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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평점 :
구태의연하다. 김경욱의 <천국의 문>이 형식적으로 뛰어난 작품 이라고 한다. 잘 쓴 작품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신춘문예용’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그나마 재기발랄하지 않았나? 작가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먼지를 닦아낼까요? 먼지는 우리가 결국 먼지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환기하기 때문이죠. 먼지에서 먼지로, 빛에서 빛으로, 사실 별이란 우주먼지 덩어리죠. 별과 사람은 구성 성분이 같다는 거 알아요? 우리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은 빛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이에요. 어둠을 두려워할 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빛인 셈이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파울로 코엘료적인 대사들을 수없이 남발한다. 여성 독자들은 ‘헉, 혹은 혹’할지 모르겠지만 감수성이 메마른 나로선 책을 읽다 닭살을 누르기 바쁘다.
김이설의 <빈집>은 티비에 나오는, 잡지 책에 나오는 그림같은 아파트를 소유했으나 결국엔 소유한 아파트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대인의 초상을 다뤘다.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처음으로 김탁환 글을 읽었다. 김탁환은 왜 요즘 진보인척, 착한 척 하는지. 역시나 읽다 토할 뻔 했다. 그는 이인화가 이문열 꼬붕이듯 이인화 꼬붕, 이인화 전위대 아니었던가. 이문열 –이인화- 김탁환의 계보.
김탁환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면 언제든 김탁환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런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이문열, 이인화를 읽지 않듯 김탁환도 읽지 않는다. (어릴 땐 이문열과 이인화의 소설을 읽었었다. 도로 물릴 수가 없다니 억울해)
올해의 우수상 중 재미와 의미를 갖춘 단편은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이다. 국가는 많은 아이들을 학살했지만 ‘이웃의 선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지언정 아이를 구한다.
우연이라고 제한했지만 정희진의 ‘한국 소설 나만의 삼부작’은 모두 정찬의 소설이었다.
정찬의 <등불>을 기대한 이유다.
화물차 운전사인 그는 1999년에 발생한 화성 씨랜드 화재 때 여섯 살 딸을 잃었다. 3층 컨네테이너 숙소의 문은 잠겨 있었고, 문을 걸어 잠근 어른들은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들은 ‘살려 주세요, 구해주세요’ 소리쳤지만 소방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땐 이미 아이들 몸은 뼈만 남아 있었다. ‘그’의 아내는 결국 자살했다. 그 역시 항상 칼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그러다가 그 사실을 단골 식당 여주인에게 털어놓는다.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칼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한다.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있었다. 그녀는 인천에서 배를 탔다고 한다. 그녀가 탄 배의 이름은 세월호였다. 그는 그녀가 제주도에서 돌아오면 칼을 맡기려 했다. 시동을 걸고 그는 진도로 향한다. “길 너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은 빛처럼 희었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황정은의 차지일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빗나갔다. 그래도 우수상에 황정은은 이름을 올렸으니 한 5분의 1정도 빗나간 걸로~~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의 그곳은 어디일까.
계곡에서 물놀이 중 아이를 잃은 부부는 14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는 작은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화를 낸다. 그가 한눈을 판 사이 그녀는 기차를 타고 떠나 가버린다. 그는 베를린 역사의 역무원에게 영어로 말하려 한다. “아이 로스트......노, 노, 미스드......로스트......”
아이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우리는 어쩌면 천국으로 가는 문을 잃어버렸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