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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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고 보니 새삼 가족이 그립다.

부모님이 살아계셔야 구심점을 중심으로 서로 모이고 할텐데,

모두 각자의 삶이 바빠서 서로 안부 전하는 일도 어렵게 느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은 언니가 근처에 살아서 오며가며 만날 수 있다는 것.

작은 언니를 찔러 명절이니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자 했다.

동생네 불러서 언니가 해 준 밥 먹었는데, 내년에는 내가 밥해서 모두 불러야겠다는 생각.

멀리 있는 큰언니에게는 안부전화만 간단히 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았는데,

아직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심리적 이유기를 겪지 않았기에

우리 가족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불러오지는 않았고,

나의 성장기, 그리고 지금 내 형제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다.

 

쌈박 기획사에서 휴대폰 광고를 하면서 가족간의 소통을 주제로 연작 광고를 구상하고,

 40대 엄마, 아빠,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남매로 가족을 구성하여

가족폰을 매개로 가족의 사랑들 확인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찍게 된다.

광고를 위해 모인 네 사람의 이야기가 네 명의 작가에 의해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고모델을 발판으로 딸아이를 연예계에 데뷔시키고 싶은 극성 엄마 밑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나가려 애쓰는 공예린.

엄마의 꼭둑각시가 아닌 자기 삶의 주체로서

그녀가 도전할 독립영화가 그녀 인생에 큰 공부가 되길 응원한다.

 

엄마 역을 맡은 안지나 팀장.

골드 미스로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일하느라 바빠 나이 들어 혼자 살고 있는 딸을 걱정하고 있는 엄마에 대해 무심해서는 안 될 것.

나이 든 엄마랑 주고 받는 문자.

쌍자음 입력이 힘들다는 노모에게 그녀는 엄마가 쓸 수 없는 한 글자(딸)다.

엄마가 쓸 수 있는 한 글자가 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을 기대하며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학교는 핸드폰 때문에 몸살 중.

재형이는 그 핸드폰 때문에 선생님과도 엄마와도 여러 갈등을 겪는다.

엄마의 폭언을 피해 이모네(안지나 팀장)로 피신했다가 광고 제안을 받는다.

최신식 핸드폰을 주겠다는 말에 덜컹 광고 수락하는데, 

광고료(최신식 핸드폰)를 거절하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빠의 역할을 맡은 출판사 사장 박동화씨.

사춘기 딸과의 소통이 고민스럽고

뒤늦게 일을 시작하여 재미를 느끼고 있는 아내의 늦은 귀가도 힘들다.

빈둥지 증후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그에게 이 광고는 가족의 참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가족입니까

 

물음표도 느낌표도 없는 이 제목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

입장바꾸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기가 갈등 해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서로에게 바라기만 하면 상처만 남겨줄 수 있다.

내가 먼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이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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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0-0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아하는 청소년 소설을 묻는 자리에서, 여러 책들을 떠올린 끝에 결국 이 책을 적어 냈답니다.
기획도 좋고 네 작가가 빈틈없이 잘 어울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낸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 사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었고, 가족 구성원 중 기성인, 청소년, 아내, 남편 등 어느 한 계층의 입장에서만 보지 않고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는 점 등...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분명 있었어요.

희망찬샘 2012-10-04 15:20   좋아요 0 | URL
공동의 작업은 참 힘들 것 같은데, 작가들의 자기만의 색으로 이야기를 잘 버무려 두었더라구요. 가족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hnine님,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소원성취하셔요.

순오기 2012-10-0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이 책 후한 점수 줬어요.
리뷰는 아직 안 썼지만...우리 지역구청 선정도서라 봤는데 정말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희망찬샘 2012-10-05 06:17   좋아요 0 | URL
저도 여러 서재에서 좋다는 걸 보고 선택해서 읽었답니다.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의 아이들이 만든 100번째 책. 의미있는 기획으로 만든 책.
 
The Beginner's Bible: Timeless Bible Stories (Hardcover) - Timeless Children's Stories
Pulley, Kelly 그림 / Zondervan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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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단어로 아이들이 읽기엔 적당, 아이패드 어플도 있어 유용, 판형이 조금 작은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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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데리고 공부를 조금 도와주고 있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웬 청년 하나가 교실로 쓰윽 들어온다.

'아, 또 어느 보험회사 신입사원이지?' 하며 인상이 살짝 구겨지려고 하는데...

"선생님~"하고 부르는 얼굴에서 제자의 모습이 보인다.

"우와, 만호야~" 하면서 와락***까지는 못하고, 덥석 악수!

나의 첫 제자들. 그들과의 특별했던 만남들.

남보다 늦게 교대에 갔고, 중간 발령에서 정말 별난 아이들을 만나 된통 고생을 겪은 후, 늦은 발령에 제자를 빨리 가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6학년 자원했다가 눈물바람 했던 그 시절로 고고씽~

아이들은 나를 좋아해 주었다. 하지만, 말은 엄청 안 들었다는!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미숙해서 아이들을 확 휘어잡지도 못했고, 공부도 단디 가르치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이해하고 바라보았더라면, 더 많은 조언으로 바르게 이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 말이 공부시간에 배웠던 것은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었는지 아닌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그저 재미있고 신 났던 일만 기억이 난다고.)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이라는 만호군은 힘겹게 나를 찾았다고 했다.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처를 모르는데 스승찾기에 검색해도 내가 안 나오더라는 거다. 한 2~3년 스승찾기 미공개를 해 두었었다. 이유는... 뭐, 그냥.

그러다가 친구랑 이야기하다 또 내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한 번 더 찾아보자 생각하고 스승찾기 해 보니 나오더라고. 혹시나 다른 사람일지도 몰라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 번 더 해 보니까 내 얼굴이 나왔단다.

이 아이들이랑은 중학교 입학 이후 매년 스승의 날 때 해마다 만났다. 고3 때 한 해 쉬었고, 아이들 군대 간다고 대대적으로 한 번 모인 후 소식이 끊어졌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한 두통씩 걸려오던 전화도 이제는 뜸해질 무렵~ 아이들은 취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리고 다들 사회 일꾼으로서 열심히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희망이가 엄마 제자들이 몇 살이냐 해서 27살이라 했더니 "그럼 대략 30살이고 엄마는 대략 40살이니 10살 차이밖에 안 나네요." 한다. 하나는 올리고, 하나는 버린 계산법이지만, 젊다는 이유로 다른 반 아이들의 관심까지 받았던 그 시절이 새삼 떠오른다.  

다른 친구들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두들 다 잘 되었다고.

현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뻤다.

왕군이 현대 연구원으로 있는데 교육차 내려와 있어서 선생님 뵙고 싶어해서 자기를 먼저 파견했다는 만호군은 나와는 조금 더 특별한 아이다. 나를 울리는 바람에 오만 아이들의 눈총을 다 받았는데, 그 때 그 일을 미안해 하면서 혼자서도 찾아온다. 사실, 혼자서 찾아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할 때 어린이날 직전에 운동회를 했는데, 그 때 우리 반 아이들 관리하고 있는데, 스윽 한 번 나타났다가 내 심부름 이것저것 해 주고, 그리고 함께 학교 급식도 먹었었는데...

다들 잘 커 주어서 고마웠다.

자기들끼리도 서로 전화번호 바뀌고 해서 연락처가 없었는데 이리저리 알아보고 3명을 더 찾았다며 모두 5명이 모였다.

그 때도 의젓했던 왕군은 여전히 멋있었다. 점잖아서 여학생들에게 썩 인기는 없었지만, 나라면 이런 아이를 좋아하겠다 생각할 정도로 꽉 찬 느낌이 드는 아이! 전교 어린이회의를 하고 돌아오다 선생님들이 안 보여서 복도에서 뛰어 봤는데, 그 때 묘한 쾌감을 느꼈다는 말을 듣고 뛰지 말라고 하면 안 뛰는 정말 모범 어린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기 말로는 무서워서 안 뛰었다 했지만. 몇 마디 나눈 대화를 통해서도 여전히 꽉 찬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기특, 대견~

하군은 당시 여학생들에게 어찌나 인기가 많았는지. 얌전했지만 그놈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서 이 다음에 어머님은 걱정좀 되시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당시 우리 반에는 남학생들이 얼굴도 많이 잘 생겼고, 키도 다들 컸는데, 날 만나러 온 아이들 키가 거의 180에서 왔다갔다! 하군은 키는 더 큰 듯, 일하느라 힘든지 살이 쪽 빠졌다. 어제 날짜로 정직원이 되었다고해서 축하박수 짝짝~

너무나도 얌전했던 류양은 들어오면서부터 경쾌한 웃음과 함께 하이소프라노로 줄곧 이야기를 하는데, 참 밝게 변했구나하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나 보다. 이제 시작한 연애가 한창 재미있을 시기.

차양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모교의 방과후 컴퓨터 교사를 한다는데 아이들과의 생활의 고충이 많이 이해되었다.

다들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잘 자라 주는데, 공부해라, 숙제해라 잔소리 하지 않아도 잘 클 것을 그리 애닯아 했을꼬?" 했더니 왕군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저희가 이렇게 큰 거 아니겠습니까!" 하고 교과서적 멘트를 훅 날리는데 또 어찌 그리 이쁠꼬~ 만호군이 날 찾는다고 검색하다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왕군은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책 제목을 메모해서는 늦게 온 아이들에게 기쁘게 소식을 전한다. 모두 멀뚱멀뚱~ 왕군이 선배들께 이 책을 사서 선물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제목을 적어갔으니 책이 몇 권은 더 팔리겠구나~ ㅎㅎ 더 많이 기특해지는 왕군~

1년 동안 번 돈은 실컷 써 보기로 부모님과 의논했다는 왕군. 저녁은 자기가 살 거라고 해서 먼저 계산하려다 자리를 빼앗겼다.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나오는데 달려나와서 자기가 계산을 하길래~ "음, 사회생활 잘 하겠군." 하면서 웃었다.

날 위해 우리 동네까지 찾아온 아이들에게 천사커피집에 데려가서 차 한 잔씩 계산해주면서 먹으면서 이야기 더 하고 가라고 하고 나는 먼저 들어왔는데...

예의 바르게도 만호군이 이제 마쳤고, 다들 잘 들어갔다고, 다음에도 종종 찾아뵙겠다고 인사 전한다.

아, 오늘 아침 학교에 가면 반 아이들에게 자랑해야지. 까불면 경찰아저씨 삐뽀삐뽀 출동한다고. ㅋㅋ~

가끔 지금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때 그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 곧 또 보내야 할 이 아이들과도 더 잘 지내도록 노력해야 할 시간이구나. 어제 괜히 화를 많이 냈던 것도 같으다. ㅜㅜ

오늘은 즐겁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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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9-2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뭇한 이야깁니다. 이렇게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찾아와 주기 까지하는 제자가 있다는 건 진정 행복한 일입니다.
많이 기쁘셨겠어요. 아무튼 6학년을 해야 제자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의 첫 제자들은 저랑 띠동갑이라서 지금은 30대네요.

희망찬샘 2012-09-26 09:08   좋아요 0 | URL
이 맛이지요?!

처음처럼 2012-09-2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흐뭇하시고 힘 받으셨겠습니다^^

희망찬샘 2012-09-26 09:08   좋아요 0 | URL
든든하네요. ㅎㅎ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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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호기심이 가는 책이었다. 영화도 나왔다 하던데... 이 책을 나만 모르나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읽었다.

한 달 반만에 폭풍 집필을 했다는 작가의 말, 독자 또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폭풍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읽고 나니 맘이 복잡했다.

신문에 나는 한 줄 날 기사로 치자면 건전하지 못한 어른들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논 원조교제 아닌가!

그런데 그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고결하고 숭고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듯.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이 작품을 작중 인물들의 입장에서 읽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그들 사이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로 말이다.

이적요 시인과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한은교. 두 남자 사이의 긴장의 끈이 되었던 은교는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그들 서로였지 자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사랑하여 질투한 것이라고.

두 사람은 가고 없다. 그 두 사람이 남긴 각자의 글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그 글도 은교가 태워 없앴으니 이제 아무 것도 없다. 그 두 사람은 한 줌 재로 사라졌는데, 그들을 추억할 사람은 은교 한 사람 밖에 없겠구나.

평생 외로웠던 시인, 사랑을 믿지 않았던 시인이 은교를 사랑했다.

무기재료공학과 학생이었던 서지우가 문학에, 시에 꽂혀 이적요 시인의 제자가 된 일은 인생에서 과연 잘한 일일까?

때로는 존경심으로 스승을 대하면서, 때로는 열등감으로 몸살 앓았을, 그러나 젊음으로나마 스승보다 나은 사람이고 싶었을 그의 고뇌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사랑에 눈먼 시인은 제자를 미워하게 되고 죽이고 싶어진다.

스승의 마음을 읽은 제자는 스승의 마음을 받아들인 걸까?

남겨진 은교는 행복할까?

이 책은 은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다.

다 읽은 뒤의 머리는 조금 복잡하다.

두 사람, 터 놓고 이야기 좀 하고 살지...

터놓고 이야기했더라면 이 글은 사라졌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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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9-2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만 봤는데 영화도 좋았어요. 책은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희망찬샘 2012-09-25 05:38   좋아요 0 | URL
책 읽고 나니 영화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오기 2012-09-2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감상은 영화보다 책이 더 좋았습니다~

희망찬샘 2012-09-25 05:38   좋아요 0 | URL
책 보다 나은 영화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영화가 좀 시시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본 영화 중에서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는 그런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2012-09-26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6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6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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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돌이켜보니 대학시절까지 내 책읽기의 대부분은 수필류 도서들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나와의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나도 한 번... 하면서 맘 먹었던 시간들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 책이 내게 말 걸어 준 것처럼 말이다.

장영희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에 이 책을 펴 들게 되었고, 역시나 선생님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다.

2부의 장영희가 사랑한 영미문학편보다는 1부가 더 와닿았지만, 2부를 읽으면서는 비록 축약본이었겠지만 중학교 때 읽었던 <<폭풍의 언덕>>도 떠올려보고, 세실님이 좋다고 해서 사 두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우리집 서가 위치도 확인해 보고, 내가 <<주홍글자>>를 읽었던가? 도 되짚어 보았다.

3부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편에서는 장영희 선생님의 사진을 뵈며, 참 미인이셨구나! 생각을 했다. 친하게 지내는 세 사람(김점선, 장영희, 이해인 수녀)이 함게 찍은 사진에는 셋다 현재 암투병중이며, 같은 날 죽어서 손 잡고 하늘나라 가서 같은 반 되면 오죽 좋으랴! 라고 적혀 있어서 맘이 짠했다.

세상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일은 멀리 있지 않음을 얘기하시면서 들려주셨던 기숙사 경비아저씨 토니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다. 전직 콜택시 기사였던 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당번이었고, 새벽에 어느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을 태우게 된다. 할머니는 주소를 건네시며 시내를 가로질러 가 달라 부탁하지는데, 그렇게 하면 돌아가는 것이라 말씀 드리니 "괜찮아요. 난 시간이 아주 많아.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거든. 식구도 없고,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젠 갈 때가 얼마 안 남았대." 하시더라는 것. 그 때부터 토니는 미터기를 끄고 할머니와 함께 조용한 크리스마스 새벽 거리를 드라이브 했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던 빌딩, 처음으로 댄스 파티에 갔던 무도회장, 신혼 때 살던 동네 등을. 때로 어던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그냥 오랫동안 어둠 속을 쳐다 보기도하며. 할머니를 병원에 내려드리면서 안아드리며 작별인사를 하니 "자네는 늙은이에게 마지막 행복을 줬어. 아주 행복했다우."라고 말씀하셨단다. "난 그날 밤 동안 할머니를 생각하며 돌아다녔지. 그때 내가 그냥 경적만 몇 번 울리고 떠났다면?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당번이 걸려 심술 난 다른 기사가 가서 할머니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더라면... 돌이켜보건대 나는 내 일생에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내가 대통령이었다 해도 아마 그렇게 중요한 일은 하지 못했을지도 몰라."라는 예화를 통해 위대한 순간은 우리 스스로가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 하신다.

많은 생활경험과 함께 잔잔하게 이야기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무언가 내가 좀 더 성숙된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중고라도 나오면 사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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