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구매 샷을 올린다. 네임드 알리디너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겠지만 내 주위 사람에 비교하면 나는 책을 꽤 읽는 편이었다.
뭐 겨우 남들 창작물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종이 좀 뒤적거렸다고 자부심 따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주변에선 나를 왠지 지적인 캐릭터로 보고 무슨 시덥잖은 말만 해도, 크~ 넌 역시 책을 많이 읽는 애라서!, 같은 좋은 평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한 즈음에 미친듯이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한 사오년을 날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제 긴 글 읽기는 몹시 버거운 일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요즘은 무슨 책 읽어?라는 질문을 들으면 부끄럽게도 머리가 멍해진다. 맞은 편에 앉은 상대방의 실망스런 표정을 대면하면 괜히 부아가 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초연해지면 쉽지만 스스로도 넘 멍하게 산 게 아닐까해서 화도 난 거겠지.
이럴 때는 안전한 루트를 걷는 수밖에. 저저번주에 다시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완독했다. 확실히 처음에 읽었을 때랑은 느낌이 다르다. 더 무서웠고 더 슬펐다. 커포티는 글을 정말 잘 쓰는 작가라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픽 노블 사이에 커포티의 단편집을 넣은 이유는 커포티의 책을 다 소유하고 읽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요즘 도무지 긴 글을 읽기가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이제 내게 베스트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향을 끼치는 하루키의 추천이 있기도 하다. 커포티 책을 다 읽어보는 걸 올해의 목표로 삼겠다.

[염소의 맛]으로 유명한 바스티앙 비베스의 책도 2권 구매. 랩핑된 책을 보니 두근두근하다. 쿨하고 안전한 연애가 최선이 아닌가 싶다가도 전쟁같은 사랑에 언제나 마음이 끌린다. 제목부터 [사랑은 혈투]라니. 피를 철철 흘리는 연애이야기일까. [인 콜드 블러드]를 안봐도 알지만 포유류로 태어난 이상 피는 따끈따끈한 게 정답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 그러니까 삼십쨜을 맞이한 나. 그래서 골랐다. 앙꼬의 [삼십 살]. 숫자 표시보다 한글로 표시된 게 좋다. 예전에 유명한 시인이 잔치가 끝났다고 마침표를 꿍 찍었던 나이 서른. 원체 골골대는 약체라 그런지 앞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정말 이상하게도, 작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나이를 계란 한 판에 비유하는 표현을 들을때나 내 나이를 듣고 눈이 똥그레지는 어린 것(!)들을 보고 ‘그래도 액면가는 내가 어리거든!‘ 하면서 속으로 부글거리는 속좁은 내 모습을 직면할 때 내가 나이에 더 이상 초연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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