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유성룡 징비록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20
박교영 글, 이동철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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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징비록>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인 모양이다.

원래 방송국이란 곳이 전속 배우를 계속 먹여 살려야 하는 고로,

전통 사극 하나는 꼭 끼고 있어야 조연이나 기타 등등 배우들을 기용할 수 있다 한다.

그럼, 지금 왜 '징비록'일까.

 

미국 사람 믿지 말고

소련 사람 속지 말자

일본 사람 일어난다

조선 사람 조심하자...

 

이런 노래가 구한말에 유행했다는데,

지금 한반도의 '조선사람'들 신세가 역시 그와 같다.

 

나라를 말아 먹은 경험이 다수 있지만,

임진 왜란이 외교력 부족과 내실이 없어 망한 한 케이스고,

경술 국치의 일제강점 35년이 또한 그런 케이스다.

지금 미국은 싸~드를 배치하고 일본이 다시 일어난다.

중국마저 돈에 혈안이 돼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사업을 내세운 공략을 한다.

 

동아시아의 반도국가에서

김정은-박근혜의 희한한 조합만이

자신의 권력을 영위하기 위하여 불끈, 국민을 옥죄고 있다.

 

임진왜란 전이나, 경술국치 전이나, 지금이나 반도의 형편은 그러하다.

그러니, <나의 기록을 경계삼아, 후일을 도모할 지어다...>하는 징비록이 유효한 시점이기는 하다.

그치만, 박정희가 자신의 비리를 감출 아이콘으로 내세운 '이순신'을 울궈먹는 씨즌 2라면... 사절이다.

작년 그토록 인기몰이를 했다는,

그 엄중한 시국에 휴가도 아닌 정규 근무시간중에 대통령이 <명량>을 보러 갔던 것 역시 그런 맥락이라면, 젠장이다.

 

징비록 유행 이전에는 이 책이 '국보' 132호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서애 유성룡의 자서전 정도로 여겼는데,

제목에 어울리게, 임진왜란의 패전 요인을 제법 잘 기록한 모양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도망다닌 선조가 가장 총애한 신하였던 만큼, 임금을 비판한다든지 하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한다.

 

이 책의 장점.

<징비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제가 잘 설명되어 있고,

만화로 되어 있어, 넘기고 싶은 부분은 넘기면서 읽을 수도 있게 되어있다.

물론 단점이라면... 원문을 꼼꼼하게 번역할 수 없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림이나 구절들에서 변종이 발견되기도 하리라는 것.

 

임금이 배에 올라 강을 건너고 나니 날은 저물어 캄캄해졌고...

한편, 임진강 남쪽 기슭에 나루터를 관리하던 옛 창고가 있었는데

임금은 적들이 이곳의 나무를 이용해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널까봐 '모두 태워버려라' 명했지.(85)

 

조상님이나 이승만이나 하는 짓은 같다.

<왕조 사관>은 그러하다.

자신들의 삶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백성은 안전에 없다.

지금 <박근혜 왕조> 역시 그러한 것 아닌가 싶다.

작년 세월호 사태 이후, 이번의 '메르스 사태'를 접근하는 것을 보나,

미-일의 관계나 중국-북의 관계 변화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해외 여행이나 다니는 것으로 보아... 백성의 죽음엔 무관심이다.

 

나는 이렇게 김효의가 말한 것을 자세히 적고 있어.

후세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167)

 

<징계와 준비>에는 반드시 엄중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의 패배 이후에도 조선에서는 임금이 그대로 지배하면서,

오히려 광해군의 힘을 빼는 데 온 권력을 집중하였다.(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견제하듯...)

명나라와 조선의 권력자들이 광해군을 견제하는 것을 보면,

왕조 국가의 명운이 어찌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인가, 왕조 국가인가...

선거라는 제도를 이용했든, 악용했든, 당선만 되면 장땡인가?

 

임진년 전 해에

요동 지역에서  '얼마 있으면 군사가 쳐들어 올 것이라 묵은 술은 다 마셔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다.

이 말은 들은 사신은 조정에 보고했고,

조정에서는 그런 근거 없는 말을 퍼뜨린 통역관이 누군지 잡겠다며

통역관 몇 명을 고문하기 시작했다.(184)

 

아, 누가 그랬던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 번은 비극으로, 다시 한 번은 희극으로...

 

천안함도 잠수함과 부딪쳤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면, 근거없는 말이라고 잡아들인다고 으름장이고,

뭐, 광주 학살때 역시였지만...

세월호때도 근거없는 잠수사를 구속했다 풀어 주었으며,

다시 메르스 괴담을 퍼뜨리면 잡아들인다는... <미네르바>의 울굼탕만이 비루한 독재의 초상인 모양이다.

 

조심사람 조심해라...

믿지 말고, 속지 말고, 일어나기까지 병맛으로 살지 마라...

 

그런데, 날마다 뉴스는 병맛이고,

이 놈의 왕조 국가는 아직도 신문에 <십상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아, 아니다. ㅋ <십상시> 뉴스는 퍼질까 두려운 차에 조현아라는 땅콩이 걸려들어서 호된 뭇매를 맞은 일도 있다.

 

징비록이

서울 시청 광장에 <우뚝 솟은 태극기>로 작용한다면, 그것을 불지르고 싶어진다.

태극기에 불지른 시민이나 잡아들이는 정부는,

또다시 <태극기>에 복종하지 않는 시민을 억압할 뿐이기 때문이다.

 

징비록은 태극기가 아니다.

그 <태극기>로 상징하는 국민의 핵심에 가 닿지 않는다면...

다시 나라는 위기에 빠지고 무너질 것이다.

 

오늘은 <의병의 날>이다.

의병은 결코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의병장은 전시에 급조된 벼슬자리를 노린 지역 유지가 식량을 제공하며 누린 벼슬이고,

의병은 자기 가족을 지키려는 <지역 방위군>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시각 아닌가 말이다.

<군인>은 사령관이 가라는 곳으로 가지만,

<의병>은 자기 가족과 농지를 지키려던 <지역 공동체의 모임>이었다.

 

결국 국가가 무너진 곳에서 의병이 탄생한 것이다.

다시 <의병의 날>을 기념하며,

의병 탄생을 보려거든,

국가여, 정치여, <징비> 이전의 길을 그대로 걸으라... 지금 하는대로 하면, 제대로다. 퉷~!

 

 

<생각할 숫자>

이순신의 <명량> 해전은 왜적의 배가 300여척과 100여척으로 나뉜다. 이 책의 본문(168-9)에서는 300여척으로 되어있고,

일지(250)에서는 133척으로 되어있다. 징비에는 300여척으로 되어있고, 사료들은 대부분 133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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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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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을 우연히 보고 도서관에 사 두었더랬는데,

나중에 일베 고딩이 폭탄을 던진 사건 이후에 읽어봐야겠다 싶어

독서토론동아리 애들 사주려고 행정실에 신청을 했더랬다.

 

행정 직원 왈... 서점에서 전화가 왔는데, 종북 도서로 분류되어 판매가 안 된다고...

 

하긴, 전두환 시절에 대학다닐 때 우리가 읽었던 '금서'들은

어찌보면 참 시시한 사회과학 서적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맞다. 그 시절에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인지 뭔지를 갖고 있으면

국보법으로 구속되곤 했다.

그것 역시 북한 기행문에 불과했다.

 

이 책 역시 뭐, 별 생각 없는 눈물 많은 감상적인 아줌마의 기행문에 불과하다.

그 아줌마는 결코 학생운동을 하거나 한 적도 없는... 그리고 거시기한 넘이랑 소망교회도 다닌...

그리고 할아버지도 자유당 국회의원을 한 부유한 집안이며,

어린 시절 '리틀 앤젤스' 활동을 했을 정도로... 가난하던 한국에서 부유한 집안 꼬마로 자란 아줌마다.

나이는 나랑 비슷한 또래 아닐까 싶다.

 

그런데...

결코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과 노선을 같이했던 적이 없었을...

아니, 오히려 전직, 현직 대통들과 식사를 하면서 우아하게 성악을 부르곤 했을 이력의 이 아줌을,

국가보안법, 이적행위로 보게 만든 (미국 국적만 아니었으면 백프로 국보법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처음 작가의 사진을 봤을 때,

우리 플루투 선생님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싶었다.

이런 부류의 역사 통일 관련 책을 쓰기보다는

맛집 기행이나 우아한 여행 서적을 쓰면 어울릴 법한...

 

그런데, 남편 따라 한 번 가고,

친선 봄 축제 공연 하러 두 번 가고,

딸이 된 설경이를 마나러 세 번 가면서,

그는 그만 북녘의 여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2008년 한창 촛불 시위가 불타던 그때, 북에서 관광객 한 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 이후 남북은 급격히 냉각되었고, 여행도 금지되었으며,

2010년의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 관계는 전쟁 이후처럼 냉각되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남북의 냉각으로 돈을 번 사람들... 옛날의 총풍 사건이나

칼기 폭파 처럼 긴급한 선거 지전 일어났던 일들... 을 돌아 본다면,

작금의 냉각 기류를 이용해 정권을 이용하는 자들은, 결코 통일에 관심이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어젯밤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설쳤다.

아, 난 어쩌자고 금강산길이 뚫렸던 그때, 한 번도 가볼 염을 내지 못했던지...

아이가 한창 자랄 때기도 했지만, 기십 만원만 내면 여행이 가능했던 때였거늘...

 

이 책을 읽고나서 바로 2권을 주문했다.

뜨거운 마음이 책으로라도 다시 북녘 땅을 밟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북녘 땅은 가슴에 와 닿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물론, 그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일어난 일들 역시 있으리리마는,

작가가 수차 말했듯, 우리가 받은 교육 역시 미친 교육이었음을 인정해야 하리라.

 

북한에서 교회도 가고 절도 간다.

섣부른 소리 잘 하는 남편은 '이거 가짜 교회 아니냐'는 질문도 목사님께 한다.

난 신은미 보다 그 남편이랑 술이 한 잔 하고 싶다. ㅋ

그렇지만 신은미의 따스한 마음과 금세 눈물 주머니를 터뜨리는 순수함과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충분히 보듬어 주고 싶다.

 

 

 

 

 

 

화가 이하 씨가 그린 이 그림처럼,

남북 분단으로 이득을 얻는 두 사람이 그림에 그려져 있다.

물론 그들로 대표되는 세력들이 있으리라만...

 

그것을.. 이번의 두 번째 책에서

한홍구 선생이 이렇게 쓰고 있다.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북녘을 방문했던 재미동포가

그곳에 “악마가 살고 있다” 대신 “사람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남쪽에 분단을 먹고 사는 악마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는 북을 지상낙원이라고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또 첫 번째 책의 부제 슬픈 여행이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북의 어렵고 답답한 처지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악마들의 거짓 선전과 다른 북쪽 동포들의 일상을 보고 듣고 느낀 대로 전할 뿐이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한다.

재미동포 아줌마만이 아니라 우리가 두 발로 북녘 땅을 밟고 두 팔로 북녘 동포들을 뜨겁게 끌어안아야 한다.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에서)

 

 

 

 

무방비 상태로 돌아가는 길은 마치 산동네 재개발 구역처럼 허름하고 누추했다.

골목길 주택가의 초라한 모습에 흐려진 머릿속을 진정시키느라 ...(107)

 

내가 중국의 상하이 빛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만났던 초라한 골목길 같았을까?

화려한 평양의 거리와 대조되는 골목길을 만났을 때,

그 가식적인 외모에서 슬픔을 느낀 것은 당연했을 터이다.

 

6년 전부터 북한은 군대가 지원제라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다 군대에 간단다.

 

여자들도 군대 안 갔다온 남자하고는 결혼도 잘 하지 않으려 하지요.(122)

 

그저 안내원의 말을 들었을 뿐이지만, 군대가 지원제라고 하는 것은 새롭다.

아직 남녘 땅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처럼 병역 거부자를 감옥에 처넣고 마는 어두운 사회이거늘...

 

가만있어봐. 여기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란 표현을 하나. 남쪽에서는 많이 쓰거든.

여기서도 씁네다. 하하...(149)

 

まっかなうそ '맛까나 우소'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란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나와 다를 것 하나 없이 반공주의 교육을 받았고

그랬던 사람이 북녘 땅에 세 번 여행을 갔을 뿐인데,

이제까지 그 교육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음을 깨우치는 데는

그저 몇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북녘의 시인이었던 백석의 국수가 생각났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故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그저 부드럽고 수수하고 스슴하고

또 조용하고 살뜰하니 담백하고 소박한...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던 그 땅에서 먹던 그 음식처럼,

그러한 사람들이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인가... 싶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적인 사람만 갈 수 없는 땅.

 

그곳은 '한국 전쟁' 이후 '미 합중국'과 전쟁 중인 나라이건만,

미국 시민은 여행이 가능한데, 대한민국 국민만 여행이 안 된다니...

이것은 남북의 권력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빠 저지른 잘못일 뿐이다.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의 글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그저 배불리 내 앞에 놓인 음식만 먹고 행복해하라는... 먹방을 보고 웃는 돼지가 돼선 안 되리란 생각을...

 

저 멀리 타국의

아이티의 지진 소식에 마음 아파하고,

네팔의 지진 소식에 눈물 흘릴 줄은 알면서,

불과 한 시간 거리...

북녘 땅의 아픔에 눈 감게 했던 권력자가 있다면,

그들을 용서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이들어 쓰레기같은 사람이 되기 전에,

통일을 위한 한 걸음이나,

통일을 가로막는 자들과 싸우는 한 걸음에도

두려움 없이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재미동포라는 신분이 신은미 씨를 구속하는 데까지는 남한의 권력을 못미치게 했을지라도,

아직도 강제 징집에 예비군 훈련까지, 가난한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나라에서,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의 대체복무 방안까지 거부하는 폐쇄적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십 년 전,

학급 일기에,

여호와의 증인이어서 감옥엘 가야한다는 일기를 썼던 중 2 그 머리좋던 꼬마에게...

나는 미안해하며 그렇게 살 것이란 생각을 한다.

 

부디, 이 책을 더 많은 이가 읽게 되기를...

 

 

통일 콘서트...라는 행사에

북한은 지상 낙원... 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이 책을 읽어 보면 했을 리도 없는데,

작가는 '강제 출국' 되었다.

 

참 쪽팔리는 나라임을 온 세계에 널리 떨친다.

박근혜의 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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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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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ellio gegen Calvin oder Ein Gewissen gegen die Gewalt>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어떤 양심

 

독일어 원 제목을 읽어보면, 음률을 살리려 애쓴 흔적이 느껴진다.

카스텔리오와 칼뱅의 첫소리가 비슷하지만 그 세계관은 정반대였듯이,

게비센과 게발트의 앞부분이 비슷하지만 반대의 뜻을 가진 낱말들을 찾으려 애썼을 것임이 느껴진다.

 

흔히 칼뱅을 유명한 종교개혁가라고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칼뱅은 좀 다르다.

기존의 썩어빠진 가톨릭을 개혁하는 데 성공한 제네바에 등장한 칼뱅의 청렴함은 금세 폭력이 된다.

지극히 살피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듯, 칼뱅주의는 곧 독재의 그늘을 드리운다.

 

도시와 국가에서 권력을 가진 것은 모조리 그의 관전한 권리 아래 종속되고...

그의 가르침은 곧 법이었다. 그에게 반대하는 듯한 눈치만 보여도 곧 감옥에 가거나 추방되지 않으면

화형장의 장작더미가 기다리고 있었다.(12)

 

그에 맞선 카스텔리오라는 남자는 '코끼리 앞의 모기'에 비유된다.

이 모기는 힘없고 고독하지만 인문주의자의 역할을 다했다.

 

이 지상의 어떤 사람에게도 세계관을 이유로 박해할 권리는 없다.(14)

우리 인간 종족의 영원한 비겁성을 생각해볼 때,

시대의 권력자들에게 대핳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추종세력을 억기 어려운가.

그렇듯 카스텔리오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그림자 외에는 뒤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싸우는 예술가의 유일한 재산인 불굴의 영혼에 깃든 굽히지 않는 양심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15)

 

이 책의 머리말만 세 번 네 번 읽었다.

이 책을 읽기 힘든 사람이라면,

이 책의 머리말만이라도 읽어 보기 바란다.

 

정신적인 면에서 승리와 패배라는 말은 그 의미가 다르다.

그때문에 언제나 승리자들의 기념비만을 바라보는 세상을 향해서,

수백만의 존재를 망가뜨리고 그 무덤 위에 자신들의 허망한 왕국을 세운 사람들이 인류의 진짜 영웅이 아니라,

폭력을 쓰지 않고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진짜 영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야한다.

다시 말해 정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서 인간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지 않고 폭력을 당했던 사람들이 진짜 영웅임을 기억해야 한다.(27, 머리말)

 

 

 

 

조선 왕조의 상징 광화문 앞에서,

현대 폭력의 앞잡이 경찰(사실 저들은 군대를 가려고 지원한 의경들이다. 위법한 일이다.)들에게

캡사이신 물대포를 맞는 유가족이라니... 참혹한 현실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이런 말이...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런 말이 일상화된 나라...

슬픈 이 나라...

 

한 국민의 상당수가 내면적으로는 독재체제에 반항심을 갖고 있다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통합된 계획과 확고한 구조로 결집되지 않는 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독재자의 권위가 처음으로 흔들리고 난 후에도 실제로 무너지기까지는 정말 길고도 험한 길이 놓여 있는 것.(98)

 

1935년 씌어진 슈테판 츠바이크의 이 작품은

전체주의로 흐르고 있는 유럽의 분위기를 이미 예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종교전쟁 시기의 <특수한> 사건을 다룬 이 글이 인류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책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언제나 도발적 인간에게 굴복하곤 하는 인류는,

단 한번도 참을성 많고 공정한 사람에게 굴종한 적이 없었다.

오직 자신의 진리가 유일하게 가능한 진리이며,

자신의 의지가 세계 법칙의 기본 공식이라고 선포할 용기를 가진 위대한 편집광들에게만 인류는 굴종해왔다.(54)

 

이런 글을 읽으면서,

나치하의 독일 국민이,

일제 강점기 전쟁기의 일본 국민이,

그리고 박정희 독재개발 시기의 한국 국민이 떠오른다.

그들은 왜 박근혜를 찍는가...

저 '편집광'이라는 단어가 어떤 현상을 설명해주는 요약적 어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칼뱅과 카스텔리오 사이에는 <세르베투스>라는 돈키호테가 등장한다.

 

역사는 수많은 인간들 중 단 한 사람을 선택해 세계관의 대립을 조형적으로 보여주곤 했다.

그런 사람이 반드시 최고 수준의 천재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운명은 자주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주 우연한 이름을 골라서 후세의 기억에 뚜렷하게 새기곤 했다.(123)

 

슈테판 츠바이크의 이런 말투가 좋다

전기 같은 것을 쓰다가도, 툭툭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들려준다.

마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을 만나려고, 지루한 세르베투스와 칼뱅의 대결,

카스텔리오의 '반박문'들을 읽는 건지도 모른다.

 

 

 

피카소는 그런 세르베투스를 그림으로써,

핍박받는 인격, 인권에 대하여 그렸다.

최소한의 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추잡한 권력의 만행을...

 

이단자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나는 우리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을

우리가 이단자라 부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198)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절대로 교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한 인간을 죽인 것일 뿐이다.(227)

 

세르베투스의 화형에 대하여, 카스텔리오는 <관용 없음>에 관한 글을 쓴다.

그것은 곧 독선자 칼뱅에 대한 저항이 된 셈이다.

 

<모든 칼뱅에 맞서는 어떤 카스텔리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제목들은 참 멋지다.

칼뱅의 독재를 '금지, 금지, 금지'로 표현하고,

이에 맞서는 카스텔리오는 '칼뱅은 유죄, 유죄, 유죄'로 쓴다.

 

빛이 오고 난 뒤에도

우리가 한 번 더 이토록 캄캄한 어둠 속에 살아야 했다는 사실을

후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카스텔리오, 의심의 기술 중>

 

아, 이 구절을 읽으면서

민주주의가 온 줄 알았던 지난 날이...

그리고 한 번 더 이토록 캄캄한 어둠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모든 칼뱅에게는 어떤 카스텔리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날, 칼뱅주의에 금이 쩌적 가는 날

카스텔리오는 잊힐지라도,

그렇게 빛은 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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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5-05-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선생님....이 글은...참...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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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희진의 '리뷰'들을 모은 책이다.

여느 책벌레들의 책을 갈무리하는 '책'이라는 카테고리로 넣지 않고,

이 책을 '사회'에 넣는 것은, 이 책은 여느 리뷰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책벌레'들의 리뷰집은 책에 대한 소개, 자신의 느낌을 적는데 그친다.

그러나, 정희진은 거기에 뭔가를 넣어서, 확 자신만의 맛을 낸다.

아마 자신만의 <미원 味元>이라도 듬뿍 치는 모양이다.

 

마지막에서 자신의 <아지노 모토 味元>의 비법을 말해준다.

그것은 바로 <생각하기>다.

 

좋은 독후감의 전제는 일단 '다르게 읽기'다.

단언컨대 모든 사람이 알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독후감은 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책과 읽기의 상호작용이다.(299)

 

도대체 이 좋은 책의 리뷰를 어찌 쓰나 하고 책을 덮는데,

뒤편 책날개에 <정희진처럼 쓰기(근간)>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정희진의 읽기는 <생각하기>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물론 재미로 읽는 책들도 많음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만,

그가 몰두해서 읽는 책들로 말하자면, <삶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정희진의 글을 읽고 '이 여자 밥맛일세, 재수없어~'하고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특히 폼 좀 잡고 교양인인 체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하긴, 그런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지 않으려나?

 

며칠 전 베트남에서 온 따이한 성폭행 피해자들의 행사가 있었다.

그 앞에서 뻔뻔스럽게도 군복을 입고 난동을 부린 인사들도 있었다.

부끄럽다.

죄스럽고 미안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평지가 아니다.

한국은 온갖 울퉁불퉁 뒤집어지고 기울어진 공간이다.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입된 생각을 <상식>이자 <교양>이라 암기하며 살아왔다.

 

한나라당 3, 무소속 1...

어제 재보선 결과다...

딱 이만큼이 한국의 오늘날 정치현실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우익(이란 이름을 뒤집어 쓴 권력)은 저 베트남에서 온 분들에게 보낸 시선을 보낸다.

여기서는 자기들과 다른 것은 인정받지 못한다.

감히 동성애나, 성매매 금지 폐지 등을 말한다면 패륜이라는 둥 방방뜰 것이다.

 

정희진의 글들은 재수없다.

아마도 이런 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읽으면 참 짜증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아마 성경을 읽으면... 예수에게도 재수없다고 하고, 짜증내지 않을까?

그런 이들은 아마 교회는 가지만, 성경 강독은 하지만, 예수의 뜻은 전혀 모르고 올는지 모른다.

 

한국은 그야말로 비탈진 축구장이다.

낮은 편에 선 팀은 늘 <페어플레이>의 강압 앞에서 주눅든다.

높은 편에 선 팀은 언제나 우아하게 신사적 경기를 펼치고 압도적으로 승리한다.

 

분노, 고통, 복수에 비해 용서, 화해, 평화는 우월한 가치로 간주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암묵적으로든 노골적으로든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다.(44)

 

영화 '밀양'의 원작 '벌레이야기'의 리뷰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금의 한국 현실을 바라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높은 편에 선 팀은 언제나 <평화적 시위>를 주장하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좀 교양있게 내라고 강요한다.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 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하여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고정희, 사랑법 첫째, 92)

 

외롭던 시인 고정희의 시를 입으로 굴리는 그.

사랑에 대하여서도 그의 생각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보여준다.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가장 추잡한 남자는 헤어지면서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고 싶어 희망고문을 지속하는 자,

두번 째 저질 남자는 거절 못(안)하고 질질 끌면서 여자의 감성과 자원을 착취하는 부류.

이런 분들은 코끼리에게 밟혀 죽어야 한다.(저자의 표현,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113)

 

한용운 시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곱씹는다.

 

모든 예술은 남겨진 자의 고통에서 시작된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

대단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부재하니까 침묵인 것이다.

반면 남겨진 자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다.

그리움, 슬픔, 체념, 자책, 희망, 저주... 그래서 예술은 고통받는 이의 필수품이요, 특권이다.(119)

 

평범한 글을 써도 절묘한 대구와 역설을 뒤섞는 정희진의 글쓰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성판매여성 비범죄화 추진연합의 소속단체라는 문구가 탁월한 개그다.

 

곰팡이와 싸우는 세입자 연대, 남성연대반대하는 남성모임, 도우미안쓰는노래방협회,

딸자식이 뭘하고돌아다녀도지지할학부모회, 목소리작고아름다운꼴페미연대,

목소리크고못생긴꼴페미연대, 명절날엄마의파업을꿈꾸는안돕는딸년모임,

반성매매인권행동, 반야근칼퇴근직장문화확립추진위원회, 서로비난안하는부모자식연합,

성구매할생각없는한줌의남성모임, 성욕의총량을측정계량중인연구자(개인)

시급만오천원시대를꿈꾸는알바인연합, 애국국민이기싫은국민연합,

여가부하는일별로맘에안드는여성주의자모임, 한국에와서여성우월주의로변질된페미니즘연구회(131)

 

곰곰 읽어보면,

생각해야할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성은 결핍을 결핍한 완전한 존재다.

자기 위치를 알기 어렵다.

물이 흐르는 것을 어찌 아는가. 포말이 일 때다.

큰 물줄기라는 것을 어찌 아는가. 포말이 클 때다.

그나마 대안은 24시간 긴장, 타인 존중, 말 줄이고 경청, 자기 몸을 작게 하기, 중단없는 주제 파악, 나부터...(140)

 

그의 읽기는 중단없는 주제 파악에서 시작된 글쓰기가 된다.

한국의 기울어진 문화는 모든 문제에서 생각을 유발할 수 있으니, 그에게는 한국이 기회의 땅인 셈일까?

그가 공약을 걸고싶은 말은 멋지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적다.

 

치열하게 생각하는 인간이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150)

 

가진자들은 적당한 지식인들을 좋아한다.

대충 넘어가는 자들을 좋아한다.

조금 나눠주면 흔쾌히 콜~ 외치는 멍청이들을 좋아한다.

치열하게 생각하는 인간은,

예수처럼... 언제나 비참한 삶을 살다 갔다.

 

박정희에 대한 그의 판단.

 

공은 경제 성장, 과는 인권 탄압이라는데...

무슨 말인지... 고문은 정권의 흠이 아니라, 통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151)

 

그렇군. 그의 딸도 똑같다.

기울어진 국가, 한국의 가진자들(지배 규범)

 

한국 사회는 지배 규범을 객관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 입장이 있는 집단은 편협하다고 낙인찍히기 쉽다.

약자의 대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객관을 향한 욕망을 접고 자기 입장을 더 깊이있게 전개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당신 입장은 뭐냐."고 질문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들 뜻대로 균형 감각과 중도의 길을 모색하는 것.

이건 불가능.

균형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고, 익명성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므로...(203)

 

그의 글이 참 독자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다.

중립에 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불편한 선배 때문에 늘 마음 불편했던 바로 그것.

 

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한다.(216)

기존 규범을 문제삼지 않고 그 안에서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수갑을 채우는 것.(217)

 

한국에서 여성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인간해방을 다루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해방의 조건은 배제가 아니라 '독립'이기 때문이다.

독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포함'되는 것은 '자립성'을 말살하는 것이므로...

약자는 빌빌거리며 포함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든지

독립의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튼튼하게 가지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세상은 이미 골을 넣기 쉬운 윗지방의 선수들이 '기준'을 정하고 '객관'을 가장하고 있으므로,

아랫지방의 선수들은 그 편파성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투쟁하는

<생각>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런 리뷰들을 기른다.

 

그의 건필과, 다음 책을 기다린다.

 

 

고칠 곳...

80. 익사...의 한자는 溺舍가 아니라 溺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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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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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국가가 떠들썩했다.

대통령은 몇 번이나 고개숙여 사과하는 뒷구멍으로 경찰과 검찰의 무단통치로 정국은 잠재웠다.

용산, 쌍차 등 사고가 잦아들지 않았지만, 국민적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라는 배가 뒤집어지면서 국가는 총체적으로 무능함을 증명하였으나,

6월 선거에서도 그런대로 정부가 승리했다.

 

도대체 한국 사회는 어떤 구성체인가?

봉건 국가가 제대로 해체된 적이 없었던 노예 의식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만나 다시 갑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워낙 '식민지, 전쟁, 독재' 삼종 세트의 폭력에 <적응>하다 보니,

적자 생존의 겁쟁이들만 살아남는 진화를 거치고 있는 중이나 아닐까?

 

이명박근혜의 통치를 8년째 겪으면서 국민이란 참 비극적인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팟캐스트 붐을 일으켰던 가카의 시대가 갔으나,

가카에게 돈을 준 사람은 죄인이 되어 조사를 받고, 가카는 여전하시다.

무엇이라도 해야하겠다는 생각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차렸을 것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유쾌하고 경쾌하게 세상을 들여다 본다.

자신들만의 해학과 풍자를 통한 비판이 아니라, 전문가를 초빙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답답하다. 울분만 터진다.

 

마르코스가 말했던 것처럼 말과 글은 우리의 무기이다.(머리말, 7)

 

세월호 난민들을 벌레보듯 하는 청와대의 모멸에 온 국민이 치를 떨 때,

교황이 왔다. 그가 진보든 뭐든 종교가 무슨 힘이 있나... 했는데,

역시 힘은 없지만, 그는 많은 교훈을 남겼던 것 같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나 비방이 아니고, 정의의 결과다.(43)

 

교황의 언사들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콕, 찌르는 말들이 많았다.

교황께 전달한 유민 아빠의 편지를 읽으면서,

조선 말, 교황에게 전달하려는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황사영은 그 사건으로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한다.

 

백성들은 물에 빠져 죽는 고통속에 있는데도 어지신 아버지를 잃어 붙들고 호소할 데가 없으며 진실한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 의논하고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주교님께서 은혜로는 부모를 겸하셨고, 의리로는 사목의 무거운 책임을 지셨으니, 반드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짓은 동양에서 2백년 이래 없었던 일이니 군사를 일으켜 죄를 묻는 것이 무엇이 옳지 아니하겠습니까? 예수의 거룩하신 가르치심에 의거하면 전교를 용납하지 않는 죄는 소돔과 고모라 보다도 무겁다고 하였으니 비록 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성교의 표양에 해로울 것이 없을 것인데 다만 지금의 이 계획은 성세를 크게 벌여서 전교를 받아들이게 함에 불과한 것입니다. (황사영 백서 중)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47, 유민아빠의 편지 중)

 

자국 백성을 돌보지 않고 학살하는 조선 정부나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나

국민을 적대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이런 말을 다른 권력에 당부해야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줄 자 누구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보수>란 이름으로 집합하는

어버이 연합, 기독교 세력, 일베 등의 현상에 대하여 깊이 살피고 있는데,

 

아마 조직적으로 유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이 체계적으로 망을 깔아서...(171)

 

뭐, 선거에도 국가 기관이 불법을 저지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국가이니,

조직적으로 국가 기관이 여론을 조성하는 저질 국가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마는...

 

우리 나라 사법체제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해야죠.(172)

 

작금의 '보수'를 참칭하는 단체나 일베 등은 국가 기관에서 조직적으로 비호하는 분위기다.

그걸 판,검사들에게 잘 하라고 하는 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살살 다루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발렌베리는 지주회사를 공익재단이 소유하게 함으로써 소유를 사회에 내놓고 경영 승계권을 확보한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소유 경영을 세습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189)

 

노회찬 씨의 X 파일을 보면,

녹음된 내용과 그 사실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의원직을 박탈했죠.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다 출세해서 잘나가고 있는데...(198)

 

작금의 현실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돈을 준 사람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하고,

돈을 받았다고는 하지 않지만... 다들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한 나라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핵발전 사고라는 대재앙의 예고일지도 모른다.(한홍구, 205)

 

고리원전은 우리학교에서 직선거리 4킬로 지점에 있다.

(아, 원자력발전이 아니고 핵발전소란다.)

대재앙... 세월호 참사가 예고편일 따름인...

일본에서 일어난 현실을 보고도,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고리원전을 재가동한다.

간도 큰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는 배포는... 참 무섭다.

 

두려워하지 말라.

검열하는 자들이야말로 나약한 자들이다.(어산지, 294)

 

부정으로 권력을 잡아

여론을 조작하는 이들이야말로 '검열'을 필요로 한다.

그들이 '폭력적 힘'으로서는 강할지 모르지만,

'정당성에서 나오는 힘'의 면에서는 취약한 자들이다.

 

물론, 한국처럼 상처받은 역사를 안고 출발한 국가에서는

국가 기관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다.

대법원 이하 사법기관에서 정의란 '권력의 뜻'에 불과하고,

경제 정의란 '부자들의 뜻'과 같다.

언론 정의란 '권력과 부자들의 뜻을 알림'일 터이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는 책이 대통령 공약집 이름이었다는데,

'약속을 바꾸는 세상'이라고 노회찬이 비틀었다.

참 세상 험하다.

 

의료 영리화, 연금의 개악 등으로 세상은 점차 살기 힘들게 된다.

계층 갈등이 선거때마다 두드러지는데,

과연 부정 선거가 없었더라면 그 진실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60대가 행복해서 긍정적 답변을 하기보다는

지금 힘들기 때문에 혹은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합리화시키는 자긍심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367)

 

세 사람 중 노회찬의 생각이 가장 분명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가 주제고,

명량에서도 '우리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 후손들이 알기나 알까 몰라'가 등장하는 세상.

 

이 책에서 <생각해 볼까>하는 문제들은

국민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잘 짚어주고 있으나,

이런 책의 한계는 언제나, 항상, 슬프게도,

읽을 필요 없는 사람들이 독자의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자라나는 세대들도 겁먹은 토끼로 성장하게 하기보다는...

이런 책들로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줄 필요도 있기는 하다.

정치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토막토막 짧기도 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다만, 후년에 있을 대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하여...

너무도 막막한 그림이 그려져서 힘든 마음이 별로 위로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늘만큼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다.

 

 

352. 삼당 합당을 <자민당>이라고 했다...  자민당은 일본이고, 새누리당 전신은 그이름도 거룩하신 '민주 자유당(민자당)'이시다. 아, 자유당, 이승만의 후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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