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권의 작법서 (시나리오, 소설 등)를 읽었지만 논픽션 작법서는 처음이었다. 책을 읽으며 기자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기자들은 우선 신문사의 도움으로 논픽션을 쓸 수 있다. 논픽션이 여의치 않다면 픽션을 쓸 수도 있다. 기자 출신 소설가들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렇게 좋은 직업이거만 한국 기자들은 어째서 기레기에 만족하는 것일까. 김영란 법 물고 늘어지는 기레기들이여..... 니 돈 주고 사 먹어. 거지 새끼들아!!!)

 

좋은 작법 책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굳이 논픽션에 한정할 필욘 없다고 본다. 픽션 작법서로도 활용 가능하다. 방송이든 신문 기사든 영화든 결국엔 스토리텔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므로. 

 

 

과학 저술가 스티븐 홀은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자신의 뇌를 MRI로 찍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오른쪽 전두엽에서 각설탕만 한 구역이 활성화되었다. 홀은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발표한 글에서 하전두회(inferior frontal gyrus)에 위치한 이 부위를 스토리텔링 영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은 시각피질을 비롯한 뇌의 다른 영역과도 연결돼 있다. 홀은 이 영역이 모여서




스토리 텔링 시스템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33)

 

나는 존 프랭클린이 논픽션 스토리텔링 교본 <스토리 쓰기>에서 내린 정의를 좋아한다.

 

스토리는 공감을 일으키는 인물이 뜻하지 않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나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37)

 

 

일련의 행위

 

어떤 스토리든 주요 등장인물은 행위를 하고, 뒤이어 또 다른 행위를 한다. 이 일련의 행위를 작가가 글로 적은 것이 내러티브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사건을 일어난 순서대로 기술한 것이 내러티브다.

 

반면 플롯은 내러티브처럼 단순하지 않다. 스토리텔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신중하게 재료를 고르고 배치한 것이 플롯이다. 재닛 버로웨이는 플롯을 극적 효과와 감정선, 주제 의식이 드러나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한 사건의 연속이라고 정의한다. 유도라 웰티는 간단히 ?”라고 정의한다. 소설가 E.M 포스터는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가 내러티브, “왕이 죽자 왕비가 비탄에 빠져 죽었다가 플롯이라고 했다.

 

스토리는 내러티브와 플롯이 결합한 것이다. 플롯은 원인과 결과 형태로 전개되고, 이 형태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몇 차례 플롯 전환점을 거친다. 로버트 맥키의 정의에 따르면 플롯 전환점이란 스토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국면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자꾸 일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라

 

시련

 

재닛 버로웨이는 문학에서는 오직 문젯거리만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즉 주인공에게 문젯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련을 인간의 욕망이란 측면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 무언가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인간은 이제 하나의 스토리를 시작할 단초를 갖고 있는 셈이다. 시련이 커질수록 스토리도 커진다. 존 프랭클린은 사랑, 증오, 고통, 죽음 등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근본적인 시련을 좋아한다.

 

레이조스 에그리 역시 캐릭터를 설정할 때 동일한 원칙을 내세운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주인공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당연히 치열한 갈등이 이어지고, 이것이 묵직한 스토리를 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해결

 

해설 내러티브의 경우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일련의 행위를 기술해 나가지만 반드시 해결 국면이 등장하진 않는다.

 

내러티브 에세이는 짤막한 동선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비네트 역시 해결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장르다. 삶에 대한 짧은 통찰을 잘 포착했다면 훌륭한 비네트다.

 

나는 해결에 대한 프랭클린의 또 다른 견해에도 동감한다. 그에게 해결은 예외없이, 절대적으로 캐릭터가 스스로 일군 노력의 산물이어야만 한다.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운명을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캐릭터에게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는다. 맥키는 이런 스토리를 아크플롯이라 부른다. 반대로 주인공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해 치이고 깨지는 희생자로 그려지는 플롯을 안티플롯이라고 한다.

 

구조.

 

소설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나는 기획 단계에서 종이에 각 플롯 라인을 포물선으로 그려 본다. 한쪽 끝에 A, 반대쪽 끝에 B를 적는다. A는 질문이고, B는 그 답이다. 질문은 대개 주인공의 구체적인 바람과 연관돼야 한다고 말한다.

 

내러티브 포물선

 

짐 콜린스는 내러티브 포물선을 이해하는 작가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시작, 중간, 끝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독자를 따라오도록 만드는 사건이 연속해서 배열된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굴곡 없이 단조로운 글이 많다.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데, 사건들을 잇는 통일된 흐름이 없다.”

 

 

발단

 

독자에게 주인공이 누구고, 주인공이 직면하게 될 시련이 무엇일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발단을 인물을 정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레이조스 에그리는 발단노출시키는 행위라는 웹스터 사전의 정의를 들며 그렇다면 무엇을 노출시켜야 할까? 전체? 전반적인 분위기? 인물의 배경? 플롯? 장소적 배경?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노출시키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좋은 발단을 쓰는 요령은 독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만 알려 주고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배경 정보가 될 만한 수많은 사실 중 이야기에 꼭 필요한 옥석만을 가려내야 한다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인 코맥 메카시가 한 모든 게 알려지는 순간 내러티브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반드시 노출되어야 할 아주 짧은 정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시작이 지연된다면 쉽게 집어넣어선 안 된다.

 

로버트 맥키는 이것을 사건의 단초라 하고, 누군가는 플롯 전환점 A”, 또 다른 누군가는 시련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상승 (발전)

 

<리얼 맥코이>의 작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 중심 인물의 삶을 저 위 산꼭대기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바위라고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테드 코노버는 내러티브는 문제가 생겼을 때라고 말한다.

 

각 전환점은 앞 뒤로 맞물렸다. 레이조스 에그리의 말처럼 극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은 바로 앞 순간에서 생겨난다.”

 

필립 제라드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치밀한 순서로 짜인 미스터리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문제였던 것이 점점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가장 큰 미스터리는 최후로 미뤄둔다. “

 

좋은 내러티브는 한껏 희망을 부풀렸다 꺼뜨린다. 상승 단계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3. 위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운명의 급전환이라는 뜻을 가진 페리페테이아에 대해 언급한다. 이것은 주인공을 갑자기 위태로운 심연으로 떨어뜨리는 3막의 반전을 말한다.

 

 

당신은 (시간순으로) 발단부터 스토리를 시작하는가? 아니면 다짜고짜 위기로 시작하는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론>에서 이 같은 딜레마를 인정했다. 호메로스는 사건의 중반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플래시백을 사용해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사건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지점에서 시작하면 위기가 먼저 등장한 뒤, 처음으로 되돌아가 발단, 시련, 상승 순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KISS(Keep It Simple, Stupid) 원칙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만약 이 플롯 전환점 b가 있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시발점이 되는 사건(플롯 전환점 a)과 주인공이 통찰을 얻는 지점 (플롯 전환점 b)이 모두 있다는 것은 완벽한 스토리라는 뜻이며, 문학성 있는 작품으로 탄생할 가능성을 가진 소재를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오한 심적 변화가 딱히 없을 경우, 위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이 통찰 지점으로 간주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위가가 해결로 접어든 계기가 무엇이었지?”라고 물어보라. 그 계기를 통찰 지점으로 삼자.

 

4. 절정 (해결)

 

5. 하강(대단원)

 

이런 의문들이 하강 단계에서 해소된다. 따라서 이 단계를 매듭 풀기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데뉴망(denouement(대단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마크 라라비가 스토리텔러로 매번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말에 의외의 사실을 심어 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점

 

소설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시점이란 스토리를 전달하거나 경험하는 인물의 심리적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학 에이전트 피터 루비는 시점을 카메라 렌즈의 위치에 비유한다. 주로 문학성 짙은 논픽션을 쓰는 필립 제라드는 시점은 1인칭도, 3인칭도 될 수 있다. 스토리텔러가 등장인물의 심리에 얼마나 깊이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관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시점 인물

 

3인칭 시점 내러티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명의 등장인물을 따라가지만 그 인물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는 이 시점인물과 함께 호흡한다. ....때로는 이 시점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훤히 알고 있다.

 

시점인물 사용은 현대 내러티브 논픽션의 훌륭한 장점 중 하나다.

 

1인칭

 

테드 코노버와 트레이시 키더가 만들어 낸 1인칭 화자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의 논픽션 분야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던 뉴저널리즘의 자아에 도취된 1인칭 시점과는 다르다. 헌터 톰프슨, 톰 울프 등의 뉴저널리즘 작가는 글에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을 드러내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거칠고 이색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뉴 저널리즘은 스토리에서 작가의 생각, 철학, 비전, 표현 방식이 객관적 현실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법이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정반대다. 작가다운 스타일도 문학적 과장도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가의 벌거벗은 비전은 거부한다. 작품에 드러나야 할 비전이 있다면 그것은 등장인물의 것이어야 한다.”

 

3인칭

 

트루먼 커포티가 픽션에서 보여 준 천재적 재능을 현실 속 이야기로 가져와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쏟아 냈을 때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3인칭 시점을 사용했다. 커포티가 <인 콜드 블러드>에서 유감없이 보여 주었듯, 3인칭은 그것이 가진 가능성과 장점으로 인해 논픽션 스토리텔러가 애용하는 기본 시점이 되었다.

 

3인칭 시점은 첫째 작가 자신이 영화를 찍는 카메라가 되어 장면과 인물의 외적 이미지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포착할 수 있다. 둘째 자연의 법칙을 초월해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공간을 이동해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일을 전할 수 있다. 심지어 과거와 미래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필립 제라드는 3인칭 시점의 첫 번째 특징인 카메라 시선을 가리켜 극적인 시점이라고 부른다. 독립된 관찰자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위치에 머무르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이며 저널리즘 정신에 부합한다. 이 시점을 취하는 내러티브는 순수하게 장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메라의 위치, 스탠스

 

스탠스는 단순히 카메라를 놓는 위치,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이지만 카메라를 놓는 그 사람이 사물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보통 스탠스는 스토리가 펼쳐지는 모습을 독자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각도를 잡기 위해 선정한다.

 

하나의 스토리는 여러 가지 시점에서 풀어낼 수 있다. 그러나 독자가 주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하는 것은 작가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스탠스는 시점인물의 위치인 경우가 많다.

 

스탠스를 선택할 때 무슨 대단한 과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른다는 게 중요하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게끔 해애 한다. 마치 그들 자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상과의 거리

 

일단 시점인물을 선택하고, 1인칭인지 3인칭인지 결정한 뒤 스탠스까지 정했다면 이제 한 가지만 남는다. 이야기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것인가?

 

거리가 달라지면 내러티브도 달라지고, 언어도 달라진다. 거리가 아주 멀면 그래서 사건 현장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요약 형식의 내러티브가 된다. 거리가 좁혀지면 현장 내러티브로 전환된다. 이런 구분은 어떤 매체가 됐든 내러티브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러티브를 쓸 수 없다.

 

.....하지만 토드와 조너선은 34번의 급류를 거치는 동안 일어났던 이 많은 일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과거의 일을 훤히 알고 있는 역사가처럼 시간과 공간을 건너뛴다. ....무슨 일이 있었나를 간추려 보고하는 요약 내러티브 내지는 역사 내러티브 스타일의 저널리즘 시점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맥두걸 일행이 녹색 장벽에 이르는 순간 드라마가 펼쳐진다. 작가는 지상으로 급하강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독자는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생생하게 액션을 지켜본다. 만약 훌륭한 스토리텔러라면 바로 이때 현장 내러비트, 일명 극적 내러티브로 전환한다.

 

요약 내러티브와 현장 내러티브는 기본적으로 추상화 사다리에서 점하는 위치가 다르다. 이 사다리는 작가들에게 유용한 개념을 제공한다. 가장 구체적인 단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형체가 흐려지며 추상화하는 식이다.

 

사다리 맨 아래 칸은 사건 현장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현장 내러티브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온 것이다. 다 보이고 다 들린다. 때로는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다. 현장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므로 등장인물과 함께 느끼고 반응한다. .....추상화 사다리의 가장 아래 칸에서는 감정이 솟아난다.

 

사다리를 오를수록 독자에게 보여 주는 시간과 공간의 폭이 넓어진다. 거추장스러운 디테일은 생략되고, 이 단계에 포함되는 모든 것은 간략하게 한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요약 내러티브라는 표현은 여기서 나왔다. 사다리를 올라가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형체는 볼 수 없다.

 

요약 내러티브는 구체성을 내준 대신 다른 가치를 얻는다. 시야가 넓은 위 단계에서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지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언론매체의 보도기사는 대부분 사다리의 중간 칸에 자리한다.

 

대부분의 논픽션 작가는 끊임없이 현장 내러비트와 요약 내러티브를 오간다. 그때마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그들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 스승들의 지겨운 가르침을 무시한 채 말하기도 하고, 보여 주기도 한다. 더불어 그들은 좋은 글은 계속해서 추상화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목소리와 스타일

 

메리 로치가 누구인가. 티라노사우루스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폼이 패션계 명사 같다라고 표현한다든가, 도너 파티의 식인 살인마들이 세상 어느 요리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음식에 손을 댔다며 뜻밖의 순간에 재기 넘치는 익살을 던질 줄 아는 작가다.

 

말장난도, 우스갯소리도, 시각적 환기도 없다. 늘 그렇듯이 존 맥피의 글은 카펫이 펼쳐지듯 부드러운 전개를 보인다.

 

그렇다면 목소리란 정확히 무엇일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포괄적인 정의는 글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글쓴이의 개성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적 목소리

 

보고서적인 글쓰기란 목소리를 지우는 글쓰기다.

 

1인칭 시점과 목소리

 

거침없이 대담하게 글을 썼던 뉴저널리즘 작가들에게 스토리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헌터 톰프슨의 글은 모두 헌터 톰프슨 렌즈를 통과한 것이고, 노먼 메일러의 모든 논픽션에는 노먼 메일러가 있다. 이렇게 자아가 드러나려면 현실적으로 1인칭 시점이 되어야 한다.

 

세라 데이비드슨은 처음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릴리안 로스가 내 이상형이었다. 그녀는 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구심점이 되는 자아가 확실히 존재했다고 말한다.

 

트레이시 키더는 필요에 따라 1인칭 시점을 사용하며 주인공의 특징을 부각하는 역할로 자신을 이용했다. 실제로 문화기술지학을 공부했던 테드 코노버는 <정처없이 떠돌다>를 쓰기 위해 몰래 화물열차에 올라타 이 농장 저 농장으로 날품팔이를 다녔고, <신참>을 쓸 때는 실제 교도관으로 취직했으며, <코요테>를 쓰기 위해 불법 이민자 무리에 섞여 국경으로 잠입하기도 했다.

 

페르소나와 작가의 위치

 

페르소나는 목소리의 필수 요소다. 글에 개성을 입히고 싶다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개성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즉 페르소나가 편해지면 절로 생겨나는 것이 목소리다. 트레이시 키더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아주 서서히 글을 쓰는 목소리를 찾아냈다. 지적이고 공정하며 이성적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것이었다.”

 

작가의 위치는 또 다른 문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내러티브라고 할 때 위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가 서 있는 곳을 말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저자로 알려진 시카고대학교 문학 교수 노먼 매클린은 상황에 따라 무대 안팎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서술자의 유연성,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매클린이 남긴 유일한 장편 논픽션 <젊은이들과 산불>20세기 논픽션의 고전으로 꼽힌다.

 

목소리와 스타일

 

목소리가 글에서 묻어나는 글쓴이의 성격이라면 스타일은 그 성격이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소설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글을 피막처럼 싸고 있는 언어적 표층을 말할 때 이 구분을 상용한다. 그는 이 개념에 단어 선택, 문장 형식, 비유법 등 허구의 인물이 말하고 생각할 때 그의 욕망과 역사를 드러내는 언어적 특징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논픽션의 내러티브에도 언어적 표층이 있다. 이 표층은 강력한 서술자가 내러티브를 지휘할 때 절로 떠오르는 서술자의 자아를 반영하는 동시에 언제든 무대 위 시점인물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언어적 표층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계속 변화한다. 이런 면에서 예술은 인생의 모방이다.

 

내러티브에서 저자가 취사선택하는 단어의 수준은 그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주요 표식이다.

 

비유의 기교

 

비유는 스트라우스가 꼽은 언어적 표층의 마지막 요소이자 작가 특유의 목소리를 살려 주는 주된 요소다.

 

에릭 라슨은 은유법뿐 아니라 처럼, 같이, 인 양등을 사용해 명확히 비유하는 직유법의 고수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수사를 추구하는 사람은 유명한 인물, 사물, 사건에 빗대는 인유법, 말장난, 의인법을 사용한다.

 

폴라 라로크는 이러한 수사법을 숲길 위에 떨어져 있는 보석에 비유하며, 독자는 이 보석에 이끌려 계속 길을 걷는다고 말한다. .....세 문단에 하나씩이 적당하다.

 

자기만의 목소리 만들기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궁극의 비법은 긴장을 풀고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긴장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체크하고 갑시다라고 말하며 목과 등, 어깨가 굳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몸을 풀고 다시 글을 쓰는데 그러면 키보드 두드리는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마음이 편하면 글쓰기가 빨라지고, 글 쓰는 속도가 빠르면 좀 더 자기다워진다.

 

메리 로치에게 내러티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사실과 재미를 엮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러티브 작가 지망생에게 마음 가는 대로 즐기면서 하라고 조언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9-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많으면 글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고, 한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져버려요. 마음을 차분하게 한 뒤에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보면 고쳐야 할 곳이 보입니다. 서평 이벤트처럼 마감 기간 내에 올려야 하는 글을 쓸 때, 미리 써두는 게 좋아요. 괜히 여유 부리다가 마감 기한 이틀 남겨두고 쓰기 시작하면 낭패입니다. 아무리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한다고 해도 제대로 써질 리가 없어요. ^^

시이소오 2016-09-02 11:34   좋아요 0 | URL
어깨에 힘 빼고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법서에 대한 정의를 : 작법서를 읽고 나면 독자 모두가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책`이라고..

시이소오 2016-09-02 11: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도 이 책을 읽고 `어라, 그럼 나도 논픽션을 써 볼까` 했습니다.

stella.K 2016-09-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저의 잊고 있었던 수업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 다 듣고도 결국 내 멋대로 쓰다 웅덩이에 빠지곤 하죠.
어쨌든 허우적 거리다 빠져 나오면 좋은데
제가 여럿 빠뜨려놓고 구해 주지 못한 인물들이 한 트럭은 됩니다.
이야기 한 편 쓴다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시이소오님은 책 읽기도 빠듯하실 텐데 이런 정리는 언제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쓰려면 2박3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ㅠ

시이소오 2016-09-02 13:27   좋아요 0 | URL
이야기를 쓴다는 게 쉬운 게 아니죠.

저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계속 책으로 도피중입니다.

정리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있잖아요? ㅎㅎ

저도 2박 3일은 걸린듯 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