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가만히 돌이켜보니 대학시절까지 내 책읽기의 대부분은 수필류 도서들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나와의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나도 한 번... 하면서 맘 먹었던 시간들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 책이 내게 말 걸어 준 것처럼 말이다.

장영희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에 이 책을 펴 들게 되었고, 역시나 선생님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다.

2부의 장영희가 사랑한 영미문학편보다는 1부가 더 와닿았지만, 2부를 읽으면서는 비록 축약본이었겠지만 중학교 때 읽었던 <<폭풍의 언덕>>도 떠올려보고, 세실님이 좋다고 해서 사 두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우리집 서가 위치도 확인해 보고, 내가 <<주홍글자>>를 읽었던가? 도 되짚어 보았다.

3부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편에서는 장영희 선생님의 사진을 뵈며, 참 미인이셨구나! 생각을 했다. 친하게 지내는 세 사람(김점선, 장영희, 이해인 수녀)이 함게 찍은 사진에는 셋다 현재 암투병중이며, 같은 날 죽어서 손 잡고 하늘나라 가서 같은 반 되면 오죽 좋으랴! 라고 적혀 있어서 맘이 짠했다.

세상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일은 멀리 있지 않음을 얘기하시면서 들려주셨던 기숙사 경비아저씨 토니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다. 전직 콜택시 기사였던 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당번이었고, 새벽에 어느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을 태우게 된다. 할머니는 주소를 건네시며 시내를 가로질러 가 달라 부탁하지는데, 그렇게 하면 돌아가는 것이라 말씀 드리니 "괜찮아요. 난 시간이 아주 많아.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거든. 식구도 없고,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젠 갈 때가 얼마 안 남았대." 하시더라는 것. 그 때부터 토니는 미터기를 끄고 할머니와 함께 조용한 크리스마스 새벽 거리를 드라이브 했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던 빌딩, 처음으로 댄스 파티에 갔던 무도회장, 신혼 때 살던 동네 등을. 때로 어던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그냥 오랫동안 어둠 속을 쳐다 보기도하며. 할머니를 병원에 내려드리면서 안아드리며 작별인사를 하니 "자네는 늙은이에게 마지막 행복을 줬어. 아주 행복했다우."라고 말씀하셨단다. "난 그날 밤 동안 할머니를 생각하며 돌아다녔지. 그때 내가 그냥 경적만 몇 번 울리고 떠났다면?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당번이 걸려 심술 난 다른 기사가 가서 할머니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더라면... 돌이켜보건대 나는 내 일생에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내가 대통령이었다 해도 아마 그렇게 중요한 일은 하지 못했을지도 몰라."라는 예화를 통해 위대한 순간은 우리 스스로가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 하신다.

많은 생활경험과 함께 잔잔하게 이야기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무언가 내가 좀 더 성숙된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중고라도 나오면 사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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