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마음이 내키면 꺼내어 아무 쪽이나 펼쳐보는 책이 있다.  

내게는 소노 아야코 여사가 쓴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일명 소노 아야코의 <敬友錄 경우록>이다.  

나는 경우록,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벗(나 이외의 모든 타인)을 공경할 수 있는, 그러기 위한 글이란 뜻이다.  

내 마음에 불화와 모순이 제거되어야 타인에 대한 공경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앞면 표지의 하단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다.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 유지하는 비결" 

이 책을 펼치면 우선 목차를 펴서 지금 내 마음에 도움이 될 제목을 찾는다.  

연륜이 묻어나는 글로 쉽고 구체적이면서 숨어있는 허영에 허를 찌르는 글귀가 많다. 

오늘은 41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을 찾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이는 실은 곤혹스러운 존재이다.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또 회사나 사회에 마음의 빚이 있으므로 결코 으스대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본질과 평판이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당한 일, 훌륭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타인도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또 타인이 자신에게 반드시 감사와 칭찬을 해주기를 마음속으로 요구한다. 

- 나의 얼굴, 상대의 얼굴 

(41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내심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그 모든 게 근거없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내 본질보다 못한 평판을 받고 있다고 분개한 적은 없는가. 내 본질보다 나은 평판을 받고 있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그 모두가 잘못일 테다. 나는 나, 딱 그만큼의 나로서 그냥 걸어갈 뿐이라 여겨야한다. 칭찬에 흐느적거리지 않고 비난에 움츠리지도 않아야한다. 그 어떤 말도 '나'를 '나'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고, 그런 것들 이외의 모든 것은 삶이 내게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고 장영희 교수도 말했다. 평범한 진리이지만 깊이 와닿았다. 바라지 않으면 부족하지 않다. 원하지 않으면 목 마르지 않다. 

달리지 않으면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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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6-08 23:3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저도 늘 흔들리며 살아요.
그게 마음에 병이 되는데도 어리석게 늘 그러죠.
이 책은 몇해 전 제게도 참 좋은 충고가 되었어요.
제가 쓴 리뷰도 있어요. 찾아보세용~

... 2009-06-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에 허느적거리지 않긴 쉬운데 (칭찬을 많이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_-;;;), 비난에 움츠러들지 않긴 너무나 어려워요. 가끔 많이 지치는 건 달리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언젠가 부터 이런 종류의 에세이류를--인생의 지혜를 설교하는 듯한--사지도, 읽지도 않게 되었는데, 이 책엔 마음이 많이 끌리네요.

프레이야 2009-06-09 01:3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런지도 몰라요.-_-
퍼질러앉아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서서히 달리고 싶어질 때까지요.
저도 설교조의 에세이류 별로인데 소노 여사의 글엔 위트와 고정관념의 반전이 넘쳐요.^^

반딧불이 2009-06-09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무서운 말이네요. 수필을 읽어보려고하는데 목록에 담아두어야겠어요.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09-06-09 01:43   좋아요 0 | URL
이 책엔 이 글을 포함해서 생의 역설과 지혜가 많아요.
가까이 둘만해요.^^ 긍정과 느긋함.

비로그인 2009-06-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이 좋다고 하시니 그럼 저도 보관함에 쏙.. 오프서점 가서 들춰봐야겠네요.

자기자신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은 없나요? ㅎㅎ 그 또한 긍정과 느긋함인가요?

프레이야 2009-06-09 09:22   좋아요 0 | URL
^^ 이게요.. 결국 자신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이더군요.
저도 참 잘 안 되는 얘기라~ㅎㅎ 이론과 실천의 간격은 너무 멀어요.

하늘바람 2009-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노력을 많이 안하는 스탈이라 흑흑
많이 와닿네요. 게으른사람의 빚^^

프레이야 2009-06-09 09:57   좋아요 0 | URL
그러니 으스대지 않고 겸손하고 좋잖아요^^
저같은 경우는 게으르면서도 빚 내어놓으라고 안달하지요 ㅎㅎ
오늘 여긴 잔뜩 흐려요. 빗방울이 막 떨어질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초롬너구리 2009-06-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뒤통수를 치네요. 전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오히려 더 실망감이 컸나봐요. 이 책 사놓고 안보고있었는데 가끔 들여다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9-06-09 23:12   좋아요 0 | URL
뒤통수 치는 글귀가 많더군요.ㅎㅎ
아무곳이나 펼쳐봐도 되니까요.
열심히 사는 것, 그게 실망감으로 이어지니 참 슬프죠.

야클 2009-06-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참 맘에 드네요. 페이퍼 내용은 더 맘에 드네요. ^^

프레이야 2009-06-09 23:13   좋아요 0 | URL
야클님, 예쁜 따님의 백일을 축하합니다~(이미 지났겠지만요)
닮았어요. ^^

꿈꾸는섬 2009-06-0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바로 담아가요.^^

프레이야 2009-06-09 23:14   좋아요 0 | URL
네^^

라로 2009-06-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제목에 이끌려 샀는데 정말 만족해요~.
그리고 님의 말씀에 동의해요,,,실은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형이라,,,쿨럭
님의 말씀 추천과 더불어 별찜합니다.꾸벅

프레이야 2009-06-09 23:55   좋아요 0 | URL
나비님, 노력형인 거 정말 그런 것 같더라구요.
전 안노력형이에요.^^

라로 2009-06-09 23:58   좋아요 0 | URL
아이고 깜딱이야!!
댓글달고 추가로 글 올렸더만 님 댓글이~~~ㅎㅎ
얼마전 만치님의 글에 댓글 달때도 그랬는데,,,,ㅎㅎ
지금 이 순간 같은 장소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눙~ㅎㅎㅎ
방가방가~. 이제 들어오신거에요????
저 오늘 마더 봤다요,,,암튼

네꼬 2009-06-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한다고, 언젠가 페이퍼에 썼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구?) 프레이야님, 이렇게 부르려니까 진짜로 외국어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9-06-10 08:43   좋아요 0 | URL
네꼬님이 프레이야~ 그렇게 불러주심 더 좋다구요.^^
언젠가 쓰신 페이퍼를 못 봤네요.

치니 2009-06-10 16:07   좋아요 0 | URL
저는 네꼬님이 쓰신 그 페이퍼 덕에 이 책을 사 봤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구?) ^-^
이렇게 두 분이 공감가는 글까지 비슷한 걸 보니, 마음이 한결 따스해져요.

프레이야 2009-06-11 00:31   좋아요 0 | URL
치니님 그랬군요. 아~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