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12년 첫 달의 마지막 날. 흐리고 조용한 하늘이 낮게 앉았다.
그동안 선택해야 할 중요한 갈림길에서 큰아이와 함께 고심하던 걸 결정내리고, 이제 새로운 길을 나아가야 한다.
딸아이라 더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담담히 잘 해나가길 바래본다.
처음 맛본 약간의 좌절에도 처음엔 낙담했지만 딸은 오히려 쿨한 것 같은데 내가 더 뒤죽박죽인 듯했다.
기대와 욕심을 좀 버리고 길은 다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고심하지 않고 선뜻 내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던, 오래전 내가 그 나이 적이었던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요즘 아이들생각도 했다. 힘들겠구나 그래.
가지못한 길과 더 합리적이고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아직도 남아있는 나로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 빤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즐기며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고.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어떤 걸 하는 게 좀 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까.
몇 해 전 <악기들의 도서관>을 녹음하며 책으로 만났던 소설가 김중혁은 어릴 적 심한 편식쟁이에 까딸쟁이였다 한다.
그런 그가 자라서 기발한 소재와 참신한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데 지금도 그는
자신이 '잘하는' 글쓰기는 하루에 딱 정해진 일정(소량) 분량만 하고 '잘 못하는' 기타 연습 같은 걸 더 많이 한다고 한다.
잘 못하지만 그걸 더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잘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걸까.
딸은 자신이 잘해서 자신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쪽을 하고 싶어한다. 그게 바로 '좋아하는 것'과도 통하고.
아무튼 결정은 내렸고 삶이 선택되었다. 정말이지 행복하게 즐기는 삶을 살면 좋겠다.
큰딸, 그동안 열심히 했고 잘 해줘서 고맙다. 얼마나 이쁜 나이냐~~ 네가 부럽다.^^
(이곳 벗들 몇 분에게도 불쑥불쑥 조언을 몇차례 구했는데 그때마다 도움되는 말씀 해주신 벗들
양철나무꾼님, 마녀고양이님, 순오기님, 책을사랑하는현맘님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무한응원 날려주신 나비님, 고마워요~~)
2.
나는 도서낭독녹음하는 일이 참 좋다. 그 일로 내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전혀 없는 봉사일이지만
난 돈버는 일보다 이게 좋다. 좋아하는 일과 돈 되는 일은 내게는 정말 별개인가 보다. 현실감 없는 사람 같으니..^^
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과도 좀 틈이 있다.(고 쓰고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
아무튼 난 확실히 좀 몽상가 쪽이다. 이재에 밝지도 않고 앞뒤 계산도 잘 못한다.
숫자는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 보며 통계상의 수치 도표가 어지러웠다.
내일부터 녹음 시작할 책으로 소설 두 권을 찜하고 있다.
<흑산>은 올해 나의 세번째 녹음도서로
점자도서관 책꽂이에 신간으로 들어와있는 걸
바로 찜했고 윤성희의 <웃는동안>는 내가 구매한 것인데
한 단락이 어찌나 긴지 읽기가 갑갑해, 녹음하며 겸사겸사 읽을
생각이다. 내용은 재미있을 것 같다.
김훈의 <흑산>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도 김훈의 문장을 읽어줘야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 건 또 뭔지^^
<생각버리기 연습><별다섯인생><명탐정의 저주>는 녹음완료.
새 책 녹음과 함께 이 책들 편집을 동시에 해야한다.
좀 달려야겠다.
3.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 맞다. 글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또 별개의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가르치길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하는지 아닌지 애매하다.
학생들 글쓰기는 오래 지도한 경험이 있지만 봄부터 성인들 대상의 글쓰기 강좌(수필창작)를 하게 되었는데,
잘 해보겠다는 의욕만 가득이지 사실 두근대는 일이다. 어떻게 접근해가야할지는 해가면서 터득해나가겠지.
<누드 글쓰기>는 고미숙님의 책이라.
<글쓰기 생각쓰기>는 다시 들춰볼 책.
<뿌리깊은 글쓰기>는 최종규님의 새 책. 영어의 오남용으로 우리말 더럽히지 않기에 필요할 듯.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는 르 클레지오의 책.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전에 어느 문우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글쓰기의 전략>은 오래전 사두고 안 본 책. 이번에 봐야겠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는 관심가는 신간.
이 외에도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수필쓰기책 집에 있는 것 좀 정리해 보기.
다른 책 좋은 것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4.
깊이있는 읽기와 쓰기가 될 수 있게 당장 담아 내가 구입한 책. 어서 읽어야되는데..
시간이 부족한 건지 시간을 잘 못쓰는 건지.. 암튼 행복한 고민^^
이런 훌륭한 책은 마음의 양식으로 덥석 ^^
몽테뉴의 '수상록' 과 그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
표지도 근사하고 묵직하다.
<신화의 힘>은 나비님의 강추로 덥석^^ 읽는 중인데 너무 좋다.
신적인 존재와 종교를 너머 인간의 삶과 죽음 전반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래전 신화비평과 관련 신화와 이미지에 대해 공부하고 논문 썼던 기억도 나고.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어령의 저서. 선물주신 진주님께 고마움을~~~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