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행복전도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했던 어느 60대 여강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나는 그녀가 60대라고 생각 못 했었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입담에 약간은 재미있어 보이는 표정에
그냥 티비에 나와서 그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시내의 제법 큰 서점에 그녀의 책 10여권이 가득 진열돼있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쓴 줄 몰랐다.  
30대 후반에 모기업의 주부공채사원으로 입사하여 화려한 경력을 쌓은 줄도 몰랐다. 
우리가 노년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행복을 전도하는 사람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몸에 무리가 올 정도였던 걸까. 
나는
700가지의 고통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보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자신은 없다.   

나는 그녀의 사랑이 그렇게까지 지극한 줄은 더욱이나 몰랐다.
함께 죽음을 선택한 과정이 꽤 충격적이었다. 
소설 속에서나 읽을 듯한...
함께 먼 길을 가자고 약속하고 실행에 옮길 때의 심정을 감히 짐작조차 못 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외람되지만 나는 부러운 게 있다.
죽음의 시기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던 믿음과 용기!
사람의 육체적 고통 중 가장 힘든 게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그 순간이라고 들었다.  
700가지 고통과 기꺼이 안녕한 그녀와
그녀의 영원한 동행자를 자청한 '완전 건강한 남편'의 명복을 빌어본다.  _( )_ 

 

 <습관의 심리학>을 끝내고 <죽음의 밥상> 편집 중, 
 
이번주에 이틀만에 녹음을 끝낸 책이다. 

 제목이 자극적이긴 한데 내용은 좀 다른 측면으로 맛깔나다.
 '섹시하다'라는 의미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인생을 보다 맛있게 요리하는 25가지 레시피 노하우"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나이들어가면서 더욱 멋진 사람으로 늙어갈 수 있는 친절한 노하우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꼭 노년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젊은사람들에게도 삶과 인간관계를 좀더 부드럽고
맛깔나고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팁이 가득하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 행동, 언어, 감정, 학습에 대한 안내를 하고 각 꼭지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누는 대화와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예시하여 문제와 해결을 찾게한다.
심각한 문장이나 어려운 용어는 일절 없고 아주 편안하게 한 자리에서 훌쩍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곱씹어보고 몸에 배이도록 실천해야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희재, 그녀는 '실미도', '공공의 적2'등을 쓴 시나리오 작가다.
'죽을 때까지 섹시한 삶을 살아갈 딸에게'라는 헌사도 인상적.  

섹시하다,는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말은 결코 육체적인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란 걸 눈치챘을 거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진정한 유머, 용서, 감사, 자신감, 평생 읽고 배우기,
기대하지 않고 서운해하지 않기 등등... 
이렇게 써놓으면 흔히 말하는 진부하고 관념적인 미덕이 되는데,
책에서는 공감되는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 재미나게 들려준다.

포커페이스 대신 화려한 가면을 쓰자,
Thank you를 먼저 말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
속는 게 아니라 속아주기
약속을 어기는 그 혹은 그녀는 지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 오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러니 기다려주라.

 

다음 책은 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골라뒀다. 


 

별로 관심없었던 책인데 정혜윤이 독서기를 쓴 방식과 사유의 방식을 엿보기 위해.
이 책도 제목이 좀 그런가?
일단 제목에서 사람의 손이 가게 하려고 굳이 야릇한 상상을 불러오는 단어를
써야할 필요는 없겠는데 말이지.
살짝 가볍게 가는 게 트랜드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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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9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0-09 19: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언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자신에게 좀더 솔직한 게 아니었을까요.
언니 말대로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LAYLA 2010-10-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시한 여자가 제 장래희망인데...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10-10-09 19:44   좋아요 0 | URL
그죠? 섹시한 여자, 섹시한 남자.ㅎㅎ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책은요, 가볍게 읽으면 되고 어조도 부드럽지만,
실천할 수 있기까지는 부단히 자신을 가꿔야할 것 같아요.
사서 보시면 솔직히 돈이 아까울 수도 있어요.

2010-10-09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0-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리 나이 들어서도 '여포구두 (여자이기를 포기하는 구두라고, 나이드신 분들 신는 단화 아시지요? ^^)' 안 신을 거라고 농담처럼 말한 적 있어요. '죽을 때까지 섹시하게'라는 말은, 끝까지 자기 관리의 노력과 의지를 놓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시나리오 작가라서 저 책도 재미있게, 잘 읽히게 썼을 것 같아요. 읽어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0-10-09 19:47   좋아요 0 | URL
여포구두 ㅋㅋㅋ 저도 이 말 들어봤어요.
네, 맞아요. 내면을 먼저 가꾸어란 말인데 외적인 면도 함께요.
예를 들어, 한달에 몇 번은 정장을 일부러라도 입어라,
스트레칭으로 넷째발가락을 확인해라, 이런 거에요.

stella.K 2010-10-0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곱씹어보고 몸에 배이도록 실천해야겠다는 말에 이 책을 기억하고 싶군요.
그런데 죽음을 선택한 과정이 꽤 소설적이라고 하셨는데 뭔가 더 알고 계신 것이 있나요?
저는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 밖에 잘 몰라서요.
자살이 선택이라면 선택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회피는 아닐런지...?
고통 조차 온전히 감내하는 쪽이었다면 그녀의 행복전도사란 타이틀이 끝까지 멋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말한 행복론이 뭔지 모르겠는데 그녀의 죽음이 마치 내가 말한 건 다 거짓이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저는 왠지 씁슬하네요.

프레이야 2010-10-09 19:53   좋아요 0 | URL
전 생각이 좀 다르네요, 스텔라님^^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라고 그녀에게 충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행복전도사라는 타이틀을 붙들고 있는 게 멋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이미 그녀가 행복하지 않은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고통없는 세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동행을 했으니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지 싶어요.
정신적 고통은 죽음의 문앞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는 자의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비하면
사치가 아닐까 싶은 게 제 생각이랍니다.
소설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구요, 소설에서나 읽을 듯한...,이라고 썼는데
그 말은 단지 제 짧은 읽을 거리들의 경험에서나 나온 거에요.
자살이라는 드러나 사실 배후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테지요.
누군들 드러나는 일만으로 뭐라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죽음을 도와주고 동행한 남자의 사랑에 어쩐지 전 울컥했답니다.
개인적인 감상이라해도요.

stella.K 2010-10-10 17:34   좋아요 0 | URL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을 두고 충고는 무슨...
그것도 그 사람의 선택이라면 선택인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고 결국 온전한 죽음을 맞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
전 그 사실을 환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녀의 선택이 안타까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유명인의 자살을 볼 때마다 그것을 따라할 사람들.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의 상처.
전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서 그럽니다.



프레이야 2010-10-10 19:03   좋아요 0 | URL
오해는 무슨요. 전혀 오해하지 않았어요.^^
제 댓글 중 충고라는 단어가 걸렸나요? :)
저는 스텔라님이 고인더러 충고한다고 말씀드린 게 아닌데요.ㅠ
이 댓글을 읽고보니, 그분들 죽음의 방법에 대한 기사를 읽지 않고 그냥
자살했다는 사실만 알고 계셨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서로 생각이 달랐던 것 같아요.
아무튼 무슨 일이든 드러나는 것만으로 뭐라 단정지어 말할 순 없겠지요.
누구든 마찬가지구요. 나약한 인간이니까요.(그럼에도 강하기도 하구요)
제 페이퍼의 초점은 사랑하는 사람과 동행하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와 믿음이
일면 부럽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두 사람의 죽음을 두고 남은 사람들끼리 더 이상의
오해나 논쟁은 무의미한 거 같아요. 저로선 700가지 고통앞에 책무를 먼저 생각할 자신이
없어서 그분들의 선택이 오히려 '행복'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던 것이에요.
루프스라는 병의 고통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더라구요.ㅠ
스텔라님의 무거운 마음처럼, 참 좋은 계절이라 그녀의 선택이 더 안타깝게 느껴져요.
스텔라님, 우리 순간순간 행복하고 긍정적인 정서의 힘을 믿고 살아갑시다요.(씽긋~)
조용한 일요일 저녁이에요. 금세 사방이 어두워지네요.

카스피 2010-10-0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고통스러움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그녀의 고통을 이해할 순 없겠지요.아무튼 자살로 삶을 마감하신 그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더불어 그런 부인과 동반 자살을 결심한 남편의 지극한 순애보에 마음 한 켠이 쨘해 옵니다.

프레이야 2010-10-10 12:3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인간은 참 나약하고도 강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루프스 병을 앓다 고인이 된 최영숙 시인도 생각납니다.

2010-10-1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0-10 12:34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전 비보를 듣고나서 아, 그러고보니 그분 티비에서 못 본 지 꽤 됐네, 그랬어요.
사회보다 더 절실한 건 개인이 아닐까, 저도 그렇게 감싸드리고 싶네요.
정혜윤의 책이 지금 오른쪽에 있다니 이 공간 속에 무지하게 가까이 계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저도 추천도서 목록 좀 건질 수 있도록 잘 낭독하고 메모하고 그래야겠어요.
그리고 제게 긍정의 주문 외워주신 것~~ 참 고마워요.^^

행복희망꿈 2010-10-1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참 놀랐어요.
늘 웃음을 선사해주던 분이여서 그럴까요?
하지만 죽음앞의 공포와 고통은 이겨내기 힘든일이었겠죠?
끝까지 함께한 남편분의 용기도 참 안타깝네요.
두 분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책제목이 두권다 참 색다르네요.

프레이야 2010-10-10 12:38   좋아요 0 | URL
영화 '눈물'이 생각나요.
늘 관객에게 늘 웃음을 선사해야하는 개그맨이 개인적인 고통과 슬픔을 감추고
또 웃음을 웃어야만 하는 장면이요. 웃음과 행복과 그 모든 긍정의 에너지를
전도한 사람이지만 개인의 행복은 그런 것과는 또 좀 다른 영역이 아닌가싶어요.
루프스의 고통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진 못 할 거 같아요, 희망꿈님.

다락방 2010-10-1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레이야님이 위에 쓰씬 댓글처럼 행복전도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고통을 감내하라는 건 어느 누구도 본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거죠. 좋은일도 강요할 순 없는것데 하물며 고통이라뇨.
[죽을때까지 섹시하기]라는 책 제목이 무엇보다 근사해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구요. 어느 순간이 되면 섹시하기를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도 제가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살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책을 읽는다고 그대로 실천할지 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저 위에 hnine님 말씀처럼 여포구두를 신지 않고 싶어요, 저도.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요.


한가로운 주말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 섹시하게 살아봐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0-10-10 18:2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어여쁜 나이에 여포구두라니요, 당치 않아요.
전 아직도 여포구두 안 신어요. 운동화를 신든지 아님 하이힐을 신지요.^^
요즘 이상하게 전에 없이 저런 책들에 손이 가요.
물론 좋은 내용만 있지만 문제는 온몸과 마음으로 배어들도록 노력해야되는 거겠죠.
적당히 자신을 연출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긍정적으로요)
다락방님은 이미 섹시해요. 전에 하이힐 신고 나풀나풀 그 페이퍼 기억나는 걸요.

세실 2010-10-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음 아픈 죽음이예요. 남의 죽음에 대해 안 좋은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죽을때까지 섹시하기. 좋은데요.

프레이야 2010-10-10 18:31   좋아요 0 | URL
네, 뭐라 할 말이 없이 놀랍더군요.ㅠ
가족들도 평소에 두 분이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고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태어남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느무느무 섹시한 세실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반딧불,, 2010-10-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매력적이라는 말에 굉장히 충격을 받은 사람 중의 하나라서요. 그 매력이라는 것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좋하하지 않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요. 저는 오히려 내가 편하고 그것이 상대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면 여포구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불편함을 무릅쓰면서까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그것은 섹시가 아니라 감옥이 되는거니깐요. 지나친 자기애는 문제이지만 적당한 자기애는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자극적인 제목 저도 그닥 선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작 읽어야 할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 이런 것들도 참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합니다.살수록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만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프레이야 2010-10-11 17:03   좋아요 0 | URL
네.ㅎㅎㅎ 여포구두도 멋지게 소화하고 섹시하게 보이면 돼죠.
우리는 때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아요.
자기애가 지나쳐 왜곡되지만 않으면 적당히는 필요하죠, 동감이에요.
어떤 책은 제목때문에 오히려 손이 안 갈 수도 있겠네요.^^
'나'를 찾기위해 1년의 여행을 한 리즈가 갑자기 부러워요.
(오늘 본 영화 이야기^^ 무슨영화게요?)

2010-10-10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