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집요하고 독살스럽고 좀스럽고 게다가 뻔뻔하고 지겨운 놈들로 가득 차 있다. 애초에 뭣 하러 세상에 낯짝을 내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놈도 있다. 게다가 그런 낯짝일수록 하나같이 크다. 속세의 바람을 맞을 면적이 크다는 걸 무슨 명예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 5년이나 10년을 다른 사람의 엉덩이에 탐정을 붙여 방귀 뀌는 수를 헤아리고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사람 앞에 나와 너는 방귀를 몇 번 뀌었다, 몇 번 뀌었다, 하며 부탁도 하지 않은 것을 가르쳐 준다. 앞으로 나와 말한다면 그것도 참고로 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뒤쪽에서 너는 방귀를 몇 번 뀌었다, 몇 번 뀌었다, 고 말한다. 시끄럽다고 하면 더한다. 그만하라고 하면 점점 더한다. 알았다고 해도 방귀를 몇 번 뀌었다, 뀌었다, 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처세의 방침이란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게>, 현암사, p.147)

집요하고 독살스럽고 좀스럽고 게다가 뻔뻔하고 지겨운 놈들, 낯짝도 아주 큰 그 지겨운 놈들이 판치는 세상, 책 읽기가 가장 큰 위안이자 위로이자 유일한 즐거움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에게 성찰하지 않는 삶은 정말로 살 만한 가치가 없다. For man, the unexamined life is, indeed, not worth living.”라고 말한 바 있다. 성찰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과 권력을 좇는 뻔뻔하고 지겨운 놈들만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놈들 방귀 뀐 횟수나 헤아리면서 열광하는 인간들… 그럴 시간에 책 한자라도 읽지 그럴까..... 




제프리 유제니디스, <미들섹스>
예전부터 궁금했던 책. 폴스타프 5별에 빛나는 책. 최근에는 이웃 dollC 님이 읽고 별 다섯을 주셨더라.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아이로, 유난히도 맑았던 1960년 1월의 어느 날 디트로이트에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년 8월, 미시간 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남자아이로 다시 한 번 태어났다.”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은 여자, 한 번은 남자로 태어나 살아간 이의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가 떠오르기도 하고, <란마 1/2>이 생각나기도 한다(어릴 때 이 만화 보며서 혼자 야릇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 버전으로 읽어보려고 여러 번 애쓰다가 포기했는데 기묘한 표지가 큰 역할을 했었다.....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 된 것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 이제 읽어보겠다!





전설의...(엥?!) 구판 표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기괴하다. 차마 읽고 싶지 않음.....





제프리 유제니디스, <버진 수어사이드>
이것도 같이 샀다. 이로써 집에 제프리 유제니디스 책이 무려 4권이나 되는데.... (<불평꾼들>, <결혼이라는 소설> 포함) 사서 쟁여두지만 말고 읽자.



케이티 기타무라, <친밀한 사이>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품.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 재판소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여성이 일인칭시점으로 전개해가는 작품으로, 통역 일에 대한 고찰과 함께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내밀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고. <워싱턴 포스트> <보그> <타임> 등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top 10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미리보기로 읽어보니 술술 읽혀서 구매.




데이비드 빈센트, <사생활의 역사>
부제는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흥미로워 보인다. 책 받아보니 금방 읽을 것 같음!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신분사회- 호주제 폐지 이후의 한국가족정치>
호주제는 폐지된 지 오래인데 한국의 ‘가족’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글쎄 과연 달라지기는 했을까? 이 책은 호주제 폐지 이후 20년간의 한국가족정치를 살핀다. 13명의 필자가 각자 자리한 현장에서 생성된 의제들로 가족정치의 장면을 분석한다는데 특히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 한부모여성, 결혼이주여성, 비혼여성, 장애인, 동성 부부, 1인 가구 등 소수자의 관점에서 ‘가족’을 끈질기게 질문”한다고.





오혜민, <당신은 제게 그 질문을 한 2만 번째 사람입니다>
부제는 “지치지 않는 페미의 대답” 미리보기로 읽다가 술술 잘 읽히고 실전(?)에서 써먹기 좋을 것 같아서(물론 내 주위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아니구나 아예 주변에 사람이 없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보기로.



비비안느 포레스테, <경제적 공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책 받아보고 정말 놀랐다. 이렇게 오래된 느낌의 책은 또 처음이네. 다락방에게 난데없이 이 책으로 땡투. 사실 이 책은 최근에 경향신문의 희진쌤 칼럼 ‘정희진의 낯선 사이’- ‘기민과 탄핵’ 읽다가 발견(과거에도 당신 책에서 언급하신 듯한데 내 기억에서는 잊힘), 궁금해져서 읽어보기로. 희진쌤 올해는 안식년하기로 결정하셨다고 들었는데 경향신문 칼럼은 쓰고 계신 듯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앞서 말한 ‘집요하고 독살스럽고 좀스럽고 뻔뻔하고 지겨운 데다가 낯짝도 큰 놈들’ 비판하는 희진쌤의 글이 속 시원하다.....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구나. 


희진쌤 칼럼은 여기서 읽을 수 있음....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92108015?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소박하다........



마무리 사진은 막냉이 스페셜-



이 녀식이 매우 드물게......... 싱크대 위를 올라가려고...해서 찰칵. 이날따라 간식이 매우 땡겼는가 봅니다.




막냉이 찐 엄마입니다... 이 녀석들 스트리트에서 울집 안방 차지하고.... 저 이불도 그냥 고냥이 이불로 줘 버림... -_-



꺄.......내 고양이 너무 귀여워! >_< 안고 싶은 포동포동! 어제 오후 촬영 따끈따끈 사진



막냉이 때문에 이렇게 웃기는 하지만 사실 오늘 아침에는 출근 전에 1호 보다가 처울었다......

1호가 요즘 몸이 안 좋은데 12살밖에 안 된 녀석이 벌써 왜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지....ㅠㅠ

우는 나에게 집사2가 "여섯 번은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고! 해서 강해지기로...다짐했지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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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25-02-1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읽고 있는 중인데,
<미들섹스>도 있군요.
아....
그것이 더 궁금하다......

잠자냥 2025-02-10 14:16   좋아요 0 | URL
<미들섹스>가 더 재미날 거 같기는 합니다..; ㅎ

Falstaff 2025-02-10 16:01   좋아요 1 | URL
<미들 섹스>가 훠얼씬 재미납니다!

관찰자 2025-02-10 16:28   좋아요 2 | URL
에잇.
그만 때려치우고,
갈아타자~!!!!!!!

blanca 2025-02-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 고양이 보면 키우고 싶다가도 노묘 되고 아프고 이별할 생각하면 랜선집사로 만족해야겠다 싶어요. 건강하게 영원히 살 수는 없겠죠? <미들섹스> 궁금했는데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잠자냥 2025-02-10 14:17   좋아요 0 | URL
아기 고양이 정말 귀엽죠?! 저는... ㅋㅋㅋ 아기 고양이 보면 또 키우고 싶어서 ㅋㅋㅋㅋㅋ 큰일입니다. 저희 막냉이가 막냉이 닮은 아가들 여럿 낳으면 완전 예쁘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수많은 이별을 생각하면... 더는 안 됩니다. 안 돼.... ㅎㅎㅎ
<미들섹스> 읽고 나면 꼭 리뷰 남길게요!

망고 2025-02-10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들섹스 구판으로 읽었는데 표지는 정말ㅋㅋㅋㅋㅋㅋ근데 책은 재밌어요 저는 제프리 유제니디스 소설 중에선 <결혼이라는 소설>을 제일 재밌게 읽었어요 <버진 수어사이드>만 아직인데 이번에 사야지😆
냥이가 10살 넘어가면 한번씩 아프기도 하고 식욕도 예전같지 않고 그러다 다시 잘먹고 쌩쌩해지고 그러더라고요...ㅠㅠ 1호 건강해져랏😺

잠자냥 2025-02-10 14:35   좋아요 1 | URL
근데 저 표지 ㅋㅋㅋㅋ 계속 보니까 정 드네요? (엥?) ㅋㅋㅋㅋㅋㅋㅋ
망고 님이 미들섹스 구판에 별넷인가 주신 거 봤어요. 일단 소재가 재미날 거 같습니다.
저 녀석 몇 년 전에도 좀 아파서 식겁하게 만들더니 기운 차리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렇겠지요...
밥 안 먹는 거 같아서 츄르에 물 타주니까 다 먹더라고요? (엥?)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5-02-10 16:03   좋아요 1 | URL
<처녀들, 자살하다> 안 좋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ㅎㅎ

망고 2025-02-10 16:50   좋아요 1 | URL
처녀들..그 책 평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ㅎㅎ그래서 기대를 조금 접고 읽어보려고요🤣

2025-02-10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10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2-1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들섹스 구판으로 읽었는데 표지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긴했어요. 저는 미들섹스 읽고 나서 제프리 유제니디스 한 권인가 두권 더 읽었는데 처녀들의... 어쩌고 하는 소설이랑.. 흐음. 기억이 잘 안나네요. 너무나 오래전의 일이다..
안그래도 경제적 공포 보고 아악 이 표지는, 내가 산 바로 그책!! 했습니다. ㅋㅋㅋ 근데 어디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밀한 사이]는 저도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아직 안산 책이기는 합니다.

인용문 참 인상적인데 다른 것도 그렇지만 특히 ‘게다가 그런 낯짝일수록 하나같이 크다‘ 가 너무나 맞춤하네요.
저 토요일 밤에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늦은 밤이라 지하철 안에 빈 자리도 있었는데, 굳이, 임산부석에 앉아가는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를 보고 참..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왜 다른 자리도 있는데 굳이 저기 앉을까, 그리고 굳이 저기 앉는 저 남자는 왜 저런 모습일까..... 낯짝이 참 컸습니다.....

잠자냥 2025-02-10 15: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 표지에 무념무상할 수 있는 다락방의 독자적인 감각! ㅋㅋㅋㅋ
제프리 유제니디스 꽤 많이 읽었군요?!
<경제적 공포> 다락방 님이 잘 안 읽힌다고 쓴 페이퍼 읽었어요. 거기에 땡투함 ㅋㅋㅋㅋ

진짜 그놈들 낯짝 엄청 크죠? ㅋㅋㅋ 윤가도 그렇고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달고 사는 이가놈 낯짝도 그렇고...
뉴스 보다가 그놈들 면상 나오면 너무 꼴보기 싫어서 손바닥으로 가리게 되는데 잘 안 가려짐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2-1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사랑스런 막냉아~~♥♥♥♥♥ 너의 새침한 표정 참으로 아름답도다. 막냉이 어머니도 참 동안이시군요.
1호가 아프군요? ㅠㅠ 에휴..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커다랗고 뻔뻔한 낯짝‘ 생각하다가 냥이들 사진 보니 더욱더 아름답다..

잠자냥 2025-02-10 15:54   좋아요 1 | URL
막냉이 어머님 ㅋㅋㅋㅋㅋㅋ 아 웃기다. 저 녀석이 원래 동네 미모냥이였는데 임신하고 출산 한 번 하더니 폭삭 늙더라고요. 그래도 꽃미모 막냉이를 나은 덕에 남의 집 안방까지 차지하고 따숩게 살고 있습니다. 막냉이가 효녀인 셈이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늙는다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단발머리 2025-02-1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들섹스를 안 읽을 수 없겠군요. 민음사 꾸준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막냉이를 안 좋아할 수 없겠군요. 한결같은 미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0 17:27   좋아요 1 | URL
민음사가 잘 안 팔리던 문학들 세계문학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가열차게 하는 중 같아요…😂 그래서 잘 찾아보면 구판으로 갖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막냉이한테 이제 뽀뽀 쮸압쮸압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바람돌이 2025-02-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경제적 공포 빼고는 다 흥미로움요. 냥이들은 하나도 안 빼고 다 예쁘고요.
근데 저 시절에는 책 표지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5-02-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니 전 미들섹스 표지는 차라리 양호하던데..저 표지가 싫어서 각권 오백원, 천원에 파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