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3.
73쪽에서 120쪽. 5,6,7파일 완료
한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돌았다.
지금 사회의 중심에는 분명 섹슈얼리티가 있다. 오늘날 서구에서 섹슈얼리티는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생각된다.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하는지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의 일부이자 내 진실의 일부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Foucault가 『성의 역사History of Sexuality』에서 주장하듯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건 역사적·정치적 힘이 작동한 결과다. 나는 늘 이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성애 운동은 여러 면에서 섹슈얼리티가 정체성과 존재의 주춧돌이라는 생각에 반기를 들며 자라났다. 비록 무성애가 그 자체로 하나의 성적 정체성이 되었기는 하지만, 이건 그저 개인의 섹슈얼리티에 신경 쓰기를 거부하는 삶의 양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지향: 무성애 입문The Invisible Orientation: An Introduction to Asexuality』의 저자 줄리손드라 데커 Julie Sondra Decker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동력’만 없을 뿐 온전한 사람입니다. - P85
성격 결함이라는 중대한 요인을 두고 내 결정의 책임을 페미니즘에 묻는 건 솔직하지 않다. 동시에 내 선택이 성긍정 페미니즘의 특정 계통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순진하다. 내가 그런 방식으로 첫 성관계를 한 걸 후회하지않는다. 나한테 해가 되지 않았고 거의 생각도 안 나니까. 내가 치른 진짜 대가는 이 만남에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내가 무성애라는 주제를 그렇게 어색하게 느꼈다는 사실, 다수가 무성애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 연장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아는 탓에 나 자신의 방어적 태도를 쉬지 않고 관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종류의 성규범성에 따르는 위험은 젊은 여자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랑 첫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라(난 여기에는 신경 안 쓴다) 여자에게 들이미는 존재 방식의 규칙이 적어지기는커녕 더 많아진다는것이다. 내게 영향을 미친 건 하룻밤 잠자리가 아니라 애당초 하룻밤 잠자리로 나를 이끈 그 가정들이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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