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 문원 아이 시리즈 13
강정규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와 똥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작가의 이 책에는 어김없이 아버지와 똥이 등장한다. 이 두가지 소재가 다른 몇가지와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의 구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만들어 냈다기 보다 실제 어른이 누군가가 지난 날을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향수에 젖게한다.

아버지의 뒤에는 든든한 지지지로서 큰 어른인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주인공 인규의 진실과 명예를 소중히 지켜주는 튼튼한 성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의 뜻을 깨닫고 아들의 마음 속 보석과도 같은 것들을 지켜줄 양으로 쉽지 않은 일을 감행한다. 아버지의 뜨듯한 등에 업혀 맡았을 구수한 똥내를 인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진실을 믿고 알아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없었다면, 그 영혼에 받았을 상처가 어땠을지,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사랑의 힘이다.

똥에 얽힌 기억 한 가지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냄새는 어쩌면 모든 걸 불러내고 우리의 기억을 아련하게 끌어내는 것 같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에서 무언지 모를 냄새가 난다. 그것은 어린 시절 예기치 못한 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몸으로 힘써 낫게 해 주신 아버지의 냄새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안 계셔도 그 냄새만은 고스란히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쉬운 문체에 충청도 사투리까지 수더분하게 그대로 옮겨 놓아, 소재만큼이나 전체적인 내용이 편안하다. 가슴이 푸근해지는 우리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웃어른이 내게 내리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지금은 가슴으로 알지 못할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조건없는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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