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나무 - 1학년 창작동화 401
이규희 지음 / 효리원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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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눈높이에 맞춤한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들을 여럿 지니고 있다. 그런 것들을, 아주 쉽고 흥미있게, 또래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작가의 숨결이 느껴진다는 점도 좋다. 생각해 볼 거리들과 연관하여 다른 책들을 골라 주면 아이에게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가족의 의미, 친구의 소중함, 병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 대한 애정(특히 마음의 병) 같은 흔히들 다루는 소재이다. 핵가족화 되어감에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잘 모르고 사는 아이들이 많은 요즈음, 무조건적으로 쏟아부으시는 당신들의 사랑을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로 감사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빠를 잃고 마음의 병을 얻은 한솔이를 치료하는 유일한 처방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심과 이해이다. 그 아이가 지금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유심히 들여다 본 결과 할아버지는 아빠의 분신과도 같은 감나무에 나무집을 지어준다.

그 나무집을 지키기 위해 한솔이 반 아이들이 구청장 아저씨께써 보낸 편지는 요술편지였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픈 친구의 나무집을 지켜준 것이다. 그곳은 한솔이가 아빠와 만나는 곳이고 아빠와 함께 뒹굴며 노는 곳이다. 그런 나무집을 지켜준 친구들 모두를 나무집에 초대하여 즐겁게 떠들고 노는 한솔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는 기쁨의 방울이 맺힌다.

한솔이 반 친구들 중에 휠체어를 탄 친구 하나가 눈에 든다. 그 친구는 아주 밝은 얼굴로 항상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려놓은 점이 눈에 띈다.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며 밝은 분위기로 꾸며 놓은 교실 안팎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죽음을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아이의 마음. 상처입은 그 마음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주위 사람들의 사랑이 감동적이다. 얼마 전 실제로 아빠의 죽음을 본 아이가 있다. 죽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어쩌면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성숙해가기를 기도한다. 그 아이의 어연한 모습이 오히려 안스러워 보였던 것은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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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실까? - 너무나 소중한 가족 영이네집 가을이야기
남미영 지음, 신은재 그림 / 세상모든책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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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 바탕에는 끈끈한 애정이 깔려있어 어쩔 수 없이 발을 뗄 수 없는 식이다. 부모 자식간의 미움도 형제간의 경쟁심리도, 한 겹 벗겨 들여다 보면, 거미줄 마냥 얽혀있는 사랑의 실타래같다. 커가면서 이런 것들의 빛이 바래고 색이 변해감을 느낄 때 씁씁한 입맛을 다시게도 된다.

이 그림책은 '너무나 소중한 가족, 영이네 집'의 가을 이야기 편이다. 주인공 영이의 세 가지 이야기가 영이의 마음씀만큼 앙증맞게 들어앉아 있다. 이 이야기가 소중한 것은, 퇴색되고 변질되기 전의 어쩌면 가장 순수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영이라는 어린 아이를 통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묻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으로 그려진다. 연륜으로 묻어나는 삶의 지혜가 행복한 가정의 보이지 않는 축이다.

'할머니 손은 약손'에서 할머니가 어린 손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불러주시는 자장가와 전래동요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다. 영이는 그 노래를 더 듣고 싶어 계속 배가 아픈 척 하고, 할머니도 영이가 노래를 그만하라고 할까 봐 은근히 조마조마하다. 몸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이며 불러주시는 할머니의 노래가 그리워진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

그림도 글도 따스한 기운으로 마음을 감싸주어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아이들도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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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빨강 애인 낮은산 어린이 2
이현주 지음, 이형진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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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가 넘게 동화를 써오다 어느 날 동화 쓰기가 겁이 나 15년을 절필하고 있다 다시 시작한 동화 쓰기.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여 찾은 주제일까가 헤아려진다.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의 말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다소 추상적으로 와 닿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다지 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어렴풋한 상징쯤으로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빨강 자동차를 끌어들인다.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은 아이들이라면 거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운전대를 직접 잡고 차를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은 흔히 꿈 속에서 대리 만족의 형태로 잘 나타난다. 나 스스로 이루어내며 헤쳐보고 싶다는 욕구의 분출이다.

한밤 중 일어나 외삼촌 빨강 자동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한별이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밀려 자동차를 몰고간다. 그것은 꿈의 세계이면서 현실의 세계이다. 한별이는 민들레라는 동반자를 만나고, '한 사람'으로 살아감을 현시하는 듯한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된다. 그 흥분과 지리함의 시간 선상에서, 다쳐서 엎어져있는 사슴을 만나 자동차에 태우기도 하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두 둔 부릅뜨고 빠져나와야 하기도 하다.

캄캄함 속에서도 운전대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눈도 감아버리지 않은 한별이와 민들레에게 마침내 작은 빛의 구멍이 보이고 그 것은 점점 더 커져간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게되는 첫날같은 느낌이다. '빛의 폭포'... 온 세상의 빛으로 씻김을 받는 듯한 빛의 세례. 그 장면의 채색은 아주 인상적이다. 묽은 수채화 물감이 흘러 스며드는 것 같다.

꿈에서 깬 한별이는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모두가 빛의 한덩어리가 되어 살아 움직이던 그 장면을 잊을 순 없을 것이다. 빛의 사람으로, 빛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길고 캄캄한 터널을 뚫고 나온 사람만이 빛의 세례를 받을 수 있음을, 지금은 잘 모른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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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어린이미술관 1
김현숙 지음 / 나무숲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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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한 소박한 화가의 생을 그의 삶만큼이나 소박한 작품들과 함께 싣고 있다. 한 편 한편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세월이 깍아내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 안에 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수근은 밀레가 되고 싶었다. 정겨운 자연의 모습을 꾸밈없이 화폭에 담아낸 밀레의 작품들에서 '닮고 싶음'을 느꼈다. 박수근은 나무가 되고 싶어 했다. 어린시절 마을에 있었던 키 큰 느릅나무와도 같이 몸과 마음이 넉넉했던 그이다. 가난했지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만은 버리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풋풋한 모습을 그려내었다.

박수근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친 돌 위에 그린 것 같다. 사실은 돌 위에 그린 것이 아니라, 톱밥과 덧칠을 이용하여 돌같은 느낌을 나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이라기 보다 석판화같은 느낌을 준다. 거칠지만 자연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듯 보이는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간결하면서 정확한 선으로 이어져 있는 구도를 찾을 수 있다. 그 선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린이의 마음같은 단순함과 순수함이다.

박수근은 돌처럼 나무처럼 영원히 변하지않는 무엇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다. 비바람에 깎이고 흔들리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그 깊은 속내를 닮고 싶었던 것일까?

살아서보다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더 알려지게 된 이 화가의 이름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굳건히 버티는 '영원'의 힘으로 새겨질 것이다. 어린이들이 해 볼 수 있는 '박수근 따라하기' 부록도 흥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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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 - 문원 아이 시리즈 14
신천희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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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포 아니야요, 여기는 남북 공동 초등학교입니다.' 이 책의 갈피에는 북한말 사전이라는 것이 실려있다. 들어 본 말들도 있고 생소한 것들도 있다. 하나같이 정겹고 소박한 말투이다. 이 동화는 가상의 통일 시범학교를 무대로 전개되는 북한과 남한의 아이들 이야기이다.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빚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교육 문제들을 미리 생각해 보고 예방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생동감있게 그려놓았다.

남북한 아이들은 처음엔 서로 꺼리고 경쟁하려 들지만,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어간다. 서로의 옷을 바꾸어입기도 하고 남북 호상간 방문도 하면서, 서로가 같은 민족임을 확인한다. 63빌딩으로의 소풍, 컴퓨터 채팅으로 알게되는 여자친구, 잘못 알고 맥주를 마셔 비틀댔던 일 같은 것은 북한 아이가 겪게되는 즐거운 경험이다. 아주 지혜로운 선생님으로 그린 북한 선생님의 이미지는 북한 사람이라면 가지기 쉬운 남한 어린이들의 선입견을 씻어 준다.

종학이가 만든 통일꽃은 무궁화와 목란이 합하여져 더 아름답고 새로운 무엇을 피워낸 상징이다. 통일에 대한 바람을 어린이들의 눈과 경험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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