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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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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 보다 질린 나는 우연히 [구덩이]의 표지를 보게되었다. 표지만 보아도 왠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덩이 사이에서 무엇이 나올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느낌은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를 본 것 같다, 였다. 안 그래도 디즈니사에서 영화화 했다고 하는데, 돈독이 오른 사람들이니 벌써 안 만들어졌다는게 더 이상할 정도 였다. 영화화 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구성이나 내용이 치밀하고 재밌었다.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몇 개의 이야기가 합쳐져 있는데, 그 얘기들이 기묘하게도 잘 맞물려있다. 감탄, 또 감탄!

제목이 왜 구덩이일까. 우리의 집안 대대로 재수 없는 '스탠리'라는 소년은 노숙자의 기금을 모을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초록캠프'로 징역(?)을 살게된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그에게 별로 이상할 게 없었다. 원래 재수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으니까. 운이 더럽게 없는 소년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지저분하고- 냄새 폴폴나는- 돼지도둑 고조할아버지'를 탓한다. (서양에서도 못 되면 조상탓을 하나보다.)

녹색캠프엔 실제로 숲이 울창한 곳이 아니다. 끝없는 사막이 펼쳐지는 곳. 그곳에서 스탠리는 높이와 넓이가 보두 1.5m인 구덩이를 파야했다. '인격 수양'의 명목으로.

그는 녹색캠프에서 '제로'라는 흑인 소년을 만나는데, 그는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대신 그가 얼마쯤의 구덩이를 파준다. 이 공평한 거래가 문제였다. 워낙 문제아들이 모인 집단이라 아이들은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결국 제로는 도망쳐버린다.

스탠리도 그를 찾아 도망치는데... 여기서 부터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니, 스포일러는 공개하지 않겠다.

생활이 지겹다, 지루하다 느껴질 때 보는 헐리우드 영화는 무척이나 재밌다. 뻔한거야 뻔할 뻔자이지만. 그걸 몰라서 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시험공부가 밀려있고 과제를 폭탄 맞은 시점에서 본 [구덩이]란 동화는 정말 재밌었다.

여느 사이트나 [구덩이]의 책소개를 보면 '번역본이 출간되기도 전에 영어 학원가에서 입소문이 난 그 책' 이라고 소개하는데, 원서를 과연 쉬운지... 확실히 재미는 있었으니까, 원서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소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구덩이를 파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구덩이]에 나오는 어떤 소년의 말을 빌자면.) 나도 구덩이를 파고 싶어졌다. 가끔 단순노동으로 머리속을 비우고 싶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역시 현실도피의 일인자구나, 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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