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날이 완전 봄 날씨라 보라매 공원에서 책이나 읽을까하고 어제 구입한 사강의 [마음의 파수꾼] 과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타서 편안한 복장으로 햇빛 맞을 준비를 하고 갔다.
주인공이 젊은 남자와 극적으로 조우하고 집에 데려가 먹여주고 재워주며 약간 꼬인 듯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나에게 왔다. 약간 힘 없지만 호소력 짙은 냐-였다.
그리고 벌렁 드러누워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갖은 애교를 부리길래 용기를 내서 만져봤다. 나는 고양이한테 언제나 왠지모를 미움을 받는 사람이라 발톱을 세울까 무서웠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봄날의 기적인지 이 녀석은 내 무릎까지 앉아 잠시 꾹꾹이도 해주고 식빵도 구우면서 구릉구릉 소리까지 내며 나는 참새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가끔 흥분도 하면서. 이 작은 맹수의 마음 속 요동까지 내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경험을 처음한 나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 뻔.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신기해서 개를 산책 시키던 아저씨가 얌전한 갈색 푸들과 나를 구경하기도 하고 전화하던 아저씨도 전화를 끊고 운명이라며 데리고 가라고 응원까지 마구 해줬다.
신난 나는 고양이 키우는 친구에게 사진도 보내고 이런 저런 조언을 받고 같이 흥분한 친구에게 더블 데이트(?)까지 제안했다. (친구왈, 우리 애는 고자지만... 너무 기대된다!!)
결심끝에 얘를 데리고 오려고 안았더니 갑자기 저항을 마구 하고 에코백에도 안 들어오려고 하고 내가 돌아가는 척을 해도 쌩까고...ㅠ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친구의 조언을 듣고 급한대로 생수랑 소세지를 사서 먹였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계속 달라고 발광 수준으로 난리를 치고 할퀴고 하는데도 어찌나 짠한지... 그래.. 이제 내가 배불리 먹여줄께....ㅠㅠ
하지만 결론: 꽃뱀냥이로 밝혀짐.
지금도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한테 부렸던 애교는 뭐 였니...?ㅠㅠ 너가 할퀸 발톱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꼭 다시 만나자.ㅠㅠ
* 사강의 감각적인 문체는 언제나 설렌다. 정말 고양이 같은 소설가. 으힝 별 게 다 운명같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