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레이조스 에그리는 각각의 부분 부분을 하나로 모아 줄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줄기에서 곁가지가 뻗어 나오듯 이 힘에서 여러 요소가 자라난다. 그 힘은 무한대의 파장을 일으키고, 힘의 원천은 변증법적 자기 모순에 사로잡힌 인간 캐릭터다.”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느냐이다. 마크 크레이머는 사람이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내러티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존 캐릭터의 부상 

 

사람은 가치관, 믿음, 행위, 가지고 있는 물건의 총합이다. 모습, 말하는 방식, 걷는 모양 등으로 타인과 구별된다.

 

욕망

 

인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를 움직이는 그의 욕망이다.

 

욕망이 클수록 스토리의 규모도 커진다. .....커다란 욕망 속에는 스토리의 극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위험 요인이 감추어져 있다. “핵심 인물은 단지 무언가를 갈망하기만 해선 안 된다.” “너무나 지독하게 원한 나머지 그 목표를 이루려는 치열한 싸움에서 주인공이 파괴하거나 파괴당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피터 루비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는 상당 부분 그를 저지하는 힘(반동 인물)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한다. “이상적인 상황은 주인공을 저지하는 힘이 너무나 막강해 누가 이 싸움에서 이길지 책을 덮기 전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가 길수록 인물의 성장 폭이 커진다......장편소설에서는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고, 단편소설에서는 사건이 스토리를 이끈다는 말이 된다.

 

입체적인 인물, 단편적인 인물

 

 

존 프랭클린은 훌륭한 스토리들을 보면 시련에서 결말에 이르는 우여곡적을 거치는 동안 인물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은 내러티브뿐이다. .......입체감 있는 인물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 이저벨 윌커슨이 2001년 니먼내러티브저널리즘회의에서 독자에게 우리가 만들어 낸 인물을 완전체로 보여 주는 것, 그 인물을 통해 자신을 보고 그래서 그에게 일어나는 일을 걱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는 것이 우리 글 쓰는 사람들의 사명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묘사

 

재닛 버로웨이는 <픽션 쓰기>에서 인물 묘사 기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헨리 제임스나 그 외의 19세기 작가들처럼 작가가 직접 인물을 설명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작품 속에 진하게 드러내는 간접적인 인물 묘사 기법이다. 버로웨이는 헨리 제임스가 <여인의 초상>에서 터쳇 양을 묘사한 대목을 인용한다. “이 아기씨에게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고, 그 덕분에 부드러운 인상을 주겠다는 노력은 늘 수포로 돌아갔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오늘날 최고의 작가들은 인물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드러내게끔 한다. 버로웨이는 이것을 직접적인 인물 묘사라고 부른다.

 

신체적 특징

 

독자를 스토리에 젖어들게 하려면 인물이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동안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시각적 디테일을 줘야 한다. ...묘사가 너무 자세하면 오히려 이 과정을 방해한다. 울프는 세세한 묘사는 본래의 목적을 해치기 쉽다.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흩어 버리기 때문이다. 만화 정도의 윤곽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동작, 표현, 버릇

 

핵심은 어떤 단어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되며 디테일 하나 하나가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인물을 형성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들

 

논픽션 작가를 통틀어 톰 울프만큼 인물의 특성을 드러내는데 소유물을 잘 활용하는 작가는 없으리라. 그는 마돈나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물질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일대학교에서 미국학 박사학위를 받은 울프는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들을 동시대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한 바 있다.

 

<뉴저널리즘>서문에서 그는 현대 논픽션의 저력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 또는 자신이 생각하는 위치, 희망하는 위치를 표현하는 행동 패턴과 소유물에 대한 기록에 있다고 단언했다.

 

 

누군가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어떤 식으로 말하느냐도 말의 내용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드러낸다. .....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신분 표식이다. 입을 여는 순간 자신을 특정 사회계층에 연관 짓는 것과 같다. 말투, 억양, 발음 등 어떻게 말하는가는 단연 우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디테일이다.

 

인물 묘사의 목적

 

인물의 사명은 이야기를 추진시키는 것이다. 생김새든, 짤막한 일화든, 지니고 있는 물건이든 이야기를 추진시키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리 흥미로운들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따지고 보면 스토리의 목적은 우리에게 성공적인 삶의 비밀을 알려 주는 것이다. 어떤 가치관이 실패에 이르게 하는지, 어떤 습관과 시각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 주는지, 넘어야할 시련이 높고 크면 때로 참신한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내려야 할 마큼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장면

 

일례로 뉴저널리즘의 기수 톰 울프는 1970년대에 장면별 구성을 논픽션의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논픽션에서도 이야기를 펼쳐 놓은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논픽션을 쓸 때 자신을 극작가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이 생기면 이곳에 등장인물을 데려다 놓는다. 그런 다음 하고 손가락을 퉁기면 그들이 살아나 숨을 쉬고 무대를 돌아다닌다. 여기에 플롯이 더해지면 캐릭터, 사건, 장면이라는 스토리텔링의 3박자가 완성된다.

 

장면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핵심은 사건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열망과 욕구가 플롯을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오랫동안 글쓰기 코치를 해온 폴라 라로크는 장면 설정은 선물의 포장지일 뿐 그 속에 든 선물은 스토리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달리말하면 각 장면은 사건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과 독자를 붙잡아 두는 일종의 그릇인 셈이다.

 

안으로부터 장면 찾기

 

데이비드 린은 영화감독 인생에서 커다란 전기가 되었던 사건은 자신의 일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일종의 꿈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라고 말했다.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존 가드너 역시 가공의 꿈을 창조하는 스토리텔러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러티브가 일종의 꿈이라는 생각은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특히 무대 설정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작가의 임무는 복잡한 세상사를 그대로 자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몇 가지 디테일을 신중하게 취사선택해 독자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 있는 기억을 건드리는 것이다.

 

장면 선정하기

 

해설 성격의 내러티브라면 매 장면에 글쓴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다소 포괄적이고, 이상적인 요점이 담긴다.

 

스토리 내러티브로 가면 장면 선택은 더욱 복잡해진다. 내러티브 곡선에 따라 펼쳐지는 각 장면은 스토리의 단계를 거치며 사건을 추진시켜야 한다. 스토리 내러티브는 자세한 설명, 즉 주인공을 소개하고,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토리텔링>의 저자이자 문학 에이전트인 피터 루비는 주인공과 그의 시련에 초점이 맞춰진 장면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장면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다.

 

다음 장면과 인과관계를 이룬다

주인공의 열망과 욕구가 장면을 이끈다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토리의 결말에 따라 인물의 상황이 변함을 보여준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라면 그 중심에 갈등이 있고, 따라서 좋은 장면 선택 역시 갈등이 중심에 있다. 가령 피터 루비는 장면에 반대급부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반대급부를 극복하는 데서 스토리 전개에 가속도가 붙는다. 어떤 장면을 넣고 싶은데, 갈등과 감정이 부족하다면 미련없이 버려라라고 말한다.

 

장면을 살리는 묘사

 

빌 블런델이 강조했듯 묘사의 요지는 스토리 전개다. 이말인즉 디테일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테일 드러내기

 

모든 디테일이 장면 만들기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디테일은 사건을 품은 무대를 만들 뿐 아니라 메시지도 전달한다.

 

그룹을 특징짓는 디테일

 

트레이시 키더처럼 노련한 논픽션 작가들은 피사체를 바짝 당겨 잡았다가 다시 뒤로 빠지는 거리 조절에 능숙하다. 그는 그룹을 포괄하는 디테일, 즉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부류에 속하는 가를 나타내는 표시들을 이용해 그룹의 특징을 잡는다.

 

공간

 

마크 크레이머는 독자가 얼마나 넓고 크고, 높은지 등의 공간감을 잡을 수 있도록 무대를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감각으로 그곳에 있음을 느낀다.”

 

트레이시 키더가 폴 파머의 아이티 진료소를 맨 처음 묘사할 때 썼던 수법처럼 원경에서 근경, 즉 무대로 이동하는 것은 내러티브에 동적인 감각을 준다.

 

설정 숏


질감

 

카본은 수업 시간에 우리를 밖으로 불러내 눈에 보이는 장면을 질감으로 표현해 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전에 서로 대조되는 것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똑같은 것보다는 어긋나는 것이 독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분위기

 

요령 좋은 작가는 질감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독자를 둘러쌀 뿐 아니라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매우 생생해서 숨을 들이마시면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다. 픽션에서는 토마스 만이 분위기의 명수다. 논픽션에서는 <뉴욕 타임스>기자 앤서니 샤디드가 필적할 만하다.

 

배경 설정

 

배경 설정은 내러티브가 펼쳐지는 장소의 비중이 큰 장르에서 특히나 중요하다. 장소가 아주 중요할 경우 배경 설명이 주야장천 이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배경이 등장인물이라도 되는 양 무대 앞으로 나서기도 한다.

 

장면 생생하게 살리기

 

생생한 디테일은 살아 있는 장면을 만드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공간감, 질감,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장면을 완성하는 것은 내러티브 속 인물들의 눈을 통해 독자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것이다. 톰 울프는 현대 논픽션은 시점인물들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야 하며, 이것은 무대 설정을 비롯한 다른 요소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한다.

 

장면 구축

 

톰 울프가 뉴저널리즘의 가장 기본기라고 꼽았던 장면별 구축기법은 내러티브가 있는 논픽션인가, 없는 논픽션인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스토리와 리포트를 구분 짓는 특징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러티브기사 중 하나는 민물잡이낚시를 취해한 배리 뉴먼의 <낚시꾼>이다.

 

스토리를 장면별 에피스도가 연속된 시리즈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면 자연히 장면을 구성하는 일이 내러티브 기획의 첫 단계가 된다. 이것만큼 작가에게 스토리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주는 것은 없다. 스토리가 머릿속에 명확하게 잡혀 있으면 취재하고 집필하는 일 역시 간단해진다.

 

액션

 

내러티브 오프닝

 

레이조스 에그리는 극은 첫 대사를 내뱉는 것과 동시에 시작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공격 개심점으로 아래의 경우를 꼽았다.

 

정확히 갈등이 위기로 치닫는다.

최소한 한 명의 인물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을 맞는다.

갈등을 초래하는 결정이 내려진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핵심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에게 닥친 난관들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액션과 시점의 중요성을 염두에 둘 때 내러티브 오프닝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식은 아무개가 무엇을 했다이다.

 

모든 내러티브를 요란하고 격렬한 액션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잔잔한 스토리에는 잔잔한 오프닝이 적절하다. 다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액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2001년 톰 홀먼에게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안겨 준 3부작 내러티브의 첫 장면은 조용히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년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창백한 손으로 멍하니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지속적 운동성

 

스토리는 심장박동처럼 끊임없는 운동성을 띠어야 한다. 내러티브는 시간이라는 줄에 에피소드를 알알이 꿰는 닐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기자들이 배꼽 들여다보기라고 비꼬았던 철학적 의미 파헤치기를 인내심 있게 들어줄 독자는 많지 않다. 일단 이야기가 시작됐다면 계속 굴러가야 한다.

 

액션의 언어

 

지미 브레슬린은 뉴스는 동사다라고 말했다.

 

타동사는 무엇을?‘이라는 질문에 답한다. ...따라서 액션을 정말 액션답게 표현하고 싶다면 연결 동사는 물론 자동사도 피해야 한다.

 

동기는 플롯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존 프랭클린은 문학적 액션에는 대개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움직임이 결합돼 있다고 말한다.

 

능동태.

 

수동태로 문장을 바꾸면 동사의 동적인 기운이 현저히 줄어든다. 예를 들면 비명이 대기를 갈랐다대기가 비명에 의해 갈라졌다로 바꾸는 것이다.

 

수동태의 문제는 인물이 인과관계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를 문장에서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타동사와 마찬가지로 능동태 또한 인물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어떤 식으로, 무엇 때문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줌으로써 내러티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나의 액션은 다른 액션을 낳고, 이것은 또 다른 액션을 낳는다. 이것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시발점 뛰어넘기

 

어떤 동작이 시작되는 순간은 지극히 짧다. .....스토리를 채우는 것은 액션 이미지다. 동작의 시발점을 건너뛰고 바로 동작을 언급하는 것이 더 낫다.

 

얀 볼즈는 차가 한쪽으로 가울더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라고 썼지만 차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데굴데굴 굴렀다도 안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간 표시 장치

 

대개는 은근슬쩍 시간을 알린다. 가령 여름에서 가을로 훌쩍 넘어가 장면이 새로 시작될 때 나무의 색깔을 언급하는 것이다. 혹은 등장인물이 건물에서 걸어 나올 때 하늘에 해가 어디쯤 떠 있는지 살짝 언급해 시간을 알리기도 한다.

 

속도

 

피터 루비는 각 장면은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속도라는 것은 내러티브가 이 클라이맥스에서 다음 클라이맥스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는 뜻이기도 하다

 

일단 정점에 다다르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존 프랭클린의 말에 따르면, “감정이 얼마나 진하게 배어 있느냐는 곧 스톨리텔러가 인물과 배경에 내러티브 카메라를 얼마나 가까이 들이대고 있느냐를 말해준다.

 

속도 조절은 스토리텔러의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 테크닉 중 하나다.

 

<세인트 피터즈버그 타임스>기자 시절 퓰리처상을 받은 톰 프렌치는 스토리를 쓸 때 이런 현실의 속도감을 정반대로 뒤집으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지루한 부분일수록 속도를 높여야 하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 느껴지는 재밌는 부분에서는 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그 장면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고, 그 속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장면 내러티브로의 전환을 줌인이라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속도는 어떻게 늦추는 걸까? 톰은 지면을 더 많이 할애한다고 말한다. 문장의 수를 늘리되, 그 길이는 짧아야 한다. 문단도 더 짧게 나누어 여백을 이용한다. 평소라면 그냥 건너뛰었겠지만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여백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톰은 장면 내러티브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로 중요한 대목이 임박했을 때 질질 끌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할 때의 감질맛을 주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해설

 

해설은 내러티브의 적이다.

 

첫째,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넣지 않는다. “모든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블런델의 원칙이다. “몇 시냐고 묻는 사람에게 시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하진 않는다......설령 필요하다 하더라도 빨리 해치우고 본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다.”

 

 

드라마적 목적을 띠는 설명이 꼭 필요한 설명이다.

 

스토리의 흐름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액션을 서술하는 문장 사이에 종속적이나 수식어구, 동격어구 등을 통해 설명을 끼워 넣는 것이다. 주절은 액션을 묘사하는 용도로 남겨둔다.

 

노련한 작가는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은근슬쩍 주절 사이에 배경 설명을 집어넣는다.

 

여자들은 데이크론 소재의 정장을 입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시시피의 햇볕에 얼룩덜룩해진 팔에는 에나멜가죽 가방이 들려있었다.


- 레타 그림슬리 존슨 <멤피스 커머셜 어필>

  

메리 로치의 글로 다시 돌아가 그녀가 액션이 가득한 장면 안에 어떻게 설명을 삽입했는지 살펴보자. 그녀는 칼을 위로 들어 올려 던질 자세를 취한다. 그 순간 교관이 그녀를 제지한다. 이때 약간의 스릴이 조성된다. 메리는 하던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고 독자에게 대놓고 투검술의 성공 비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교관의 액션이 재개된다. 교관은 칼날을 던져 과녁에 꽂는다. 빌 블런델은 이것을 샌드위치 기법이라고 부른다. 액션은 빵에 해당하고, 설명은 속에 해당한다. 이 두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완전한 맛을 내는 것이다.

 

1인칭 시점 액션

 

 

자신이 무언가를 봤다고 인정하진 않지만 무언가가 보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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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만큼 쓰기는 또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1박2일?ㅋ

근데 논픽션 쓰기가 소설이나 시나리오 쓰기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그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런 책 읽을 때마다 과연 작가들이 메뉴얼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나 싶기도 해요.
그냥 뭐 하나에 꽂혀서 자유롭게 써 나갈 것 같은데...ㅠ

시이소오 2016-09-03 17:19   좋아요 1 | URL
실제로 소설은 하루키처럼 ` 오늘은 뭘 써볼까 `하고 펜이 가는대로 써도 되지않나요?

제 생각에 시나료는 그렇게쓸수 없는 장르같아요. 어느 정도는 설계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논픽션도 설계작업이 필요할것 같네요 ㅎㅎ


AgalmA 2016-09-04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것에서 흥미를 느끼고 지루해 하는가를 감안한 스토리텔링의 근본 전략 문제가 되겠죠.
전문가-작가는 위 전략들을 지침으로 보고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체득하고 있을 정도로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게 관건이겠고요. 얼개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받지 못해 비난받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얼개들이 보여 폭망하는 것;;
정리를 잘 하셔서 재밌게 봤습니다^^

시이소오 2016-09-04 19:19   좋아요 0 | URL
천의무봉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네요. 아갈마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정리한 보람이 있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05 16:3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글을 보면서 Agalma 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작가들은 이미 많은 작품을 보고 많이 씀으로 인해서 이런 작법들이 체화되어 있을 것 같아요ㅎ

시이소오 2016-09-05 16:37   좋아요 0 | URL
체화될 정도로 읽고 써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