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의 마지막 모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1
루드밀라 제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비룡소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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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은 길가메시의 모험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욕심많은 지배자가 영생을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고 지혜로운 위대한 왕인 길가메시가 영생을 구하러 가서, 힘들게 구한 꽃을 자신의 백성(노인)을 위해 쓰고, 자신도 늙어지면 먹겠다는 생각은 참 고차원적인 사고다.

다른 이의 방해로 영생을 얻는데 성공하지 못했으나 진정한 영생이란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고귀하게 살아 남는 것이라는 점에서 길가메시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이미 영생을 얻어 누리고 있었다고 보아도 되겠다.

영생을 얻기 위해 길가메시는 여러 모험을 한다. 모험의 여정을 따라 가 보자.

먼저, 태양신을 찾아 나서는 그는 온갖 짐승을 용감히 물리치고 오로지 태양을 따라잡겠다는 마음으로 전진을 하는데 살려달라는 작지만 간절한 외침을 듣고 친구가 자신을 구해 주었던 것처럼 어린 사자를 구해준다. 그 모습에 감동한 거대한 전갈들은 길가메시를 태양신에게 가는 길로 안내해 준다. 태양신은 영생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인간은 우트나피슈팀임을 가르쳐 준다.

우트나피슈팀에게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물을 건너야 하는데 노가 닿기만 하면 부서져 버려 성공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장대 백이십개를 배에 싣고 가 죽음의 물을 건넌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구하려 하지 마시오. 오직 신만이 영원히 살 수 있다오."라는 말도 길가메시를 포기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섯 낮 일곱 밤을 자지 않고 깨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이 슈룹팍의 왕으로 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의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와 통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길가메시는 깨어있지 못한다.

하지만, 한 번 더 영생의 길을 구하는 길가메시를 위해 우트나피슈팀은 영생의 꽃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 길가메시는 다시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의 꽃을 구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길가메시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앞부분이 아니라, 뒷부분이었다. 그 보물을 지고 자기 나라의 백성들에게 가져다 줄 생각을 하다 잠이 든 길가메시의 손에는 영생의 꽃이 들려 있었지만, 뱀 한 마리(길가메시에게 청혼했다가 거절 당한 적이 있다는 이슈타르)가 그 꽃을 삼켜 버리고 마는 것이다.

길가메시가 길을 떠났던 것은 사랑하는 친구와 연인의 죽음을 보고 나서였는데, 울고 있는 길가메시에게 친구 엔듀카가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길가메시를 등에 태우고 길가메시가 지배하던 나라 위를 날아 오른다. 그리고는 길가메시가 보여 준 용기, 선한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영생임을 알려 준다.

길가메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백성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우루크를 다스렸고 그의 용기와 위대한 업적은 5,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는 것으로 책의 내용이 마무리 된다.

영원한 생명을 구하려고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오늘날로 치면 아주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아이들은 깜짝 놀라면서 웃는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기 전에 백성들을 위하는 진정한 왕으로서의 업적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했더라면 오늘날 성군으로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길가메시가 보여 준 용기와 그의 따뜻한 맘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근데, 우리 아이 보고 이 그림책 보라고 하면 그림을 보고 무섭다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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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한스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8
펠릭스 호프만 그림, 그림 형제 글,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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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년 동안 열심히 일한 댓가로 자기 머리만큼 커다란 금덩이를 받은 한스!(주인이 참 괜찮은 사람이군 생각했다.)

금덩이가 무겁게 느껴진 한스!-말 타고 가는 사람이 부럽다. 그래서 말과 바꾸고

말을 타고 가다 말에 채이는 바람에 넘어진 한스-농부의 소가 부럽다. 그래서 소와 바꾸고. (근데, 말보다 소가 더 비싸지 않나?)

소의 젖을 짜려다 걷어 차인 한스-푸줏간 주인의 돼지가 부럽다. 그래서 돼지와 바꾸고.

돼지와 거위를, 거위와 칼 가는 돌(사실은 그냥 쓸모 없는 돌인 줄도 모르고 속아서)을 바꾼 한스는 돌을 우물가에 내려놓고 물을 마시다 그만 우물에 퐁당 빠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무거운 돌을 들지 않고 홀가분하게 집에 갈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외친다.

한스가 바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신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생각했다는 것. 더군다나 가치가 더 낮은 것을 추구했다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 마련인데. 그리고 더 낮은 가치의 것을 가지고 만족했다는 것. 급기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을 기뻐했다는 것...

그럴 수 있을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으며,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검소하신 우리 시어머님은 죽으면 다 필요없는데 지금 좋은 옷 사면 뭐하노, 좋은 물건 사면 뭐하노? 하시는데, 좋고 이쁜 거 갖고 싶은 마음은 나이랑도 무관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없이 가지지 못한 것을 기뻐할 수 있게 된다면. 하지만, 나는 욕심 많은 인간이라 자신이 없다. 그래서 한스가 바보처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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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트르
에릭 바튀 글 그림, 함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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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실베스트르! 그가 나무를 심기만 하면 나무는 금세 쑥 자란다. (나무의 요정?)

그가 심은 전나무 꼭대기에서 바라 본 도시에 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 보니 도시는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가 없이 삭막하기만 하다. 실베스트르는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씨앗을 뿌리고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삭막하지 않다. 사람들은 실베스트르에게 감사하며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커다란 광장에 커다란 전나무가 우뚝 솟아 있어 사람들이 약속을 지켰음을 기뻐하며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원 끝의 전나무는 사라졌고 그 나무 둥치에서 바라 본 도시에는 뾰족한 전나무 꼭대기에 금빛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더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실베스트르가 꾸었다는 꿈은 뭘까? 만약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이야기는 이렇게 여운을 주고 끝나는데. 실베스트르는 마음씨 고운 요정(?)이니까 아마도 좋은 방향으로의 꿈을 꾸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들이 한 짓이 조금, 아니 많이 고약한 짓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인간들을 뉘위칠 수 있게 하면서도 도움을 주는 그런 어떤 근사한 일을 생각해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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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0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9 0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하는 미술 2: 형 생각하는 미술 2
필립 예나인 지음, 김혜숙 옮김, 김정 감수 / 마루벌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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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도서구나.

내가 가진 것은 '형'에 관한 것인데...

그림 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에 있어 '형'을 설명하면서 유명한 명화들을 가지고 와서 설명하는데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설명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가령, 형에는 아주 반듯한 것도 있고(몬드리안의 '콤퍼지션') 그렇지 않은 것(장 아르프의 '우연의 법칙에 따른 배치')도 있다고 이야기 해 주는 식이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조르즈-페에르 쇠라 <<유럽 연주회에서>>

폴 고갱 <<세 마리 강아지가 있는 정물>>

카시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자의 요소 : 원>>

카시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자의 요소 : 사각형>>

피에트 몬드리안 <<콤퍼지션>>

장 (한스) 아르프 <<우연의 법칙에 따른 배치 (사각형 콜라주)>>

파울 클레<<대저택의 정원>>

데이비드 스미스<<무제>>

알렉산드라 엑스터 <<에너지 수호자>>를 위한 의상 디자인

파블로 피카소 <<호르타의 제분소>>를 위한 습작

살바다르 달리<<누드 습작>>

게오르게 그로츠 <<기술자 하트필드>>

폴 세잔느 <<사과가 있는 정물>>

파블로 피카소 <<세 악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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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팀 원즈 그림, 마이클 콜먼 글, 박민정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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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고릴라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이 없다. 상대의 모습이 최고로 좋아보여 그 모습을 닮으려고 조지는 조금 먹고, 운동을 하고 몸을 쫄라 맨다. 마찬가지로 실비아도 많이 먹고 운동을 하고 온 몸에 솜을 갖다 붙이는데... 좋아한다는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상대가 좋아할 만한 외모라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데, 무대회장에서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조지와 실비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무도회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채로 한숨을 쉬다가 서로를 찾고 있는 한숨 섞인 말을 듣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밧줄을 끊고 가짜 다리를 벗어 버리고 솜뭉치를 떼어 내 버리자 원래의 조지와 실비아의 모습이 등장한다.

안녕, 크고 튼튼한 조지!

안녕, 날씬하고 귀여운 실비아.

둘은 서로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더란다.

속표지에 떨어져있던 빨간 하트 두 개가 마지막 속표지에는 나란히 붙어 있어 행복한 결말에 한 번 더 미소짓게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눈에 콩깍지가 끼는 일이다. 어떤 모습이라도 다 맘에 드는 것. 하지만, 그것을 거짓으로 치장한다면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 사랑을 한다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며, 또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면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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