욕망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원초적인 욕망 때문에 파멸해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밤으로의 긴 여로>처럼 이 작품 역시 한 가족의 이야기다. 탐욕스럽고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한 아버지 캐벗과 그의 세 아들 시미언, 피터, 에벤, 그리고 이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집에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하는 한 여자 애비’- 이렇게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극은 흘러간다. 줄거리는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계속 책장을 넘기다보면 조금 충격적인 전개로 흘러간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신화도 느껴지고 애비와 에벤의 관계에서는 페드라도 느껴진다. 이 작품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와 비슷하지만 욕망으로 끈적끈적한 분위기와 조금은 더 충격적인 내용으로 한층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이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을 사람이 있다면 책 뒤표지는 읽지 마시라. 스포일러 투성이다!

 


장 폴 사르트르, <닫힌 방/악마와 선한 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그의 철학책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문학, 그것도 이 희곡을 읽는 편이 오히려 더 빠르게 쉽게 다가올 것이다. <닫힌 방>은 지옥에 갇힌 세 사람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데, 그의 작품 중 연극적이면서도 가장 참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나마 그의 작품 중 재미있다는 소리). 이 작품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의 안내를 받아 전혀 지옥처럼 보이지 않는 한 장소로 세 영혼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신문기자였던 가르생과 우체국 직원이었던 이네스, 그리고 부유한 유한마담 에스텔. 극이 서서히 진행되면 각자의 고백을 통해서 그들의 과거와 죽은 사연이 밝혀지고, 각각이 품은 욕망과 비밀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이들의 공존은 지옥 그 자체가 되고 만다. <악마와 선한 신>2차 세계 대전 후 세상이 뒤바뀌고 있음을 불안해하는 프랑스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1950년대 프랑스의 사회적 동요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담아내고 그 속에서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이 작품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불안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치면 환갑을 넘긴 윌리 로먼은 세일즈맨으로 삼십 년이 넘게 일했다. 지금도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나이 들어 운전하기 어려운 지경인데도 매일 무엇인가를 팔고자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한때 잘나가던 세일즈맨이었지만 그의 현재는 초라하다.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기라도 할 생각으로 집착했던 두 아들은 백수건달이나 다름없다. 특히 그토록 사랑했던 첫째 아들 비프와는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만나기만 하면 싸움뿐이다. 윌리는 이런 초라한 현실을 잊고자 자꾸만 찬란했던 과거에 집착한다. 과연 윌리 로먼과 그의 가족에겐 그가 꿈꾸듯 더 나은 미래, 희망이 있을까?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비극이다. 그런데 그 비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탁월하게 그려진다. 윌리의 환상을 통해 나타나는 찬란했던 과거와 남루한 현재의 적절한 대비, 이웃이자 친구인 찰리와 그의 아들 버나드의 성공한 삶과 대비되는 윌리 로먼 가족의 초라한 현실, 아들 비프와 아버지 윌리의 갈등과 그 갈등의 원인인 된 비밀 등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극은 탄탄하게 전개된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희곡임에도 그 안에서 전달하는 주제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은 묵직하다.

 


에드워드 올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제목과 달리 작품에는 버지니아 울프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와 아무 상관도 없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라는 말은 아기돼지 삼형제 애니매이션에 등장하는 노래를 패러디한 것으로 그 의미는 누가 환각 없는 삶을 두려워하랴이다. 이야기 배경은 뉴잉글랜드 지방의 조그만 대학 캠퍼스에 있는 주택의 거실로, 평범한 부부들이 등장한다. 조지는 무능력한 대학교수인 남편, 마사는 대학총장의 딸이다. 이 집에 젊은 교수 닉과와 그의 부인이 초대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성공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불만과 성공만을 강조하는 부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그들은 손님을 앞에 두고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는데……. 1962년에 공연된 에드워드 올비의 희곡으로 올비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고 큰 성공을 거뒀다. 1966년에 개봉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리차드 버튼 주연의 동명의 영화도 추천한다.

 



수잔 손택,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절망 속에 살다간 앨리스 제임스를 위하여라는 손택의 서문에서는 셰익스피어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셰익스피어에게는 여동생이 없었지만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서막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헨리 제임스에게는 그러한 여동생이 있었다. 바로 이 희곡의 주인공인 앨리스 제임스가 그녀다. 헨리 제임스뿐만 아니라 앨리스 제임스의 또 다른 오빠인 윌리엄 제임스역시 철학자로 그 이름을 떨쳤다. 이런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일찍이 어려서부터 풍요로운 문화적 교육적 환경에 노출된 앨리스 제임스’- 그녀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Alice in Bed>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던 19세기는 그녀의 그런 재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생 우울했고, 늘 자살충동에 시달렸으며 마흔네 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해서 병과 싸워야 했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앨리스로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손택의 이 희곡에서 앨리스가 누워있는 침대(정확히는 매트리스’)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앨리스가 직면한 현실의 무게일 수도 있고, 앨리스에게 허용된 세상, 그러니까 영리하고 명민하지만 앨리스가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는 매트리스만큼의 작은 공간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손택은 이 희곡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한다. ‘이 연극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한 연극이며, 결론적으로 상상력에 대한 연극이다. 정신적 감옥의 현실, 상상력의 승리 말이다. 그러나 상상력의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라는 그녀의 서문 또한 여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연극, 희곡 이야기하는데 브레히트가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이 희곡 선집에는 서푼짜리 오페라외에 억척어멈과 자식들이 수록되어 있다.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브레히트는 체제 밑바닥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족과 결혼, 우정과 애정을 모두 겉치레일 뿐이라고 비웃는다. <억척어멈과 자식들>30년 전쟁 중 전쟁터를 쫓아다니면서 군인들에게 먹을 것, 마실 것, 그 외의 다른 문자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종군상인 억척어멈 안나 피어링과 그의 세 자식들의 이야기이다. 브레히트는 억척어멈을 통해 자식을 잃은 후 슬픔과 회한에 젖은 어미의 모습이 아닌, 전쟁 통에 자식을 잃고도 먹고살기에 급급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지 버나드 쇼, <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차용한 희곡으로 음성학자가 거리에서 꽃을 팔던 소녀를 데려다가 언어를 교정시키면서 상류사회 여자로 만들어 놓는다는 내용. 이 희곡 안에서 버나드 쇼는 영국의 계급 사회 및 여성 문제 등을 다룬다.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제목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꽃집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거리의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 어느 비 오는 날 그녀는 런던 거리에서 사람들의 말을 받아 적는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는 한마디만 듣고도 말한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알아맞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음성학자이다. 일라이자는 다음 날 히긴스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꽂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상류층의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데……. 쇼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빈민가의 소녀가 교육을 받아 상류층으로 진입하고, 삶이 통째로 뒤바뀌어 버리는 것을 통해 신분 제도의 허위와 영국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해롤드 핀터, <해롤드 핀터 전집 1>

해롤드 핀터 전집이 국내에 나와 있다(품절된 것도 많지만). 대부분 추천한다. 1권에는 그의 대표작인 <생일파티>와 짧은 시사 풍자극이 실려 있는데, <생일파티>가 꽤 볼만하다. 어느 바닷가 하숙집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스탠리는 하숙집 안주인의 지나친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골드버그와 매캔이라는 정체불명의 두 남자가 그를 찾아온다. 그들은 스탠리가 원하지도 않는 친절을 잔뜩 베풀더니 급기야 스탠리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생일잔치를 베풀어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그러고는……. 핀터의 작품도 대부분 부조리극이라 쉽지는 않다. 그러나 베케트나 이오네스코의 작품과는 달리 여느 부조리극보다 구체적이며 대사는 일상적인 구어체라 조금 더 쉽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날카롭고 시적이다.

 

 

유치진 외 <한국 현대희곡선>

유치진 <토막>,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이강백 <봄날> 등 한국 희곡의 정수만 담겼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해방전후 혼란한 시대, 전쟁 후 무기력한 시대, 70~80년대 군부독재 시대, 현대의 물질만능, 인간소외시대까지 이 책에 실린 희곡들로 우리나라 변화상을 훑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수록 작품들은 하나 같이 우리나라 현대 대표 희곡인지라 역시 잘 썼다, 감탄하게 된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가난에 허덕이거나 가난하지 않더라도 결국 몰락하는 집안과 그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그 집안의 맏이는 거의 아들인데, 이 장남들은 끌려갔거나 유학 갔거나 소식을 알 수 없거나 등등 가족 내에서 사라진 상태이고, 그 어머니들은(또는 가족은) 장남의 부재를 고통으로 여기고 이제나저제나 소식을 들을까 기다린다. 이런 상태가 아니라 장남이 가족과 함께 있더라도 전쟁터에서 돌아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제 구실을 못한다(‘불모지’). 그러다 결국 가족을 파멸로 몰아간다.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아버지- 돌아오지 않는 장남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 또는 제 구실을 못하는 장남을 안쓰러워하는 어머니-그리고 주변인과도 같은 나머지 자식들 등등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집을 태그로 설명하라면 #가난#가족#밑바닥 삶#부재하거나 제 능력을 상실한 장남#가족의 몰락이랄까. 아무튼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절판인데(성범죄자 이윤택의 작품 <오구죽음의 형식> 때문), 독자를 위해서 그의 작품만 빼고 재출간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어느 계단의 이야기>

, 이 긴 페이퍼를 다 읽은 분들을 위한 오늘의 하이라이트. 사실 오늘 이 기나긴 페이퍼는 어쩌면 이 한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잡설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나만 알고 싶지만, 나만 알기에는 매우 아까운 작품이다. 숨겨진 명작이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무대는 어느 맹인 학교이다. 이곳 학생들은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크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졌다면 우울할 법도 한데, 그들은 하나 같이 밝고 명랑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면면을 보니 이른바 부잣집 자식들- 그러니까 부르주아 계급에 속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데다가, 주변에는 자기처럼 모두 똑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 뿐이니, 장님 나라의 장님이라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고도 외면한다. 그런데 이 학교에 이그나시오라는 어둠의 자식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문제가 일어난다. 작가는 이그나시오를 통해 고통을 알고 느끼고, 응시할 때 비로소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럼으로써 진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물리적으로는 볼 수 없지만 정신으로는 눈을 뜬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묵직한 진실을 전한다. “우리 모두는 장님들과 같은 어둠 속에 있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어둠의 장님들이다.”라는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말은 이 작품과 더불어 본다는 것의 의미, 눈 먼 상태의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 보게 한다. <어느 계단의 이야기> 또한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진실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어느 도시의 허름한 연립주택 계단이다. 모든 사건이 이 계단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그들이 젊었을 때는 이 허름한 주택의 낡은 계단을 떠나 성공으로 가길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10년 뒤에도 그 계단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계단의 이야기>는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생각대로 펼쳐나가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하층민의 삶을 한 계단을 중심으로 30년 동안 보여줌으로써 그 시절 스페인의 어두운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상, 희곡 7번째 마니아 잠자냥이 아룁니다. 더 궁금한 점은 3번째 마니아 폴스타프 님께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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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16 13: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렇지 않아도 다음번 예약독서 기간에는 프랑스 현대 희곡을 읽을 예정이었답니다.
<첸치 일가>, <테레시아스의 유방>,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우리나라 희곡 <속살>, 일본 희곡 <다락방>, 이 페이퍼에 포함되어 있는....줄 알았던 지만지 <비평가/눈송이의 유언>, ㅋㅋㅋㅋ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 등이 끼어 있습니다.
여기에 오늘 주문할 프랑스 현대 희곡 몇 개가 더 포함되고요.
희곡은 읽어가며 머리 속으로 제 마음대로의 무대를 그릴 수 있어서, 책 읽는 오르가슴이 두 배예요, 두 배!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16 13:25   좋아요 7 | URL
폴스타프 님 희곡 마니아 1위 갑시다. ㅎㅎㅎ 읽지 않고 책 언급만 하는 걸로 1위는 좀 반칙이잖아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일본 희곡 궁금하네요!

독서괭 2021-06-16 14: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아아아 하나도 안 읽었네요. 으 내 보관함 ㅜㅜㅜ

잠자냥 2021-06-16 14:18   좋아요 7 | URL
보관함이 터질까봐 걱정이십니까? 괜찮아요. 보관함의 달인 유부만두 님이 2천권 넘게 담으셨어도 터지지 않는다고 증언해주셨습니다. ㅋㅋㅋㅋ

청아 2021-06-16 14:35   좋아요 6 | URL
3천개 넘어도 거뜬합니당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16 19:51   좋아요 3 | URL
우와 저 1200개 정도인데 아주 가벼운 거네요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6-16 15:1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7번째 마니아가 이 정도라면 3번째 마니아님은 더 대단하시겠네요!!!!!
그동안 오래되고 유명한 희곡 읽느라 올려주신 책들을 아직 한 권도 안읽었어요.
학교때 여러 단과대별로 연극동아리가 있는데 그 단골메뉴가
고도를~~
욕망이라는~~
세일즈맨의~~
밤으로의~~
이런것들이라 낯설지는 않네요
다만 그들의 연기를 보는게 힘들었죠^^
이제 책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잠자냥 2021-06-16 15:18   좋아요 6 | URL
제가 연극은 싫어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웬만한 연기가 아니면 너무 오그라들어서... 그럼에도 희곡은 좋아하는데요, 그 이유는 저 위에 폴스타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읽는 동안 머릿속으로 자기만의 연극 무대를 꾸며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자, 이제 어설픈 배우들의 무대는 떨쳐버리고 책을 읽으면서 페넬로페님만의 무대를 만들어보세요.

그레이스 2021-06-16 15:46   좋아요 5 | URL
그러게요(페넬로페님 말씀, 3번째 마니아님은 더 대단하시겠다는)
플친님들 희곡 읽기 배워야할 1인입니다.
조금 힘들어 하거든요^^

coolcat329 2021-06-16 17: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카렐 차페크는 책제목이 참 끌리진 않네요. 무슨 도롱뇽인가도 갖고는 있는데 이 책도 구해서 나란히 꽂아둬야겠습니다.
이 중 세 권 읽었고, 일곱 권 갖고 있네요~^^

잠자냥 2021-06-16 18:02   좋아요 6 | URL
무슨 도롱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렌마트 재미나게 읽으셨으면 차페크도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Falstaff 2021-06-16 21:34   좋아요 2 | URL
도롱뇽은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가 했던 역할이고요, 희곡이 아니라 소설입니다. 재미난데 읽으시지.... 제목이 <도롱뇽과의 전쟁> 되겠습니다. ^^

다락방 2021-06-16 17: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희곡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페이퍼 중에서 두 권은 읽었네요. 셰익스피어는 제가 좀 읽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희곡은 말씀하신 것처럼 머릿속에서 무대를 그리기 때문인지 인물에게 몰입이 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소설만큼 재미있게 읽히지가 않아요. 그래도 이 페이퍼 중 몇 권 담아갑니다. 킁킁.

잠자냥 2021-06-16 18:03   좋아요 6 | URL
희곡이 좀 인기가 없긴 하죠. 이상하다고 하는 분들도 많고. ㅎㅎㅎㅎ
전 셰익스피어 다 읽은 사람입니다. 으하하하하. 하지만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음; -_-;;

Falstaff 2021-06-16 21:35   좋아요 2 | URL
흠... 저는 셰익스피어 > 세르반테스 >>>.....>>>>괴테

잠자냥 2021-06-16 22:1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괴테 의문의 1패. 근데 저도 그 세 작가 중엔 괴테 작품이 제일 별로입니다.

새파랑 2021-06-16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맞춤형 추천이라니 너무 좋네요 ^^ 장바구니 터질지라도 일단 담고 보겠습니다 ㅎㅎ 위에서부터가 그래도 추천순위 이겠죠? 곤충극장 아직 사진 않았는데 리뷰 보니 바로 사야겠네요. (이번달은 이제 안살려고 했는데...)
폴스타프님과 잠자냥님은 모든 마니아 순위에 있으신거 같아요. 알라딘 직원인줄 😄

잠자냥 2021-06-16 22:09   좋아요 2 | URL
위에서부터 추천 순위는 아닙니다! ㅎㅎ맨 마지막 작품이 가장 강추 작품입니다!

mini74 2021-06-16 1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툐툐님 좋으시겠어요. 선물대박입니다. 덤으로 저도 묻어갑니다. 두 권 읽었네요 ㅠㅠㅠ 유치진님 ㅠㅠ 교과서에서 뵀던 분. 토막이라길래 연쇄살인마가 나오나 해서 봤다가 ㅠㅠㅠ ㅎㅎ 보물같은 리뷰입니다. *^^*

잠자냥 2021-06-16 22:09   좋아요 4 | URL
근데 정작 툐툐 님은 아직 모르시는 듯. ㅎㅎ 토막 연쇄살인!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16 19: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기만 하고
리뷰는 쓰지 않았던 카렐
차페크의 <도룡뇽 전쟁>
인가가 생각나네요.

끝내주는 페이퍼였습니다.

잠자냥 2021-06-16 22:11   좋아요 2 | URL
아니 왜 그 재미난 작품 리뷰를 패스하셨나요! 매냐 님이 패스하는 리뷰도 있군요!

붕붕툐툐 2021-06-17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꺅!!!! 뭐야뭐야 이 선물 뭐야~~🎁
너무 좋다~ 흐엉흐엉~ 저 여기 소개해 주신 거 다 읽을 거예욧!!! 움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님께 사랑과 우정을!!!!🙆
(아, 근데 저는 머리 속으로 떠올리면서 못 읽어서 그런지 연극을 넘나 좋아해용~ 연극 좋아해서 희곡 읽기 시작한 사람~에헷~~)

잠자냥 2021-06-17 12:52   좋아요 1 | URL
뒤렌마트 희곡 재미나게 읽으셨다니 다른 것들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오, 연극 좋아하셔서 희곡 읽기 시작하셨구나. 그럼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2021-06-1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7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1-06-17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희곡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데, 저 목록을 보고 이 댓글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뜨악하고 맙니다. 리뷰 글은 꼼꼼히 읽었사온데... 그래도,.. 희곡...희곡이라니... (내가 ㄱㅈ라니 버전으로 ㅋㅋㅋ) ㅋㅋㅋ 이 책 환자들아!!!! 버럭!

잠자냥 2021-06-18 09:50   좋아요 3 | URL
(공쟝쟝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책상에 쓰러진다. 떨리는 손으로 맥주와 담배를 찾아 피우고 마시며 진정한 뒤)
공쟝쟝 : 아니, 이 세상에 희곡을 읽는 인간들이 있단 말이오? 그 기이한 것을?!
잠자냥 : 희곡의 참 맛을 아직 알지 못하는 그대를 내 한 번 이끌어 보겠소. 무엇보다 희곡은 금방 읽기 때문에 읽은 책 권 수 늘리기에 아주 좋다는 걸 아직 모르는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희곡 버전 댓글이오. ㅋㅋㅋㅋㅋ

- 2021-06-18 20:40   좋아요 3 | URL
그대의 이끌림에 내일은 나도 모르게… 유진 오닐… 이름이 이쁘오…

syo 2021-06-18 19: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내가 지금 뭘 읽은거지..... 이거 사람이 쓴 페이퍼가 아닌 것 같은데 ㅋㅋㅋㅋ
입 딱 벌리고😮 읽어나가다가, 마니아 1위 로쟈님 얼굴 가려주신 센스에 🙊 이렇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1-06-18 19:3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그분도 남의 패이퍼에 얼굴 올라오고 싶진 않을 거 같아서욬ㅋㅋㅋㅋㅋ

후저어써 2021-06-23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끝줄 소년 영화로 봤습니다. 오늘 대학로 젊은 연극제 공연작이던데..예매를 하도 복잡하게 해 놔서리 포기. 좋은 추천 땜시 성큼 다시 희곡에 관심 갑니다. 소설의 지시문 너무 귀찮아요. 저는 희곡에 한표. 소설 빨리 읽는 법-희곡처럼 대사글만 읽어나갑니다. ㅋㅋ

잠자냥 2021-06-23 14:15   좋아요 2 | URL
오종의 <인 더 하우스>를 보셨나보군요? 저도 그 영화는 재미나게 봤습니다. 요즘 대학로에서 <맨 끝줄 소년> 연극으로 하는가 보군요. 그래서 이 희곡이 뜻밖에도 한국에서 좀 팔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ㅎㅎㅎ 희곡의 장점을 제대로 아시네요. ㅋㅋㅋㅋ 소설에 비하면 정말 빨리 읽을 수 있지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21-06-24 0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이렇게 멋진 페이퍼를 올리셨어요? (너무 오래 앓았어요. ㅜ ㅜ )
영웅서사엔 저승에 들른다더니 그 기분이 드는 요즈음 (...네????? ..... 잘못했습니다) 이에요. 유월엔 실은 두 번이나 앓았거든요. 제겐 시간이 뭉텅이로 날아가 버렸어요.

잠자냥 2021-06-24 09:35   좋아요 3 | URL
‘당신이 아픈 사이에’ ㅋㅋㅋㅋ 저승 다녀오셨으니, 이제 영웅 앞엔 승승장구만 남은 것입니다!

새파랑 2021-07-07 1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곡의 바이블 페이퍼 당선 축하드려요 😄👍

mini74 2021-07-07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의 개미지옥같은 곳이지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1-07-07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축하합니다
덕분에 희곡의 세계를 엿보았어요.~♡

독서괭 2021-07-07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다음달 당선작은 <문학속의 LGBT>가 될 걸로 예상합니다 ㅎㅎ

잠자냥 2021-07-07 20:33   좋아요 1 | URL
그럼 그 영광은 미리 괭님께 ㅋㅋㅋ

초딩 2021-07-07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앗!
이달의 당선작 넘넘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3-05-05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이렇게나 강추강추 하셨던 작품을 이제라도 읽었네여 ㅎㅎㅎ
 
엎지른 모유
시쿠 부아르키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00세 노인이 기억의 끈을 붙잡고 돌아보는 인생사. 100세라면 거의 1세기를 산 사람이다. 그의 삶은 곧 브라질의 100년 역사이기도 하다. 개인의 삶과 브라질의 역사가 오묘하게 어우러져, 저 먼 나라의 실상을 차분하게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한 여인을 향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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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16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잠자냥 님이 라틴 아메리카로 눈길을 돌리셨습니다. <운명의 집>에 이어 브라질까지! 와.... 환영합니다!!!!

잠자냥 2021-06-16 10:20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역시 잠자냥의 독서 취향 우등생 폴스타프답습니다. ㅎㅎㅎㅎ
<운명의 집> 오는 중이고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도 함께 오는 중입니다. 올해는 아마 그 유명하고 유명하다는 <백년의 고독>도 읽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부만두 2021-06-24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잠은 자냥?(주무시냥?) ...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읽으세요??

잠자냥 2021-06-24 09:37   좋아요 1 | URL
ㅋㅋ 잠 많이 자요. 심지어 게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 술 먹는 시간도 만만치 않…; 아마 저 두 개만 안 해도 쇼님, 아니다, 폴스타프 님만큼은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수입]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전곡 [3 for 2]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래틀 (Simon Rattle) 지 / DG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살아있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짐머만. 그와 번스타인이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말이 필요 없는 마스터피스였다. 짐머만의 절친 사이먼 래틀과의 조합은 어떨까. 한 달도 더 남은 예약 상품이지만 짐머만이니까 믿고 구매하고 행복하게 기다린다. 아아, 생각만 해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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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는 꽤 모범생이었다. 적어도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랬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챙겨놓아야만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였다. 그래봤자 기껏해야 놀거나, 책을 읽거나, 자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래야지만 안심이 됐다. 아마,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버리기가 일쑤여서 더 미리미리 해둔 건지도 모르겠다. 준비물을 챙기는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연필을 깎을 때였다. 샤파, 은색 기차 모양 연필깎이에 연필을 돌려서 그 뾰족한 심들을 나란히 필통에 넣어둘 때가 가장 좋았다.

중고등학교 때, 나는 모범생의 범주를 벗어났고, 그런 ‘경건한’ 순간은 내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그런 순간이, 아니 그와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 요즘은 저녁마다 커피를 간다. 수동 커피 그라인더에 커피 알갱이를 넣고 커피가 분쇄될 때까지 손잡이를 돌린다. 마치 어릴 적 연필깎이 손잡이를 돌릴 때와 비슷하다. 봄이나 가을, 겨울에는 아침에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서 텀블러에 담아서 갖고 나가는데, 여름에는 아무래도 뜨거운 커피를 찾지 않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게 전날 밤에 미리 커피를 내려놓고는, 아침에는 텀블러에 얼음과 커피만 넣어서 출근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 과정이 무척 귀찮아서 그냥 자버리기도 한다. 그런 다음 날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투 샷이나 내려서 얼음을 넣고 커피를 넣고 이래저래 바쁘게 움직여야만 한다.

엊저녁도 커피 알갱이를 분쇄기에 넣고 열심히 손잡이를 돌렸다. 부엌의 작은 창으로 바깥을 보면서 무심히 커피를 갈다가, 문득 연필깎이 손잡이를 돌리던 때가 떠올랐다. 어릴 때는 연필 몇 자루로 내일을 준비했는데, 이제는 커피를 갈면서 내일을 준비하는구나. 열 살 이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은 늘 이렇게 뭔가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어쩐지 한숨을 폭 내쉬다가 문득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니야, 준비할 게 있는 삶이 얼마나 좋아? 더는 연필을 깎지 않고, 더는 커피콩을 갈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런 삶이 온다면 또 어쩐지 슬퍼질 것 같았다. 손잡이를 더 열심히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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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4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왠지 어릴적에(지금도 그렇고) 완전 모범생에 학구파 이셨을거 같아요. 그리고 커피를 갈면서 저런 생각을 하시는군요. 전 맨날 사먹거나 카누만 타먹어서 ㅜㅜ 반성해봅니다^^

잠자냥 2021-06-14 16:28   좋아요 4 | URL
모범생이었다가 잠시 방황(?)하고 술마시고 놀다가 다시 범생이 라이프로 돌아왔습니다. 범생이라기보다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삶에서 벗어난 삶이랄까요. ㅎㅎㅎ 커피 갈다 보면 그 반복적인 행위에 멍때릴 때도 많은데 저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ㅎㅎㅎ

다락방 2021-06-14 16: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주 어릴적엔 모범생일 수 있어도 청소년기에는 모범생도 아닌 그렇다고 날나리도 아닌 그 어디쯤에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초등학생(사실은 국민학생) 때는 엄청난 모범생이어서 전교에 소문이 날 정도였지만(대단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할리퀸 문고 읽다가 선생님께 걸리는... 그런 아이였지요.. 흠흠.

그렇지만 준비하는 삶, 이라는 잠자냥 님의 페이퍼에는 매우 많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매일에 대해 더는 커피콩을 갈지 않는 삶이 슬프다면, 저는 읽을 책을 준비하지 않는 삶도 슬플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아주 많은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는 분명 ‘어떤 책을 가져가지?‘ 하고 고민하는 과정 그리고 챙기는 과정도 필수거든요. 세 권 가져갈까 다섯권 가져갈까, 어느 책을 가져갈까 고르는 순간은 정말 너무 짜릿하고 행복하죠.

삶은 그런 작은 준비들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오늘 페이퍼 너무 좋네요, 잠자냥 님.
:)

잠자냥 2021-06-14 16:34   좋아요 4 | URL
어릴 때부터 책 많이 읽는 친구들이 보통은 얌전한 성향이 있지요. 그래서 어른들은 그걸 범생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같고 어린이들은 어른 말 듣고는 아 내가 그런가보다 하는데, 사실 마음속으로는 (특히 문학 같은 책 많이 읽다 보면) 이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삐딱선 타고 싶어지는 시기가 있지요. 저도 그랬던 거 같고요.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은 소심한 성격이라 대놓고 반항은 못하고 은근히 그 어디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노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고, 다락방 님도 그랬겠지요.ㅎㅎㅎ

맞아요. 준비할 게 없는 삶은 참 여러 가지로 슬픈 것 같기도 해요. 여행이 즐거운 것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즐겁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읽을 책을 준비하지 않는 삶, 그것도 슬플 것 같아요. 그래서 다부장님(과 저를 비롯해 여기 알라딘 개미지옥 개미들)은 그렇게 읽을 책을 무쟈게 준비하나 봅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21-06-14 16: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뒤돌아 보면 모범생이었던 적이
1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숙제는 귀찮아서 안하고 그냥 몸으로
때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타이어를
받치고 담치기를 하여 야자 시간에
오락실에 가서 스노볼인가 뭔가하는
오락을 했습니다.

그랬던 닝겡이 지금은 꾸역꾸역 책을
열심히 읽고 리뷰질을 하고 있습니다.

뭐 그랬다고 합니다.

잠자냥 2021-06-14 16:40   좋아요 5 | URL
오, 레샥매냐 님이 책 읽는 모습 보고 부모님이 기절하신 거 아닙니까? ㅋㅋㅋ
아니 이 녀석이 이렇게 늦게 철들다니! 이런? ㅋㅋㅋㅋ
스노우볼이 뭐지? 하고 검색해보니... 아아, 이 게임 저도 해봤어요. ㅋㅋㅋㅋ 잘하지는 못함.

페넬로페 2021-06-14 16: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밤 쌀을 씻으며 내일을 준비해요. 그러면서 아이고 또 낼은 무슨 음식을 헤서 먹여야하나 하는 고민을 합니다~~커피콩을 갈면서 하는 잠자냥님의 생각들이 넘 좋네요^^

잠자냥 2021-06-14 17:04   좋아요 4 | URL
아, 쌀씻기! 요즘 코로나 때문에 회사에 도시락 싸갖고 다니다 보니 며칠에 한 번 씻는데도 쌀 씻는 거 정말 귀찮더라고요. =_= 쌀씻기보다는 커피콩 가는 게 덜 귀찮은 거 같아요. ㅎㅎㅎㅎ

mini74 2021-06-14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저녁을 드시고 나면 연필을 가지런히 깎아주셨어요. 연필잡는게 서툴러 자꾸 연필심이 부러져서 하루에 다섯자루에서 여섯자루씩 깎아야 할 연필이 늘어나자. 아버지가 잠자냥님꺼와 같은 연필깎이를 사오셨어요 ㅎㅎㅎ

잠자냥 2021-06-14 22:38   좋아요 2 | URL
ㅎㅎ 그때 초딩들의 가장 인기 있는 연필깎이가 아니었을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1-06-14 1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들을 너무 잘 쓰셔서...
소재도 다양하고...
^^;

잠자냥 2021-06-14 22:38   좋아요 1 | URL
알라딘 개미지옥에서 이 정도는 보통입죠! ㅎㅎ

단발머리 2021-06-15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필 깎는 삶도 커피콩 가는 삶도, 잠자냥님 손끌을 거치니 근사한 추억이자 오늘의 기억이네요. 숙제 마치고서야 놀았다는 범생이 생활은 저에겐 좀 멀지만 ㅋㅋㅋㅋㅋ 저도 오늘은 커피를 좀 내려야겠어요. 마침 비도 오고 딱이에요. 알라딘 너무 좋네요. 이런 좋은 글을 공짜로 읽네요 ㅎㅎ

잠자냥 2021-06-15 09:17   좋아요 1 | URL
아이고~ 알라딘 개미지옥의 개미들은 다들 너무 칭찬을 잘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오늘 날씨 비오니까 커피는 더 맛나겠죠?ㅎㅎ

독서괭 2021-06-15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출산 전에는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콩을 갈았었는데.. 살며시 올라오는 그 향기. 너무 좋죠? 전 연필깎기는 이용하지 않고 커터칼로 깎는 걸 좋아했어요. 요즘은 서재이웃님들 글 보며 힐링합니다~

잠자냥 2021-06-15 14:37   좋아요 1 | URL
저는 칼로 연핀을 정말 잘 깎는 사람 부러워했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런 재주가 있는지. 독서괭님도 그런 재주를 갖고 계시군요!

- 2021-06-1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맘 잘 알지만... 잠자냥님께 자동 커피 그라인더를 추천하며... (쿠팡에서 3만원) ... 원두 오도독 가는 거 참 좋아요. 근데... 그라인더 사고 나서 ㅋㅋㅋㅋ 이걸 왜 이제야 샀노.... ㅋㅋㅋ 원두 갈 때 솔직히 좀 손목 팔 아프지 않아용??? ㅋㅋㅋ

잠자냥 2021-06-18 09: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그거 써봤는데(엄마집에 있음요), 편하긴 합디다. 식구들이 여럿 있을 때 수동으로 갈면 그거 가는 사람은 거의 ㅋㅋㅋㅋㅋㅋㅋ 막판에 알통이 ㅋㅋㅋㅋㅋ 그래서 사람 많을 땐 자동으로 쓰는데요, 저처럼 고작 1~2인용 내리는 사람은 수동으로도 만족합니다요- 난 계속 칼리타 쓰겠소.(왜 계속 희곡 말투냨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