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 셀레스틴느이야기 3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가브리엘 벵상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참 묘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풍성하고, 차분한 듯하지만 살아있고, 어질러져 있지만 단정하다. 그리고 낮은 채도의 색감이 오히려 따스함을 준다. 가브리엘 벵상의 스케치는 화면 가득한 느낌과 함께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눈을 확 끌어당긴다.

이런 느낌은 글에서도 잘 묻어난다. 대화체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특이하다. 셀레스틴느의 종알거림이, 조그마한 아이를 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셀레스틴느는 아주 작고 귀여운 생쥐이다. 끝없이 보호해주어야만 할 것같은 셀레스틴느에게는 에르네스트가 있다. 그는 덩치가 크고 마음 좋게 생긴 곰 아저씨이다. 핏줄이 달라도 단단한 가족애로 묶여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편안함과 믿음이 베여있는 가족의 분위기이다.

주눅드는 분위기의 박물관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졸졸 따라다니는 셀레스틴느는, 그림을 구경하다 그만 서로를 잃어버린다. '...음,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말을 탄 발타사스 카를로스 왕자'야.' 감탄하며 그림을 쳐다보던 에르네스트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다소 실망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없는 거라고!

에르네스트는 점점 더 그림에 빠지고 집에 와서는 미술사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에르네스트 아저씨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며 그만 가자고 조르는 셀레스틴느와 그림에 푹 빠져있는 에르네스트를 지나며, 명화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서로를 잃어버리고 미로같은 박물관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 뒤로 보이는 명화들도 낯익은 것들이 많다.

에르네스트를 찾은 셀레스틴느는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얼핏 본 흰 조각상 따윈 안중에도 없다. '아저씨, 진짜로 무서웠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집에 돌아와서까지도 쉬지 않고 종알대는 셀레스틴느. '아저씬 나 없으면 못 살죠, 그렇죠?' 엄마가 아이에게 종종 하곤 하는 말인데 아이의 입을 통해 듣다니... 깜찍하다. 그리고 가슴이 찡하다.

온통 어질러져있는 집안과 잘 정리되어 있던 박물관 안이 대조의 그림을 이룬다. 셀레스틴느의 집은 편안하고 풍성하고 따스하다. 물건들은 살아서 말을 거는 듯하다. 가브리엘만의 스케치가 가진 힘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