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갈 집을 계약했다. 겨우 찾은 마음에 드는 집이었는데 임대인이 계약 조건을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날아가는 줄 알고 또 다시 극심한 실망감에 사로잡혔다가 극적으로 우리 조건에 합의하기로 타결. 그래서 그 마음에 드는 집으로 곧 이사할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나의 동거인이자 애인이자 같은 괭님들을 모시고 있는 또 다른 집사를 말한다.

이번에 집을 알아보면서 많이 싸웠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더 힘을 모아야 하는데 스트레스에 극도로 취약하고, 예민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은(아니, 내가) 상대가 하는 말에 걸핏하면 성질을 내기 일쑤... 그러니까 내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바로 책 때문이었다. 둘이 살기엔 좀 큰 평수를 알아보니 부동산마다 뭐 그렇게 큰 집을 찾느냐고 묻고, 나는 “짐이 많아서요.” 얼버무리면 그 사람은 “저희가 좀 책이 많아서.” “책장 놓을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책이 좀 많거든요.” 등등 자꾸만 이 이사의 모든 문제가 책에 있는 것처럼, 그런 책 더미를 만든 나에게 있는 것처럼(그렇게 들렸어!) 말하는 게 아닌가.

그날도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서 터벅터벅 힘없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사람이 다시 “책이 많아서 쉽지가 않네....” 중얼중얼 거리니까 성질이 확 나버렸다. “너는 이 이사가 온전히 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책이 짐스러우면 내가 따로 고양이 둘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 어떤 면에서는 책 때문에 가까워지기도 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이 더 잘 통하기도 했다. 내가 책을 좋아해서 좋다더니, 내 책이 좋다더니 이젠 내 책이 짐스럽냐? 원망스럽고 화딱지가 났다. 아, 정말 고양이 둘 데리고 내가 살집 내가 알아보련다 하고 나 혼자 나갈 집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날은 둘 다 저녁을 먹지 않고 각자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자버렸다. 우리가 저녁을 안 먹고 자버린 건 만난 지 10년 만에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런 싸한 분위기가 진짜 심각하다고 느낀 냥이들도 그날은 눈치 보느라 참 조용하더라.

그렇게 한랭전선이 생기고 언제 녹을지 모르는 나날...은 아니고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그 사람이 이야기 좀 하잖다. 그래, 그래서 집 근처 치킨 집에서 1인 1통닭 하면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화제는 그놈의 책, 책, 책- 책을 좋아하는 것도, 좋은 책을 모으고 싶어 하는 것도 다 존중한단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도 다 안단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책이 증식하는 속도를 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단다. 책장 놓을 공간이 없으니 벽을 둘러싸고 쌓기 시작한 책이 이제 사방을 두르고 있지 않느냐, 너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은 100평짜리 자기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도서관을 지어라, 전세 살면서 이사 때마다, 그 늘어나는 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책이 늘어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책에는 한계가 없는 사람 같다. 그 생각을 하면 너무 답답하단다.

나도 입을 열었다. 나도 그래서 사보는 족족 알라딘에 되파는 책도 많다고. 도서관도 많이 이용한다고. 그랬더니 “책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 되파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던데....” 할 말이 없었다. 맞다. 그래서 나는 “그럼 너는 고양이.” 그 사람이 응수한다. “그래 너 그 이야기할 줄 알았어.” 그래, 고양이 이만큼 늘인 건 내 책임이다. 그런데 그건 생명이지 않니.... 하, 그렇다. 첫째 고양이는 내 동생이 구조해서 임보하고 있던 걸 내가 데리고 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제는 나의 최애캐가 된 우리 집 둘째는 길에서 죽어가던 걸 그 사람이 그냥 무작정 구조했고, 셋째는 내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는데도 어느 날 비 내리는 새벽에 그 사람이 결국 데리고 들어왔고...... 그리고 지금 넷째가 될지 말지 모르는 녀석이 임보라는 명칭을 달고 6개월째 우리 집에서 살고 있다. 이 아이는 길에서 나도 많이 예뻐하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크게 다쳤고 거의 죽을 지경인데 외면할 수는 없어서 구조 후 치료하고 다 나을 때까지만 임보한다는 걸 말릴 수가 없었다. 사실 어쩌면 임보라고 집에 들이는 순간, 우리가 아니, 니가 내보내지 못할 거라는 걸,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지 못해서 보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책은 어느 날 한꺼번에 되팔아버릴 수도 있고, 다 싫으면 내다 버릴 수도 있....(을까???)는 그런 물건이지만 고양이야말로 생명이고, 그 생명은 한번 들이면 버릴 수 없어. 죽을 때까지 돌봐야...해. 나는 늙어가고 있어. 너도 그렇고. 우리 둘 다 힘들지 않니? 여행도 어디론가 오래 떠나지도 못해... 야행성인 녀석들 때문에 밤에 잠도 설쳐... 이번에 이사 가면 또 얼마나 많이 밤을 지새워야 하니? 아니 이삿날은 또 녀석들 때문에 얼마나 난리를 쳐야 하니?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야! 털은, 똥은, 애들 늙어서 아프면? 내가 책을 안 늘리겠다고 다짐해도 책을 안 사고는 못 견디듯이, 그 사람은 동정심이 어마어마해서 불쌍한 고양이를 보면 외면을 못한다. 언제는 그런 모습이 좋았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버거워질 때가 있다. 니가 내 책이 짐스러워질 때가 있듯이.... 셋째가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저기 저 한 마리는 뭐니? 대체? 아무튼 그렇게 순식간에 1인 1닭과 맥주 4잔씩을 비우고는- 서로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책을 늘리는 데 한계를 짓기로, 그 사람은 더는 진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도 냥줍하지 않기로. 근데 우리가 이게 진짜 잘 될까?

일단 나는 6월 이후로(사실은 6월 5일 이후로) 책을 안 사고 있기는 하다.... 그 사람도 괭이를 더 안 주워 오고 있기는 해... 그래... 그럼 됐어. 그리하여 이번 내 생일에는 이사 가는 집에 더 놓을 책장을 선물 받기로 합의. -_-;


독서괭님의 비법을 전수받아야겠다....


















책을 늘리지 말라니... 냥무룩...시무룩...



그래, 바로 그거야! 독서괭과 새파랑의 방법을 써야겠어!




꺅- 넘나 귀여운 >_<  내 사랑 둘째~ (책 늘리지말라냐용...싸우지들 말라냐옹....)



집사야, 정말 책 안 늘릴 자신 있냐옹.....? 못 믿겠다냐용...




응?? 나불렀냐옹...... 이 집 등따시고 배부르다냐옹..



밥도 맛있다냐옹....



걍... 영원히 임보 안 되겠냐용??




너희들 올치즈에 딸은 없지 않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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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15 15:4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방금 책을 또(!) 지른 저로서는 이 페이퍼를 읽고 참 거시기한 한숨이 나옵니다. 그런 한편, 그래 이제 나도 그만 지르자.. 하게 되고 말이지요. 책 지르기 전에 이 글을 볼 걸 그랬네요.
그래도 함께 얘기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건 너무 좋은 현상이며 또 좋은 관계라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1인 1닭 하는 사이라니..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여집니다. 인간에겐 무릇 그런 다른 존재가 필요한것 같아요. 서로의 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닭을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잠자냥 님의 이번 생은 성공했다고 보여집니다.

건수하 2022-06-15 15:49   좋아요 7 | URL
서로의 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닭을...

이거 닭 얘기 맞는거죠 그쵸. 매일 점심 2메뉴 하시는 다락방님의 센스인가.

갑자기 닭 먹고 싶네요. 꽈리고추 올라간 그 닭이 떠올라요... (체인점 몇 개 없더라고요)

잠자냥 2022-06-15 15:50   좋아요 7 | URL
우아, 부럽다! 또 지르다니! (아, 나도 정말 못말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님은 이사 걱정 아직 없잖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책을 늘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 것 같기는 해요; 이동진의 그 ‘파이아키아‘ 같은 공간이 있더라도.... 물건 많이 모으는 게 어느 땐 현타 오기도 하거든요.. 아니다 ‘파이아키아‘ 같은 공간 있으면 괜찮으려나? ㅋㅋㅋㅋ 아니야, 아니야... 인간은 수집하면 안 돼요. -_-;;;

다른 분도 아니고 다부장님이 제 이번 생은 성공했다고 보신다니 왠지 위로가 됩니다... 이사 갈 집 알아보며 제 능력에 회의감 많이 들어서 좀 우울했거든요.

건수하 2022-06-15 15:4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 많으면 이사하는데 힘들죠... ㅠㅠ
고양이들은 이사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17살 노묘를 모시다보니 이제 여행가기도 힘들고, 그날이 다가올까봐 조금씩 두려워요.

그래도 두 분이 늘리는게 각자 달라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두 분 다 책을 늘리거나 두 분 다 고양이를 늘린다면 @_@;

잠자냥님 집 구하신 것 축하드려요 ^^

저는 요즘 책 못 읽고 읽을 시간이 없으니 사지도 않게 되어 자꾸 서재에 들어오게 됩니다 :)

잠자냥 2022-06-15 15:57   좋아요 7 | URL
즤집 냥이들은 이사 후 환경이 달라지면 엄청 스트레스 받아서 밤새 울더라고요.
8년 전 이사 때는 한달을 울더니...(제가 그땐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냥님께 빌다가 엉엉 울었어요;;; ㅠㅠ)
6년 전 이사 때는 그래도 2주 울고 말더라고요.
이번 이사 때는 하루만 울기를... ㅋㅋ
17살 노묘! 와, 정말 잘 케어하셨나봐요! 저도 그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ㅎㅎㅎ
수하 님 말씀대로 두 사람이 늘이는 게 각자 달라서 다행이기도 하군요. ㅎㅎㅎㅎㅎ

건수하 2022-06-15 16:20   좋아요 7 | URL
5년 전부터 약으로 방사선 치료 등으로 연명중이랍니다… 그래도 덩치도 다시 커지고 요즘은 잘 지내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별의 시간이 오겠지요. 전에는 책 읽고 있으면 옆에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책 읽고 있으면 털을 빗겨라 밥을 내놓아라 물을 내놓아라… 뭐라뭐라 해요. 흑흑

건수하 2022-06-15 16:21   좋아요 5 | URL
밤에 울면 정말 괴롭죠 ㅠㅠ 이번에 이사가서는 띡 하루만 울기를…!!

거리의화가 2022-06-15 15:5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남일 같지 않아서 맞장구치며 넋두리하며 읽었습니다ㅠㅠ 이사올 때 옆지기하고 싸웠던 기억도 나면서;;;
이사와선 갖고 있는 책만 읽자 했는데 에효~ 1년 반 사이 또 엄청 늘어났어요.
서로를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죠. 화해하셔서 다행이고~ 무엇보다 집을 구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잠자냥 2022-06-15 16:07   좋아요 5 | URL
흐흑, 저만의 문제는 아니군요. 하긴 여기 알라딘 서재에 책 좋아하는 분들, 가족하고 마찰 종종 있을 거 같아요. ㅎㅎㅎ 우리 모두 책을 좀 덜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지;;;;;
축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6-15 16:0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음?? 고양이 사진 보고 후다닥 들어왔는데 마지막에 제 이름이 ㅋㅋㅋ
근데 나가실 때 데리고 나갈 고양이는 왜 두마리인가요? 한마리는 어쩌고? 하며 읽다가 보니 한마리가 늘었군요??? 네마리니까 그중 두마리를.. 아이고..
책 사들이는 그 마음과 냥줍하는 그 마음, 둘다 좋은 마음인데 참 이놈의 집이 문제네요. 저도 전세살이 하는 처지라 정말 공감됩니다. 전세살이 아니었음 저도 막 사들였을 거예요.. 물론 전세살이라도 사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ㅎㅎ 전 제 책 외에 애들 책이 진짜 많거든요 ㅠㅠ 거실 벽을 차지하고 있고 모자라서 베란다며 놀이방까지.. 크흠..
아무튼 맘에 드는 집 구하신 건 축하축하 드립니다. 그거 진짜 힘든 건데! 그리고 하루만에 서로 마음을 다스리고 터놓고 얘기하시는 모습도 좋아 보입니다. 이 커플은 계속 갑시다. 제발 냥줍만은 그만 하시고..(내 마음은 잠자냥님 편)
저를 배우겠다고 하셨는데 직업상 제 수준으로 줄이시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요, 읽은 권수만큼 산다는 새파랑님 방법은 어떠실지요??
아 그리고 첫째 사진은 왜 안 올려주셨나요 아쉽.. 이제 곧 넷째 사진도 볼 수 있겠고만요. 생명 구조하셔서 복 받으실 거예요~~

잠자냥 2022-06-15 16:27   좋아요 8 | URL
ㅋㅋㅋ 우리 괭이들 사진 오랜만이죠? ㅎㅎ
네, 네 마리니까 둘씩 나눠야 할 거 같아서... 네 번째 아이는 아무래도 제가 아직 즤집 냥이라고 받아들이지를 못했나 봐요; ㅎㅎㅎ
정말 이놈의 집이 문제입니다.... ㅠㅠ
아, 괭님하고 새파랑님 두 분의 방법을 섞어야겠습니다!
괭님 말씀 받들어서 첫째랑 넷째 사진 올렸습니다. ㅎㅎㅎㅎㅎ

독서괭 2022-06-15 16:32   좋아요 7 | URL
오오오 복된 냥이들 사진이네요. 넘넘 예쁩니다! 심지어 넷째는 치즈에 딸내미인가요! 와 영원한 임보 강력히 추천합니다(이런 책임지지 못할 말..ㅋㅋ)!
근데 두 사람 방법 섞는다는 게.. 뭐죠? 권수는 새파랑님 방법대로 하고, 저의 예외만 가져다가 예외를 엄청 두시겠다는 거 아입니까??

잠자냥 2022-06-15 16:34   좋아요 7 | URL
네, 저렇게 다양하게 오기도 힘든데; 어쩌다 보니 이번 녀석은 올치즈에 딸이네요. ㅎㅎㅎ
다른 집사가 저 녀석 엄청 예뻐해서 아마도 영원히 임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ㅎㅎ
괭님 빙고! 새파랑님 방법에 괭님의 예외....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6-15 16: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둘째 발냄새가 달콤할것 같아요(저렇게 귀욤포즈 발에
어쩔줄 모름ㅋㅋ) 집 구하신거 축하드리고요. 1인 1닭과 맥주4잔이라면 화해하신거 맞죠?ㅋㅋㅋㅋ저의 미래를 읽은 기분입니다. 아직 저의 짝꿍은 (다행히도?)사태의 심각성을 모름요. ㅡ.,ㅡㅋ

잠자냥 2022-06-15 16:27   좋아요 5 | URL
ㅋㅋㅋ 짝궁님아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참 다행이에요! ㅋㅋㅋ
잘 숨기세요;;; ㅋㅋㅋㅋㅋ

- 2022-06-17 01:38   좋아요 1 | URL
미미님... 짝꿍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안됔ㅋㅋㅋㅋ

청아 2022-06-17 08:13   좋아요 2 | URL
초반에는 장난으로 뭐라하다가 꾸준히 리뷰 당선금 받으니 매일 읽고 쓰라고해요ㅋㅋㅋㅋㅋ

mini74 2022-06-15 17: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랄발광깨춤추는( 울 엄마 표현) 개님과 책들 ㅎㅎ 이사는 항상 문제죠. 제가 책들 몽땅 박스에 넣어서 테트리스마냥 옮기기만 하면 되게 만들어도 이삿집센터가 아주 극혐하는집 ㅠㅠ 울 남편 집 무너진다더니 다행히 2:1,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저랑 같이 읽고 하다보니 별말이 없네요. 사실은 아이 침대밑에 박스가 ㅋㅋㅋ 자냥님 쪽수를 늘리세요. 고냥님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글도 가르치고 ㅎㅎㅎㅎ아이고 어쩜 저리 예쁜지*^^* 맘에 드는 집 구하신거 축하드려요 *^^*

잠자냥 2022-06-15 18:49   좋아요 4 | URL
이삿짐센터가 극혐하는 집 ㅋㅋㅋㅋㅋ 공감합니다. 침대 밑 박스라니! ㅎㅎㅎ 저도 울 냥이들에게 글을 가르쳐보겠습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2-06-15 17: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집 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이번에 새로 책장 들이시면 쌓여있는 책들 이쁘게 꽂으시고 각오를 새롭게 하셔야겠습니다. ㅋ
6월 5일이면 불과 10일 전인데요., 비장한 어조로 책을 안사고 있다고 ㅋㅋㅋㅋㅋ
근데 넷째 눈빛이 이미 가족같아요.
잠자냥님의 새출발 화이팅!

잠자냥 2022-06-15 18:50   좋아요 5 | URL
아니 증말 불과 10일 전이군요. 책 안 산 지 왜 열 달은 된 거 같죠?!?!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6-15 17: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사이에 임보가 들어왔군요!
반려견이나 반려묘, 또는 식물 하나 키우지 않는 저로서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일이 많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사랑하고,
책도 사랑하니
두 분의 결론을 응원합니다!
근데 맥주 4잔에 합의한 사실이라 나중에 서로 취중이었다고 우기기 없기!

잠자냥 2022-06-15 18:51   좋아요 5 | URL
ㅎㅎㅎ 저희가 맥주 4잔으로는 취하는 인간들이 아니라서 ㅎㅎㅎㄹ 응원 감사합니다!

테레사 2022-06-15 1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직업이..무엇일까..상상중

잠자냥 2022-06-15 22: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6-15 2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귀여운 냥이들 사진 대방출하셨네요!! 넷째 넘 귀여워요!! 이미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만 ㅎㅎ 집계약 축하드려요~

잠자냥 2022-06-15 22:11   좋아요 4 | URL
하하, 정말 저희 집에서 오래 산 거 같은 포스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2-06-15 22: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할 때마다 책 때문에 남편한테 욕 얻어 먹어요.ㅜㅜ
전 책이랑 화분이 이사할 때마다 이상하게 많이 늘어나 있거든요? 이사하면서 대거 줄이고, 버리고 정리해 놓음 이사할 때 되면 더 늘어나 있고...
맨날 욕 얻어 먹고 , 우린 1인 1닭을 하지 않아서 저만 맨날 기분 나빠 삐져 있고...그런 형국이었어요ㅋㅋㅋ
아니...내가 명품백을 사다 모았느냐고 대꾸하면, 차라리 책 살 돈으로 명품백을 사라고 하던데...순간 그게 더 낫나? 두뇌회전 하느라 할 말도 잃고..ㅋㅋㅋ
근데 이사 해놓고 대충 정리정돈 해놓고 나면 책 때문에, 고양이들 때문에 마상 입었던 그 마음들 싹~ 사라지고, 되려 책도 새집에서 더 정리정돈 되어 뽀대도 날 것이고, 고양이들 때깔도 더 이쁘고 늠름하게 보이면서, 아마도 두 분도 다시 화목해지실 껍니다^^
집 계약 전엔 계속 심기가 불편해져서 평소의 생각들이 불쑥 튀어나오는데, 짐 들여놓고 발 뻗고 자기 시작하면 다시 너그러워지기 시작하죠^^
저흰 늘 그랬어요...그렇게 싸우면서 한 8 번 이사했네요ㅋㅋㅋ
그나저나 잠냥님네 냥이들은 집사님들이 얼마나 훌륭하시길래, 어떻게 저러한 자태를 뽐내시는지???? 감탄 절로 나옵니다.
잠자냥님댁 책이랑 고양이들은 실은 알라딘의 보물인데 말이죠^^

잠자냥 2022-06-16 00:18   좋아요 4 | URL
책나무님의 말씀에 구구절절 힘을 얻습니다! 근데 정말 책 사는 것보다 명품백 사는 게 나을까요? 근데 우린 거기엔 관심이 안 가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문제~~ 이사갈 때 예민해지는 것은 다들 그런 것 같아 그 또한 위안이 됩니다. 그나저나 우리 못난이들이 알라딘 보물이라니, 아이고 이 녀석들아! 복 받았다!

라파엘 2022-06-15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문제를 마주하면서도 대화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에는 좋은 집을 잘 구하셨네요 ㅎㅎ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잠자냥 2022-06-16 00:19   좋아요 3 | URL
앗! 정말 그렇네요! 대천사님 말씀이 진리이옵니다~~

자목련 2022-06-16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벌써부터 이사하고 예쁜 책장에 가지런히 놓일 책들의 모습을 올려주시길 기대합니다.
읽는 속도는 느리고 쌓이는 속도는 빠르고. 무사히 이사 잘 하시길 바라요^^

잠자냥 2022-06-16 10:15   좋아요 2 | URL
네, 이사는 스트레스이지만 이사를 핑계로 책장에 한 번 싹 책 정리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ㅎㅎㅎ (아, 이것도 병이에요, 병-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6-17 0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사 꿈도 못 꾸겠어요.
저희는 서로 사들이면서 서로 뭐라 하고 있으니...!

잠자냥 2022-06-17 08:39   좋아요 1 | URL
아 책을 두 분이 계속 사들이는군요?! ㅎㅎ

- 2022-06-17 0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 기도발이 먹혔다고 뿌듯해하려다가..(신앞에 중립기어 박고 바깥토끼 당분간 ㅋㅋㅋ 유지하겠음) 점점 읽으면서 심각해졌다가 결론에서 흐뭇하게 미소짓게 되는 ^^
아,,, ㅜㅜ 그리하여 저는 엥간하면 전자책으로 갈아타는 중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결국 부동산과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저의 소소한 40평대 아파트님께 기도를 올리고 자야겠어요. 오늘은. 그나저나 넷째 안뇽?! 녀석 잠자냥이 구박해도 씩씩하게 밥 마니먹고 열심히 살아야해!!

잠자냥 2022-06-17 07:28   좋아요 3 | URL
ㅋㅋㅋ 저도 그래서 일찍이 전자책 갈아탔었는데 요즘은 시들…. 종이책이 훨 좋기도 하지만, 제가 원하는 책들 중 대다수는 전자책이 없다능… ㅠㅡㅠ 암튼 책은 부동산과 싸움 맞는듯요… 그 싸움에서 꼭 승리하시오.
 
<침묵> 을 읽고 있다



나도 <침묵>을 읽고 있다. 어쩌다 보니 다락방 님과 함께 읽는 책이 되었는데, 다락방 님은 출근길에 읽는 것에 비해 나는 퇴근 후 방 안에 틀어박혀 조금 읽다가 잠들.....(기 일쑤이다). 이 책이 지루하다거나 해서는 아니고 요즘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읽어도 금방 잠이 들고 있다. 이사 때문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퇴근 후 이 집 저 집 보러 다니고,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냥이들 챙겨주고 뭐 이런 다음 책 읽고 누우려면 10시가 넘는데 정신적으로 엄청 피곤해서 그런지 요즘 책이 잘 안 읽히기는 한다. 아무튼, 서울에서 책 많은 사람이, 거기다 고양이까지 여러 마리 있는 사람이 자가 아닌 전세로 집구하러 다니는 일은.... 오마이갓...... 주여,  제가 어찌 이 많은 책을 샀나이까? 주여, 저에게 딱 맞는 집을 내려주소서. 주여 어찌 계속 침묵하고 계시나이까?! 그렇다. 나의 주는 아직 침묵 중이다.... -_-;

요즘 같은 때 <침묵>을 읽고 있으려니 농담처럼 나의 하느님은 언제쯤 침묵을 깨고 응답해주시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렇다고 내가 하느님을 믿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을 믿기는커녕 신의 존재를 나는 믿지 않는다. 불가지론자도 아니고 거의 무신론자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면(예를 들어 우리 둘째 고양이가 생사를 넘나들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하느님, 우리 땡땡이 좀 살려주세요.’ 빌고 있으니 나란 사람도 참 모순이다. 그러다가 그 일이 이루어지면 그래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도까지의 인사는 하지만 혹시라도 그 간절히 바란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역시 신은 없어, 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의 제자들, 그러니까 로드리고 등등이 생각하듯이 어찌하여 신은 침묵하고 계실까 생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참 편리하게도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절반쯤 읽었기에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 또한 다락방 님처럼 신념과 믿음, 신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 특히 나는 종교가 없고, 신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토록 깊이, 그토록 단단히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따를 수 있는지 거의 경이로움에 가까운 감정으로 로드리고 및 일본의 숨은 가톨릭 신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인간에게 신념이란 정말 무엇일까, 인간이 어떤 경지에 다다르면 저토록 모진 고문을 당해도 신념을, 믿음을 버리지 못할까? 나로서는 도저히 아직도 여전히, 풀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의 삶이 너무나 고달파 천국을 약속한 가톨릭을 믿게 되었고, 그렇기에 그 천국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박해받는 와중에도 신을 저버리지 못하는 일본의 신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현재의 삶이 이토록 고달프고 더 가혹해지는데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천국에 대한 믿음 때문에 배교하지 못하는 신념이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처럼 나약한 사람에게는 이 작품에서 (아직까지는) 굉장히 기회주의적이고 비열하게 그려지는 ‘기치지로’ 같은 인물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박해를 받았기에, 눈앞에서 형과 누나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처벌을 받고 죽임당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하느님을 저버리고 배교 행위를 한 그가, 도리어 로드리고처럼 굳세게 하느님을 믿는 이들보다 더 이해가 간다. 이럴 때 나라면 어땠을까(나보코프 교수님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하찮은 독자라 그렇게 하련다) 생각해 보게 되는데 발 아래로 바닷물이 밀려오면 바로 그 순간 자진해서 성화를 짓밟으며 지나가지 않았을까.... 아니 그 전에 이미 다 불어버렸을지도 모른다.....저기 가톨릭을 믿는 신자들이 뭉쳐 있다고.


아니, 성화를 짓밟는 정도는 나 한 사람의 믿음을 저버리는, 내 양심을 버리는 일이므로 수치스러움 정도에서 끝날 테지만 누군가를 밀고하는 일은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일이라 꽤 망설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 앞에 죽음이 닥쳤다면 내가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나는 기치지로처럼 나약하고 고통에 약한 사람이므로 아마도 기치지로의 길을 갈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로드리고보다 이 기치지로라는 인물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가 인간에, 아주 평범한 인간에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만일 정말로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예수가 정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인물이라면 어쩐지 이런 나약하기 짝이 없는 기치지로 같은 인물도 저버리지 않을 것만 같다. 신의 침묵은, 하느님의 침묵은 그런 가련한 너희들조차 쉽게 정죄하지 않는다는 포용을 드러냄은 아닐까.

아무튼,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침묵>에 관한 어떤 리뷰도 읽지 않았기에 이 책의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만 기치지로 못지않게 로드리고도 신념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어떤 고통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한 인간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은 든다. 엔도 슈사쿠의 그간의 작품들 속 인물들이 대부분 그러했기 때문이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그렇기에 신을 붙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 하느님에, 종교에 의지해 삶을 부여잡고 이 힘겨운 세상을 버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삶이 너무 버거워져 믿음을 잃고 신을 저버리려 해도, 결국 그 인간을 끝내 버리지 않는 신, 존재이기보다는 손길로 그 나약한 인간을 어우르는 양파와도 같은 신, 그런 신의 모습을 <침묵>은 보여주지 않을까.

그러니 양파와도 같은 주여, 저에게 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어서 하사해 주시옵소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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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10 13: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ㅇ ㅏ ㅠㅠㅠㅠㅠ 주여 ㅠㅠㅠㅠㅠ 저도 🙏 함께 비나이다 (무신론자 2인 추가해서 비니까 구해지지 않을까?) 원래 집 토끼 보다 바깥 토끼가 더 절실…?

잠자냥 2022-06-10 13:0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바깥 토끼 ㅋㅋㅋㅋㅋ 우리 계속 바깥 토끼하자! ㅋㅋ

- 2022-06-10 13:10   좋아요 4 | URL
일단 필요할땐 기도하는 ㅋㅋㅋㅋ 비열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죽기 전에 회개하자 ㅋㅋㅋㅋㅋ (밀당 천재)

잠자냥 2022-06-10 13:26   좋아요 3 | URL
바로 그거야! (이 댓글 하느님이 못 보시게 가리자....)

- 2022-06-10 13:30   좋아요 3 | URL
보실 거 같긴 한데 우리 같은 사람 한둘이겠어? 하느님 미안🫶🏻 조금만 기다려… 언젠가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근데 그거 미리 알려주면… 좋겠… 그럼 고지…고지인가? -넷플릭스 지옥 참조-) 이 모든 회의론을 집어치우고 열렬히 깨달을게! (이로서.. 저의 믿음에 대한 이론은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욕망-과 같은 것으로 결론 났..)

새파랑 2022-06-10 13: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두 셀럽분들이 동시에 읽는 <침묵> 이군요. 신에게 제물을 바라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ㅋ 제물은 알라딘(요술램프)에게 비셔야 할듯 ^^

양파와 같은 신을 보니 왠지 반갑습니다~!!

잠자냥 2022-06-10 13:26   좋아요 5 | URL
저는 셀럽이라기보다는 셀프럽~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6-10 13: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에 뒤이어 저도 조만간 이 책을 읽을 작정입니다^^ 저도 무신론자지만 이 책이 종교와는 관계없이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집구하기 화이팅입니다!

잠자냥 2022-06-10 14:20   좋아요 4 | URL
저 또한 신을 믿지 않는데도(그리고 종교인을 좀 안 좋아하는데도;;), 엔도 슈사쿠의 작품은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거리의화가 님도 이 책 좋아하실 게 틀림없습니다!

집구하기 잘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6-10 13: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저랑 비슷한 감상이셔서 너무 반갑네요. 비열하고 비굴하지만 저는 제 스스로가 기치지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바닷물이 차오르는 데 묶여 있다면, 차오르는 걸 보게 된다면, 그걸 보면서도 내 종교를(그게 종교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저란 존재가 그렇게나 강할까 라고 생각하면 정말 자신 없습니다.
같이 읽으면서 중간에 이렇게 감상도 나누니 넘나 행복합니다. 저란 인간, 이렇게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인간.

저는 국내든 국외든 여행가면서 어떤 종교적인 장소에 가게 되면 다 들어가서 기도해요. 교회도 성당도 들어가면 기도하고요, 얼마전에는 일자산에 돌덩이들이 무더기로 쌓여있길래 저도 돌 하나 살짝 얹고 또 빌었어요. 보름달이 뜨면 보름달 보고도 소원을 빕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쪼록 집 문제는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얼른 고양이들과 발 뻗고 편히 주무시기를..

잠자냥 2022-06-10 14:25   좋아요 3 | URL
우린 넘나 나약하기에 많이 먹는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그것이 인간이니까요.
전 다부장님이 엔도 슈사쿠 작품 한 권도 안 읽었대서 좀 의외였는데요, 아마 계속 읽게 되시리라고 봅니다요~ ㅎㅎ

종교적인 장소마다 들어가서 기도하는 거 신기해요! 그것도 의외네... ㅋ
보름달 뜨면 보름달 보는 거 늑대인간 아닌가효?
늑대인간 다부장의 일자산 돌덩이! 그 소원 이뤄지길 바랍니다!
저도 집 문제 잘 해결되겠죠!

단발머리 2022-06-10 14:1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같은 책 읽으시는 거 전 처음 본거 같아요. <침묵>을 6월의 픽으로 정해야 하는 거 아닌지요.
얼른 집 구하시기를, 저도 기도할게요. 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주님이 제 기도 들어주셨던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ㅋㅋㅋㅋㅋ 기도할게요.
근데, 잠자냥님! 저는 이 페이퍼에서 이 문장에 콕 꽂히네요.

(나보코프 교수님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하찮은 독자라 그렇게 하련다)

그럼 나교수님은 어떻게 읽으라고 하셨는지, 간단하게라도 알려주세요.
from 소설 읽을 때 감정이입하는게 잘 읽는 독자라고 생각하고 사는 1인

다락방 2022-06-10 14:20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저도 그게 궁금하던 참입니다.

잠자냥 2022-06-10 14:31   좋아요 4 | URL
ㅋㅋㅋ 다부장님이 여성주의책 읽을 때 저도 읽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해러웨이 선언문도 정작 그 책은 아직 안 읽고 있어요!
단발머리 님의 기도의 힘을 제가 잘 받겠습니다! ㅎ

나보코프 교수님은 훌륭한 독자를 이렇게 정의하셨습니다. 고대로 옮겨 봅니다.

“주인공 중 어느 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묘사를 생략’하는 일반 독자와 달리 소설을 대할 때 그런 유치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훌륭한 독자는 “자신을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이나 소녀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구상하고 구성하고 있는 사고와 동일시”한다. 또한 훌륭한 독자는 “보편적 관념보다는 개별적 상상을 좋아한다. 특정 그룹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작품의 섬세한 디테일을 흡수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한 즐거움을 즐길 줄 알고, 내면과 온몸으로 빛을 뿜을 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위조의 달인, 상상의 달인, 마술사, 예술가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에 전율을 느끼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 그렇기에 “위대한 작가가 창조하는 최고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독자.”이다.

단발머리 2022-06-10 14:43   좋아요 4 | URL
사건 중심으로 읽기 때문에 ˝주인공 중 어느 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묘사를 생략’하는 일반 독자˝가 바로 저라서요 ㅋㅋㅋㅋㅋ 저도 훌륭한 독자가 되고 싶기는 한데요. 작가의 구상과 그걸 구성하는 사고를 파악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작가랑 같이 책을 ‘만들어가는‘ 독자가 되라는 건데, 오호호... 전 그냥 읽어야 되겠어요.
훌륭한 독자가 되는 길이란 너무 험난한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0 15:07   좋아요 2 | URL
저도 사실 묘사 왕 싫어함;;; 발자크.... 플로베르..... -_-;;;;

독서괭 2022-06-10 16: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주여,, 우리 잠자냥님에게 어서 딱 좋은 집을 하사하라!! (저 역시 신을 안 믿기 때문에 약간 건방짐..게다가 내 일이 아니라서 부탁하는 주제에 더 건방짐 ㅋㅋ) 저도 신을 안 믿는데, 저는 불가지론자에 더 가까운가..? 어차피 인간이 인식가능한 존재라면 신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신이 있건 없건 절대 이 먼지같은 인간의 하찮은 부탁같은 걸 들어줄 의지는 없을 것이므로 나랑은 상관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ㅋ
저도 나교수님 말씀에 따른 좋은 독자 되기는 글렀네요.. 쩝쩝

잠자냥 2022-06-10 17:01   좋아요 5 | URL
ㅋㅋ 괭님의 기운까지 받아서 꼭 좋은 집을 찾고야 말겠습니다!
나 교수님 말 진리는 아니에요. ㅋㅋㅋ 참고만 하세요~

유부만두 2022-06-10 1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침묵’을 안 읽고 있습…

잠자냥 2022-06-11 01:4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러다 이제 드디어 지금!

mini74 2022-06-11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도에 동참합니다 자냥님과 고양이님께 은혜로운 집을 내려주세요 !!!

잠자냥 2022-06-12 02:27   좋아요 4 | URL
와…. 알라딘 요정 여러분의 기도가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진짜 마음에 들고 조건도 잘 맞는 집을 발견했고 월욜에 계약하기로 했어요! ㅎㅎㅎ

coolcat329 2022-06-14 09:46   좋아요 1 | URL
오! 구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

coolcat329 2022-06-14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교수님이 인물에 감정이입하지 말라셨군요! 왜죠? 러시아 문학강의에 나오나 보네요. 찾아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잠자냥님 집 구하시느라 힘드시겠어요. 고양이들에 책까지 ㅠㅠ
건강 잘 챙기시고 꼭 좋은 집 찾으시길요!

잠자냥 2022-06-14 09:4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다 좋은 집 가려는 과정이겠죠. ㅎㅎㅎ

coolcat329 2022-06-1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위에 댓글에 이유를 써놓으셨군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6-14 09:42   좋아요 0 | URL
넹넹~
 
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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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콜롬비아에 여행 가고 싶었던 마음이 싹 가실 정도로 비참한 콜롬비아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죽음, 살인, 폭력이 아닐까. 지옥이 따로 없는 콜롬비아 현실에 관한 분노 어린 폭로. 헌데 문학은 고발 그 다음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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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02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에는 고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합니다.

잠자냥 2022-06-02 11:21   좋아요 1 | URL
분노에 찬 고발만 있어서 나중엔 좀 읽기 힘들더군요;;;; -_-;;;
200쪽도 안 되는데....-_-

레삭매냐 2022-06-02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주문했다가 지연
돼서 잽싸게 취소하고 다른
책으로 주문을 -

이 책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보려고 합니다.

맛보기로 조금 봤는데 아주
유혈이 낭자한 것이...

잠자냥 2022-06-02 11:20   좋아요 2 | URL
여러 면에서 좀 호불호가 갈릴 작품 같습니다.....

새파랑 2022-06-02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최신판 민음사군요~! 표지랑 제목은 맘에 드는데 좀 호불호작품 인가 보네요 ㅋ

잠자냥 2022-06-02 12:25   좋아요 2 | URL
네 완전 따끈따끈 신간입니다. 분량이 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독서괭 2022-06-02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오로지 고발만 있나보군요. 그럼 소설이 아니라 르포 아닌가요😵‍💫

잠자냥 2022-06-02 12:26   좋아요 1 | URL
르포라고 하기엔 좀 뭐한데.... 화자가 아주 분노에 차서 콜롬비아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화자와 연인 사이의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요.

coolcat329 2022-06-03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벌써 읽으셨군요. 콜롬비아 무슨 다큐에서 봤는데 참 엄청나더군요. 여행 공짜로 보내줘도 전 못갈거같아요. ㅠ
이 책 얇군요.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습니다.

잠자냥 2022-06-03 10:44   좋아요 2 | URL
네 이 책 자체가 독자를 여행자로 상정하고 화자가 콜롬비아 현실을 날것 그대로 이야기하는 형식이라 더 생생하게 그 나라의 혼돈스러운 상황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mini74 2022-06-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제목이 확 끌려서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 갈등이 ㅎㅎ

잠자냥 2022-06-05 00:44   좋아요 1 | URL
읽어보셔도 괜찮겠지요?! ㅎㅎㅎ

박영민 2022-06-04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발다음에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게 무슨 뜻일까요??무엇이라는게 뭘 뜻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2-06-05 00:49   좋아요 2 | URL
저는 문학이나 예술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문학을 읽을 때 슬픔이든 비극이든 웃음이든 감동이든 또는 어떤 상징을 통한 깊이 있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걸 느끼기 좀 어렵더군요.
 
창백한 말 페이지터너스
보리스 사빈코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빛소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사빈코프의 <창백한 말>은 좀 신기한 소설이다. 이 작품의 명성(?)만 듣고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나는 이 작품을 좋아할 수 없는 독자 중 한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다. 주인공 ‘나’가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자아도취적인 모습도 거슬렸고 어떤 면에서는 조금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이 책을 10대나 20대에 읽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지금 내 나이에 읽기엔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인 ‘나’의 뜨거움과 허무, 냉소가 공존하는 삶의 태도와 그러면서도 자기만 혼자 지나치게 비장한 모습이 종종 중2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200쪽 남짓 이 짧은 소설을 후딱 다 읽고 나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장을(거기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다시 곱씹어보고 있는 게 아닌가.

<창백한 말>은 ‘어느 테러리스트의 수기’라는 부제를 달아도 어울릴 만큼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나’- ‘조지 오브라이언’은 사회주의자로서 러시아 황실의 압제에 핍박받는 민중들을 해방하기 위해 테러를 행한다. 그의 이번 암살 대상은 모스크바 총독이다. 그와 함께 이 위험한 일에 뛰어든 단원들로는 ‘바냐’, ‘표도르’, ‘하인리히’, ‘에르나’가 있다. 표도르, 바냐, 하인리히는 마차의 마부들로 신분을 위장한 채 끊임없이 총독을 따라다니며 각자 관찰한 정보를 ‘나’에게 가져다준다. 에르나는 화학자로 총독을 암살할 폭탄을 만든다. 그들이 이 암살 행위에 가담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하인리히는 사회주의의 승리를 위해, 표도르는 아내가 살해당했기에, 에르나는 사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바냐의 이유는 조금 복잡하고, ‘나’는 자신이 왜 테러의 길을 가는지 알 수 없다고 읊조린다.

‘나’는 불법적인 삶에 익숙하고 고독에도 익숙하다. 미래를 알고 싶지 않으며 과거를 잊으려 애쓴다. ‘나’에게는 조국도 이름도 가족도 없다. ‘나’는 단지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사람들이 노예가 되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그렇기에 혁명을 원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실존적인 고민이 늘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살인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장관을 죽이는 것은 괜찮고, 혁명가는 죽이면 안 된다’고 한다. 혹은 그 반대로 말하기도 한다. 나는 어째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어째서 ‘자유의 이름으로 살인하는 것은 좋고 독재 권력의 이름으로 살인하는 것은 나쁜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14쪽)

그는 테러가 아니면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안다. 그 자신이 평화로운 삶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아편을 피우지도 않고 행복한 꿈을 꾸지도 않는다. 그러나 테러가 없는 자기 인생은 상상할 수가 없다. ‘투쟁이 없다면, 세상의 법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즐거운 자각이 없다면’ 그 자신의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문득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법을 어기고, 그저 투쟁하는 것, 오직 테러를 위해 테러를 자행하는 것인가? 대의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사실 그는 그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살인을 자행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나’와 달리 ‘바냐’는 ‘사랑’을 위해 테러에 가담한 사람으로, 조지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위해, 테러를, 그러니까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에 몸을 던지다니 이 또한 모순이다 싶어지는데 바냐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봐, 만약 자네가 사랑한다면, 많이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러면 살인도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정말로 할 수 있나?”
나는 말한다.
“살인은 언제나 가능해.”
“아냐, 언제나 가능한 건 아냐. 살인은 중죄야. 그러나 기억해 둬. 타인을 위해서 자기 영혼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어. 목숨이 아니라 영혼 말이야. 이해해 봐.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결단해야 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다시 스메르댜코프야. 스메르댜코프를 향해 가는 길이야.”(20쪽)


여기서 스메르댜코프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에 나오는 악의 화신 같은 인물이다. 즉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그 모든 행위는 악(惡)을 향해 가는 길일뿐이라는 것이다. 바냐는 사랑하기 때문에 살인하지 않을 수 없어 살인의 길을 가고 그럼에도 그 때문에 그의 영혼은  죽음과 같은 비탄에 잠겨 있다. 이때 그의 이 사랑은 개인을 향한 사랑이 아니다. 사람들이 노예가 되는 것이 싫어 테러를 한다는 조지처럼 바냐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암살하는 일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바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연 세상에 사랑이란 있는가?’ 반문하며 스스로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할 수도 없고 그 방법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사랑 따위는 할 가치가 없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에르나를 곁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차갑게 말하면서도 그녀를 안는다(이런 모습도 싫다). 에르나를 보면서 ‘언젠가 오래전에 그녀는 마치 여왕처럼 내게 몸을 맡겼다.’고 하더니 이제 ‘그녀는 마치 거지처럼 사랑을 구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에르나 앞에서 대놓고 자기는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한다(쿨병 걸린 놈). 그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엘레나’는 유부녀이다. 그는 엘레나를 1년 전에 처음 보았고,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어 괴롭다. 그런데 내가 조지, 그가 엘레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한 까닭은 그는 정말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레나를 향한 열정은 있지만 그 사랑이 과연 정말 사랑일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그의 그 사랑은 뜻하지 않은 결말을 불러온다. 이 작품의 재미 는 테러리스트 저마다의 생각과 그 삶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조지와 에르나, 엘레나, 그리고 그녀의 남편 네 사람의 관계 변화를 지켜보는 데에도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대신 멀리 있는 사람들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주위 사람에 대한 사랑도 없는데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진흙 속에 피투성이로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거 아나, 다른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거, 사람들에게 자기 죽음을 바친다는 건 쉬워.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지. 매일, 매일, 일 분 일분을, 사랑으로, 살아 있는 사람 모두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산다는 거 말야. 자기 자신에 대해 잊어버리고, 자기를 위해 혹은 멀리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삶을 구출하지 않는 것.” (45쪽)


자기 가까이 있는 사람, 즉 엘레나도, 에르나도 진정으로 사랑할 줄 몰랐던 에고이스트, 조지 오브라이언- 그의 혁명은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성공할지는 몰라도 사상적으로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의 이런 모습은 함께 테러를 자행하다 목숨을 잃은 동료를 생각할 때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바냐는 그런 조지의 빈틈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너는 진심으로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조지의 그런 텅 빈 마음에 사랑의 중요성을 불러일으키고자 애를 쓴다.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말하면서….

이런 바냐와 조지의 모습은 작가 사빈코프 그 자신의 양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사빈코프는 귀족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일찌감치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열여덟 살에 처음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었고 그 이후로도 석방과 체포를 거듭하던 중 감옥에서 탈출해 제네바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활동 중이던 러시아 혁명가들을 만나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테러에 뛰어들었다. 러시아로 돌아와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당시 모스크바 총독이던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왕자 암살에 성공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이런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대의를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으면서도 늘 윤리적으로 그 행위가 정당한지 끊임없이 스스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그의 고뇌가 <창백한 말>의 바냐와 조지의 대비를 통해 형상화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사빈코프 그 자신은 암살을 하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까 늘 주저하던 ‘바냐’의 모습에 더 가까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진흙 속에 피투성이로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던 혁명가, ‘사람들에게 자기 목숨이 아닌 삶’을 바쳤던 혁명가 ‘바냐’의 모습에서 사빈코프의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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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31 1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 인용하신 20쪽 읽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절대 살인은 안돼‘는 제 생각이나 다짐, 관념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면 거기에서는 또 제 신념과는 다른 행동을 어쩔 수 없이 하게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20쪽 인용문 보니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 생각이 뜬금없이 나네요. 거기서 남주의 아버지가 남주에게 그러거든요. ‘살인은 명분이 있을 수 있지만 성범죄는 명분이 있을 수 없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고개 끄덕인 경험 때문인지, 20쪽 인용문에,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살인이 나쁘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잠자냥 2022-05-31 12:56   좋아요 3 | URL
성범죄는 정말 살인에 비해 더 명분이 없는 것 같아요.... 음. 계속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댓글로 지성미 뿜뿜 다부장. 오늘은 네 가지 메뉴를 허하노라 ㅋ

- 2022-05-31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리뷰 굉장히 묵직하게 읽었어요. 소설 <밀크맨>도 생각 나구요. 좋은 소설일 것 같다는.
대학 다닐 때, 어떤 사람들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후에 사는 게 되게 무거워졌던 기억이 있어요. 전 거리 두기가 잘 안됐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가 잘 안되더라고요. 왜 그랬는 지 모르겠는 데 그땐 그랬어요. 그러다가 누군가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것을 구실 삼아 내 삶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소설 속의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다는 말에 조금 더 많이 동의해요.
지금은~ 삶이든 순간이든 꼭 바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보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연결되는 이야기인 데) 천착해야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요. 어떤 것에 귀의하거나 바쳐야 하는... 천착해야만 하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아요. 뭐랄까 저는 아직 그런 사람들이 서글픈 데, 나중에는 힘껏 응원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고 싶습니다!

잠자냥 2022-05-31 14:16   좋아요 3 | URL
이 리뷰를 핸폰으로 누워서 읽는 내내 쟝쟝 님 배 위에 홉스가 올라가 있던 것은 아닙니까? ㅋ (자냥, 썰렁해 하지마!)
죽음보다는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것에 삶을 바치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 보통 인간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 것이겠지요?
쟝쟝 님은 지금 단단해져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 2022-05-31 15:51   좋아요 3 | URL
썰~러엉~ 일하려고 대왕 모니터 앞에서 안경까지 끼고 pc로그인으로 진지하게 읽었사옵니다. (오늘 죙일 집중안하고 딴짓 중이네요 ㅋㅋㅋ) 보통의 쟝쟝은 단단한 허벅지의 잠자냥을 좋아합니다..* 😭

바람돌이 2022-05-31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좀 뻔하지 않을까 싶은 소개글을 보다가 이 소설이 작가의 실제 삶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는 말에 또 급관심이 가네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언제나 한 면만을 가진 일은 없잖아요. 보기에 너무 단순해 보이는 결정이나 사람의 경우에도 그 내면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왜인지 이 소설 끕 땡겨요. ^^

잠자냥 2022-05-31 16:58   좋아요 2 | URL
네, 뻔할 수 있는 내용인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진솔함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5-3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논책!
얼른 읽고 싶네요^!^

잠자냥 2022-05-31 22:18   좋아요 1 | URL
오, 사셨군요. 즐겁게 읽으세요.

독서괭 2022-05-31 2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바치는 것보다 삶을 바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참 맞아요.
모든 걸 육아서로 읽는 단발머리님처럼 저도 모든 걸 육아와 관련짓는데,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상황이면 기꺼이 바치겠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앞에서 고집부리며 난동부리는 아이를 보면 도망가고 싶단 말입니다...ㅋㅋㅋ
주인공 ‘나‘가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게 아니라서 ‘나‘의 비호감이 자냥님의 점수를 덜 깎아먹게 된 것일까요?

잠자냥 2022-06-01 09:19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모든 걸 육아서로 ㅋㅋㅋㅋ
네 아마도 작가의 모습이 ‘나’ 그대로였다면 이 책을 덜 좋아했을 거 같습니다…. (싫었을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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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31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후르츠가 더 좋아요 ㅎㅎ

잠자냥 2022-05-31 10:53   좋아요 1 | URL
그건 제가 안 먹어봐서...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31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받았습니다
기대되는데요!
산미를 안좋아해서 저하고 맞을듯요

잠자냥 2022-05-31 22:17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아이스로 마시니까 초큼 맛이 덜하네요. 아이스는 역시 산미가 초큼 있는 게 좋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