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홍구의 <사법부>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현대사 책들을 읽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1,2,4, 강준만의 <한국현대사 산책> 1980년대 편, 1,2,3,4,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 안경환의 <조영래 평전>, 박상률의 <조영래>. 이 책들 전부 리뷰를 쓰고 싶은데 오늘이 반납일이다.

틈나는 대로 사들여야겠다. 역사책들은 의외로 재미있다. 재밌음에도 빨리 읽히진 않는다. 눈으로 읽었다기 보다는 몸으로 읽었기 때문일까. 역사책들은 눈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심장으로 읽는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기진맥진이다.

 

누가 광주를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강준만은 말한다. 광주를 머리로 이해할망정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나, 그 이전에 머리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무지에 눈물이 찔끔 나온다. 광주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4.19, 4월 혁명에 대해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모르니, 뉴라이트, 새누리당, 박근혜 같은 것들이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든다.

 

우리에게는 역사의 죄인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제일 큰 죄인은 누구일까. 우선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이승만을 존경하는 사람들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이 거기 포함된다. 이들은 이승만을 살리고 나아가 그를 건국의 아버지’, ‘국부로 만들어 놓을 수만 있으면 역사의 죄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나아가 이승만이 국부가 되면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 기득권을 계속 움켜쥘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 서중석, 김덕련,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p8.


우리 헌법에는 3. 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4. 19, 혹은 4월 혁명이 무엇인가?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해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지역이 아니라, 남한의 전 국민이 들고 일어선 혁명이다. 전 세계인이 손에 꼽는 혁명이다. 그런데 이승만이 국부라고?? 4월 혁명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한 마디로 위헌이다




 

제주 4. 3 항쟁으로 제주 시민 중 10분의 1이 죽었다고 한다. 4. 3 항쟁의 원인은 친일파 경찰들과 이승만의 분단 정책 때문이었다. 학살 주역들은 군인, 친일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이다. (이 서북청년단이 박근혜의 비호로 다시 부활했다.) 이승만과 미군정은 해방 이후, 도망친 친일파들을 도로 불러들여 정부 요직의 자리에 앉혔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후 숱한 국민들을 학살한다.

 

여순 항쟁(박정희는 남로당 프락치로 목숨을 건진다.), 거제 민간인 학살사건, 노근리 학살사건 등 숱하게 많다. 이승만과 미국의 지시로 10만 명에서 50만 명의 국민들이 학살당했다. 전두환의 5.18도 끔찍하지만 이승만 역시 끔찍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국민들을 살해했다.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린아이, 여자, 노인들이었다. 그런데도 이승만을 국부라고? (민간인 학살의 주역은 11사단이었다. 이들은 1980년 광주에서 또 다시 학살을 자행한다.) 

 

4. 19 때도 5.18 광주 항쟁처럼 계엄군이 들어왔었다. 만일 이승만이 전두환처럼 군인들과 좀 더 밀착된 관계였다면 어쩌면 캄보디아처럼 수 백만 명의 국민이 잔인하게 학살당했을 지도 모른다.

 

김일성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다.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같은 독재자 역시 김일성 못지않게 찢어 죽일 놈들이다. 국민들은 단 한 번도 이승만을 뽑아 준 적이 없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정 선거 방법을 동원해 당선되었지만, 온 국민이 혁명을 통해 쫓아냈다. 그런데 국부


김일성을 찬양하면 잡혀간다. 그런데 왜 이승만을 찬양하는 것들을 버젓이 활보하게 놔두는 걸까. 이승만을 찬양한다는 건, 4월 혁명을 부정하는 짓이고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할뿐더러, 이승만이 자행한 국민 학살을 옹호한다는 뜻이다.

 

이승만을 국부라고 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언제나 타인을 전제로 한다. 사적 영역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들 순 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주장한다면, 김일성을 찬양하는 이를 처벌하듯 처벌해야 마땅하다.

 

강준만에 따르면,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은 그렇게 타락하지 않았다. 4월 혁명 역시 언론의 도움이 컸다. 75년 이후로 언론은 완전히 기득권에 장악된다. 80년 광주 항쟁이 터졌을 때, 언론의 '대활약'에 힘입어 광주 지역 이외의 국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정권에 아부하는 조선일보의 행태를 보면 절로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작금의 방송 역시 독재협력세력에 완전히 장악되었다. 2013년도에 <티브이 조선>과 동아일보 산하 <채널에이>에서 5.18 광주항쟁 때 북한군 600명이 투입됐다는 방송을 했다.

 

사실 역사적으로 영남은 호남과 더불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릴 만하다. 4.19 혁명의 도화선도 1,2차 마산 의거 때문이었다. 부마사태 역시 10. 26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만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더라면, 박정희는 차지철과 함께 부산, 마산 시민들 수 백만명을 학살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5.18 이후, 전두환의 영호남 차별 정책과 독재자들의 나팔수인 언론, 방송에 힘입어, 오늘날 영남은 독재협력세력의 충실한 개새끼가 되고 말았다. 영남에 사는 이들은 지금의 새누리당 국부인 이승만이 주도한 민간인 학살로 수 만명의 영남 시민들이 살해당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자신들의 조상을 죽인 살인범들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조상들이 보면 얼마나 기가 찰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모든 문제는 결국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여러 번 소개된 대로 프랑스는 나치에 협력한 자들을 숙청했다. 한국 역시 반민특위로 숙청하려 했으나, 이승만과 친일파 경찰들에 의해 무산됐다. 한번이라도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들의 국민 탄압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비리 검찰 뿐만 아니라 친일파들을 정리하려 했었다. 그러다...... 결론은 국민들 누구나 안다.

 

노무현때 만들고 이명박때 폐지된 것들

 

1.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2.일제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3.친일재산조사환수위원회

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모든) 정리조사위원회

5.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한국 현대사엔 실로 끔찍한 순간들이 많다. 친일 경찰들로부터 고문 방법을 전수받은 친일파 경찰들, 중정, 안기부 등등, 어쩜 그리 잔인할 수가 있을까. 이들을 생각할 때 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치욕스럽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보면, 히친스가 물고문을 체험한 일화가 나온다. 1분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히친스는 불과 몇 초 만에 포기한다. 그런데 민주화에 투신한 선배들은 어떻게 몇 달간의 고문을 견뎌냈던 걸까. 물고문, 전기고문, 칠성판 고문, 볼펜 고문, 관절 뽑기 등등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인간으로 견딜 수 없는 온갖 고문 앞에서도 의연히 민주화에 자신의 온 몸을 내던졌던 선배들 덕분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기였다면 나는 이 글 하나만으로 아마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맞아 죽었을 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국민을 학살하고 동조한 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끔찍이도 싫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자들은 언제나 소수였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총 칼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언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숱한 분들이 힘없고 나약한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졌다.

 

조영래 변호사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바로 세워라.”

 

우리가 그나마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민주화의 제단 앞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 이 땅의 선배들 덕분이다.

후손된 도리로서, 비록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머리로라도 역사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공부하겠습니다.

 

독재자 앞에 항거한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을 떠올릴때마다

나는 내가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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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16-06-22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사단 장난아니네요. 6.25 행진한단 소리에 정말 기가 찼는데 이승만때부터였는지는 몰랐어요. 제주4.3공원 다녀가면 정말 가슴에서 이승만 묘를 파고 싶다고 ㅡㅡ.

그렇지 않아도 현대사 뭐 읽을지 몰라서 책 검색 하던중이었는데 (교묘한 뉴라이트들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가 않아요. )이렇게 목록을 다 불러 놔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시이소오 2016-06-22 12:47   좋아요 1 | URL
서중석의 현대사이야기는 특히나 대화체여서인지 재밌게읽힙니다.

뉴라이트 없었
으면 역사공부 안할수도 있었는뎅, 우리 각하가 역사공부 시키시네요. ㅋ

samadhi(眞我) 2016-06-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순항쟁입니다. 반란 사건이 아닙니다. 여순항쟁은 조정래, 「태백산맥」을 읽으면 이해하기 쉽지요.

시이소오 2016-06-22 14:1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용어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 감사합니다. 수정해야겠어요 ^^

samadhi(眞我) 2016-06-22 14:18   좋아요 0 | URL
죄송은요^^; 제가 어설픈 사학과 출신이라서 민감하게 굴었어요. 제 스승님이 여순항쟁 전공이시거든요.

시이소오 2016-06-22 14:22   좋아요 0 | URL
오호, 사학전공이시군요.

앞으로 현대사 좀 갈쳐주세요.

앞으로 삼년간은 현대사 집중적으로 읽으려구요^^


samadhi(眞我) 2016-06-22 14:23   좋아요 0 | URL
전공만 했지 아는 건 없습니다. ㅋㅋ 부끄럽네요.

시이소오 2016-06-22 14:27   좋아요 0 | URL
겸손의 말씀. 우리나라도 알렉시예비치처렁
항쟁마다 증언문학, 목소리문학 하시는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samadhi(眞我) 2016-06-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진짜 잘 모릅니다. 창피할 만큼이요.

시이소오 2016-06-22 14:30   좋아요 0 | URL
필독서라도 추천해주세요 ㅋ

samadhi(眞我) 2016-06-22 15:54   좋아요 0 | URL
한홍구 책 말씀하셨는데 한홍구, 대한민국사(전 4권)는 현대사 공부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읽어보셨을 수도 있지만요.

시이소오 2016-06-22 15:57   좋아요 0 | URL
읽었습ㄴㅣ다.
대한민국사 리뷰를 써야겠네요.감사합니당~^^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사는 관심이 덜 갔었는데...
(아픈 부분이 넘 많아서)
관심 가지고 읽어봐야 겠어요~~^^

시이소오 2016-06-22 16:41   좋아요 0 | URL
강요님, 같이 읽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녱^^

시이소오 2016-06-22 17:18   좋아요 0 | URL
ㅎ ㅎ ^^

2016-06-24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4 14:16   좋아요 1 | URL
영성님, 추천하신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