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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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 삶. 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266쪽

그것은 '길'과 '길을 가는 자'입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걸어가는 영원한 길이지만, 어떤 존재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것 자체가 존재이니까요. 그것은 만물과 무이지요.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들이 자라나고, 모든 것들이 그것을 따르며, 마침내 그것을 모든 것들이 돌아갑니다. 각이 없는 네모이고,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이며, 형태 없는 상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그물이고, 그물코는 바다처럼 넓지만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의 피난처가 되는 성소입니다. 그것은 아무 곳도 아니지만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망하지 않기를 소망하라고 그것은 가르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비천한 사람이 온전히 지속됩니다. 굽히는 사람이 똑바로 섭니다.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고 성공은 실패가 도사린 함정입니다. ...... 위대함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것입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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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3-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고 성공은 실패가 도사린 함정입니다....위대함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것입니다............
실패도 성공도 사실은 한뿌리라고 해야할까요....성공도 실패도 그런 개념들을 넘어설 때...진정 위대해질수 있는걸가요...

프레이야 2007-03-2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이 책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늙은 아버지를 이해하고서 비로소 남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키티. 사랑의 속성과 인간의 연약한 본능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책이었어요. 인물이나 풍경이나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비로그인 2007-03-2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인생의 베일 이라는 제목이 참 와닿는 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07-03-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콜레라가 창궐한 지역에 가서 두려움으로 첫새벽을 맞는 장면이 책의 제목과 연결되더군요. 무척 감격스러웠어요. 미명의 몽환적인 자연, 그속에 베일을 벗기듯 드러나는 낡은 사원의 음울하고 장대한 모습이요. 한 여성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무척 와닿았습니다.

비로그인 2007-03-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옴이 이런 근사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었던가요? 저는 그 옛날 <인생의 굴레>를 읽었던 기억만이 아물아물.. 님의 밑줄긋기를 보고 저도 보관함에 쏙 넣었습니다.

프레이야 2007-03-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저도 오래전 읽었네요, 인간의 굴레와 달과 육펜스를...
민음사에서 나온 번역이 괜찮아서일수도요. 근데 오자가 서너 군데 있었어요.

치유 2007-03-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흘러가도록....내버려 두질 못하고 부둥켜 안고 힘들어 하며
때론 고통을 더 부풀려 짊어 지는게 인생아닌가...싶은 //

프레이야 2007-03-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세월이 약이란 말이 실감나는 나이지요. 그럼에도 꼭 붙들고 애태우는 게
또 우리들인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책, 마지막에 참 감동적이었어요. 아버지의 평생
에 어린 회환과 묻어버린 열정과 꿈을 이해하여야만 남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에요. 삶의 통찰력이 묻어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