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 - 아이과학 1단계, 생물영역 아이과학
김동광 지음, 정순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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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학과 기술, 사회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과학도 처음부터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철학이 아주 공감이 간다. 아이과학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의 하나인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는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부드럽게 깨우쳐주는 책이다.

벼락을 맞고 쓰러진 숲 속의 나무 두 그루. 한 그루는 개울로 떨어지고 또 한 그루는 숲 쪽으로 떨어진다. 물로 떨어진 나무는 자연스레 둑을 만들어, 세월이 흐르면서 커다란 웅덩이가 생긴다. 죽은 나무가 만든 웅덩이 속에는 맛있는 먹이가 많으므로 여러가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물에 떠내려가지 않은 다른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죽은 나무로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곤충, 그 중에서도 나무좀벌레이다. 영양분이 풍부한 속껍질을 먹기 위해 겉껍질을 뚫고나무에 길을 내는 나무좀벌레 덕분에 개미와 다른 곤충들도 나무 속으로 들어가 곤충들의 풍성한 잔치가 열린다.

이 잔치는 앞으로 있을 동물들의 더 큰 잔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신비로운 일들이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이제 이 죽은 나무는 갖가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과 식물들이 서로를 도와 가며 더불어 살아간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받으면서, 이 생명체들 사이에는 엄연한 질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은 나무는 점점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다른 나무의 뿌리가 파고들어 더 작은 조각으로 부수어지는 것이다. 동물들은 하나둘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고 나무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 이제는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나무는 죽어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자리에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자라난다.
'나무는 죽어서 정말 많은 것으로 다시 태어난'것이다.
장엄하다.

한 세대가 가면 또 새로운 세대가 어김없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우주의 생명 원리를, 자연과 인간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나무를 통해 쉽게 느끼게 하고 있다. 세밀하게 그린 그림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글도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접근하게에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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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 문원 아이 시리즈 13
강정규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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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똥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작가의 이 책에는 어김없이 아버지와 똥이 등장한다. 이 두가지 소재가 다른 몇가지와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의 구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만들어 냈다기 보다 실제 어른이 누군가가 지난 날을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향수에 젖게한다.

아버지의 뒤에는 든든한 지지지로서 큰 어른인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주인공 인규의 진실과 명예를 소중히 지켜주는 튼튼한 성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의 뜻을 깨닫고 아들의 마음 속 보석과도 같은 것들을 지켜줄 양으로 쉽지 않은 일을 감행한다. 아버지의 뜨듯한 등에 업혀 맡았을 구수한 똥내를 인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진실을 믿고 알아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없었다면, 그 영혼에 받았을 상처가 어땠을지,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사랑의 힘이다.

똥에 얽힌 기억 한 가지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냄새는 어쩌면 모든 걸 불러내고 우리의 기억을 아련하게 끌어내는 것 같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에서 무언지 모를 냄새가 난다. 그것은 어린 시절 예기치 못한 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몸으로 힘써 낫게 해 주신 아버지의 냄새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안 계셔도 그 냄새만은 고스란히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쉬운 문체에 충청도 사투리까지 수더분하게 그대로 옮겨 놓아, 소재만큼이나 전체적인 내용이 편안하다. 가슴이 푸근해지는 우리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웃어른이 내게 내리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지금은 가슴으로 알지 못할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조건없는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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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책마을 놀이터 9
파울 판 론 지음, 현미정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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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의 톡톡 튀는 이야기가 지루함없이 쉽게 읽혀지는 재미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선생님 이야기에 징그러운 느낌의 개구리 그리고 비밀이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 같은 것들이 뭉쳐 뭔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비밀'은 세 가지이다. 처음엔 순하고 재미있으신 프란스 선생님만 가끔 개구리가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줄 알지만, 사납고 잔인한 성격의 교장 클라퍼 선생님의 본 모습은 검은 황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비밀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스 선생님이 그렇게 사랑하는 수잔 선생님이 사실은 나비였다는 사실이다. 나비를 좇아 팔짝거리는 개구리. 오랜만에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이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파리 한 마리가 필요하다. 현실과 상상을 아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밤새 공원에서 검은 황새에게 쫒겨 다니다 구사일생으로 피해 달아난 프란스 선생님, 아니 개구리. 불쌍한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을 함께 하게 된 반 아이들은 파리 한 마리를 비상용으로 잼병에 넣어 다닌다. 평소에 자신들과 하나되어 이해주시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힘써 보답하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은 순수하고 대견하다.

이 책에는 군데군데 훈훈한 유머가 있다. 특히 밖에선 사납고 잔인하게 구는 클라퍼 선생님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태도와 말이 그렇다. 아이들의 지혜로 잡혀서 동물 보호소로 보내지는 게 불쌍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공원에서 개를 만나 수난을 당하는 장면도 동정심이 들게 한다. 이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잔소리를 하는 듯한 동화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과 상상을 불어놓어 주는 이야기라, 재미있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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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 셀레스틴느이야기 3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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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벵상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참 묘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풍성하고, 차분한 듯하지만 살아있고, 어질러져 있지만 단정하다. 그리고 낮은 채도의 색감이 오히려 따스함을 준다. 가브리엘 벵상의 스케치는 화면 가득한 느낌과 함께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눈을 확 끌어당긴다.

이런 느낌은 글에서도 잘 묻어난다. 대화체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특이하다. 셀레스틴느의 종알거림이, 조그마한 아이를 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셀레스틴느는 아주 작고 귀여운 생쥐이다. 끝없이 보호해주어야만 할 것같은 셀레스틴느에게는 에르네스트가 있다. 그는 덩치가 크고 마음 좋게 생긴 곰 아저씨이다. 핏줄이 달라도 단단한 가족애로 묶여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편안함과 믿음이 베여있는 가족의 분위기이다.

주눅드는 분위기의 박물관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졸졸 따라다니는 셀레스틴느는, 그림을 구경하다 그만 서로를 잃어버린다. '...음,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말을 탄 발타사스 카를로스 왕자'야.' 감탄하며 그림을 쳐다보던 에르네스트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다소 실망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없는 거라고!

에르네스트는 점점 더 그림에 빠지고 집에 와서는 미술사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에르네스트 아저씨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며 그만 가자고 조르는 셀레스틴느와 그림에 푹 빠져있는 에르네스트를 지나며, 명화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서로를 잃어버리고 미로같은 박물관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 뒤로 보이는 명화들도 낯익은 것들이 많다.

에르네스트를 찾은 셀레스틴느는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얼핏 본 흰 조각상 따윈 안중에도 없다. '아저씨, 진짜로 무서웠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집에 돌아와서까지도 쉬지 않고 종알대는 셀레스틴느. '아저씬 나 없으면 못 살죠, 그렇죠?' 엄마가 아이에게 종종 하곤 하는 말인데 아이의 입을 통해 듣다니... 깜찍하다. 그리고 가슴이 찡하다.

온통 어질러져있는 집안과 잘 정리되어 있던 박물관 안이 대조의 그림을 이룬다. 셀레스틴느의 집은 편안하고 풍성하고 따스하다. 물건들은 살아서 말을 거는 듯하다. 가브리엘만의 스케치가 가진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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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세시풍속
이동렬 지음, 이서지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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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우리 고유의 아름답고 소박한 세시풍속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그 아쉬움을 제목에 드러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세시풍속>은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친 풍속들을 한꺼번에 끄집어내어 들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장 관심이 갈 만한 소재들로 다섯 마당을 꾸미고 있다.

놀이 마당, 일거리 마당, 먹거리 마당, 지혜 마당 그리고 전통 마당 이라는 이름의 다섯 마당 놀이가, 멋들어진 풍속화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섬세하고 실감나게 그려진 풍속화를 통해, 옛날 그 마당으로 간 듯한 착각이 든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생동감나는 인물들의 대사와 함께 한 컷의 그림으로 떠오른다.

특히 흙을 밟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하는 우리 전통 놀이 마당을 들여다보면, 요즘의 컴퓨터 게임 세대가 측은해진다. 정신도 육체도 약해져가는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전통 놀이를 되살려봄이 어떨까? 그 속에서 우리 문화의 정신을 발견하고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함은 또 어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내가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오늘날의 풍속은 무엇이 있나?'를 생각해보고 자신이 풍속화가가 되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의 놀이문화와 더불어 되풀이되는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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