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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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승복을 입고 가시의 말씀을 대침묵하는 저들은, 꽃보다 믿음이 가고 나무보다는 덜 난해하여서 좋다. 스스로가 너무 예민하다 못해 시들기 쉬운 장미쯤으로 여겨질 적에, 나는 사막에서도 해와 달처럼 당연하게 살아가는 선인장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모 소설가의 선인장에 대한 글이다.

사구아로 선인장의 일생을 사실감나는 그림으로 시각화하며 머리속에 그려주는 이 그림책을 다 덮고 나면, 한낱 인간이 감히 근접하기 어려운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200년의 세월을 살면서 모래땅의 생물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쓰러져 줄기만 남게되면 소노란 사막 파파고 인디언들에게 집짓기의 훌륭한 재료가 되어준다. 15미터나 되는 키로 당당하게 모래땅 한가운데 서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주는 것이다.
사구아로 선인장은 아주 더디게 성장한다. 저학년 아이들의 눈대중에 맞추어 표현한, 사구아로의 크기에 대한 그림과 글이 느낌으로 바로 와 닿는다. 돌고도는 계절의 변화와 생태계의 섭리를 이 한편의 그림책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곳엔 바로 자연의 위대함이 있고,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그저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겸허하게 살아갈 일이다.

사막에 사는 갖가지 동물들을 탐색해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겉표지에는 책 속에 나왔던 동물들의 그림자들이 있어, 그림자 찾기 놀이를 하면 흥미롭다. 책을 덮으면, 혹독한 사막의 기후를 이겨내며 담대히 우뚝 서 있는 사구아로 선인장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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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엄마야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
이금이 지음, 한지희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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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게 품어서 생명을 키워내는 땅과 엄마는 닮았다. 그래서 아이는 '땅은 식물의 아기집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여주고 던진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주인공 강이의 생각에 아주 닿아 있었다. 공장의 폐수로 엄마를 잃고 다시 그물에 걸려 아빠를 잃은 아기 붕어는 목숨을 걸고 맑은 물을 찾아 숲의 연못으로 들어온다. 이곳은 한쪽 다리가 짧아 부모님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아이 강이와 아빠가 자주 산책하는 곳이다. 폐수로 등이 굽은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 붕어와 강이의 우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오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한층 따스하게 비춰주는 건 달님이다. 마음을 다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를 달님은 가슴 졸이고 지켜보며 기도한다.

땅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환경이다. 공기, 물, 숲 등과 함께 우리의 목숨을 지키며 살려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의 소중함을 뼈져리게 느끼기는 커녕, 함부로 더럽히고 낭비하고 훼손하고 있다. 이는 우리들의 욕심에서 오는 행위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말없이 주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눈앞의 이익이나 욕심으로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환경을 돌아볼 수 있게, 간결한 구성과 쉬운 말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행복하고 따스한 결론도 안심이다. 오늘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실천해 볼 수 있는 '지구 살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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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영과 발해
이광웅 지음, 홍성찬 그림 / 예림당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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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년을 화려하게 꽃피우다 지고 만 나라. 발해는 나당 연합군에 의해 패배한 고구려 유민들이 나라를 빼앗긴 지 30년만에 세운 국가이다. 대단한 투지의 옛 고구려 백성들의 우두머리에는 대조영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발해가 넓혀간 영토는 고구려의 그것보다 훨씬 넓은 것이었다. 이 역사물은 작가의 상상력이 약간은 가미되었으나, 그나마 많지 않은 발해에 대한 자료를 기초로, 연대기순으로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사실적인 역사물 그림으로 유명한 홍성찬 선생의 삽화가 생생함을 더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전쟁이라는 것의 빌미가 한낱 권력욕 내지는 영웅심인가. 그런 것들로 점철된 밀고 당기는 힘이 국가를 지탱하는 요인이라면, 그저 국경선이라는 것은 신기루와도 같은 건 아닐까? 그러나 허무주의에만 빠져있을 건 아니다. 화려하게 뜨는 해와 지는 해의 허망함을 불과 229년이란 세월을 두고 보는 느낌은 답답함이다. 중국이 일찍이 해동성국이라 부르며 칭송하였던 발해가 형제의 배신으로 덧없이 스러지는 대목은 우리에게 반복되는 교훈을 준다.

주된 이야기의 구성은 대조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발해가 어떤 수난을 거쳐 자리잡았으며 어떻게 스러졌는지, 중국과 신라, 왜국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광할한 대륙으로 뻗어나갔던 옛고구려인들의 기상 등으로 되어있다. 발해의 유적지와 화려했던 문화는 이야기의 부록에서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좀더 자유롭게 역사여행을 갔다 올 수 있을 것이다. 초등 고학년이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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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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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모님을 대신하는 인물로는 조부모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혈육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의미있는 타인'으로 다가와 마음 속에 아로새겨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가지 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색다른 쪽으로 끌고 가는 힘을 주고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한 겁많은 소녀가 할머니와 가진 따뜻한 경험을 소재로 한 <천둥케이크>의 작가 페트리샤 폴라코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글자를 해독하였다니. 그런 이유로 자신의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틀어박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작가에게 '의미있는 타인'이상으로 다가 온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책 한 편으로 그려냈다.

글자를 못 읽어내는 트리샤를 '글자를 다르게 해석하는 용기있고 똑똑한 아이'라고 말하며, 절망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려 하신 선생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식은 꿀처럼 달콤한 것이지만, 지식의 보물창고인 책을 펼쳐 그곳에 담겨있는 세상의 반짝이는 의미들을 해석해내지 않으면 어둠에 갇혀지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런 트리샤에게 인내와 사랑으로 빛의 세계를 찾게해 준 선생님과 꾸준히 노력한 트리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둠 속에 무수한 별빛들이 쏟아지는 마지막 장면은 코끝이 찡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어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하얀 도화지와도 같이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들의 싹을 다치지 않게 가꾸어 꽃피워줄 수 있기를.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꿋꿋함을 간직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모두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유산이 아닐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진정 의미있는 타인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것이 대물림된다면 좋겠다. 작가가 훗날 선생님을 만나 '어린이 책을 쓰고 있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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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잡은 피리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8
강무홍 글, 김달성 그림 / 보림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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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그림책 <호랑이 잡은 피리>에는 세가지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져 형제가 다시 만나듯 다시 합친다. 가난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삼형제에게 물려준 것이라곤 지게 작대기, 반닫이 그리고 피리이다. 삼형제는 각각 이 낡은 물건들을 가지고 부자가 되어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제 각각 다른 길을 떠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세갈래로 갈라진다. 어려움을 지혜로 이겨낸 삼형제에게 우연의 선물이란 없다. 그들은 제 각각의 미덕을 지니고 있어 기적같은 선물을 받게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버지의 손떼 묻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여 요긴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타고난 미덕으로, 하찮은 물건들을 남을 위해 혹은 낙천적인 성품에서 비롯되어 적절히 사용하였다.

이 책은 그림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옛날의 장터나 마을, 집안 풍경 등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내려간 착각에 빠진다. 인물들의 표정은 풍부하고 익살맞다. 아이들과 함께 꼼꼼히 들여다보며 나눌 이야기가 많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잘 볼 수 없는 물건들이나 풍경도 그렇고, 삼형제의 각각 다른 성격도 그렇다. 새 것만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손떼 묻은 물건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서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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