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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빅 매치가 이루어졌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대 1로 이길거라고 예상한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설령 이 스코어를 예상한 이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브라질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7대 1로 질 거라고 예상한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브라질에 ‘검은 백조’가 출현한 것이다.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에 의거해 ‘백조는 흰색’이라고 만 생각했다. 이처럼 ‘검은 백조’란 기존의 가치관, 기존의 경험에 의해 설명할 수 없는 극단적인 사태를 지칭한다.
어느 날 백구 한 마리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주인을 만난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주인은 먹이를 준다. 백구는 이제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 가며 반길 것이다. 천일동안 백구는 주인을 자신의 친구로 여길 것이다. 천 하루 째, 주인은 백구를 죽인다.
그는 보신탕 집 주인이었으니까. (나심 탈레브는 칠면조를 예로 들었다)
나심 탈레브는 인간도 이 백구와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 오류에 빠지기 싶다. 1차 세계 대전을 예상한 사람은? 소련의 붕괴를 예상한 이는? 1987년 주식 시장 붕괴를 예상한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상한 이는? <해리 포터>가 1억부 이상 팔릴 거라고 예상한 이는?(조앤 k 롤링은 수 십개의 출판사로부터 출판 거절을 당했다) <7번 방의 선물>이 천 이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다.
나심 탈레브가 보기에 예측이 불가능함에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은 그걸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대표적인 직업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다. 저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을 단 한 마디도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들의 예측이나 점쟁이의 헛소리나 다를 바가 없다.
영화 투자사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에 어떤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일례로 <우는 남자>는 왜 망했나? 아저씨의 감독, 장동건이라는 스타 배우를 기용하고서 100만도 못 찍었다.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는 영화를 숱하게 제작하면서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마냥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10편 망해 놓고 단 한 편 흥행하면 ‘거 봐 내가 뭐라 그랬어?’라며 기세등등이다. 나심 탈레브의 조언은 ‘사기는 그만 치고 직업을 바꾸라’는 것이다.
투자사 직원들에 대한 나의 조언은 이렇다. 제발 모른다는 걸 인정해라.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소극적인 자세로 영화를 만드니 매번 그렇고 그런 영화만 양산하는 것 아닌가. 좋은 영화가 나올 리가 없다. 당신들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 영화의 수준이 개판이 되 가고 있다. 올 한 해 ‘저런 걸 영화라고 찍고 앉아 있나’ 싶은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다. 당신들의 무지, 오만함, 거만함, 뻔뻔함이 한국 영화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데 왜 예전과 똑같은 영화를 쳐 만들고 앉아 있는 것일까? 새로운 영화에 대해 모험할 생각이 없다면 나심 탈레브의 말처럼 제발 그만 둬라. 그게 당신들도 살고 국민들도 살 길이다.
미래가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저자는 ‘플라톤적 태도’라고 부른다. 그에 반해 검은 백조의 출현을 인정하는 ‘비합리적’ 사유들도 존재한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알 가젤, 데이빗 흄, 푸앵카레, 하이에크, 몽테뉴, 칼 포퍼, 그리고 만델브로다.
‘검은 백조 철학사’를 쓰고 싶을 정도다.
고전 물리학은 세계를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양자역학의 시대다. 비합리성, 비선형성, 비국소성의 세계다.
‘검은 백조’는 언제 어디서든 출몰할 수 있다.
부정적인 검은 백조를 피하기 위해선
혹은 긍정적인 검은 백조를 맞이하기 위해선
미래를 예측하려는 헛된 시도를 하기보단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저마다의 ‘삶’이란 사태에 감사 기도를 올리는 게 나을 것이다.
운칠기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