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 승 동 
  
저렇게 
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 
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 
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단발머리 같은 봄비가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 
강을 이루고 
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의례 새싹이 움트고 
주책없이 여기저기 철쭉이 몸을 풀던 
그 봄 
 
오늘 
창 밖 가로수 키가 자라 
전깃줄에 매인 물방울에 입맞추며 
간간이 나누는 얘기가 봄비일 성싶다 
아직도 분주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비 지나도 
내겐 언제나 새순이 움트지 않던 
말라 버린 가슴에 
이제와 뿌려질 그의 이름 같은...
 
- Manci님 서재에서 담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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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3-2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같은 사람 하나..
봄비같은 사랑 하나..
그렇게 봄비 내리는 날엔..
가슴 속 깊이 하~아 하는 한숨 하나..
그렇게 내립니다.

프레이야 2007-03-2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님의 댓글이 시입니다!!
늘 짧은 싯구로 생각을 주셔서 좋아요. 단발머리 같은 봄비라니요..
 
 전출처 : 짱꿀라 > 대화하는 법

대화하는 법
 
저자 : 김창흡
역자 : 조성덕
 
내용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경솔하게 하다가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살펴 듣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주고받을 때 십중팔구는 앞뒤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때로는 거칠고 엉성하여 말의 맥락을 살피지 못하기도 하며, 때로는 치밀하고 고지식하여 말의 논리에 얽매이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영특하여 억측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며, 때로는 어리석고 식견이 짧아 귀착점을 찾아내지 못하기도 하며, 때로는 비근한 말을 듣고서 고원한 데에서 탐구하기도 하며, 때로는 오묘한 의론을 듣고서 천박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하루 종일 만나서 대화를 하지만 그 말이 어긋나고 모순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것은 단지 성격이 편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체로 마음을 안정되게 갖는 자는 적고 방심(放心)하는 자는 많아서, 바쁘고 정신없는 가운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말을 주고받으니, 곡절을 잘 살펴 제대로 말이 오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예컨대 동문서답하는 것은 자세하게 듣지 않아서 생기는 실수이니 허물이 그래도 적다. 그러나 낮을 이야기하는 말을 반대로 밤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듣고, 추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말을 반대로 더위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듣는 경우는 바로 미장(迷藏)1)의 경우이니 더욱 가증스럽다. 심지어 “흐르는 물을 베고 자며 돌로 양치를 한다[枕流漱石]”2)는 말과 “노루 옆에 있는 것이 바로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것이 바로 노루이다.[獐邊鹿鹿邊獐]”3) 같은 경우는, 골계적인 말을 하여 자기잘못을 완성시키거나, 혹은 얼버무려서 자신의 졸렬함을 감추는 것이니 마음에 가장 큰 해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논쟁할 때에 이 같은 증후가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제거하여, 뿌리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남에게 논리상 밀리게 되면 발끈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발동하여, 이윽고 남의 말이나 글에서 흠집을 찾아내어 억지로 그를 꺾으려고, 앞뒤는 다 잘라버리고 달랑 한 구절만 거론하거나, 본뜻을 살피지 않고 지엽적인 것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모두가 자기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남을 이기려고 힘쓰는 데서 나온 것이다. 이런 생각이 깊을수록 병은 더욱 중해지는 법이다.

순자(荀子)가 말하기를 “싸우려는 기세가 있는 자와는 변론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다른 사람과 만나 이야기할 때 만약 이와 같은 부류를 만난다면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로써 본다면, 함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세상에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함께 말할 만한 상대인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고, 함께 말할 만한 상대가 아닌데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 하시고, 또 말하기를 “중등 이상의 자질이 되는 사람에게는 고원한 도리를 말해줄 수 있지만, 중등 이하의 자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고원한 도리를 말해줄 수 없다.”고 하셨으니, 남과 말을 주고받는 사람은 이 가르침을 언제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凡人發言。多失之率易。而亦未能審聽他人之言。故酬酢之間。十八九不湊著。或麤疎而不尋語脉。或密固而滯於言詮。或英邁而失之臆度。或昏短而不究歸著。或聽邇言而尋之於高遠。或聽眇論而忽以爲膚淺。以此終日接話。而其不爲齟齬矛盾者幾希。然其不會聽言者。非但由性質有偏而然也。大抵定心者少而放心者多。忩忩擾擾之中。撥忙酬應。宜未能審悉曲折而善爲往復也。如問東答西。則失之未詳。其過猶少。如聞說晝。必反以夜聞。說寒。必反以暑。乃迷藏之類。尤爲可憎。至於枕流漱石。獐邊鹿鹿邊獐之類。或滑稽而遂非。或依違而藏拙。最爲心術之害。與人爭辨之際。乍覺有如此證候。不可不痛祛而不留根也。亦有理屈於人而怫然勝心之發。尋討人言句罅漏而强拗折之。或截去首尾而孤擧一句。或窮搜枝葉而不察本旨。此則全出於未能平心而務欲勝人。蓋用意愈深而做病愈重。荀子曰。有爭氣者。勿與較。凡與人接話。如逢如此之類。括囊可也。以此知可與晤語之人。天下鮮矣。孔子曰。可與言而不言。謂之失人。未可與言而言。謂之失言。又曰。中人以上。可以語上。中人以下。不可以語上。凡與人酬酢者。不可不服膺此訓。 

※ 주석
1) 미장(迷藏)은 아이들의 놀이의 일종인 착미장(捉迷藏)을 말하는데, 곧 베[布]로 눈을 싸매고 하는 숨바꼭질이다. 여기서는 서로 모순됨을 가리킨다.
2) 진(晉) 나라 때 손초(孫楚)가 왕제(王濟)에게 “돌을 베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한다.[枕石漱流]”고 해야 할 것을 잘못하여 “돌로 양치하고 흐르는 물을 벤다.[漱石枕流]”고 하였다. 그러자 왕제가 “물을 어떻게 베며 돌로 어떻게 양치질하는가?” 하니, 손초가 “물을 베는 것은 귀를 씻고자 해서이고, 돌로 양치질하는 것은 이를 단단하게 하고자 해서이다.”라고 하였다. 《世說新語 排調》
3) 왕안석(王安石)의 아들 원택(元澤)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다. 어떤 사람이 노루와 사슴 한 마리씩을 왕안석에게 보낸 적이 있었는데, 원택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혹자가 묻기를 “어느 놈이 사슴이고 어느 놈이 노루인가”라고 하자, 원택이 답하기를 “노루 옆에 있는 놈이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놈이 노루다.”라고 하였다. 그는 이후 경전을 해석할 때도 이와 같았다. 《朱子語類 권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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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김창흡의 문집인 《삼연집(三淵集)》권36 「만록(漫錄)」 가운데 한 부분이다. 만록은 성리서나 성리학에 관한 견해,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대 인물과 고사, 제도 등에 관해 적은 것이다. 여기 소개한 글은 그 중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대화 및 언어 사용에 있어 특히 빠지기 쉬운 잘못,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자세하고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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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창흡(金昌翕 : 1653∼1722)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호는 삼연(三淵), 자는 자익(子益), 본관은 안동(安東)이다. 영의정 수항(壽恒)의 아들이며 창집(昌集)ㆍ창협(昌協)의 아우이다. 숙종 15년(1689) 기사환국(己巳換局) 때 아버지가 사사(賜死)되자 경기 영평(永平)에 은거하였다. 《장자》와 《사기》를 좋아하고 시도(詩道)에 힘썼으며, 친상(親喪)을 당한 뒤에는 불전(佛典)을 탐독해 슬픔을 잊으려 하였다. 그 뒤 주자의 글을 읽고 깨달은 바 있어 유학에 전심하였다. 그는 형 창협과 함께 성리학과 문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고, 이황(李滉)의 주리설(主理說)과 이이(李珥)의 주기설(主氣說)을 절충하는 경향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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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우리말123 펌]한문맞춤법-사이시옷

[맥줏집]


아침 뉴스를 들으니,

우리나라 기자가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군요.

하루빨리 무사히 풀려나길 기원합니다.


제가 우리말편지에서 가끔 기자를 탓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펜을 든 기자는 언제 어디서건 굳건해야 합니다.



어제는 12시 넘어서 밤늦게 퇴근하면서

같이 퇴근하는 동료와 맥줏집에 들러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

그것도 맘 맞는 친구들과 마치는 맥주는 보약일 겁니다.


맥주를 파는 집을 '맥주집'이라고 할까요, '맥줏집'이라고 할까요?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제가 제일 불만인 게 사이시옷 규정입니다.

언어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어놓고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영 떨떠름합니다.


언제 기회 되면 사이시옷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간단한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이시옷은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만 씁니다.

이 두 낱말은 꼭,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여야 합니다.


이것만 아셔도 '피잣집'이 아니라 '피자집'이고,

'핑큿빛'이 아니라 '핑크빛'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는 것처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에만 사이시옷을 쓰지,

외래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거든요.


이 중, 한자어+한자어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 맞고, '갯수'가 아니라 '개수'가 맞습니다.


맥주는 麥酒로 한자어입니다.

사이시옷은 맥주 다음에 고유어가 올 때만 쓸 수 있습니다.

맥주 다음에 한자어가 오면 한자어+한자어인데,

이런 경우는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따라서,

'맥주+집'은 한자어+고유어로 '맥줏집'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맥주+병(甁)은 한자어+한자어이므로 '맥줏병'이 아니라 '맥주병'으로 써야 맞습니다.

맥주+잔(盞)도 마찬가지 이유로 '맥주잔'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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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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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 삶. 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266쪽

그것은 '길'과 '길을 가는 자'입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걸어가는 영원한 길이지만, 어떤 존재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것 자체가 존재이니까요. 그것은 만물과 무이지요.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들이 자라나고, 모든 것들이 그것을 따르며, 마침내 그것을 모든 것들이 돌아갑니다. 각이 없는 네모이고,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이며, 형태 없는 상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그물이고, 그물코는 바다처럼 넓지만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의 피난처가 되는 성소입니다. 그것은 아무 곳도 아니지만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망하지 않기를 소망하라고 그것은 가르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비천한 사람이 온전히 지속됩니다. 굽히는 사람이 똑바로 섭니다.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고 성공은 실패가 도사린 함정입니다. ...... 위대함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것입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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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3-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고 성공은 실패가 도사린 함정입니다....위대함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것입니다............
실패도 성공도 사실은 한뿌리라고 해야할까요....성공도 실패도 그런 개념들을 넘어설 때...진정 위대해질수 있는걸가요...

프레이야 2007-03-2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이 책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늙은 아버지를 이해하고서 비로소 남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키티. 사랑의 속성과 인간의 연약한 본능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책이었어요. 인물이나 풍경이나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비로그인 2007-03-2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인생의 베일 이라는 제목이 참 와닿는 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07-03-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콜레라가 창궐한 지역에 가서 두려움으로 첫새벽을 맞는 장면이 책의 제목과 연결되더군요. 무척 감격스러웠어요. 미명의 몽환적인 자연, 그속에 베일을 벗기듯 드러나는 낡은 사원의 음울하고 장대한 모습이요. 한 여성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무척 와닿았습니다.

비로그인 2007-03-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옴이 이런 근사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었던가요? 저는 그 옛날 <인생의 굴레>를 읽었던 기억만이 아물아물.. 님의 밑줄긋기를 보고 저도 보관함에 쏙 넣었습니다.

프레이야 2007-03-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저도 오래전 읽었네요, 인간의 굴레와 달과 육펜스를...
민음사에서 나온 번역이 괜찮아서일수도요. 근데 오자가 서너 군데 있었어요.

치유 2007-03-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흘러가도록....내버려 두질 못하고 부둥켜 안고 힘들어 하며
때론 고통을 더 부풀려 짊어 지는게 인생아닌가...싶은 //

프레이야 2007-03-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세월이 약이란 말이 실감나는 나이지요. 그럼에도 꼭 붙들고 애태우는 게
또 우리들인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책, 마지막에 참 감동적이었어요. 아버지의 평생
에 어린 회환과 묻어버린 열정과 꿈을 이해하여야만 남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에요. 삶의 통찰력이 묻어나더군요.
 

    이 책 시리즈를 사둔지는 꽤 오래 되었다.

   큰딸이 초등저학년때였나 싶은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

   비룡소에서 나온 <시 읽는 아이>시리즈로 다섯권이 있는데,

 

<오리>는 그 중 2권이다. 황순원 선생의 시와 사석원님의 그림으로, 최승호님이 엮었다.

난 가끔 이 시집 그림책을 펼치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시상에 감복하게 되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별로 펼쳐보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특히, 우리말의 맛이 살아있는 시들이 많다.

오늘은 희령이 한테 이 시집 그림책을 보여줘야겠다.

 

- 오리 -

2

자가

너를

흉내 냈다.

 

- 옥수수 -

이빨을 몽땅

드러내고

웃는다

 

- 빌딩 -

하모니카

불고 싶다

 

- 앵두 -

나를

혀 위에

굴리었다

 

- 호박 -

비 맞는

마른 덩굴에

늙은 마을이

달렸다

 

- 우체통 -

연문을

먹고서

온몸을

붉혔소

 

- 종달새 -

이 점은

넓이와 길이와 소리와 움직임이 있다

 

< 시 읽는 아이2, 황순원의 오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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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3-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호호^^ 시가 넘!! 깜찍하네요!!
그림도 귀엽나요? 다 이런 스타일의 시들로 가득한가요? ^^;;
그럼 유아용? 저학년용? 인가요??

프레이야 2007-03-1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그림이 시와 잘 맞게 그려져있고 보기에 아름다워요.
다섯 권 각각 개성있고 다 좋아요. 저학년 이하로 보면 좋겠지만 전 좋던데요^^

홍수맘 2007-03-1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시 하면 전 항상 어렵던데. 이 시는 정말 귀엽네요. 생각해보면 우리 홍/수 시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네요. 홍/수를 위한 책 또 하나 낚았네요 ^ ^.

프레이야 2007-03-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그림이랑 시가 모두 멋져요. 다섯권 모두 권하고 싶은걸요^^
간결하고 맑은 시어와 우리말의 맛이 참 잘 느껴져요.

소나무집 2007-03-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기억이 있네요. 아이들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아서 저만 재미있게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