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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3 - 연산군에서 선조까지 ㅣ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3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이 기획 시리즈 참 괜찮다.
박시백의 만화 조선실록이 가진 장점도 크지만,
이 기획물의 장점들도 많은데,
역사 전문가의 시각뿐만 아니라,
시인 같은 사람들도 동참하여 역사를 하나의 사건에서 떼어내어
하나의 예술 작품의 모티프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읽는 기분이 든다.
조선의 과거를 살피면서
소위 시험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하니, 이런 멋진 답을 낸다.
시험은 단순히 사람 평가 도구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시험은 좀더 나은 세상, 좀더 건강한 사회로 전진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인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험이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담는 꿈이어야 합니다.(225)
과거에 '대책문'을 써야하는 과정과 연관지은 것인데,
시험이란 모름지기 수험생의 철학과 세계관, 경륜을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명답이라 하겠다.
영화 '광해'도
<숨겨야 할 것은 조보에 내지 말라>
그 한 마디를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거든요.
승정원일기가 번역되는 게 영화나 드라마에는 축복입니다.
대장금과 왕의 남자 역시 '실록'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입니다.(257)
역사 속에 감추어진 짧은 모티프를 상상력으로 풀어내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작업.
그런 것은 국가가 대대적인 사업을 벌이며 인재를 모아야 할 분야다.
인문학이 죽어간다는 소리는,
국가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긴,
오늘 한명숙 전 총리에게 2년형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도 없다.
일흔이 넘은 노인을 감옥에 넣겠다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의 성완종 수사는 물에 물탄듯 넘어가더니...
국가는 그렇게 해야할 일(?)을 하는 기관일 뿐이다.
한국의 세계기록 유산은 11개로 중국의 7개, 일본의 3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한다.
기록의 민족이다.
이 책에서 정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정철이 활약한 시대와 그가 몰락한 시대를 읽으면서,
의혹이 가는 정여립 역모 사건과 4대 사회의 두배가 넘는 수가 기축옥사로 죽어간다.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건과 역사...
역사란 과연 무서운 기록이다.
조선조 임꺽정 이야기를 다루면서 '방납'의 폐단에 대해 잘 설명한다.
특산물은 원래 고을 수령이 걷어서 나라에 바친다.
하지만 방납은 권세가를 등에 업은 상인들이
먼저 특산물을 바친 다음,
백성들에게 그 값을 수백 배로 부풀려 받아 착취하는 것.(103)
백성 후리는데는 참 일가견이 있는 민족인가...
아이들 교과서에 '봉산 탈춤'이 나오고, 거기 '재령'이란 지명도 등장한다.
권세가들이 황주, 안악, 봉산, 재령 갈대밭을 빼앗고
갈대를 팔아 이익을 남기니 백성들이 생업을 잃었다.(97)
겨우 명종때의 기록이 이러하니,
임란 이후의 상황은 더 읽지 않아도 명약관화다.
선조의 기축옥사 이후 민심이 이반되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다음 권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읽을 일이 두렵기까지 하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공부하는 일이 두려운 나날이다.
차라리 듣고 보지 않는 것이 나을 일일까...
170. 한자가 틀렸다. 포의 풍류도... '그림 도 圖'를 적어야 할 자리에 '무리 도 徒'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