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하 이야기
샤오홍 지음, 원종례 엮음 / 글누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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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이 홍콩의 병원침대에서 쓸쓸히 죽어가기 전, 유년의 호란하를 자주 추억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사람과 풍경, 가난과 굶주림에 대한 묘사가 지극하다.

`호란하`
이 작은 도시에 전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사셨고 지금은 우리 할아버지가 묻혀 계신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할아버지는 이미 60여 세셨다. 내가 네댓 살이 되었을 때에는 거의 70에 가까우셨다.
‥‥‥
전의 그 집 뒤 화원의 주인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늙은 주인은 돌아가셨고, 작은 주인은 황무지로 도망쳐 버렸다. 그 화원의 나비와 메뚜기와 잠자리 등은 어쩌면 아직도 해마다 그대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제는 완전히 황량해졌는지도 모른다. (중략)
이상에서 내가 쓴 것은 결코 무슨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내 유년의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고 잊기가 어려워서 여기에 적어본 것이다.
1940년 12월 20일
홍콩에서 탈고함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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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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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을 영화가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영화도 좋았지만 말이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 `화장` 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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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5-05-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다 읽고, 영화예고편만 봤는데
영화개봉을 위해 개작을 한 느낌이 들던데 ... 아닌가요? ^^
읽고나니 마음에 쓸쓸함이 많이 남네요. ^^

프레이야 2015-05-11 13:36   좋아요 1 | URL
글쎄요^^ 개작 이야긴 못 들어봤구요. 예전의 책으로 읽었는데 영화는 영화대로 조금 다르게 가지만 나름 최선이 아니었나싶어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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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읽었던 이유랄까. 조금은 가볍게 유머를 잃지 말고 가자는 무의식이 발동한 것 같다.

 

동명의 영화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하지만 한국적인 환경으로 변환되었고 사회적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도가니의 감독이 만든 웰메이드 가족영화로 부를 수 있다. 아역배우 이레는 광주시 광산구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다. 아역배우 셋, 엄마 역할의 강혜정, 까밀라 아줌마 역의 김혜자, 무키 아저씨 역의 최민수 모두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동의 웃음을 주었다. 특히 윌리는 원작에서 상상되는 딱 그런 느낌의 개다.

개봉관과 개봉 횟수가 저조한 이유를 모르겠는데, 전 국민을 울리고 웃겼(다고 하는)던 국제시장에 밀려있었던 것 같았다. 씁쓸했든 달콤했든 공유한 추억은 힘이 세니까.

 

바바라 오코너는 가르치지 않으면서 독자의 눈물과 웃음을 어떻게 자아내는가를 잘 아는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문학을 수강한 후 청소년작가의 길을 택한 작가는 밝고 당차고 심지가 굳고 어쩌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고백하고 올바른 원점으로 되돌릴 줄 아는 용감한 능력을 어른답다고 한다면 말이다. 더구나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조지나를 성인독자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매개로 삼아 읽는 이로 하여금 일단 경계심을 없앤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그 사회에서 겉과 달리 속으론 절벽 끝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해체된 가족, 대량화 산업사회가 앗아간 소중한 것들, 물질이 목적이 된 냉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웃사이더들을 등장시킨다. 그럼에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아이에게는 어른으로서 의미있는 타인이 되어주는 관계가 설정된다. 독자는 인물에게서 놀라운 반전을 발견하고 조지나와의 대화에서서 은근하게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살아가면서 위기는 뜻하지 않게 예고도 없이 온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까. 괴테는 관계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사랑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사람간의 관계는 물론일 테고 상황이나 운명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족주의를 표방하는 소설들이 많지만, 그런 점에서도 이 작품은 여운이 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복잡하지 않다.

 

 

기억에 남는 문장

 

* 때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생각을 곱씹는 대신 뒷좌석에 몸을 말로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고 온갖 방향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차 문을 받치고 등을 뒤로 기댄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p20)

 

*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너한테도 신조가 있냐? (p207)

 

* 때로는,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p211)

 

*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껏 무키 아저씨를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잘못 안 것은 아니지만). 그 아저씨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다. 게다가 똑똑하다. 그리고 좋은 발자취를 남기는 사람이다.(p243)

 

* “힘든 시간을 겪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할 말을 찾았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조지나. 그건 변하지 않아.”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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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4-3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영화와 함께 다시 나왔나봅니다. 전에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읽기 전이에요.
이 영화에 나왔다는 이레라는 배우는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볼 수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프레이야님, 좋은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5-04-30 10:36   좋아요 1 | URL
이레, 참 사랑스럽더군요. 따뜻하게 풀어가는 이야기였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자목련 2015-04-30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먹먹함이 있었던 책으로 기억해요.
정말 중요한 것을 복잡하지 않다, 란 문장 참 좋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복잡하게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5-04-30 10:3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따뜻하게 밀려오는 감동.
어려운 것일수록 단순하게 가라~
이렇게 오늘도 좋은 하루 시작하기에요, 자목련님^^

페크pek0501 2015-04-3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간을 겪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맞는 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15-04-30 23:21   좋아요 0 | URL
카멜라 아줌마는 조지나에게 위로와 따끔한 충고를 동시에 던져요.
인생에 해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방법(태도)에 있어서는.. 글쎄요^^
 

`Violeta Parra ˝Gracias a la vida˝
http://youtu.be/UW3IgDs-NnA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던 한.중남미 영화제
칠레 작, 천국에 간 비올레타.


라틴아메리카 포크싱어, 시인, 작곡가, 민속음악가,
테피스트리 화가 등 이름도 다양한, 칠레 출신
비올레타 파라가 50년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불꽃같이 피워올렸던 삶을 밀도있게 담아낸다.
울림이 있는 삽입곡들은 물론 엔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온 이 노래‥
먼 곳에서 불어오는 황량한 들판의 바람같은음색에
묻어나오는 생의 슬픈 환희에 젖게 한다.
아들 앙헬 파라의 동명소설이 원작.

특히 창작에 대한 비올레타의 철학에 밑줄긋기!
‥기존의 질서대로 가는 건 창작이 아니다. 창작이란
비행계획이 없는 새와 같고 그 새는 절대 직선으로
나는 법이 없다. 삶의 정수는 노동뿐. 그외의 것은
한때의 꿈일 뿐. 사랑은 결국 초라해지는 끝을 위해
한껏 치장하고 달려드는 것‥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과는 달리
사랑을 잃고 공허함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현실에 타협하지도 앓고
짐 지었던 생활고와 고독감에 단호하게 자신을 내몬다.
그러나 허물어지기보다는스스로 생을 종결하는 쪽을 택하고,
한 사람의 생이 무더운 날의 후텁지근한 바람 한줄기로
머리를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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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2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4-2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속닥님 굿마인드에요. 개인적인 어떤 분노감이 그쪽으로 튀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음 넉넉하고 너끈한 나날들이길요. 우리모두^^
 
아름다움에 병든 자 -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깨어나는 시적인 인도 여행
김태형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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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전 보기에 괜찮은 감성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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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0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욜 남편이랑 Jaipur라는 인도 식당 갔는데 그게 도시 이름이라네요. 일명 핑크 시티~~~가게 되면 사진 찍어 오시길~~~^^;;

프레이야 2015-02-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이푸르. 인도 책자에 나와 있더군요. 핑크시티라고. 인도식당 부산엔 강가, 나마스테. 두군데 있는데 종종 가요. 난이랑 커리, 탄두리치킨 먹고싶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