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3 - 4.19 혁명에서 3선 개헌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8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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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70년대의 남북관계는 적대적 공존관계였다. 한쪽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다른 한쪽 정권의 입지가 강화되었다. 그러다보니 서로 닮은 꼴이 되었다. 이종석은 그런 관계를 거울영상효과라고 부른다.

 

박 정권은 자주, 자립, 자위, 주체, 국방, 경제 병진 건설 등 60년대 북한 정권이 즐겨 사용했던 말들을 60년대 말부터 빈번히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유신체제 형성 뒤에는 더욱 일반화해서 사용하였다.”

 

68121일 새벽 4, 북한 산 비봉에 31명의 젊은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116일 개성을 출발한 김신졸르 비롯한 북한 무장공비단이었다. 김신조 일당은 청와대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하는 동안 단 한번도 제지 받지 않았다. 자하문 고갯길에서 최규식이 강경 대응하자 공비들은 기관총을 난사한다. 공비들은 시내버스 헤트라이트 불빛을 국군 출동으로 착각하고 시내버스에 세 발의 수류탄을 투척한 이후, 각자 도주한다. 김신조 한 명만 생포된다. 나무꾼이 무장공비를 신고한 건 119일 오후 2시였다. 그러나, 군경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분노한 박정희는 미국 대사 윌리엄 포터를 불러 북을 공격해야 겠소. 이틀이면 평양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하고 말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포터는 이렇게 대답했다.

북을 공격하시려거든 혼자 하십시오.”

 

1.21 사태가 일어난 지 이틀 후 123일 동해상에서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영해 침범으로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승무원은 모두 83명이었다. 미국은 핵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를 원산 앞 바다 배치, 항공호함 2척을 추가 배치, 공군전투기 361대를 이남으로 전진 배치했다. 미국이 청와대 습격보다 푸에블로호에 더 중점을 두자 박정희는 분노한다. 박정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염려한 미국은 대통령 특사 사이러스 밴스를 한국에 파견한다. 밴스는 1억 달러의 추가 군사원조 등으로 박정희를 달래는 한편 베트남에서 한국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은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한동안 푸에블로 음모론도 등장했다. 미국이 상호 갈등을 빚고 있던 중국과 소련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1. 미국은 이미 정찰위성과 정찰기의 최신예 레이더로 북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정보함을 북한 영해 가까이 보낼 필요가 없었다. 2. 푸에블로호에는 기관총을 비롯, 제대로 된 방어 무기가 없었다. 3. 나포 당시 미 공군이나 해군의 즉각적인 구원 작전도 없었다. 등이 제시되었다.

 

1.21 사태로 야당 입지는 위축되고 반공이 지상명제가 되었다. 41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된다. 주민등록법1.21 사태로 통과된다. 1121일부터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증이 발끕되었다.

 

반공 교육은 물론 반공법 적용도 강화되었다. 68년은 미군들이 한국 사람을 린치한 신문기사를 놓고 술자리에서 미군을 욕하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빨갱이로 무수하게 두들겨 맞고, 택시에서 한두 마디 박정희 비난을 했다가 그대로 남산으로 실려가 빨갱이 앞잡이라고 매타작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던 세상이었다. 그래서 이 무렵에는 마누라와 정사를 하는 배 사이에도 중정의 촉수가 파고들어 있다고 하는 세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박정희의 가장 유력한 왕위계승자는 김종필이었다. 김종필은 권력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었고, 박정희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권력을 계승해 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김형욱은 끊임없이 김종필을 괴롭혔다. 이런 와중에 국민복지회 사건이 터진다. 김종필의 측근들이 반국가단체를 조직, 대통령 각하를 비난했다는 것. 이에 김형욱은 김종필의 측근들을 정보부로 연행, 고문한다. 김종필은 정계은퇴를 선언한다.

 

824일은 이른바 통일혁명당 사건이 터진다. 158명이 검거되고 50명이 구속되었다. 공소사실은 김종태, 이문규 등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부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꾀하였으며 북괴로부터 자금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사를 돌아보면서 중정, 안기부, 국정원의 조작질은 정말 이제 지겨울 정도다. 어떻게 수 백번이나 똑같은 조작질을 벌이는데도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 걸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억울하게 죽어야 국정원 같은 조작 단체가 없어질려나.

 

5명이 사형당하고 신영복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중형을 언도받았다. 김종태는 잡지 <청맥>을 발간했다. <청맥>에 드나들던 멤버 중 한사람이 육군 중위 신영복이었다. 신영복은 2020일 복역하고 88815일에 가석방된다.



 

1030일 울진, 삼척에 130명의 무장 공비가 침투한다. 군은 1224일까지 110명 사살, 5명 생포, 2명 자수의 전과를 올린다. 남한 측은 군인 33, 민간인 16, 부상 37명이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 중에 9살 이승복도 포함돼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승복이 죽기 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특종을 보도한다. 완벽한 소설이었다. 조작 기사였다.

 

68년 이후 20년간 이승복의 반공 영웅화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었다. 교과서에 실렸고, 반공 웅변대회에서 이승복은 필수 소재였다. 이승복 노래도 만들어지고, 동상이 세워지고 기념관까지 건립되었다.

 

90년 이후에야 와서야 교과서에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이은상, 박종홍, 이인기에 의해 국민교육헌장이 만들어진다.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라니,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니. 국민교육헌장은 박정희 3선 개헌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동아일보 기자인 김진배와 박창래는 <신동아> 6812월호에 <차관>이라는 심층보도 기사를 실었다. “차관이 정경유착의 표본이며 정치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기자는 구속되었다. 다른 언론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신문은 완전히 중앙정보부 손으로 넘어갔다.

 

이 대신 <주간 중앙>, <선데이 서울>, <주간 조선>, <주간 경향>이 창간했다. <주간 한국>의 발행부수는 68년에 이르러 40만 부에 달했다. <선데이 서울>은 창간호 6만 부가 2시간 만에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언론의 치열한 상업성 추구는 박 정권이 바라던 바였다. 박정권은 언론에게 각종 특혜를 베풀어 언론이 오직 상업적 성장에만 몰두하게 유도한다. 특히나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박정희가 베푼 특혜에 힘입어 신문사 건물과 코리아나 호텔을 짓기 위한 상업차관을 일본으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들여온다. 7~8%의 상업차관이었다. 당시 국내 금리는 연 26%였다. <조선일보>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 신문 등이 중앙정보부와 손을 맞잡고 사옥을 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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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68년부터 `북풍`이 존재했군요.. 지금까지 애용되는 정치 공작의 역사는 정말 유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시이소오님,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8-14 15:10   좋아요 2 | URL
몇십년동안 똑같은 짓거릴해도 매번 당하는 국민들이 있다는게 이해불가네요. 이게 무슨 닭대가리도 아닌데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ㅋ ㅠ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이런 글 읽으면 속이 뒤비지는데.....

시이소오 2016-08-14 15:15   좋아요 0 | URL
답답하죠. ㅠ ㅠ

겨울호랑이 2016-08-14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일단 알게된 후에는 좀처럼 잊지 못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시이소오 2016-08-14 15:41   좋아요 2 | URL
그렇게 믿어야겠죠. 겨울호랑이 님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종북...ㅋ

시이소오 2016-08-14 20:25   좋아요 1 | URL
저는 북한도 싫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8-14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알려주거나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지 않나요?
무슨 말인지 생각도 안해보고 앵무새마냥 종북종북.

시이소오 2016-08-14 21:08   좋아요 1 | URL
진실을 알려주거나 바른말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께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14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한 싫어요

마르케스 찾기 2016-08-1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북한이,,, 좋은데ㅋㅋㅋ 북한 정권, 김부자 옹호 세력이 싫을 뿐ㅋㅋ 헌법에 북한도 독도와 같은 대한민국 영토라 되어 있다네요.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ㅋ).. ˝남 북˝의 지도자들이 어찌 그리 다 자기들만 잘살려드는지,,,, 박정희도 싫고, 북한 김부자 정권도 싫고,, 힘없이 매번 당하는 남북 국민들(우리)만 안타까울 뿐,,, 대한민국은 동서로, 남북으로, 정권세력과 국민으로, 세대차로, 심지어 남녀로,,, 너무 나눠져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까워요ㅋ 잘 읽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8-15 18:32   좋아요 1 | URL
ㅋ 맞는 말씀입니다. 김부자가 싫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