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명 받을 내용의 글을 써가서 반장 엄마를 위시한 17명 엄마들의 서명을 받고

함께 교장, 교감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선생님의 부당한 행위와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야기가

몇몇 엄마들의 입에서 나왔는데, 교장샘은 잘못임을 인정하면서도

처음엔 인간적인 사정을 들며 엄마들을 회유하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분개해) 떨렸지만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왜 그 선생님이 담임을 해선 안 되는지 본질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었습니다.

그제야 교장 선생님은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동의했습니다.

수업문제에 대해선 전체 선생님들에게 내일 다시 한번 주지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학급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한 간식반입에 대해서도 일절 금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교사로서의 본래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40분 수업 중 절반 이상은 비디오나 틀어주며 엄마들에게서 받은 간식을 먹이고

자신은 컴을 들여다보며 개인업무(장사)를 하고, 학과진도도 늦어서

어제 본 중간고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요점 외우라고 하고, 어제 시험시간엔

일어나 돌아다니며 다른 아이 시험지 훔쳐보는 아이를 감독도 하지 않고

컴에 코박고 또 그놈의 업무를 보고있더랍니다.

한 시간 가량 이야기 후 다른 엄마들은 돌아가고 저를 포함한 세 명만 남아

지역교육청에서 나온 세 분과 요점을 더 이야기 나누고 우리의 요구를 말했습니다.

최대한 일주일 정도의 여유를 두고 지켜보기로 하고 돌아왔는데

방금 교장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월요일부터 당장 담임이 교체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술렁이는 분위기가 가라앉도록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샘은 담임직위는 못 할 것이고 내년엔 다른 학교로 인사발령이 날 것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결과가 나와 개운합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어째 기분이 좋지만도 않네요.

이런 일이 아예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아이가 똑부러지게 한 말이 생각나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왜 자꾸

뭘 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기분 안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놓고선 좋은 뜻에서 그랬는데 정말 억울하다고 아이들한테 하소연하고

전체 아이들 앞에서 울며 교사 그만 두어야겠다고 했다네요. 간교합니다.

오늘 함께 간 엄마들 모두 잘 해냈습니다.

관심 갖고 어드바이스 해 주신 서재 지기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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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4-2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됐네요. 그런 교사는 아예 잘라야된다고 생각하지만, 반성의 기회를 주는 걸로 여기면 될듯 합니다. 정말 반성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_-

프레이야 2008-04-25 20:12   좋아요 0 | URL
반성은 안 하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했어요.
어이없죠. 이런 샘때문에 다른 훌륭한 샘들까지 욕 먹게요.

마늘빵 2008-04-26 01:34   좋아요 0 | URL
잘라야합니다. -_- 자기 잘못도 모르는.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이 선생질을? (생각해보면 무개념 선생은 많긴 하지만)

2008-04-25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5 20:13   좋아요 0 | URL
필요하면 제 아이를 증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오늘 말했어요.
결과가 생각보다 빨리 나서 좋습니다.^^

miony 2008-04-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감하게 행동하신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랑하는 좋은 선생님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프레이야 2008-04-25 20:14   좋아요 0 | URL
음악 담당하고 계신 샘이 담임으로 온다고 하는데
좋으신 샘이면 정말 좋겠어요.
뭐니뭐니해도 가치관이 올바른 분이요.

다락방 2008-04-2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잘됐네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텐데. 잘하셨어요, 혜경님. 부디 이번엔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그 반을 맡기를 바라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혜경님.

프레이야 2008-04-25 20:16   좋아요 0 | URL
아이들 눈이 정확한 것 같아요.
우리딸은 좀 예리하게 본 것 같은데, 놀라운 건 순수한 아이들 맘을
이용하여 세뇌한 경우가 많더라는 겁니다. 어떤 아이들은 벌써 우리샘이
불쌍하다느니, 우리샘은 비디오도 자주 틀어주고 참 좋다느니 이랬답니다..

비로그인 2008-04-2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당하게 해내신 님,정말 잘하셨어요.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요.고생하셨습니다. 혜경님.

프레이야 2008-04-25 20:17   좋아요 0 | URL
아이에겐 샘 개인사정으로 담임이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일단은요.. 차츰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먼저 제게, 샘의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말했던 부분이
여러가지 있어서 아이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해요. 심지어 저나 아이나
전학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2008-04-25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5 20:19   좋아요 0 | URL
그 자리와 엄마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니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교육청에 알려서 오늘 세분이
나왔더군요. 그래서 일이 좀더 빨리 해결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4-2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애쓰셨어요~ 용기있는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군요. 아이들이 좋은 담임샘 만나서 그간의 상처도 치유받고, 앞으로 행복한 학교생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자기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만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우리 당당하게 권리를 누리며 살자고요! ^^

프레이야 2008-04-25 20:20   좋아요 0 | URL
17명의 엄마들 모두 잘 해냈습니다.
새 선생님이랑 아이들이 행복한 한 해를 보내면 좋겠어요.
용기 주신 님, 고맙습니다.

무스탕 2008-04-2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해내셨습니다.
에잇- 1년만 참자.. 하고 비겁하게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나서셔서 아이들의 남은 몇 개월이 더욱 풍요롭게 됐네요.
학교측도 빨리 대처해 줘서 다행이구요.
정말 애쓰셨습니다.

프레이야 2008-04-25 20:21   좋아요 0 | URL
작년에도 4학년을 맡아서 이런 일을 했는데 그땐 학기말에 다단계를
드러내어서 엄마들이 그냥 참자 하고 지나갔다고 해요. 물론 상품을 산
사람은 여럿 있구요. 올해는 년초부터 본색을 드러내고 아예 장사를 하려
고 덤볐으니 참 간도 크지요. 잘 처리되어 우선 한숨 놓습니다.^^

소나무집 2008-04-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 되었네요.
내내 어찌 되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도 교장 선생님이 빨리 판단을 내려주셨네요.
새로 오시는 선생님은 잘하실 것 같아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 줄 다 알 테니 말이에요.


프레이야 2008-04-25 23:02   좋아요 0 | URL
교장샘이 올해로 정년퇴임을 하는지라 학교에 불명예스러운 일을
매우 조심하더군요. 많은 어머니들이 함께 갔으니 빨리 처리된 것
같습니다. 새로 오시는 샘은 음악을 전담하고 있는 분인데 다음주에
한 번 가뵈어야할까봐요. ^^ 좋은 샘은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죠.

마노아 2008-04-2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에요. 혜경님이 큰일 하셨어요. 아이의 다부진 대답도 맘이 놓입니다. 아이들이 새 담임선생님과 잘 적응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게요. 이전의 나쁜 기억이 다 상쇄되도록 말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5 23:03   좋아요 0 | URL
1년이 정말 행복하길 바래요.
인성이든 교과든 아주 중요한 1년인데 말입니다.^^

세실 2008-04-2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처리되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교장샘이 그래도 수긍을 하시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셨네요.

프레이야 2008-04-26 06:22   좋아요 0 | URL
네^^ 정년퇴임을 앞두고 학교와 전교학부모가 술렁이는 걸
두려워하더군요. 여교장샘이라 더 그런 것 같았어요. 교감샘은
유머러스하셔서 그 좌중에서도 우리가 몇번이나 웃었다는 거
아닙니까.

2008-04-25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6 06:23   좋아요 0 | URL
네, 타학교로 가게 되면 또 그 버릇이 나오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생님 개인으로도 이번 일이 큰 계기가 되어야할텐데 말입니다.

승주나무 2008-04-2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든 기자든 대개 타성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벽 안에 있으면서 자신을 절대 되돌아보지 못하는 병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선생으로서는 지금 당장은 이해를 못하겠지요.
충격은 있었으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이해를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뜻을 이루고 좋은 일을 실현시키는 데는 많이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혜경님의 행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이를 위해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8-04-26 06:25   좋아요 0 | URL
그분에게도 교사로서 큰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은 너무 좋은 샘들만 겪어봐서 더 화가 났던지도 몰라요.
관철되지 않으면 언론에 공론화 할 생각이었는데
조속한 결과가 나와 다행입니다.
승주나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몽당연필 2008-04-26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그런 선생님이 계실수가....대개 그런 일의 경우 이담에 내 아이에게 가해질 혹 보복(?)이 두려워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해경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프레이야 2008-04-26 18:28   좋아요 0 | URL
요즘 그렇게 하진 못할거에요. ^^
샘이 참 아무 생각이 없으시더군요.

비로그인 2008-04-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단칼에 자르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신속, 정확할수록 양측에 대미지가 적지요.
마음고생 많으셨을 터인데, 애쓰셨습니다. 혜경님.


프레이야 2008-04-26 18:29   좋아요 0 | URL
단칼에 ㅎㅎ
그분에게도 이번 기회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바람돌이 2008-04-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로 고민도 많고 맘도 많이 쓰이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예요. ^^

프레이야 2008-04-26 18:29   좋아요 0 | URL
네 일단은 잘 되었어요.^^
이일이 학교전체 엄마들에게 소문이 나서 모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더군요. 타학교에도 소문 난 곳이 있구요.

뽀송이 2008-04-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되서 저도 무척 기쁩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지요.^^;;
작은 따님이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남은 시간동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음... 그런 선생님은 아예 선생님을 다시는 못하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다른 학교에 가서 또 제 버릇 개 못 주고 어린 아이들에게 상처 줄까봐 화가 납니다.

프레이야 2008-04-26 18:30   좋아요 0 | URL
월요일부터 새로운 샘이랑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면 좋겠어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샘 2008-04-2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은 애초에 없는 것이 제일 좋았을 텐데요...
수고하셨습니다.^^
(난 장사 안 해야쥐 ~)

프레이야 2008-04-26 19:25   좋아요 0 | URL
글샘님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신경쓰고 마음 쓰느라
장사할 틈이 어디 있남요? ㅎㅎ
해결되었지만 씁쓸함이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