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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반의 아이의 호들갑에 이 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리고 그 아이의 작은 배려 (저도 엄청 읽고 싶지만,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있으니 선생님부터 읽으세요. 아주 천천히 읽으셔도 돼요.) 덕에 그야말로 편안하게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분은 책을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거라 하셨지만, 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바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냥 읽고 리뷰는 쓰지 않으려 했다.
그. 런. 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희망아빠에게 책의 줄거리와 감상을 줄줄이 이야기 하게 만들었다.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정말이지 최고다.
책을 보더니 반 아이 하나가 "헉, 앵무새를 왜 죽여요? 왜 이렇게 무서운 제목의 책을 보세요." 한다.
앵무새 죽이기. 이 책에서 이 제목의 상징적 의미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시대적 배경 : 1930년 경제공황 무렵
공간적 배경 : 남부 메이콤군이라는 한 시골 마을
주요인물과 사건 : 6살난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이 오빠 젬과 함께 보낸 3년 세월의 이야기
부 래들리와 그들의 관계
미친개 사건
흑인 톰 로빈슨 사건과 아버지의 변호
할로윈 행사 후 만난 엄청난 사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아버지 핀치 변호사는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근사하고 멋진 그런 분이시다. 아무리 어린 아이지만, 그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누명을 쓴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면서 메이콤 군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깜둥이 애인이라 부르며 아이들은 스카웃과 젬을 놀리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옳은 일임을 믿기에 두 아이는 견뎌냈다.
재판장에서 아버지가 하신 변호는 실로 감동적이다.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억울한 강간죄 누명을 썼지만, 사람들은 그가 무죄임을 안다. 배심원 또한 그가 무죄임을 알지만, 그 흑인은 유죄 선고를 받고 만다. 흑인이기 때문에! 백인의 거짓 증언에 배심원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온 마음으로 그의 무죄를 받아들인다. 재판이 있었던 다음 날, 이웃들은 많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를 응원해주는데, 그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시면서 그의 무죄를 한 번 더 주장한다면, 배심원 중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여 판결을 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또 다른 희망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톰 로빈슨은 달아나려다 총살 당하고 만다. 그의 피부처럼 새카만 거짓말을 한 백인들과 그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는 백인들 때문에.
이 책의 시작 부분에는 오빠의 한쪽 팔이 조금 짧아진 사건에 대한 시작점에 관한 언급이 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도록 그 사건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책이 끝나는 무렵까지 언급이 없어서 작가가 까먹었나 생각했었다.
이웃집에 사는 부 래들리, 어떤 일을 계기로 집 밖을 나오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그에 대한 괴상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밤이 되어서야 집 밖을 나온다고 하는데, 그 집 앞을 지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항상 공포다. 하지만, 그는 애정의 마음으로 이 귀여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준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떤 일에 대해 함부로 상상하면 그 상상의 힘이 놀라운 왜곡을 범한다. 스카웃은 부 래들리를 통해 세상을 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그와 얽힌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톰 로빈슨을 죽게 만든 이웰은 쓰레기 같은 삶을 살면서 재판에서의 승리가 패배였음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하고, 그것은 톰과 관련한 많은 이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그들 사이의 일련의 사건들을 어린 스카웃은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것이라 표현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엽총을 사주면서 어치새 같은 다른 새들과 달리 앵무새(이 책의 앵무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쟁이 지빠귀라는 새란다.)는 곡식을 먹거나 창고에 둥지를 트는 것과 같은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니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스카웃이 보기에 앵무새는 톰 로빈슨과 이웃집 부 래들리 아저씨 같은 분이 아닐까?(작품 해설에 이런 언급이 있지만, 굳이 언급이 없더라도 독자는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을 죽게 만들거나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마지막 장면을 해석하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직접적인 언어로 드러나지 않았건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이 기쁨을 다른 독자들도 누려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말 정리는 생략한다.
인권 교육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흑인이 버스를 타서 앉는 자리는 백인과 구분되었으며,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백인이 탔을 때 자리가 없으면 그들의 자리를 양보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많은 흑인들을 분노하게 했을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이라고 말끔히 없어졌겠느냐만,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한 정도가 되었으니 이 또한 놀랍다.
이 놀라운 책,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읽었더라면 감동의 크기는 더 컸을 것 같다.
한 번씩 읽어보시길 권한다.
타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