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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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heater 내기 The Live

7월부터 11주간 매주 월요일 영화의전당에서 하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시네마낭독극장에 참가했다. 15명씩 두 반이 선착순으로 선발되어 네 분의 강사와 함께 배우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9월 24일 저녁에 야외극장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더빙을 하는 역할이다. 보는 영화에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참여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내가 속한 반은 “할머니의 꽃신”.
다른 반은 “옥자의 관부재판”.
모두 위안부 옥자 할머니의 이야기다.
2022년 생존자 11명.
현재는 9명이라고 한다.
다들 울컥하는 순간을 잘 넘기고
각자의 캐릭터에 몰입해 잘해낸 것 같다.
그날 야외극장 저녁바람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11주간 온몸으로 열강해주셨던 주강사 님의 초대로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다. 그분은 극단 배관공 배우다. 몸 전체로 보여주는 연기자들을 존경한다. 신체언어 쓰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 부럽기도 하고.

<The Live>는 체호프 단편 <내기>를 모티프로 무성 단편영화 기법을 결합해 재기 넘치고 감동적인 연극이었다. 원작의 의미를 잘 살려냈다. 태어나서 죽음을 맞기까지 종신형에 빗댄 “삶” 혹은 “목숨”을 걸고 우리는 어떤 내기를 해야 할까.

마치고 오는 길에 가을이 완연한 비가 내린다. 함께한 글벗이 집까지 우산을 씌워 주고 갔다. 고마워요. 돌아와 민음사 책을 뒤져 십 년 전에 그어놓는 밑줄을 발견하고… 연극에서 저 대목을 그대로 읽는 목소리가 좋았다. 스스로 형을 마친 자의 자유와 호방함이 느껴져 카타르시스가 왔다.
책을 진정 경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강을 건너고 나면 뗏목을 과감히 버리라고 했듯. 아직은 강 물결에 몸을 맡긴다. 제대로 맡길 수 있기만이라도…

오늘날의 입장에서 미디어를 결합해 다채로운 감각 경험을 하게 한 연극이었다. 연극 중에 나온 책이 여러 장르로 여럿 있다. 특히 레미제라블을 책장에 꽂아 무대와 영상에 배치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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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08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니메이션 더빙도 해 보시다니 멋진 경험이었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분 이야기여서 마음 아프기도 했겠네요 이제 아홉분 남았다니... 시간만 가는 느낌도 듭니다 남은 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3-10-09 16:41   좋아요 2 | URL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잊혀져가는 분들이 안타까워요.

페크pek0501 2023-10-09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체호프 단편선이네요. 작품이 다 좋았어요. 재독할 만한 책 같아요.
‘내기‘는 인상적으로 읽어 제 책에 내용을 넣기도 했죠.
프레이야 님, 오랜만의 출현이십니다. 자주 출현해 주십시오. 반갑습니다.^^

프레이야 2023-10-19 14:26   좋아요 2 | URL
페크님 반갑습니다.^^

yamoo 2023-10-20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일반인들이 하기 힘든 경험을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아..근데 두번째 이미지...내기 포스터가 매우 인상깊네요. 그림 그릴 때 참고해야 겠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23-10-20 13:15   좋아요 1 | URL
그죠 ㅎㅎ 포스터 그림 저도 눈길 갔어요. 내용을 잘 나타내기도 했고요. 그림 날로날로 성장하고 있겠네요 야무님.

2023-11-1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2130237?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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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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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때와 다르게 나온 표지가 훨씬 묵직하게 내용을 담는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쓴 옮긴이 후기에서도 언급했듯 “프런티어”의 또다른 의미가 개입한 무법과 폭력의 바다를 생생하게 담은 르포는 세상과 자연을 향한 안이한 시선에서 탈출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눈 감지 않고 알려고 하는 자에게만! 지금의 사태를 보면 한편으론 엔도 슈샤쿠의 소설 ”바다와 독약“이 떠오르며 생명체로서 침묵하는 바다가 되돌려줄 것들에 오싹해진다. 바다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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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03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박희원 번역가가 또 책을 냈더군요.
이거 보고 참 부지런한 번역가네 했습니다.
뭔가 좋은 책 일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23-09-03 21:32   좋아요 2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지요 제가.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차근차근 부지런히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9-05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잘 나온 책이 아닌가 싶네요 따님이 이렇게 좋은 책을 한국말로 옮겨서 뿌듯하시겠습니다 잘 모르지만 좋은 책처럼 보입니다 바다를 지켜야 하는데, 지금은 더 오염시키게 됐네요 일본뿐 아니라 세계가 모두 다시 생각하고 그만두면 좋을 텐데...


희선

프레이야 2023-09-06 15: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그레이스 2023-09-0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프레이야님 따님이시군요?
몰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 좋은 번역 기대합니다.

프레이야 2023-09-06 15:5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얄라알라 2023-09-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능출중한데 부지런하고 헌신적이신 따님 덕분에 새로운 주제의 신간을 접하게 되네요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3-09-17 13:54   좋아요 0 | URL
얄라님 감사드려요.
가을이네요. 여여하시지요~^^

초란공 2023-09-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렇군요. 저도 펀딩 참여해서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23-09-17 19:43   좋아요 1 | URL
앗 ㅎㅎ 그렇답니다 초란공님
읽고 계시군요. 감사합니다^^
가을비가 멎었네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하루 한 장 고전 수업 - 365일 인생의 내공을 기르는
조윤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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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시작 2023년 6월 29일
오늘 10번 파일까지 녹음하던 중 너무 와닿아서.

저자는 전공과 달리 고전에 빠져들어 고전읽기를 해왔다. 이 책에서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매일 요일별로 일곱 가지 주제 덕목을 두고 고전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오늘날의 우리 삶에 관련해 덧붙인다. 말에서부터 태도, 공부, 관계, 부, 마음과 쉼까지.

152 금요일 부

부와 재물에도 품격이 있다

"부귀영화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얻은 것이 아니라면 누려서는 안 된다"
_<논어>


부귀와 명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한다. 얼핏 생각하면 공자와같은 수도자들은 부와 명예를 멀리하라고 가르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조건 부와 명예를 멀리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올바른 도리에 어긋나는 부와 명예를 경계했다. 먼저 부귀와 명예를 얻는 방법이 올발라야 한다.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점차부와 명예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조급해진다. 심지어 이성과 도덕성을 잃기도 한다. 주위의 눈총이나 비방을 개의치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다음으로 부귀와 명예를 누리는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부와 명예를 얻으면 그만큼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이때 부와 권력으로 도리에합당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의롭게 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이미 얻은 부와 권력을 이용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부귀와 명예, 당연히 얻고 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미 가졌다면 가치있게 써야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가 아니라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가 맞다. 부와 재물에도 품격이 있다.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부여귀 시인지 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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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7-25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게 맞이합니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좋은 인생일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으오...^^

2023-07-25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7-27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와 명예를 얻으려면 좋은 방법으로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것보다 안 좋은 방법으로 얻는 이야기가 더 많기도 하네요 그걸 얻었다면 잘 써야 하는데, 그런 사람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그러면 좋겠네요


희선

2023-07-2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922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922

님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우리 모두 건너기 쉽지 않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전당에서 시네마낭독극장 2차시 수업에 참여한 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압도적인 영화 “Beau is Afraid”를 보고 늦게 집에 왔어요. 179분짜리 영화입니다.
오늘 이곳은 비가 잦아들었지만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마음이 더욱 답답한 와중에 큰딸이 번역한 세번째 도서 <무법의 바다>가 다음달 말에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네요. 환경 인권 노동을 다룬 생생한 해양 로포르타쥬입니다. 알라딘에서는 8월 17일까지 북펀딩을 하고 8월 29일 출간 예정입니다.
젊은 번역가 박희원의 바이닐, 에이스,에 이어 “무법의 바다”에 많은 관심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



@ 책 속에서(알라딘 북펀딩에서 가져옴)

공간 낭비와 다른 값비싼 어획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느러미를 절단하고 남은 상어 몸통을 도로 물속에 던진다. 몸통 고기보다 지느러미가 백 배는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죽음은 느리게 진행된다. 살아는 있으나 지느러미가 없어 헤엄을 칠 수 없는 상어는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굶거나 질식해서, 또는 다른 물고기에게 뜯어 먹혀 죽는다. 과학계는 해마다 지느러미 때문에 학살당하는 상어가 9,0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2장 외로운 파수꾼

불 보듯 뻔했던 결과를 이제는 피할 수 없었다. 오양70호는 침몰할 것이었다. 배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신씨는 선교에서 초단파 무전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선원들은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구명조끼는 한국인 사관들만 입고 있었다. 오양70호의 구명정이 물에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배 역시 진즉 파도에 전복된 상황이었다.
그날 아침 동트기 전의 수온은 약 섭씨 6.6도였다. 배에는 한기를 차단하도록 제작된 구명 슈트가 68벌 있었다. 승선자는 51명이었으니 수량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슈트를 입은 선원은 아무도 없었다. 입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오양70호를 침몰시킨 것은 물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배가 물고기를 과하게 집어삼키려 하자 바다가 역으로 배를 집어삼킨 것이다.
—4장 상습 범죄 선단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년에 2,0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시술을 받고 그 결과 해마다 약 4만 7,000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중략) 홈퍼르츠는 정박지와 멀지 않은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파도위의여성들이 전날 임신중지 시술을 위해 여성들을 공해로 데려갔으며 다음 날에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건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 홈퍼르츠는 그 자리에 모인 50명쯤 되는 기자와 여성운동가에게 말했다.
—5장 애들레이드의 항해

루이의 술집에서 파는 맥주 가격은 1달러 정도였고 ‘인기 있는’ 여자아이와 하는 성관계는 12달러였다. 며칠만 지나도 이런 계산서가 차곡차곡 쌓여 가난한 미얀마인과 캄보디아인 남자들에게는 위압적인 액수가 되었다. 이들 다수는 일자리를 찾으러 무일푼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제공되는 줄 알았던 식사와 마약, 숙소가 나중에 미납 요금이 되어 나타났다. 돈을 갚아야 하는 이주민은 그렇게 바다로 팔려갔다.
—10장 해상 노예

20세기에 접어들고도 한참이 지나서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염은 희석으로 녹여 해결한다”는 주문이 통했다. 그 결과 독성이 강한 폐기물일수록 바다에서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영국, 소비에트연방을 포함한 10여 개 이상의 국가가 일부에 방사성 연료가 여전히 들어 있으나 쓸모가 없어진 원자로와 핵 슬러지를 북극해와 북대서양, 태평양에 버렸다. 이런 행위는 1993년에야 금지되었고, 그 시점까지 남아 있던 업자는 지하 세계로 자리를 옮겨 지중해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연안에서 활동하는 세계 폐기물 거래업자가 되었다.
—11장 쓰레기를 흘려보내다

나는 한 발 더 나가고 싶다. 바다가 무법 상태인 것은 바다의 본질이 선하거나 악해서가 아니라, 소리에 반해 침묵이 그렇고 활동에 반해 권태가 그렇듯 이곳이 공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세기에 걸쳐 바다에서 솟아나는 생명을 수용하고 상찬해오면서도 타락을 숨겨주는 이곳의 역할에는 대체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그랬듯 무법의 바다는 실재한다. 이 사실을 마주 대하기 전에는 이 프런티어를 길들이거나 보호하는 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에필로그: 공백

갖은 색이 섞였기에 간단히 말하면 회색이라는 단어가 나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회색을 이루는 여러 색을 알알이 뜯어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야 탁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에 막막해 하다가도 어떤 색을 더하고 지키고 덜어내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장막 아래 색색의 바다를 부디 많은 분이 보게 되면 좋겠다.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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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8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랑 따님 덕에 에이스 잘 읽었습니다~~! 새책이 또 나왔네요! 열일하시는 번역가님!! 😆

프레이야 2023-07-18 10:5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은오님^^

2023-07-2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