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과 독서의 공통점이 뭘까요?

 

답은 광고 후에.....아니고요. 잠깐만요. 또 다른 퀴즈가 있습니다. 버지나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그리고 김영하의 <읽다>의 공통점은 뭘까요? 십 초 드리겠습니다. 1.2.3.....10.

 

와우, 역시. 그렇습니다. 강연을 정리한 글인 듯 경어체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리뷰를 경어체로 쓰겠습니다.

 

, 다시 사랑과 독서의 공통점은 뭘까요?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 읽기>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랑은 자기분열이요, 자아상실입니다. 자아상실은 무슨 뜻인가요? 나와 나 아닌 것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아이들의 웃음소리, 길가에 핀 장미 꽃 한 송이도 유난히 사랑스럽습니다. 또한 경계가 없어진다는 말은 한편으론 제정신이 아니란 뜻입니다. 사사키 아타루가 그랬잖아요? 책을 제대로 읽으면 미쳐버린다구요. 김영하는 <돈키호테>를 예로 듭니다.

 

돈키호테에게 현실과 책의 경계는 아예 사라져버립니다. 풍차는 기사가 되고 이발사의 대야는 투구가 되죠. 돈키호테는 온갖 미친 짓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에 반해 책 읽고 미친 보바리 부인은 어떻게 되었죠? 자살합니다.

 

쥘 드 고티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보바리즘이라 명명했습니다. 다니엘 페나크에 따르면 보바리즘이란 상상이 극에 달하고 온 신경이 떨려오고 심장이 달아오르며 아들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가운데 주인공의 세계에 완전 동화되어, 어처구니없게도 대뇌마저 일상과 소설의 세계를 혼동하기에 이르는현상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을까요? 김영하는 카프카의 소설 <>을 예로 듭니다. 요제프 K는 사실 성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성을 찾습니다. 길은 계속 등장합니다. 과연 길을 따라 간다고 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김영하 역시 오르한 파묵이 말한 감춰진 중심부를 인용합니다. 독자는 감춰진 중심부를 찾아가는 셜록홈즈같은 탐정과도 같습니다. ‘중심부를 찾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바리 부인>의 중심부는 무엇일까요? 플로베르는 루이즈 콜레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내가 볼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은 내가 실천에 옮겨보고 싶은 바로 무에 관한 한 권의 책, 외부 세계와의 접착점이 없는 한 권의 책이다. 마치 이 지구가 아무것에도 떠받쳐지지 않고도 공중에 떠 있듯이 오직 스타일의 내적인 힘만으로 저 혼자 지탱되는 한 권의 책, 거의 아무런 주제도 없는 아니 적어도 주제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 한 권의 책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은 최소한의 소재만으로 된 작품들이다. 표현이 생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휘는 더욱 생각에 밀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과연 <보바리 부인>엔 아무런 중심부가 없는 걸까요?) 김영하는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이 감춰진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김영하에 따르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헤매기 위해서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시간 낭비 아닐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김영하에 따르면 독서는 고유한 헤맴이고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며 교환불가능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현실의 우주가 빛나는 별과 행성, 블랙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크레페케이크를 닮은 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이 조용히 우리 안에서 빛날 때, 우리는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하는 세계와 맞설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은 꿈이다.

 

<하자르 사전>에 나오는 유수프마수디는 음악가이면서 꿈을 읽는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꿈을 따라 여행하는 유령을 쫓아다녔다고 하죠.

 

마수디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꿈을 꾸고 그중 한 사람의 꿈이 다른 한 사람의 현실을 구성하는 경우, 꿈의 작은 일부분이 언제나 남겨진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꿈의 아이들이다. 꿈은 물론 꿈에 나오는 사람의 현실보다 짧다. 하지만 꿈은 언제나 아주 깊기 때문에, 어떤 현실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약간의 찌꺼기가 남게 된다.

 

이러한 잉여물질은 꿈에 나오는 사람의 현실 속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제 3의 인물 현실 속으로 흘러들어가 거기에 붙어 있게 뙨다. 결과적으로 제 3의 인물은 엄청난 어려움과 변화를 겪게 된다. 3의 인물은 처음의 두 사람보다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인물의 자유의지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두 배는 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 밀로라드 파비치, <하자르 사전>

 

재밌는 관점입니다. 꿈에 따라 현실을 만들고 나면 남는 부분이 생깁니다. 잉여 물질이 엉뚱한 사람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 이상한 작용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간혹 엉뚱한 짓을 하는 걸까요?

 

(유수프마수디가 꿈을 따라 여행하는 유령을 쫓아다녔다고 하는데, 실제로 루시드 드리머들 사이에 유령의 몽타쥬가 돌아다닙니다. 제가 보기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과 닮았습니다. 저 유령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요. 저 놈 때문에 제 현실이 엉망진창인지도 모르잖아요. 참고로 저는, 루시드 드림, 우리말로는 자각몽이라고 하죠. 6개월 훈련하고 포기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김영하는 마치 <하자르 사전>에서의 꿈처럼, 소설에서도 현실로 다 치환되지 않는 잉여 물질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지도 모른다구요.

 

왜 소설을 읽느냐?”하는 질문에 김영하는 말합니다.

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소설 자체가 목적이란 뜻이겠죠. 소설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파묵에 따르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2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블랑쇼처럼 말해볼까요? 소설은 삶이고 소설은 죽음입니다. 소설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얼어붙은 감수성, 우리의 응고된 자아를 해체하고 깨부수는 도끼질입니다. ‘가 죽을 때마다 새로운 가 탄생하는 셈이죠.

 

아우구스티누스를 따라, 사사키 아타루를 따라 반복하시겠습니까?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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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99 2016-03-2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시이소오 2016-03-29 13:36   좋아요 1 | URL
저런, 어안이 벙벙한 상태신가요? ㅋ ^^

kitty99 2016-03-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타고 하늘까지 슈웅~~~^^

시이소오 2016-03-29 13:40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님을 타셔야죠. ^^

kitty99 2016-03-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 위에서 만나고 왔음 ㅋㅋㅋ

시이소오 2016-03-29 13:45   좋아요 2 | URL
김영하 작가님이 뭐라든가요? `이 놈의 인기는 하늘, 땅을 안가리는구나`, 만년필을 꺼내 묻지 않던가요? 이름? ㅋ

꿈꾸는섬 2016-03-2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에 김영하작가책을 만나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애정이 좀 식었었는데 시이소오님 글 읽으니 읽고싶네요.

시이소오 2016-03-29 13:46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님, 나이먹고 철들었어요. ^^

꿈꾸는섬 2016-03-29 13:48   좋아요 0 | URL
ㅎㅎㅎ철든 김영하작가님~
왠지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ㅎㅎㅎ 기대되게해요. 철들었다는 말이요.

시이소오 2016-03-29 13:50   좋아요 0 | URL
한껏 성숙해진 김영하를 기대하세요^^

kitty99 2016-03-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그냥 째려보시던대요 그것도 한 쪽 눈으로 ...

시이소오 2016-03-29 13:4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짝눈이라 그렇게 보일수도 있어요. (농담입니다. 독자, 김영하 외모비하, 뭐 이런 기사 나오면 안 됩니다)

kitty99 2016-03-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cyrus 2016-03-2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들어가면 정말 제대로 헤매는 소설이 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입니다. 특히 <성>은 미완성이라서 탈출구가 없어요.

시이소오 2016-03-29 20:3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카프카 소설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룰루라떼 2016-03-2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ㅎ
하자르 사전도 올만에
제목보네요^^
스미스요원 보이믄
제가 잡겠습니다^^
자각몽 잘 꾸거든요~하핫!

시이소오 2016-03-29 21:49   좋아요 0 | URL
오호. 부럽습니다. 잡아주세요. 대머리에요. ㅋㅋ

룰루라떼 2016-03-2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머리 맞아요?
성질 드러워 보이는?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지난번에 함 봤는데...ㅎ

시이소오 2016-03-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맞는것 같은데요. 혼자서는 잡기힘드실텐데. 자각몽자들하고 연합하셔야할듯 ^^

룰루라떼 2016-03-2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연합은 무쓴~ㅎ
피하는게 상책일듯~했어요
그때도
느낌 넘 안좋더라고요
큰소리 쳤는데..죄송합니다^^

룰루라떼 2016-03-29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농담이 아니고,
자각몽이라고
상황을 100% 컨트롤 하는것이
아니라서
위험할때는
장소를 재빨리 바꾸는것이
안전하거든요
그리고 그곳이 현실화 된 세계일지도 모르고요^^

시이소오 2016-03-29 22: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농담이었어요. 그 놈 만나면 도망쳐야죠. ^^
꿈에 갇히면 어떡해요? 룰루라떼도 드셔야하는데 ^^

룰루라떼 2016-03-2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대머리 본거 저는 농담
아니었어요
자각몽이 거의 안전하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성질 드러워 보이는 존재를
아주 가끔 볼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일종의 자기계발?
방편으로 자각몽을 시도하시는 분들께 위험하다고만 말할수도
없구요.분명 현실세계에서
깨어있는, 자각생이 더 중요하지만,
장자의 비유처럼 이 세상이
꿈일지도 모르죠.
꿈이 현실보다 더 생생할때도
많거든요.
말이 길어졌는데,
대머리!!!
진짜인줄 알았는데,
농담이라 하셔서
살짝 기분 나빴어요^^

시이소오 2016-03-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잡아달라는 말 농담이었다구요. ^^ 대머리 만나신건 믿죠.
저도 한때 자각몽 공부해서 대충은 아는걸요 ^^ 위험하다고 들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