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스럽지만 예전 같으면 반값행사를 기다리며 샀을만한 책이다. 두껍긴하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비싼 가격은 두께 때문일까 아니면 저작권 때문일까? 두께가 두꺼우면 지갑여는데도 후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책가격 책정을 정말 이렇게 하실라우? 도서정가제 시행 후 확실히 불필요한 책 지출은 줄었다. 오프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나 한두권씩 사는 게 전부가 되고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졌다. 굳이 순기능을 따지자면 확실히 고민을 해보고 산다는 것. 물론 처음에는 알라딘 굿즈의 유혹에 몇 번이나 무너졌지만 막상 받아보면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 중.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의 한 에피소드에서 책을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궁정식 연인'으로 대하는가 하는 꼭지가 있었는데, 나는 아마 '육체파'(!!)에 가까울 것이다. 나도 연필로 밑줄긋기를 무지 좋아하고 모퉁이를 접는 것도 망설이지 않지만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과 중고책은 글쎄.... 일단 중고책은 집에 오면 향균 스프레이 샤워를 마치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침대에 올리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너무 인기많은 재미 위주의 (웬지 이런 책들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지는) 책은 도서관에서도 너덜너덜함을 자랑하한다. 뭐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하겠지. 여기에는 선뜻 돈쓰기가 싫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망설였다. 이 책, 내 방에 가져와서 읽어도 되는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언니는 조언했다. 야, 비닐장갑 끼고 읽어.


알고보니 자신은 그런 방법으로 인기 있는 책을 꽤 읽었다나 뭐라나.  


요즘은 책 소독기도 설치하고 희망도서 피드백도 훌륭하지만 그래도 공공도서관은 아무에게나 열린 공간이니 책의 순결성(?!)을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가끔 누군가가 코딱지를 묻혀 놔서 기함하기도 하고 출처가 의심스러운 털이 꽂혀 있을 때도 있으니까. 


하여, 도서관에서는 신간 도서 위주로 본다. 책 상태가 깨끗하고 재밌을 것 같으면 바로 대출해서 오는 편이다. 그렇다고 침대에는 올리지 않지만! 핑크빛 위용을 뽐내는 [작가의 책]을 집은 이유는 아마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서 친근한 면도 있었을 거고 책이 깨끗해서였을 수도 있다.


책은 두껍지만 인터뷰 집이라 편하게 읽힌다. 우리에게 유명한 작가도 있고 아닌 작가도 많다. 인터뷰를 보고 호감이 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실제로야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아주 겸손하다. 그리고 본인 작품의 성향에서 연상할 수 없는 의외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해서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참고할 만한 책이다.


역시 창작 일이라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라고 느낀다. 결과물이 어떻든 결과물이라고 매듭짓는 일 자체로 참 대단한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창작자들을 존경하고 싶다.


특히, 오디오북을 언급하는 작가도 많았는데 우리나라도 오디오북이 나오면 좋겠다. 뭐 매출이나 제작비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서도.


작가별로 정리하진 못하고 그냥 나중에 보고 싶어 마구잡이로 포스팅해본다. 기준은 부끄럽지만 그냥 책 제목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은 것 같다.


*재밌는 점은 만나보고 싶은 작가에 셰익스피어를 꼽는 작가가 많았다는 것. 또 우상이었던 인물은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나 [그린게이블즈의 앤]의 앤같은... 걸 크러쉬(?)를 보여주는 주인공을 꼽는 점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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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인상에 남았던 대답>



올리버 색스는 매력적인 사례의 이력들을 엮어서 글을 아주 유려하게 쓰지만, 그가 자신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는 살짝 무대감독의 허세 같은 게 배어 있어요. "이봐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멈추고 이것 좀 보라고요!"하는 논조가 깔려 있다는 거죠. 그런 관음증적인 정서 없이도 의료행위의 엄격함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죠.(p.302) <앤드루 솔로몬, 과대평가 된 책이 있냐는 질문에>


마크 트웨인이요. 그런데 일흔 살의 그가 아니라 마흔 살의 그를 만나 보고 싶어요. 아주 심술궂은 늙이어였거든요. 마크 트웨인한테 뭘 물어볼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자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어렸을 때 그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답장은 절대 안 왔죠.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p.455)<존 그리셤, 저자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은 의대와 레지던트 과정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지요. 자기통제, 인내, 끈기, 기꺼이 잠을 포기하는 것, 가학-피학 성향에 대한 애호, 믿음과 자신감의 위기를 견뎌내는 능력, 피로의 삶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확실히 도움이 되는 카페인 중독, 끝이 온다는 한결같은 낙관주의.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도 똑같죠. (p.528)<할레드 호세이니, 의사의 경험이 작가로 일하는 데 끼친 영향은?이란 질문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뛰어난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나서 식품산업에 정말 화가 났었지요. 그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어떤 책을 읽고서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은 사람이 분개하는 일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갖 좋은 주장을 그저 간직하기만 한 채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럽고 정말 걱정이 됩니다. 진실성 없이 건성으로 읽고 마는 독자의 손에 들어간 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증거 같아서 말이에요. (p.266)<알랭 드 보통, 최근에 당신을 화나게 만든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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