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도 지나고 비가 오면서 조금 선선해지는가 싶더니 역시 다시 불볕더위가 기승이었다.
오늘은 태풍의 위력으로 뉴스특보가 들끓는다. 이곳은 다행히 그럭저럭 조용히 지나는 것 같지만
곳곳에 피해가 심한 곳이 많다. 북한으로 올라가 휩쓸 것 같은데 정말 피해가 최소한이길 바란다.
계절이 돌고 돌듯 책읽기도 돌고 돌고. 그러나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는.
여름에 가장 좋은 피서지가 녹음실 안이라 팔월에는 더욱 자주 가고 싶은 곳이지만 이런저런 일로 덜 자주 간 셈이 되었다.
2012년 7월 25일 녹음시작, 총 15시간 소요 완료.
중국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잠재력 있는 작가' 쑤퉁의 세 가지 소설이 담긴 책.
두번째 이야기를 가져와서 책 제목으로 했다.
쑤퉁은 자신을 "기이한 상상으로 가득한 자유로운 나그네"라고 칭한 바 있다.
기발하고 생동감 있는 발상과 이미지, 풍부한 유머감각이 꽤 다채로운 세상으로 초대하는 듯.
대사도 실감나고 문장도 읽기에 좋은 편이다. 주제도 명확하고 흥미로웠다.
특히, 세번째 이야기 '등불 세 개'는 전쟁을 배경으로, 우리 삶의 비극이라는 운명을
바보(로 불리는) 비엔진이라는 오리치기 소년을 중심으로 익살스럽게 웃고 울게 만드는데,
결미에 가서는 여전히 우스우면서도 아련하게 눈시울에 젖게 된다.
1차 편집 18시간 째, 315 페이지까지 완료.
'정보파산'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주식을 해라, 집을 사라, 어디로 여행을 가라, 이걸 입어라, 차는 저걸 타야 폼난다,
이런 식의 끝없는 정보들에 들떠서 정보를 좇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팽창해가는 소비자신용이 호화롭게 안락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 허영심에 발판을 제공한 것이라는.
사람들은 왜 그런 정보를 좇는 걸까. 거기에 뭔가가 있다고 믿고 따라가는 것이리라.
......(221p)
정보파산!!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정보, 제대로 서지도 못한 말말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뭔가가 있다고 믿고 따라가다 파산지경이 이르는.
내일 시작할 새 책은 함성호의 <당신을 위해 지은 집>이다. 책에 대한 감각도 남다른 나비님이 고른 걸
선물로 드렸던 책인데, 마침 점자도서관에 비치되어, 나도 읽고 싶었던 참에 얼른 찜했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믿는 함성호는 건축가, 만화광, 공연 연출가, 여행가로 변신하는
다양한 모습을 두고도 '나는 한 우물만 팠다'고 말한다. 한 우물만 파다보니 여러 지층이 나왔고
그것들이 세분화 되었을 뿐이라는 것. - 책날개, 중
그는 무리 중에서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정확하게 연결할 줄 하는 아내를 위하여,
옥탑에서 정발산으로 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뒷모습까지도 닮아, 라고 말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내를 위해,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한 함성호 시인은 그런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 책에서. 관계의 끈!
그 다음 찜한 책은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 자 잡혀간다>. 어서 읽고싶다.
무엇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연대가 필요한 곳에 연대하러 가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냐는 그 간명한 마음들이 살아나면 좋겠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무슨 죄냐고 무슨 잘못된 일이냐고, 그리고 그게 무슨 그리 큰 어려움이냐고......
아, 이런 좋은 꿈들을 꾸다 보니 갇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는 어쩔 수 없다는 이 시대의 감옥에서 , 모든 억압과 좌절의 감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 나오는 꿈을 꿔본다.
- 저자 송경동 작가의 말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