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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무척 호기심이 가는 책이었다. 영화도 나왔다 하던데... 이 책을 나만 모르나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읽었다.
한 달 반만에 폭풍 집필을 했다는 작가의 말, 독자 또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폭풍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읽고 나니 맘이 복잡했다.
신문에 나는 한 줄 날 기사로 치자면 건전하지 못한 어른들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논 원조교제 아닌가!
그런데 그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고결하고 숭고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듯.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이 작품을 작중 인물들의 입장에서 읽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그들 사이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로 말이다.
이적요 시인과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한은교. 두 남자 사이의 긴장의 끈이 되었던 은교는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그들 서로였지 자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사랑하여 질투한 것이라고.
두 사람은 가고 없다. 그 두 사람이 남긴 각자의 글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그 글도 은교가 태워 없앴으니 이제 아무 것도 없다. 그 두 사람은 한 줌 재로 사라졌는데, 그들을 추억할 사람은 은교 한 사람 밖에 없겠구나.
평생 외로웠던 시인, 사랑을 믿지 않았던 시인이 은교를 사랑했다.
무기재료공학과 학생이었던 서지우가 문학에, 시에 꽂혀 이적요 시인의 제자가 된 일은 인생에서 과연 잘한 일일까?
때로는 존경심으로 스승을 대하면서, 때로는 열등감으로 몸살 앓았을, 그러나 젊음으로나마 스승보다 나은 사람이고 싶었을 그의 고뇌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사랑에 눈먼 시인은 제자를 미워하게 되고 죽이고 싶어진다.
스승의 마음을 읽은 제자는 스승의 마음을 받아들인 걸까?
남겨진 은교는 행복할까?
이 책은 은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다.
다 읽은 뒤의 머리는 조금 복잡하다.
두 사람, 터 놓고 이야기 좀 하고 살지...
터놓고 이야기했더라면 이 글은 사라졌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