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학예회 시즌이다.

학급 학예회를 하는 다른 학년과 달리 강당에서 학년 학예회를 하는 우리 6학년은 어제 풍선을 열심히 불어 무대장식을 했다.

오늘 하루만 잘 견뎌주면 되는데... 풍선 한 쪽에 바람이 빠져서 찌그러져 있으면 어떡하나, 테이프의 접착력이 약해서 떨어져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된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방송부 어린이들.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지 않고, 무대 구성을 기획하고, 소리 파일들을 점검한다.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믿음직스럽기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5시가 넘어서 철수하는 우리들 보다도 더 오래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10000원씩 태워서 밥을 먹이기로 했다. 자장면과 탕수육 큰 녀석으로 시켜 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동생들이 방송부 한다고 하면 하라고 이야기 할 거냐고 물으니 그냥 웃는다.

힘들어서 하지 말라고 하겠다는 아이, 폼 나서 좋았다는 아이...

방송부가 학교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상당하다. 심지어 강연이 있는 날은 수업 시간에도 지장을 받는다. 일을 너무 잘 하는 경우의 아이는 그 결손이 더욱 심하다.

희망이가 방송부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하라고 할 수 있을지 그 아이들의 시간 투자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아마 요녀석이 하려고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인 것도 같다.

방송부 아이들, 공부를 무척 잘 한다. 이번에 올백 받은 아이도 있고. 맡은 바 책임도 다들 강하다. 일 추진 능력이 뛰어나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낫게 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아이들 너무 훌륭해서 우리 모두 감탄하면서 본다. 이름만 부르면 알아서 척척 도와준다.

우리가 강당 학예회를 무사히 치른다면 이 아이들 공이 절반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

 

강당학예회.

난 반대했다. 일이 커지면 더 많이 힘들거라서. 그런데, 다른 선생님은 오히려 학급 학예회가 일이 더 많고 강당 학예회는 같이 준비해서 더 낫다는 거다. 수업 결손도 적다시며 강당에서 하자고 하셔서 내 주장 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역시나 해 보니 학급 학예회 준비보다 더더 많이 힘들다. 그래도 다 준비하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기쁨의 크기가 더 많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5시 가까이 춤 연습을 하겠다고 남아있는 아이들 보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연습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 보면서...

녀석들 공부를 저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노(나도 선생이다.) 했더니 웃으시며, 공부가 저리 재미있지 않잖아! 하신다.

열정을 바쳐 시간을 들일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각 반 별로 춤을 한 팀씩 추기로 했는데 (한 반만 안 했네!) 그 과정에서 각 반마다 삐걱거림이 보인다. 춤을 잘 못 춘다는 이유로 벌어진 싸움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또 화해도 보여서 다행이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우정도 더욱 돈독해진 듯하다.

 

6학년 마지막 추억, 아니다, 계절 체험학습이 한 번 더 남아있기는 하구나.

오늘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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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2-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교사 팀웍이 대단한 것 같아요. 당연히 학급학예회보다 학년학예회가 손이 갈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교사가 힘든 만큼 무대는 더 빛나겠죠.
방송부 아이들도 한 몫 단단히 하네요. 저도 매번 방송부 아이들 보면서 진짜 프로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폼 나기도 하고,자기들끼리 유대감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모든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믿어요.
몇 명을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전원 참여하는 학예회로 기획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2-12-13 15:5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빛나게 잘 해 주었어요. 전원 참여!!! 당연하지요. 6학년은 정말 6학년이더군요. 교사들이 더 좋아하면서, 감동하면서 봤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좋은 추억을 만들었지요. 부장님이 사진기사님 오시라해서, 마지막에는 무대앞에서 단체 촬영까지 부탁!!! 요즘은 아이들 졸업 선물 구상중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선물을 할까 하고요. 학교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보통 도장을 하잖아요. 그거 말고 뭔가 의미있는 것을 고민중이지요. 어떤 분은 중딩의 필수품, 빗과 손거울을 강력 추천하시던걸요. 벌써 빗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여요. ㅋㅋ~

순오기 2012-12-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부는 학교의 꽃~ 방송부는 엘리트의 집합이라 시험도 1.2.3차는 치르던데...
우린 큰딸만 했어요, 아들은 신청도 안했고 막내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ㅠ
기회만 온다면 당근 해야죠~ ^^
선생님들의 수고가 있어 빛나는 학예회~ 짝짝짝!!

희망찬샘 2012-12-17 11:43   좋아요 0 | URL
엘리트들의 집합! 그런 것 같아요. 책임감도 어찌나 강한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