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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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 중(언제부터를 최근으로 잡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나의 마음을 많이 빼앗아 간 책이다. 책 읽느라 잠꾸러기인 내가 새벽 1시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건주와 시우 두 아이이고, 이 두 이의 이야기를 도와 줄 반동인물로 등장하는 아이가 은찬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기에 무관심한 선생님과 건주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선생님의 모습, 자기 삶만 중요하고 가족의 고통은 무관심한 건주의 아버지와 고통을 참아내려고만 했지 이겨내려고 하지는 못했으나 상담선생님을 통해 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변하기 시작하는 어머니는 이야기 속에서 각각 대비된다.  

이야기는 모두 5장으로 구성이 되는데, 각 장은 세 개의 소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것은 건주 이야기, 시우 이야기, 건주 이야기, 시우 이야기.... 식으로 끝까지 반복된다.  

건주는 우리 반의 왕따다. 그 교실에 소심한 아이 시우가 전학을 온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특명(?)을 가진 시우는 상처 많은 아이 건주와 짝이 되고 건주와 친해 보려고 노력한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표현하지 못 하는 건주는 다른 사람이 보면 성격 까칠한 아이다. 시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건주! 하지만, 이런 마음을 표현한 적 없어서 시우는 건주의 맘을 전혀 알지 못한다. 반에서 새로운 짝을 정할 때 당연히 시우가 자기 옆에 앉으리라 생각했는데, 은찬이의 짝이 되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건주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거기다 은찬이의 교묘한 건주 괴롭히기 작전에 뜻하지 않게 엮이게 되어 시우는 괴롭기만 하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날라가서 사고뭉치로 낙인이 찍힌 건주의 가정 이야기는 정말 우울하다. 아이들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원인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제공 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주의 가정사가 평범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술 먹고 들어오는 날은 집안의 물건을 던지거나 엄마를 팸으로써 자신의 분을 삭힌다. 그래서 엄마는 문을 활짝 열고 세상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가지고 그 상처는 사춘기 소년 건주에게 그대로 옮아간다. 건주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사실 문제라는 것은 은찬이가 만든 것이지만. 은찬이가 다른 데서 싸워 놓고 엄마에게는 건주 때문이라 했고 엄마는 또 건주냐며 학교로 달려 와 선생님께 따따부따...)선생님은 건주를 상담 선생님께 넘기지만, 상담 선생님은 은찬이와 건주를 함께 상담하고 싶다고 두 어머니를 불러 말한다. 자존심 상한 은찬이 엄마는 아이 때문에 눈에 뭐 하나가 딱 씌워져 있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그 상담실에서 건주 엄마는 자기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 앞서 엄마가 먼저 치유 된 것이다. 건주를 위해 아빠에게 맞고서 살더라도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이제 건주를 위해 이혼을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엄마의 뜻하지 않은 반격은 폭력적인 아빠에게도 자신의 폭력을 되돌아보게 한다. 멋진 상담 선생님 덕분에 한 가정이 구원되었던 것이다.  

한편 시우는 교묘한 은찬이의 꼬붕 노릇 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뭐라 말하지도 못 한다. 그런 중에 자꾸 건주에게 눈이 가는데. 그런데, 은찬이는 건주와 사이가 안 좋다 보니 건주에게 자꾸 나쁜 행동을 하고 그 나쁜 행동의 공범으로 시우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을 끌어 들인다. 아닌 것을 알지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매일매일이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건주 아버지가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학교에 왔을 때 시우는 정말 큰 용기를 내어 건주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이 모든 일은 은찬이가 저지른 잘못임을 이야기 한다. 창 너머로 시우의 이야기를 들은 건주는 시우와의 갈등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책이 무척 재미있어 읽는 것은 시간 문제다. 거기다 현재 초등 6학년을 맡고 있는 내게는 6학년 아이들의 이야기가 정말 잘 와 닿았다. 아이들의 심리를 참 잘 들여다 보았구나 싶다.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를 들고 있는 상담선생님의 등장은 억지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리고 이상적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인물은 아니다. 상담훈련을 잘 받은 사람이라면 어려움 없이 그러한 역할을 해 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더군다나 자신의 유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건주는 상담 선생님에게는 보다 특별한 아이일테니 말이다.  

한쪽의 말만 일방적으로 믿고 아이가 달고 있는 꼬리표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담임 선생님은 참 나를 뜨끔하게 한다. 뭐 이런 선생님이 다 있냐 싶으면서도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작년에 ADHD가 의심되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정말 그 아이 때문에 부글부글 속이 끓을 때가 많았다. 말이 안 통해서 자꾸 그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었다. 생각 하다 못해 미술치료사 자격증을 가지신 동학년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치료를 시작했는데, 아이랑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 나가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참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조금 더 알면 이 아이를 도와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많은 교사가 상담 공부를 하나 보다. 선생님이 아프신 바람에 치료를 끝까지 못한 그 아이가 자꾸 떠 올랐다. 아이들에게 많은 죄를 지은 나의 모습이 이 무심한 선생님에게 겹쳐진다.  

어쨌든 참말로 다행이다. 은찬이의 비리도 드러났고, 시우와 건주는 친구를 얻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건주의 가정이 이제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여 책을 덮는 마음이 참 편안했다.  

남학생들이 이 책 읽으면 좋아라 할 것 같다. 오늘은 누구에게 이 책을 줘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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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유정 작가는 광주에 살아요. 재작년 이금이샘 오셨을 때 같이 만났는데 한 미모 하던 걸요.^^
 
거절수업 - 당당한 나를 만나는 리더십 에세이
크리스틴 라우에낭 지음, 최정수 옮김, 세실 베르트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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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어 보인다. 특별히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니다 보니 독서력이 되는 아이들이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하고 말하는 것이 자기 인생에서 얼마나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는 이 책은 나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나는 좋게 말하면 맘이 약해서,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해서 자기 의사 표현을 정말 못 하고 살았다. 내가 싫다고 말하면 상대가 상처 받으면 어쩌나 내지는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함으로 할 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다. 어쩜 부모님의 양육태도와도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 민주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탓에 마음은 괴로워도 "YES맨'을 자처했고, 동생은 이런 나를 보고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고 놀렸다. 이제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싫으면 싫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서 나는 우리 딸이 조용하기는 하나 자기 할 말은 하고 살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 거리를 안겨 주었다.  

여러 내용이 언급 되었지만, 그 중 하나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부분이었다. 그것은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그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이성친구일 수도 있다.) 내게 치근된다면 성적 수치심이 느껴질 것인데, 그걸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가만히 있으면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상대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 어떤 경우는 좋으면서도 싫은 척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나는 당당히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리라. 부모 또한 자녀의 이런 감정을 존중 해 주어야 된다고 한다. 조금 자라면 혼자서 목욕을 하려고 할 때 그 마음도 이해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꾹 참지 말고 슬기롭게 "NO!"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라고 이 책은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간혹 어떤 아이들은 "아니요. 싫어요."라는 말을 무척 잘 한다. 가령 엄마가 "이제 TV 그만 보고 숙제 좀 해라." 했을 경우 "싫어요. 나중에 할게요. 이것만 보고요..."등의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내뱉는 아이들이 정말 그런 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는 하지 못 한다는 것. 그걸 일깨워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흔히 말하고 있는 "싫어요. 아니요."와는 차별화 된 개념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겠다.

부정적인 어떤 것에 대해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긍정적인 행위라는 사실이 책을 읽다보면 잘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니라는 경계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경계를 알아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공을 쌓아야 할 이 일은 나이가 들다보면 저절로 터득이 되기도 하지만, 그 순간 그 사실에 대해 성찰하고 깊이 생각 해 보는 훈련을 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먼저 되돌아 보고 깊이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책에서는 이야기 한다.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나는 더 이상 초라해 지지 않을 것이기에.  

주의할 점 하나는 "아니"라고 말할 때 어조를 높이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두면 유익할 책임에 틀림없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 자기 삶의 주인이 바로 자신임을 알지 못하고 있기에 이런 책을 통해 자기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가거나 정체성을 얻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삽화가 글의 내용을 100% 잘 살려 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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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 아버지와 함께 읽는 세상 이야기 1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셸라 암스트롱 그림, 노경실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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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순오기님 리뷰 보고 급호감을 가지고 있던 차 중고샵에 떠서 반짝반짝이는 놈으로 하나 장만을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글자가 잘고 많다. 물론 그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읽기는 쉽지만... 

어린 아이들은 숫자 개념이 아직 없다.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는 어느 정도 그 크기를 가늠 해 볼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지구라는 마을에 100명의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 해 보라는 거다. 그 100명 중에 부자는 몇 명이고, 굶어 죽는 사람은 몇 명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결국은 백분율로 계산한 값이라 보면 되겠다.  

그럼, 지구 마을로 들어가 볼까? 

먼저 지구 마을에 들어 온 것을 환영하는 환영인사부터 받으시라. 그러고 나면 그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 받는다. 즉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구마을 사람 중 61명이 아시아에서 왔다는 사실(나는 주류에 속하는구나.) 지구마을 사람의 절반 이상은 인구가 많은 열 개의 나라에서 왔단다. 21명은 중국에서 17명은 인도에서...(이 부분을 읽다 보니 수업시간의 실랑이가 생각난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하니 어떤 아이가 자기가 어디선가 봤는데 이제는 인도가 가장 많다더란다. 세상 소식은 어두운 나는 순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뭐가 또 바뀌었나 싶어 뜨끔. 그리고는 자료를 찾아 보았다. 물론 인터넷 자료도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찾아 본 자료에 의하면 그 아이 말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있었다. 인도든 중국이든 통계자료가 무척이나 정확하지 않다는 것. 광의의 인도, 즉, 독립 이전에 한나라인 인도(10.1억), 파키스탄(1.5억), 방글라데시(1.3억)를 모두 합친 인구수는 13억에 달한다. 인도의 통계 산출방법을 잘 아는 일부 학자들은 광의의 인도의 실제인구는 중국보다 더 많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교과서에서도 그래도 중국을 1위로 보고 있고,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을 다 1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되겠다.) 

다음은 언어. 인구가 많은 중국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겠고 2위는? 이 답도 사람들은 알겠고! 그렇다면 3위는? 힌두어란다.  

종교에서 32명은 기독교,19명은 회교, 13명은 흰두교이다.  

가슴 아픈 것은 식량부분인데, 지구마을에는 식량이 모자라지 않지만 (골고루 나누어 가진다는 가정 하에) 60명의 사람은 항상 굶주려 있으며 이 가운데 26명은 너무 배가 고파 죽게 될지도 모르고 16명은 이따금 배가 고른 정도고 겨우 24명의 사람들만이 늘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도 나는 혜택받은 24명 안에 들어가는구나.) 

지구마을의 과거를 보면 인구가 어떻게 늘어났는지 알아볼 수 있다. 지금(2002년) 100명의 사람이 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정리 되어 있다. 기원전 1000년에는 마을에 단 한 명이 살았단다. 3000년의 세월 동안 모두 다섯 번, 지구마을 사람들의 인구가 두 배씩 늘어났고. 그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계산상으로는 이 100명이 사는 마을에 2250년에는 3,200명이 살게 될 거라는 것.  

화려한 그림과 더불어 지구마을의 통계를 만나보는 재미와 함께 나누면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교훈까지 두루 전해 주는 참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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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책이랑 같은 내용이지만 저자와 출판사가 다르네요.
하지만 책에서 받은 느낌은 같으네요.^^

희망찬샘 2009-02-07 22:11   좋아요 0 | URL
저는 같은 책인줄 알고 읽었는데, 아니군요. 그렇군요.

세실 2009-0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새롭습니다. 나누는 삶 참 중요하죠. 우린 참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지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희망찬샘 2009-02-07 22:11   좋아요 0 | URL
네, 세실님! 감사합니다.
 
요술맷돌 - 전래동화 25 처음만나는 그림동화(삼성출판사) - 전래동화 1
김세실 지음, 신민재 그림 / 삼성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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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내가 가는 마트는 아주 쪼맨하지만... 그래도 책도 판다.) 다른 책들은 가격대비 비싸다는 느낌에 인터넷 서점에서 사자고 계산을 해 보지만, 이 책은 저렴해서 그냥 아이가 원하면 그 자리에서 몇 권씩 덥썩 사 주곤 했다. 이 책은 중고삽에서 건진 물건이다.  

가장 눈을 끄는 것은 먼저 반짝이는 글씨로 적힌 표지의 제목글씨다. 이야기야 뭐~ 누구나 다 아는 거다. 우리 옛이야기가 취하고 있는 권선징악 구조를 가졌고, 그리고 인물은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확실하게 대비되며, 그리고 재미있다는... 내가 아이였을 때 그 흔하고 흔한 소금이 옛날에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통해 처음 알았었다.  

희망이는 다 아는 이야긴데... 나 이 이야기 아는데... 하면서도 금방 뚝딱 읽는다. 작은 녀석 데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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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아동문고 73
유영소 지음, 홍선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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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좋아하며 자란 작가가, 옛이야기를 찾아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 속에 이리저리 잘 버무려 둔 참으로 독특한 책을 하나 만났다.  

이벤트에 한 번 응모해 보리라는 (http://cafe.naver.com/sakyejul.cafe 이벤트 공지사항) 불순한(?) 동기로 구입한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책이랑 무척 다른 느낌이다.  

웅녀 이야기, 여우누이, 불가사리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내겐 다 생소한 이야기지만, 작가의 말에 보면 그 이야기의 씨앗이 된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밝혀 두고 있다. 옛이야기에다 새로운 옷을 입히고 가꾸어 다듬어 내어 탄생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 보자.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이야기는 하늘나라 공주인 웅녀와 결혼하면 하늘나라 사위가 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한 총각이 결혼해도 별로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자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굴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우는 바람에 아들만 데리고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나왔더란다. 잘 자란 딸 아이가 에비를 찾아 길 떠나려 하자 웅녀는 실한 가래 열매를 전하며 요긴하게 쓰라 이르고. 장에서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고 몸져 누운 아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 웅진사. 극적인 가족상봉. 다시 곰이 된 두 남매. 곰의 옷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기도가 부족하여 곰이 되지 못해 가족에게 갈 수 없는 웅진사의 이야기는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에서 따 왔다 한다.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산삼이 변한 꼬마 메산이의 뒤를 밟아 산삼밭을 안내 받았으나 욕심을 부리고 메산이에게 손을 대는 바람에 화를 입어 병을 얻은 욕심 많은 농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농부에게는 맘씨 고운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메산이를 찾아 나선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들도 메산이를 만나는데, 메산이는 농부에게 그랬듯이 아들에게도 산삼밭을 가르쳐 주며 가장 실한 놈을 제외하고 딱 하나만 따 가라 한다. 아들은 맘이 고와 이 다음에 메산이가 될 다른 산삼들도 도저히 딸 수가 없었더란다. 그 아이의 손에 산삼의 씨앗이 놓여지고 그리하여 인삼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백두산 메산이 전설'에서 따 온 이야기란다.  

<우리 누이 여우 누이>는 은혜 입은 이의 자식을 맡아 기른 아비가 집 안의 괴이한 사건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한 달에 한 번 그 딸 아이를 위해 소를 잡고 간을 먹이는 것을 오라비들이 보게 되면서부터 시작 된다. 첫째, 둘째 형은 막내에게 무당에게서 받은 부적을 동생의 베개에 넣어두라 이르는데... 누이를 사랑하는 막내는 이 모든 것을 아비에게 의논하려 하는데 마침 집에 손님이 오셨다. 밖에서 들어보니 손님은 여우의 소리를 내고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는 손님과 술을 마시다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손님은 막내가 부적을 들고 있음을 알고 그걸 달라 하여 두 조각을 내어 형들에게 하나씩 주라 하고 막내에겐 그림 족자 하나를 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이는 제 집으로 돌아 간 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이야기에 그 누이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족자 그림을 통해 여우누이가 있는 곳으로 하룻밤 가서 놀다 올 수 있음을 알게 된 막내는 형들에게도 그리 하자 말하지만... 형들은 대신 어릴 때 누이가 가지고 놀던, 그들이 만들어 준 팽이를 주며 옛정을 그리고 있음을 전하는데... (손님이 준 부적 두 동강은 여우털 붓이었고 형들은 그 붓으로 과거급제 했더란다.)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는 국경에서 적국의 전쟁 무기를 모두 먹어 우리 나라를 승리로 이끈 불가사리가 또 다른 적에 대비하기 위해 혹은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왕 때문에 감옥에 갇혀 생활하게 되는데... 임금의 욕심은 결국 불가사리에게 자신을 쇠붙이로 보이게 해 잡아 먹히는 지경에 이르고. 자기를 만들어 준 아낙을 찾아 고개 넘어넘어 왔으나 아낙은 이미 옛일을 잊고 불가사리를 무서운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그의 어린 아들은 불가사리를 기쁜 맘으로 반기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사라지는 불가사리. 그 불가사리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었으나 더 이상 찾을 길이 없고. 차돌이는 어릴 적 본 그 불가사리를 기억하면서 불가사리의 얼굴을 담아 낸 벽돌을 구웠는데 그 벽돌이 경복궁 교태전 꽃담을 지나 아미산 굴뚝을 장식하고 있다나 어쩄다나. 

<달래 달래 진달래>는 전설 속의 '달래강'앞에서 죽을 만큼 망설이던 오누이의 이야기라는데...누이에게서 여인을 느낀 소년이 비로 강이 불었으나 그 강을 건너면서 그 맘을 떨쳐 버리려고 먼저 강을 건너는데... 동생도 건넌 강이니 자기도 건너보자 맘 먹고 건너다 그만 누이는 물 속에 빠지게 되고. 누이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동생은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그런 동생을 찾아 온 누이는 자신이 선물한 두루주머니를 꺼내 보게 하는데... 누이의 손길에 오랜만에 오래도록 잠이 든 동생의 방 창 아래 때 아닌 진달래가 함빡 피었고, 두루주머니에 피어있던 진달래는 사라져 버렸더란다. 누이를 그리며 두루주머니를 붙잡고 엉엉 울던 동생은 이제 다 나았겠지? 

마지막 책인 <책 속 책, 빗살에 햇살>은 이야기를 짓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 속 이야기인 액자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자매가 다 짓지 못한 뒷 이야기를 지어 보라며 여백의 페이지를 남겨 두었는데... 살인사건과 연관 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지어 보는 것이 바로 이벤트의 내용인데, 책을 읽어보니, 참 막막하다. 정말 작가적인 상상력과 추리력이 동원 되어야 멋진 이야기를 지을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어째 조금 어려워 보인다.  

흥미진진 이야기 속으로 퐁당 빠져 보실 분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아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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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벤트 안내 메일이 왔길래 카페에 들어가 보긴 했는데~~ 좀 어렵겠네요.^^
우리 이야기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좋을 듯...우리 애들이 우리 문화 우리 정서가 담긴 우리 이야기를 많이 접해야 되는데 번역본을 더 많이 접하는 현실이...

희망찬샘 2009-02-07 22: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척 어려운 작업이더라구요. 그래서 아마도 응모자가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고로 더욱 욕심이 나지만~ 참 어려운 일이네요. 그림의 떡을 놓치자니 참 아깝다는 생각이... 하지만, 참 바쁜 시기라 가능할런지... 해 보고 싶은데! 순오기님도 한 번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