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십 대에 쓴 서간체 중편소설 <레이디 수전>
당시 내놓기 어려운 내용이었을 듯. 과감하게 빌런 주인공 수전 버넌을 내세워 흥미롭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재능이 뛰어난 레이디 수전이 유일하게 마음을 정직하게 내보인 친구 존슨 부인. 그녀에게 보낸 편지 중 아래 문장으로 보아 오스틴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자각하고 있었고, 훗날 다른 작품들에서 좀더 교묘하게 내심을 숨기고 영리하게 위장하여 목소리낸 듯하다.
“이것도 일종의 사랑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겠지. 하지만 고백컨데 난 그런 사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정하고 자유로운 맨워링의 성격이 훨씬 더 좋아. 그는 내 장점을 깊이 확신하는 태도로 내가 뭘 하든 옳다고 만족스러워 해. 그리고 합리적인 감정에 대해 항상 논쟁하듯 마음 속으로 꼬치꼬치 캐묻고 의심하는 상상력을 경멸하지. (중략).
자기 처지나 세상 여론을 잊고 처신하는 여자들은 세상에서 절대 용서받지 못하니까. ” - 46
오스틴의 미완성작 <왓슨가족>과 <샌디턴>도 수록.
오스틴 200주년 기념 특별판 7권 전집으로 몇 년 전에 나왔는데, 책 디자인이 아름다워 더 좋다. 커버를 벗기니까 또 다른 문양이 예쁘다. 오스틴의 다른 작품은 다른 출판사 판으로 있어서 다시 구매하긴 좀 그렇지만 한두 권 정도는 더 구매할까 싶다. ^^
그 아이처럼 어린 소녀가 조롱거리가 되려고 이렇게 애쓰는 모습은 또 처음이네. 프레더리카는 꽤 진지해.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을 순진하게 내보이는 건 모든 남자들이 비웃고 무시하게 만드는 거야. 연애에 있어서는 순진함이 먹히지 않아.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가식인지, 그 앤 타고난 멍청이야. - P53
이 레지널드라는 인물은 자신에 대해 너무 자만하고 있어! 정신적으로 특히 그래. 달갑지 않은 진심을 숨기고 거짓으로 지어낸 평온함이라 그런가 봐. 쉽게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너한테 다짐할게. 그는 정말 처칠을 떠나려고 했어! 윌슨이그 말을 전했을 때, 거의 끝장인가 싶었지. 그래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성격이 난폭한 데다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가 나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그가 나한테 그토록 나쁜 인상을 가진 채로 헤어진다면 내 명예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 P77
상처는 그리 쉽게 아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레이디 수전이 두번째 결혼에서 행복한지 여부는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그 여자의 대답을 누가 믿겠는가? 세상은 그저 짐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남편과 자신의 양심 말고 그 여자에게는 아무 거리낄 것이 없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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