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오르면 이 모형이 눈앞에!  오르세미술관 모형인데 멋지다.>

프랑스로 여행을 가게 되면 미술관들을 테마로 하여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로버트 카파 전을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가 오르세미술관전을 보게 되었다. 하는 줄 몰랐는데 어찌 반갑던지. 몇 해 전 덕수궁에서도 했다고 하는데 원화전이라 더 기뻤다. 로버트 카파 전의 감동은 좀더 묵히고 싶어 다음에 쓰기로 하고...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내부>


오르세미술관은 1848년에서 1914년까지의 서구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1986년 12월 대중에게 문을 연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립 미술관이다. 파리 중심부의 철도 역으로 건설된 오르세는 화사한 빛과 색채의 향연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 최고의 미술관으로 재탄생되었다. 인상파 대표화가들의 대표작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오르세미술관전은 19세기 초 미술과 문화, 사회의 규범을 바꾸어 놓았던 인상주의 운동과 그 반발로 일어난 다양한 회화의 움직임과 시도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 프랑수아 밀레 / 만종 1857-1859>


입구에서 마음에 드는 화가의 그림엽서 다섯 장을 사고 희령이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 양떼들이 구름처럼 모여있는 그림, 그 옆으로 ‘만종’이 걸려있다. 박수근이 흠모했고 고흐가 존경한 밀레의 그림인데 희령인 “액자 멋있다!”고 탄성부터 내질렀다. 노을빛 붉은 기운이 흙마저 붉게 보이게 한다. 만종을 듣고 경건하게 기도하며 하루의 고된 노동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의 이름을 부르는 가난한 부부의 모습이 소박한 감동을 주었다. 이들의 머리와 어깨에 해거름의 어둑어둑함이 낮게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았다.

 

 


 

<빈센트 반 고흐 / 아를 무도회장>

고흐의 이 그림은 처음 보았다. 새파란 생동감이 특유의 율동미와 함께 살아있다. 고흐의 그림 중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그림이었다. 고흐의 다른 그림에서처럼 역시 파란색과 황금색의 조화를 잘 이루어내고 있는데 사람들의 표정은 가려있거나 눈을 아래로 내려깔고 있는 점이 특이해 보였다. 활기에 찬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내면의 어두움을 어찌할 수 없었던 화가의 여린 영혼이 느껴져 오히려 나는 슬픈 느낌을 받았다.

 

 


 

<에두아르 마네 / 피리부는 소년 1866>

간결하고 선명한 선과 대조를 이루는 두가지 색감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소년의 두 볼이 발그레하고 눈을 총기있고 콧대가 견고하다. 한쪽 다리에 무게를 두고 서 있는 자세가 자연스럽고 복장은 다소 동양적인 신비로움을 풍긴다. 서 있지만 미동이 느껴지며 배경은 단색처리 하여 단순한 아름다움이 전해졌다. 어디선가 피리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이 그림은 변화의 열망을 담은 모더니즘의 꽃이라고 불린다.

 

<고흐 / 아를의 반고흐의 방 1889>

고흐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이 그림과 거의 흡사한 방을 보았다. 그림속의 정물들이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방은 사람의 영혼을 담는다. 그곳에서 영혼은 휴식을 취하고 영혼에 자신만의 색채를 부여하며 열망을 향한 막간의 시간이 된다. 방은 오롯하게 나만의 공간과 시간으로 존재한다. 블루의 우울함과 암울함은 생기로움과 역설적으로 닿아있었다.

 

 

 

<마네 /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1872년 >

모리조는 마네의 남동생의 부인으로 당시 인상주의 화가였다. 여성화가가 등장한 것은 당시가

격변기였음을 말해준다. 제국주의의 파급 속에서도 시민의식이 대두하고 의무교육과 언론집회의 자유가 확보되어, 인상주의를 근대화의 산물로 본다. 흑백의 대조가 눈을 사로잡아 모리조 부인의 미모가 더욱 살아난다.

 

 

 

<폴 세잔 / 푸른 꽃병 1868-69>

정물화 속의 물체들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푸른 화병은 기우뚱, 꽂혀있는 꽃과 가지들은 안정감있는 구조라서 대조적이다. 화병의 파란 색감과 뒷벽의 색이 묘한 분위기를 주었다. 한 송이 꽃과 사과의 붉은 빛이 파란색과 대비되어 생동감을 준다. 이 그림은 유채화이면서 수채화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가 수채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인지... 세잔은 피카소의 스승이라지.

 

 

 

<에드가 드가 /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1868-69>

사진처럼 찰나를 화폭에 담은 화가 드가는 '찰나를 그린 화가'라고 불린다. 이 그림은 독특한 구도로 유명한데 당시 프랑스사회의 문화(발레나 오페라)를 보여주기도 한다. 순간의 움직임을 잡아내어 화폭에 옮긴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발레리나들의 다리가 활동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볼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있는 연주자의 표정도 살아있다. 수평의 구도를 맞추지 않고 오페라좌나 무대선이 기울어져있는 건 사진촬영의 기본구도와도 어긋나 있는데, 바로 그런 점이 그림을 전체적으로 동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알베르 바르톨로메 / 온실 안에서 1881년>

이 화가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는 책제목이 생각났다. 이 그림은 정말 사진처럼, 아니 사진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하였다. 온실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여인의 머리위로 내리붓고 있었고 여인의 가느다란 팔을 뽀얗게 반사해 주었다. 여인의 발 아래로 늘어져있는 그림자가 화사하다. 나도 희령이도 이 그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연대순, 화가별로 전시되어 있었고 처음 들어본 화가들도 몇 있었다. <모네의 정원에서>라는 책을 통해 클로도 모네를 알고 간 희령이는 그의 그림들 몇 점 앞에서 가까이서 봤을 때 덕지덕지 발라놓은 것 같은 물감들이 점점 뒤로 물러나 보면서 신비한 색감과 농담을 발휘하는 걸 보고 기뻐했고, 르느와르의 그림을 보고 점묘법도 알게 되어 신기해 했다. 우리는 색과 빛의 향연에 취해 마음이 밝아졌다. 빛에 매료되어 빛을 어떻게 다룰까 연구한 점에서 인상주의 그림은 사진과 닮아있다. 1800년대 초, 사진기술의 발달은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주었고 이들의 그림은 사진의 기본적인 의무에 닿아있다.

 

오르세미술관전은 9월 2일까지 하고 어른 입장료 12,000원, 어린이 7,000원이었다. 이걸 다 보고 나오니까 밖은 어두워져있었고 우린 멀리 부산으로 차를 달렸다.

 

- 여기 사진은 타블로그에서 복사해왔어요. 미술관내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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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4-2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루브르보다 오르세가 더 좋았어요. 딱 좋은 그림들만 알맞은 수로 전시가 되어있고, 분위기도 안정적이고 편안하더라구요. 작품들도 좋지만 오르세 미술관 자체도 좋더군요. 아~ 또 가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07-04-2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해적님은 가보셨군요. 부러워라~~ 저도 오르세가 제 취향에 더 맞을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로라도 맛을 봤으니 만족해요^^

푸른신기루 2007-04-2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브르보다 오르세가 더 좋더라고요ㅋㅋ 루브르는 너무 넓어서 정신 없었고(모나리자만 기억나고 있습니다;;), 오르세는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조각 등도 많아서.. 박물관이 강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저녁 무렵에 지나가다가 찍은 오르세 박물관 사진이 있는데 지금 봐도 좋아요ㅎㅎ

프레이야 2007-04-2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신기루님, 부러워요. 오르세 사진 저 좀 보여주세요.
정말 님의 말을 보니까 더더욱 가보고 싶어집니다.^^

치니 2007-04-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 갈려고 벼르던 참인데, 루브르전에 비하면 괜찮았나보네요.
언제까지 하는지 지금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

프레이야 2007-04-28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9월 2일까지에요.^^

stella.K 2007-04-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올라 오셨나 봅니다. 짬내서 한번 가 봐야겠군요!^^

프레이야 2007-04-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당일로 갔다오느라 바빴어요. 헤이리부터 들렀거든요. ^^

비로그인 2007-04-2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보로 서울까지 오신거예요? 캬 멀리오셨다 가셨네요 헤이리도 좋은데 :)
출사나오셨던 걸까...~

전호인 2007-04-2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패키지상으로)이 루브르다 보니 대부분 그곳은 다녀오신 것 같네요. 저 또한 그곳을 다녀오긴 했어도 워낙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는 지라 무엇을 보고 왔는 지 조차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대단히 넓고 깨끗하다는 인상만 받았던 것 같아요. 신기루님처럼 모나리자는 본 것 같은 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서 그것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다방면애 걸쳐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님의 머리를 빌리고 싶어요. ^*^

프레이야 2007-04-2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헤이리부터 갔다가 예술의전당으로 와서 카파전 보고 오르세 보고 그랬네요. 당일로 갔다오느라 다른 곳은 갈 수도 없었고... 헤이리는 다음에 날을 좀 충분히 잡고 가서 쉬엄쉬엄 노닐다 와야겠어요. 북하우스랑 황인용음악실만 갔지요^^
옆지긴 물론 사진 찍느라 신이 좀 났겠죠.^^

전호인님, 님도 루브르에 갔었군요. 부러워요~ 다 보려면 시간이 꽤나 걸린다고
들었어요. 언젠가는 가보겠지요^^

뽀송이 2007-04-2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님의 아름다운 안내에 행복합니다.
그저 님이 전해주는 이야기와 사진에 즐거워집니다.^^
가보고 싶은데... 멀기도 하고...^^;;;

짱꿀라 2007-04-2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구경 사진으로 하게되니 감사합니다. 잘 구경하고 오셨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토트 2007-04-2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더 가보고 싶어졌어요. 끝나기 전에 갈 수 있겠죠?^^;;

BRINY 2007-04-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관람객들 어느 정도로 많나요? 이런 전시회는 줄 서서 빨리빨리 이동하는 분위기가 싫어서요...

프레이야 2007-04-2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여기까지 오지 않는 전시가 많아 안타깝죠. 9월 2일까지니까 가시는 길
있으면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산타님, 주말이 참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아요. 오늘은 친정식구들이랑 어버이날
행사 당겨서 할 거에요. 저희집에 다 모여서 식사할까 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토트님, 네 9월2일까지니까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았어요.^^

브리니님, 저도 사람들 붐비는 전시회는 질색입니다. 제대로 볼 수도 없고 시끄럽고
.. 전 월요일, 그것도 저녁7시 다 되어 들어갔어요. 7시까지 입장해야하고 8시까지
전시회를 열어두더군요. 전시장 안은 좀 삭막한(어두운) 분위기였는데(입구쪽이)
들어갈수록 밝아졌어요. 그림들의 빛으로 더 그렇게 느꼈는지..

홍수맘 2007-04-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어딘가로 떠날 형편이 아닌지라 님의 페이퍼로 만족해야 할까봐요. 퍼갔다가 그림 좋아하는 수한테 보여줄께요. ^ ^.

2007-04-2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상 2007-04-2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루브르는 그림 공부라기 보단 역사 내지는 미술사 공부하러 가기 좋은 곳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고 오게 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오르셰가 더 좋았어요 ㅎㅎ 혜경님이 가장 처음에 눈에 띄었다는 밀레의 그림이 아마, 푸른 달밤에 소녀가 기도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양떼가 모여있는 그림이 아닌지- 오르셰에서 기억에 남아 원제를 적어오긴 했으나, 해석을 못 해서;; 어쨌든 달 관련이라는 것밖엔 모르겠더라구요ㅎㅎ(참고로 원제, Le pare a moutous, chair de lune)

프레이야 2007-04-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수가 그림을 좋아하는군요.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빛으로 느껴지는 밝음과 색채의 향연이 아이들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
더군요. 희령이 3학년인데 작년에 피카소전에 갔을 땐 감흥을 못 갖더니 이번엔
참 좋아하더군요. 추상적인 걸 보고 아름다움을 감지하기엔 어린 것이겠죠.

속삭인ㅅ님, 네 잘 알겠습니다. 저도 화요일에 보낼 수 있겠어요.
고향은... 그러시군요. 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여기가 고향같은데요. 오래 살아서요. 거꾸로네요^^

프레이야 2007-04-2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uan님, 님도 루브르 다녀오셨군요. 부러워요.^^
그 첫번째 그림을 보고 우리딸이 탄성을 지르더군요. 그림의 크기도 무척 컸고
양떼들의 무리가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뒤로는 지평선, 넓은 들판... 거기서
번역제목은 '양떼들이 있는 ~ '였는데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경건한 느낌이 나는
그림이었어요. 님이 적어오신 불어 원제 보니까 저도 뒷부분의 '달의제단'만
알겠네요. 앞의 단어는 불어사전을 찾아봐도 안 나오네요.^^

비로그인 2007-04-3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이리는 제가 사는곳에서 멀지 않은데 저는 제대로 본적이 없네요.
저도 님의 사진으로 구경 잘 했습니다.

프레이야 2007-04-3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헤이리는 날 좋은날 호젓하게 걸으면 참 좋을 곳이었어요.
아니, 비가 오면 더 좋을 수도 있겠어요. ^^

세실 2007-05-0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다녀오셨군요. 요즘 가고 싶은곳 1순위랍니다. 조만간 시간내서 다녀와야 겠습니다. 님의 친절한 해석을보니 더욱 가고 싶어 집니다......아이들은 예술의전당 앞 분수쇼도 즐거워 하지요.

프레이야 2007-05-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부산촌놈이 예술의전당을 이번에 첨 가봤답니다. 분수쇼는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네요. 다음에 또 가볼 기회가 있겠지요.^^ 제주도 잘 다녀오셨지요?

진/우맘 2007-05-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진 그림이 많네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ㅠㅠ

프레이야 2007-05-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9월2일까지니까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