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연들을 만났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면서 참 많이 신 났었다.

그래서 이 좋은 것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바뀌면 몇 백명의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고, 우리가 바뀌면 몇 천 명의 아이들이 변할 수 있으니까!

 

1. 책을 좋아하는 유전자는 따로 있나요?

갸우뚱하시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보자면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신다.

한상수 이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접해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다.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학교에서 책을 통해 아이들의 이런 기회 불평등의 격차를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분의 생각에 나도 공감하며 동참한다.

 

2.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아이들이랑 이 주제로 피라미드 토론을 많이 해 보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의 말에 의하면 집중력과 이해력을 키워주고 지식을 쌓이게 해서 공부를 잘 하게 해 주며 논술을 잘 하도록 해 준다고 한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되풀이해서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질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책을 읽은 아이들은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아이들의 변화된 행동은 작게는 긍정적인 학급문화를 형성하고, 또래 친구를 이해하면서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공감능력을 키워 줄 수 있을 것이다.

 

3.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책

-책을 읽는 선생님

-책을 권하는 선생님

이 3박자가 조화를 이루면 우리 반 독서 교육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은 매월 조금씩 사서 모으는 거다. 여러 곳의 이벤트 도서 기회도 잘 잡으면 좋겠고, 행복한아침독서를 통해서도 감사하게 매월 1권의 책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으니 이용해 보면 좋겠다. 조금 부지런하다면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의 서평도서를 노려보면 좋겠고,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여러 출판사의 이벤트 도서에 관심을 가져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은 두말하지 않아도 책 사는 일임을 아실 터!

그렇다면 좀 더 책을 쉽게(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신간 도서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알라딘 중고샵이나 출판사들의 리퍼 도서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 인터넷으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보림 리퍼도서와 푸른책들 중고서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행복한아침독서의 비밀의 책방은 얼마 전에 문을 닫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어쨌든, 여러 경로를 통해 조금 더 쉽게 학급문고를 모을 수 있게 되었고, 그 학급문고를 함께 읽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할 수만 있다면 독서지도는 게임오버~ 디엔드!!!

 

4.교사가 어떤 책을 먼저 읽으면 좋을까요?

내가 독서 지도를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들이 제법 되는 것 같다. 잘 모를 때 이 책들에서 공통으로 좋다고 소개한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 책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고 좋은 성과를 얻었기에 독서 지도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께 이런 도서들을 먼저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 책을 쓰신 여희숙 선생님 따라 해 본 활동들이 참 많다.

생일잔치 때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면서 다시 학급에 기증하여 학급문고를 보충해 보도록 하기도 헀고, (예전에는 거부감 없이 다시 기증하더니,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가지고 싶어하고, 기부하라해도 다시 안 내는 경향이 많은 듯 ㅜㅜ) 선생님처럼 1000권 학급문고 갖기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기도 헀다.

이런저런 알짜 정보가 많으므로 좋은 내용들을 자신의 교실에 적용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책을 보는 눈을 선물 받았다.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때 한 권을 권할 것이 아니라 비슷한 주제의 도서들을 엮어서 권하면 참 좋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에게는 책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 두는 거고, 교사는 원하는 내용을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다. 내가 정해 본 주제별, 작가별 권장도서 목록도 이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느끼는 사실이 바로 이거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아이들의 힘들어 하지만, 재미있는 책을 만나서 책을 좋아하게 만들면 공부는 저절로 잘 하게 되더라는.

책읽기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습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마음을 다져볼 수 있다.

 

 

아침독서사례가 가득한 책들이다. 제일 처음 책은 아침독서학교(연수)의 강사들의 강의록을 모은 책이라 독서 지도에 많은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과 아동문학과 어린이도서 출판에 관한 이야기를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세 권의 책에는 나의 글도 한꼭지씩 들어있다.

내가 많은 학급문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침독서에 제출한 여러 사례 보고서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마쓰이 다다시의 책은 우리 아이가 아기였을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책이다.

다양한 책들에서 이런저런 알토란 같은 정보들을 얻어 하나씩 둘씩 채워가다 보니 남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감을 느낀다.

먼저 이런 책, 찾아읽기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5. 어떻게 책을 소개하여야 할까요?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책과 금방 친해진다. 2학기 들어서 조금 긴 글 중에서 특별히 재미있는 책들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긴글 읽기에 도전하고, 성공하면서, 조금 더 호흡이 긴 책 읽기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고학년에게는 조금 더 관심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먼저, 책읽기의 경험이 부족한 고학년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그림책을 시시하다고 느끼지 않기 위해서 먼저, 그림책의 그림을 읽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 줄 필요가 있는데,

나는 다음 두 책을 통해 그림책에 접근하게 하고 있다. 글자없는 그림책과 그림이 특별한 말을 하는 그림책이다.

 

희망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제목이 기억 안 나면

"엄마, 그 책 있잖아요. 감동적인 책, 그 책 읽어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림 컷이 제법 많은데, 그림을 꼼꼼히 읽어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가슴 찡한 여운 때문에 아이들이 그림책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그림책은 시시한 것이라는 마음을 지워줄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다.

 

최은희 선생님 강의를 들을 당시만 해도 이 책은 전집 도서에 포함되어 있어서 단행본 구입이 어렵고 선생님께서도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한 권을 얻었다 하셨다. 나도 반 아이가 한 권 줘서 가지게 되었는데, 이후 이 책의 전집도서를 중고로 구입하면서 한 권을 더 얻게 되었다. 지금은 단행본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 잘 된 일.

이 책은 글만 읽어준 후,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좋다. 글만 읽으면 너무나도 평범한 글이 그림과 함께 만나면서 놀랍게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함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

 

매월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접근해 가는데, 이 달의 작가와 함께 소개해 보면 좋겠다. 무작정 읽는 것보다 이정표를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아이들이 여러 활동 중 참 좋았다고 이야기 해 준 활동은 날마다 한 권씩 선생님이 책을 소개해 준 것이라 했다.

매일 아침 모임 후 소개한 한 권의 책 소개를 아이들이 소중하게 듣고, 그 책을 관심있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으면 교사가 책을 좀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이렇게 소개합니다.

-얘들아, 우리 지금 문학의 갈래를 배우고 있잖아. 어떤 걸 배웠니? 그래, 시, 동화, 희곡을 배웠지? 너희들 다른 책에 비해서 시집은 만날 기회가 좀 적지? 선생님이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진짜 재미있는 시집을 하나 발견했거든. 그 중 한 편을 읽어줄게. 시가 마음에 든다면 이 시집을 한 번 읽어 봐. (소개 해 준 책 <<악어에게 물린 날>>)

-얘들아, 너희들은 책을 읽으면서 운 적이 있니? 선생님은 얼마 전 책 읽다가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려서 혼났던 책이 있어.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라는 책이거든. 이 책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전태일 평전>>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낸 책이란다. 이 책을 읽은 후 아주 두꺼운 책인 <<전태일 평전>>도 샀는데 아직 읽진 못했어. 도대체 왜 선생님이 눈물을 흘렸을지 궁금하지 않니? 그렇다면 너희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어.

 

6.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게 할 수 있을까요?

책읽기가 즐거운 것임을 알게 하려면 재미있는 책놀이와 함께 하면 좋겠다.

신기한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놀이삼아 즐겁게 가지고 놀기도 한다.

         

 

책보물 찾기도 즐거운 놀이였는데, 내가 들인 노력대비 올해는 인기가 썩 높지는 않았다. 2년 전 활동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반면, 북딩고와 책마중 놀이는 정말 인기가 높았다.

               

 

7.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까요?

각 학년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국어과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학년말에 나오는 내용인데, 일 년 동안 독서활동을 한 내용을 잘 구상하면 재미있는 수업을 해 볼 수 있겠다.

차별, 왕따를 다룬 도서들을 6권 선정하여 모둠별 돌려읽기 하고, 그 내용으로 구상한 수업

그림책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책 소개하는 수업

수일이와 수일이 이용하여 뒷이야기 상상하는 수업

동화나 소설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소개해 보는 수업...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구상해 본 수업는 나도 재미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국어 교과서 뒤의 원문도서를 참고하여 아이들과 심화활동을 해 보면 좋겠다.

 

8. 제언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양적 독서를 넘은 질적 독서, 고전읽기, 독서 토론, 독서치료이다. 이 영역의 도서들을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읽어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9. 연수를 마치며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입니다. - 훈데르트 바서

이성희 선생님이 자주 인용하시는 말인데, 이 말 너무 좋다.

이 좋은 것을 많은 선생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10. 덧붙임

남편에게 감사 : 이런 쓸데 없는 일 한다고 "이기이기 미친나~ 집에서 청소하고 밥은 안 하고 도대체 뭐하는 거고?" 하지 않아서 고맙다. 반찬없는 밥도 어쩔 때는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후배에게 감사 : "너무 많이 감사드려요~~~! 선생님을 만난건 교육경력(얼마 안되지만...) 최고의 행운!!"

                      (어제 연수 중에 책마중 놀이에 선생님들께서 실천하실 미션을 하나씩 드리고, 그것 실천하실 거라 믿는다

                       며 알라딘 중고도서에서 책 사서 한 권 드렸더니 이런 후한 점수를 준다.ㅋㅋ)

뭐 하는 거임? : 잠 안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연수 자료 만들고, 파포 날림으로 후딱 만들면서 나 혼자 좋아서 룰루랄라~ 누가 시켰더라면 이렇게 신 나게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책이 내 인생을 참으로 소중하게 변화시켜 주었다. 책,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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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 응원합니다. 모든 샘들이 이렇게 함께 실천하시면 좋겠어요. 학급문고부터 참 썰렁한 교실 씁쓸하거든요. 아이들은 이끌어주는 사람의 몫이 큰 거 같아요.^^

희망찬샘 2012-12-16 08:09   좋아요 0 | URL
두 주먹 불끈!!! 화이링~~~

순오기 2012-12-1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페이퍼 당선작으로 강력 추천!^^
즐거운 연수 신나는 활동이었나 봅니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룰루랄라 할 수 있죠!

희망찬샘 2012-12-16 08:09   좋아요 0 | URL
ㅎㅎ~ 안 받아도 기쁘네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수퍼남매맘 2012-12-1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인쇄해서 독서동호회에 나눠주고 싶어요.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아주 잘 됐어요.
님 강의 들으신 선생님들이 많이 결단하셨을 것 같아요. 나도 한 번 해 보리라하고 말이에요.
한 명의 교사를 동지로 만든 것이 독서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12-12-17 11:34   좋아요 0 | URL
사용해주시면 영광이지요. 단, 출처는 밝혀 주세요. ^^

수퍼남매맘 2012-12-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는 당연히 밝혀야죠. 저작권이 있는데요.

희망찬샘 2012-12-19 11:09   좋아요 0 | URL
^^

BRINY 2012-12-1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입니다."
와! 멋진 말입니다. 우리반 졸업식에도 써먹어야겠어요. 졸업식 인사말 준비가 벌써 스트레스ㅠ.ㅠ

희망찬샘 2012-12-19 11:11   좋아요 0 | URL
너무 멋진 말이지요. 이 말을 딱 보는 순간 너무 멋져서 저도 반했습니다.
 

 

바야흐로 학예회 시즌이다.

학급 학예회를 하는 다른 학년과 달리 강당에서 학년 학예회를 하는 우리 6학년은 어제 풍선을 열심히 불어 무대장식을 했다.

오늘 하루만 잘 견뎌주면 되는데... 풍선 한 쪽에 바람이 빠져서 찌그러져 있으면 어떡하나, 테이프의 접착력이 약해서 떨어져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된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방송부 어린이들.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지 않고, 무대 구성을 기획하고, 소리 파일들을 점검한다.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믿음직스럽기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5시가 넘어서 철수하는 우리들 보다도 더 오래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10000원씩 태워서 밥을 먹이기로 했다. 자장면과 탕수육 큰 녀석으로 시켜 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동생들이 방송부 한다고 하면 하라고 이야기 할 거냐고 물으니 그냥 웃는다.

힘들어서 하지 말라고 하겠다는 아이, 폼 나서 좋았다는 아이...

방송부가 학교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상당하다. 심지어 강연이 있는 날은 수업 시간에도 지장을 받는다. 일을 너무 잘 하는 경우의 아이는 그 결손이 더욱 심하다.

희망이가 방송부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하라고 할 수 있을지 그 아이들의 시간 투자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아마 요녀석이 하려고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인 것도 같다.

방송부 아이들, 공부를 무척 잘 한다. 이번에 올백 받은 아이도 있고. 맡은 바 책임도 다들 강하다. 일 추진 능력이 뛰어나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낫게 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아이들 너무 훌륭해서 우리 모두 감탄하면서 본다. 이름만 부르면 알아서 척척 도와준다.

우리가 강당 학예회를 무사히 치른다면 이 아이들 공이 절반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

 

강당학예회.

난 반대했다. 일이 커지면 더 많이 힘들거라서. 그런데, 다른 선생님은 오히려 학급 학예회가 일이 더 많고 강당 학예회는 같이 준비해서 더 낫다는 거다. 수업 결손도 적다시며 강당에서 하자고 하셔서 내 주장 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역시나 해 보니 학급 학예회 준비보다 더더 많이 힘들다. 그래도 다 준비하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기쁨의 크기가 더 많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5시 가까이 춤 연습을 하겠다고 남아있는 아이들 보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연습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 보면서...

녀석들 공부를 저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노(나도 선생이다.) 했더니 웃으시며, 공부가 저리 재미있지 않잖아! 하신다.

열정을 바쳐 시간을 들일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각 반 별로 춤을 한 팀씩 추기로 했는데 (한 반만 안 했네!) 그 과정에서 각 반마다 삐걱거림이 보인다. 춤을 잘 못 춘다는 이유로 벌어진 싸움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또 화해도 보여서 다행이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우정도 더욱 돈독해진 듯하다.

 

6학년 마지막 추억, 아니다, 계절 체험학습이 한 번 더 남아있기는 하구나.

오늘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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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2-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교사 팀웍이 대단한 것 같아요. 당연히 학급학예회보다 학년학예회가 손이 갈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교사가 힘든 만큼 무대는 더 빛나겠죠.
방송부 아이들도 한 몫 단단히 하네요. 저도 매번 방송부 아이들 보면서 진짜 프로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폼 나기도 하고,자기들끼리 유대감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모든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믿어요.
몇 명을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전원 참여하는 학예회로 기획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2-12-13 15:5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빛나게 잘 해 주었어요. 전원 참여!!! 당연하지요. 6학년은 정말 6학년이더군요. 교사들이 더 좋아하면서, 감동하면서 봤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좋은 추억을 만들었지요. 부장님이 사진기사님 오시라해서, 마지막에는 무대앞에서 단체 촬영까지 부탁!!! 요즘은 아이들 졸업 선물 구상중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선물을 할까 하고요. 학교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보통 도장을 하잖아요. 그거 말고 뭔가 의미있는 것을 고민중이지요. 어떤 분은 중딩의 필수품, 빗과 손거울을 강력 추천하시던걸요. 벌써 빗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여요. ㅋㅋ~

순오기 2012-12-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부는 학교의 꽃~ 방송부는 엘리트의 집합이라 시험도 1.2.3차는 치르던데...
우린 큰딸만 했어요, 아들은 신청도 안했고 막내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ㅠ
기회만 온다면 당근 해야죠~ ^^
선생님들의 수고가 있어 빛나는 학예회~ 짝짝짝!!

희망찬샘 2012-12-17 11:43   좋아요 0 | URL
엘리트들의 집합! 그런 것 같아요. 책임감도 어찌나 강한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카펫 소년의 선물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5
페기 다이츠 셰어 글, 린 모린 그림, 김지연 옮김 / 꿈터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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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권 선언 : 1948년 6월 국제연합(UN) 인권위원회에 의해 완성된 후,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만장일치(소비에트 진영에 속한 6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연방은 기권)로 채택된 선언.

이 선언에는 민주적인 헌법이 인정하는 인간의 주요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몇 개의 소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는 생명·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즉 임의의 체포, 구금 또는 추방으로부터의 자유, 독립적이고 공평한 재판소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권리, 사상과 양심 및 종교의 자유, 평화적인 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이 선언에서 채택된 새로운 권리 항목에는 사회보장권, 즉 노동권, 교육권,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예술을 향유할 권리, 그리고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함께 누릴 권리 등이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 다음 펌)

 

오늘은 세계인권 선언을 기념하는 세계인권선언일이다. 달력에 보면 인권의 날이라고 적혀져있기도 하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주제별 도서를 선정할 때 12월의 주제를 '인권'으로 잡아 함께 책을 읽는다.

6학년은 여러 교과에서도 인권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하고 있지만, 12월에 좀 더 집중적으로!!!

인권의 여러 주제 중에서도 아이들에게는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

인신매매 당해서 낙타몰이꾼이 되는 아이들 이야기,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카카오 열매를 따는 아이들 이야기, 한땀한땀 바느질로 축구공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 아동 인권에 대해서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 세상의 또래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 내게 주어진 행복에 대한 감사 그 너머의 무엇을 느끼기를...

 

이 책은 그런 아동 인권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나딤이라는 아이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딤이 아니라 이크발 마시흐다.

아이들을 노예로 삼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노예 노동 폐지법에 대해 알리고 또래 친구들이 일터가 아닌 학교에서 펜을 쥐고 공부해야한다고 거리에서 부르짖는 소년, 그 소년 덕에 나딤은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팔려와서 묵묵히 일하기만 하던, 돌아갈 날을 고대하던 그 희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기 시작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얹혀지는 노동의 강도를 견디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 주인님이 자유를 주리라 믿고 있었지만, 주인님은 언제나 갖은 명목을 덧붙여 나딤을 붙잡아 두고 있다. 잠시 졸았다는 이유로 6개월 더 일해야 하는 50루피를 빚에 더하고, 실수로 아주 조금 다른 색을 섞었다고 100루피를 더하고...

이크발은 나딤에게 주인님은 자애로운 분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4살 소년이 10살이 되던 해 영원히 카펫 공장을 탈출했으며 그것은 정말 잘한 일임을 이야기한다. 나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노예생활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공장의 문을 박차고 나와야 하며 그것을 많은 아이들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자유는 우리의 것이니까!!!

그것을 주인에게 말한 때문에 나딤은 갇혀 일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이크발의 죽음을 알게 된다. 고향으로 향하던 길에 총에 맞아서 죽었다고. 누가 그랬을까? 하지만, 이크발은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나딤의 마음 속에 뜨거운 불을 지펴놓고 죽은 것이다. 이크발의 뒤를 이어 나딤은 묶인 끈을 풀고 아이들과 함께 열린 문으로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교를 향해서 말이다.

 

아직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그들의 인권을 스스로 찾고 지켜나가기가 힘들다. 이크발처럼, 나딤처럼 용기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4살부터 카펫 공장에서 일했던 이크발이 10살에 공장문을 박차고 나와 활동한 2년은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난 일을 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노벨상이라고 일컫는 '세계 어린이상'의 첫 번째 수상자인 이크발은 이렇게 노예노동에 대항하다 12살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세계를 다니며 파키스탄의 현실과 참상에 대한 연설을 한 이크발이 여행을 마치고 파키스탄에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을 때, 알 수 없는 총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실로 위대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유의 씨앗을 친구들에게 뿌리고 떠났으니 말이다. 그 자유의 씨앗은 바로 카펫 소년의 선물이며 아이들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우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 아이들과 이 책을 만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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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라북스
    from 희망찬 이야기 2013-09-02 07:06 
    이전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들과 아이들 데리고 놀러 다니는 재미에 빠졌다.아직 그 학교에 근무하는 오랜만에 만나는 선생님이 내 앞으로 택배가 와 있다고 주길래 봤더니 파라주니어 출판사에 보낸 책이었다. 서평 도서를 신청한 적 없건만, 아침독서신문을 보고 책을 보내주신다던 출판사 사장님! 감사하다는 전화는 드렸지만, 그러고 보니 책을 읽지도 못하고, 읽어야 할 책 칸에 꽂아만 두었다. 갑자기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에 이번에 받은 책은 즉시 읽었다.
 
 
2012-12-10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1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이 해를 보내고 싶은 생각.

또한 학교를 옮기려 하니 맘도 싱숭생숭~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교내 연수.

어제 연수를 알리고 희망자를 받고 보니 절반 이상의 선생님께서 신청해 주셨다. 기분좋은 말, 말, 말들!!!

 

알림글 

안녕하세요. 존경하옵는 선배님, 그리고 멋진 후배님.

학교가 정신없는 날은 언제일까요?

그 정신이 돌아오는 어느 날, 선생님들을 모시고 작은 모임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일시 : 2012. 12. 14(금)

시간 : 1시간~1시간 30분(오후 3시부터 6의 3 교실에서)

내용 : 독서지도로 하는 학급경영


왜 이렇게 용감한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요...

얼마 전 이** 부장님의 추천으로 **초 동호회 선생님들께 독서관련 연수를 하였습니다.

'아, 이런 내용이라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알려드려도 좋아하실 것 같다.'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런 쪽지 보냅니다.

연수를 들으면 항상 어느 부분에서 정말 저것은 이용하면 참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제 이야기 속에서도 그런 것이 있을 수도 있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무료 연수라는 점.

게다가 따뜻한 차 한 잔도 함께 한다는...


참석 희망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답장 주세요. 연수물 만들려면 인원 확인이 필요하네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희망의사 알려주세요.


날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분좋은 답장들


-선생님~~ 저 신청합니다~

6학년 학기말에 여러 행사로 시간이 많이 없으실텐데

귀한 시간을 내셔서

너무나 듣고 싶고 필요했던 연수를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편집도 잘하고, 인쇄도 잘하고, 커피도 잘 탑니다~~~^^


-굿~

후배님 때문에 하는 연수입니다. ^^


-정말이요?? 선배님~넘 감동입니다~ㅜㅜ

제가 꼭 열혈 후배가 되어

가르쳐 주신거 열심히 아이들에게 실천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뻑~~


-연수 적극 희망합니다.^^


-감사해요. 연수 준비에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함께 해요*^^*


-당신은 정말 멋쟁이!!!


-강추입니다. 참석은 물론. 이런 생각하는 자체가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후배님

 

-역시 훌륭한 선생님은 다르십니다. 저 신청합니다.

-부장님은 안 들으셔도 되는디요... 안 보낼까 하다가, 부장님 덕분으로 하는 연수라서 보내 드렸습니다. 그래도 어르신의 마인드도 중요하니까 부장님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저 또한 영광이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넹! 저도 배워야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교감 발령 나실 부장님)

 

선생님들이랑 즐거운 한 두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거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반의 아이들은 몇 백명이지만,

10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여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들은 몇 천 명이 될테니까 말이다.

이성희 선생님의 교사에 대한 투자,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오늘 받은 한 통의 전화!!! 내 책을 읽고 블로그를 방문한, 지금 휴직 중이신 선생님이 이 연수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는 것!!! 와우!!! 대박이다. 정말 멋지고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렇게 찾아서 연수를 듣겠다고 갈 수 있을까??? 그 분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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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2-0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용감하시고 멋지세요.
따지고 보면 같은 기관안에 있는 동료들이 가장 먼저 변화의 대상인데 강사들 보면 다른 곳 부터 연수를 하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님이 가지신 재능 마음껏 나눠주시고 많은 동지들이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열심히 응원할게요. 진짜 서울에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벌써 학교 옮기실 때가 되셨군요. 책이사가 걱정이시겠어요. 둘 다 잘 되시길.....

희망찬샘 2012-12-06 06:46   좋아요 0 | URL
그걸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짐을 조금씩 싸야 할 것도 같고...
차를 부르는 것이 좋을 것도 같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요?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반의 아이의 호들갑에 이 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리고 그 아이의 작은 배려 (저도 엄청 읽고 싶지만,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있으니 선생님부터 읽으세요. 아주 천천히 읽으셔도 돼요.) 덕에 그야말로 편안하게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분은 책을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거라 하셨지만, 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바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냥 읽고 리뷰는 쓰지 않으려 했다.

그. 런. 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희망아빠에게 책의 줄거리와 감상을 줄줄이 이야기 하게 만들었다.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정말이지 최고다.  

책을 보더니 반 아이 하나가 "헉, 앵무새를 왜 죽여요? 왜 이렇게 무서운 제목의 책을 보세요." 한다.

앵무새 죽이기. 이 책에서 이 제목의 상징적 의미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시대적 배경 : 1930년 경제공황 무렵

공간적 배경 : 남부 메이콤군이라는 한 시골 마을

주요인물과 사건 : 6살난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이 오빠 젬과 함께 보낸 3년 세월의 이야기

                         부 래들리와 그들의 관계

                         미친개 사건

                         흑인 톰 로빈슨 사건과 아버지의 변호

                         할로윈 행사 후 만난 엄청난 사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아버지 핀치 변호사는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근사하고 멋진 그런 분이시다. 아무리 어린 아이지만, 그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누명을 쓴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면서 메이콤 군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깜둥이 애인이라 부르며 아이들은 스카웃과 젬을 놀리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옳은 일임을 믿기에 두 아이는 견뎌냈다.

재판장에서 아버지가 하신 변호는 실로 감동적이다.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억울한 강간죄 누명을 썼지만, 사람들은 그가 무죄임을 안다. 배심원 또한 그가 무죄임을 알지만, 그 흑인은 유죄 선고를 받고 만다. 흑인이기 때문에! 백인의 거짓 증언에 배심원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온 마음으로 그의 무죄를 받아들인다. 재판이 있었던 다음 날, 이웃들은 많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를 응원해주는데, 그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시면서 그의 무죄를 한 번 더 주장한다면, 배심원 중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여 판결을 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또 다른 희망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톰 로빈슨은 달아나려다 총살 당하고 만다. 그의 피부처럼 새카만 거짓말을 한 백인들과 그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는 백인들 때문에.

이 책의 시작 부분에는 오빠의 한쪽 팔이 조금 짧아진 사건에 대한 시작점에 관한 언급이 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도록 그 사건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책이 끝나는 무렵까지 언급이 없어서 작가가 까먹었나 생각했었다.

이웃집에 사는 부 래들리, 어떤 일을 계기로 집 밖을 나오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그에 대한 괴상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밤이 되어서야 집 밖을 나온다고 하는데, 그 집 앞을 지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항상 공포다. 하지만, 그는 애정의 마음으로 이 귀여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준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떤 일에 대해 함부로 상상하면 그 상상의 힘이 놀라운 왜곡을 범한다. 스카웃은 부 래들리를 통해 세상을 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그와 얽힌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톰 로빈슨을 죽게 만든 이웰은 쓰레기 같은 삶을 살면서 재판에서의 승리가 패배였음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하고, 그것은 톰과 관련한 많은 이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그들 사이의 일련의 사건들을 어린 스카웃은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것이라 표현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엽총을 사주면서 어치새 같은 다른 새들과 달리 앵무새(이 책의 앵무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쟁이 지빠귀라는 새란다.)는 곡식을 먹거나 창고에 둥지를 트는 것과 같은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니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스카웃이 보기에 앵무새는 톰 로빈슨과 이웃집 부 래들리 아저씨 같은 분이 아닐까?(작품 해설에 이런 언급이 있지만, 굳이 언급이 없더라도 독자는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을 죽게 만들거나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마지막 장면을 해석하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직접적인 언어로 드러나지 않았건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이 기쁨을 다른 독자들도 누려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말 정리는 생략한다.

인권 교육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흑인이 버스를 타서 앉는 자리는 백인과 구분되었으며,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백인이 탔을 때 자리가 없으면 그들의 자리를 양보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많은 흑인들을 분노하게 했을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이라고 말끔히 없어졌겠느냐만,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한 정도가 되었으니 이 또한 놀랍다.

이 놀라운 책,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읽었더라면 감동의 크기는 더 컸을 것 같다.

한 번씩 읽어보시길 권한다.

타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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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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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0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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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1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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